59. 연인들 간에 키스도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엔 쉽다.
59. 연인들 간에 키스도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엔 쉽다.
아크 일행은 물론 이미 알고 있던 자들까지 침묵을 지킨다. 그만큼 엔주의 이름은 니비루 행성의 존재들에게 큰 악몽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레인트 마을은 안전합니까? 사부님.”
아크는 자신의 고향인 제레인트 마을과 마을 사람들이 걱정되었다. 이에 렌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야기한다.
“일단은 제레인트 마을과 그 주변 마을의 청년들을 자경단으로 구축하여 지키게 하였다. 워낙 산골지방의 시골이니 별 탈은 없겠지만 그래도 대비해 두었단다. 그리고 내가 대비한 것 중에 너의 아버지 보브의 ‘붉은 털 기사단’과 아크 네가 누아자 님의 의지를 계승했다는 소문이 돌아 나에게 연락을 넣은 누아자 님의 기사단‘태양의 그림자검 기사단’까지 내가 데리고 각자 이그나이트 영지와 이 라이언 백작 영지에 주둔시켰단다. 그럼 어느 정도 세력이 되지.”
“아버지의 기사단과 누아자 님의 기사단이요?”
아크는 갑자기 두 세력의 이야기를 듣자 혼란스러웠다.
“그렇단다. 붉은 털 보브의 붉은 털 기사단은 내가 예전부터 관리해왔고, 누아자 님의 태양의 그림자검 기사단은, 너도 내가 누아자 님과 접촉이 있었으리라 짐작되어 알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구나. 내가 예전에 누아자 님과 같이 전쟁에서 같이 이겨 냈다는 걸.”
아크는 예전에 누아자가 한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네 알고 있습니다. 그때 누아자 님은 렌 사부님을 애송이라고 말씀하셨죠.”
무려 지금의 검신을 애송이로 취급한다. 그에 침울한 분위기에서 약간의 긴장이 풀렸다.
“흠흠. 그래서 태양의 그림자검 기사단과도 어느 정도 안면이 있었는데. 아크 너의 일이 소문이 돌아 누아자 님의 의지를 이었다면서 자신들이 충성을 다하겠다고 나에게 말했단다.”
렌 사부는 헛기침하며 말했다. 아무래도 애송이라는 말이 걸렸으리라.
“아....... 그렇군요.”
“그래서 말인데 이참에 두 가지의 기사단을 너의 세력으로 만들렴. 너는 그럴 자격이 충분하단다.”
아크는 고민한다. 자신이 누군가의 수장이 되는 것은 일단은 해본 적이 없기에 고민하였다.
‘내가 그들을 이끈다. 내가 누군가를 책임질 수 있을까?’
그때 아미가 아크의 생각을 읽었는지 말을 한다.
“아크. 너처럼 소중한 것을 위해 목숨까지 거는 사람이라면 누군가를 책임 질 수 있어. 내가 장담해.”
이에 란데르그, 유이, 드라이는 아크에게 응원의 말을 해준다. 렌 사부도 있지 않고 이야기한다.
“너는 해낼 수 있을 것이야.”
아미의 말과 동료들. 그리고 렌 사부의 말을 듣자 힘이 나는 아크였다.
“네.”
“그리고 말이다. 아크, 이건 드라이 백작과 제노 공작 그리고 나의 생각인데 너의 출신과 네가 예언의 아이임을 알려 너의 정당성을 알리는 것이 어떻겠냐.”
이에 아미는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네 그러는 것이 좋겠어요. 그래야지 뜻이 맞는 이들이 모여들 것이에요. 그럼 아크에게 힘이 될 것이고요.”
아크도 이에 동의한다.
“네. 이것도 예언의 과정이라면 헤쳐나가겠습니다.”
아크의 굳게 다지는 의지였다.
※ ※ ※
렌 사부는 일단 쉬고 내일 이그나이트 영지로 가서 자신이 모은 보브의 붉은 털 기사단과 누아자 님의 태양의 그림자검 기사단을 만나자고 하였다.
드라이와 제노는 다른 곳의 워프 포인트는 막았으나, 그 두 곳은 아크의 인연으로 그리고 렌 사부의 설득으로 서로 열려있었다.
그들의 의지를 이은 아크라면 그들을 잘 통솔하리라고 생각해서이다.
안 그래도 아크는 무려 마고 대륙에서부터 히브리아 대륙을 걸쳐서 브란티아 대륙으로 온다고 과도한 영력의 사용으로 심신이 지쳐 있었다. 그때는 어리석게도 자신이 빨리 온다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채.
자신이 아무리 무도의 극의. 그랜드 마스터의 실력자라도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크리는 렌 사부랑 의논한다고 나가였다.
‘그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개인적 전투일 뿐. 나의 세력을 만들어서 나의 소중한 것들을 지킬 세력이 필요해!’
아크는 그리 생각하였다. 그때 란데르그가 아크의 방으로 들어온다.
똑! 똑!
“란데르그? 들어와.”
란데르그는 익살스럽게 미소 짓고는 이미 열려 있는 문에 얼굴을 내놓은 채 문을 노크했다. 미소년 같은 얼굴로 그렇게 장난치니 아크의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란데르그도 그것을 노렸으리라.
“아크, 이제 좀 안정이 되오?”
“앉아. 란데르그.”
아크는 방 안에 있는 의자에 란데르그한테 앉으라고 손짓을 한 다음 자신도 앉았다. 그리고 메이드를 불러서 마실 차를 한잔 가져오라고 부탁했다.
“내가 뭘 그리 안정할 게 있다고. 히히, 여하튼 고마워 란데르그.”
“안정을 취해야지 않소이까. 태어나서 처음 겪는 전쟁인데 말이오. 그리고 그리 사이좋았던 이미 서거하신 쉘츠 제국의 롬 황제 폐하의 일도 말이오.”
“흠. 좀 충격이긴 했어. 형님 같으신 분이셨는데.”
“그대는 평화의 시기에 태어나서 지금과 같은 전쟁은 처음 겪을 것이오.”
그렇다. 아크는 4대 대륙의 전쟁사 중에 가장 평화로운 시기에 태어났다. 뭐 그건 인간들의 이야기이니 수라와의 싸움은 제외하고 말이다.
“음, 그렇지,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나의 생각이 맞는다고는 확신이 안 서. 전쟁을 겪은 세대랑 그렇지 못한 세대의 차이는 크니까.”
“그렇소이다. 그래서 주변의 동료들과 친구들에게 항상 자문하시오.”
아크는 대화 도중 이상한 점을 느낀다.
“뭐야 란데르그, 그때는 네가 없는 것처럼 이야기하네.”
란데르그는 부정도 안 하고 미소 짓기만 한다.
“란데르그 진짜로 빠지려고? 이건 너무 위험하니깐?”
아크는 마음속으로 불안하였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의지해왔던 란데르그이다.
그런 그가 이번 전쟁에서 빠지겠다니. 친구로서 배신감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그다음에 든 생각으로는 이해가 되었다. 란데르그는 예언의 아이와 상관이 없었다. 그냥 타인 그냥 이쯤에서 빠지는 게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빠질 것이다. 목숨은 여러 개가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리 생각이 들 때 갑자기 란데르그가 웃었다.
“푸하하. 농담이오. 아크 역시 그대는 순진하구려. 내가 설마 백호의 힘을 받았고 그것도 아니라 친구인데 친구를 버리고 도망이라도 갈 것 같소이까? 이거 소인을 너무 저평가하는구려. 인간쓰레기로 후후.”
아크는 그제야 란데르그가 장난친 것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속으로 안도했다.
‘후~ 고마워 란데르그.’
“뭐야. 란데르그, 장난이 지나치잖아. 사람을 떠보기나 하고.”
“하하하, 소인이 장난친 것은 사과하오.”
그렇게 말하고 란데르그는 잠시 목을 가다듬더니 말한다.
“소인은 잠시 다른 데로 갈까 하오. 소인의 가족들인 하프 블러드 길드원들의 안부도 궁금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전쟁은 정보가 중요하오. 소인이 아크, 그대의 눈과 귀가 되어 드리겠소이다. 그걸 위해 잠시 이별이오. 그것 때문에 찾아왔소이다.”
“뭐? 하지만 지금은 전시 중이야. 어딜 혼자 다니는 것은 위험해.”
“허허허, 소인은 무려 백호의 힘과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소이다. 그 누가 소인을 위험에 빠뜨리오.”
“하지만 그랜드 마스터가 있는 왕국도 있고. 다른 지역에는 마스터도 많아. 혼자 힘만으론 언젠가는 한계에 도달할 거야.”
아크는 그리 생각하다가 이내 한가지의 답에 도달한다.
“그럼 이건 어때? 란데르그, 샴바라랑 같이 가는 거야 너와 샴바라는 사이도 좋은 데다가 샴바라의 경지도 마스터이니, 어디 가서 짐이 되진 않을 거야.”
이번엔 란데르그가 당황한다.
“하지만 말이오. 샴바라는 아크 그대의 말처럼 마스터이오. 전쟁에서 전세를 바꿀 수 있는 마스터. 그것의 존재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소이다. 거기다가 혼돈 속성 석의 힘을 쓰오. 아무리 샴바라가 내 동생이지만 전략적 위치상 데리고 갈 순 없소이다.”
그때 아크가 살며시 사악한 미소를 짓는다.
“윽!”
란데르그가 당황한다.
“란데르그. 방금 백호의 힘을 받았다고 했지?”
“흠흠, 그렇소이다.”
“그럼 주군은 누구?”
란데르그는 지지 않고 말한다.
“흠흠, 주군이지만 친구와 같은, 주종관계는 아니오!”
아크도 지지 않고 말한다.
“여하튼 주군의 말은 들어야지!”
아크가 처음으로 사신수의 주종 계약을 들먹인다.
“후우~ 알겠소이다. 아크가 그리 말하니 따르겠소이다. 그럼 빨리 소인이 정보와 소인 길드원들의 행방을 알고 오겠소이다. 그때까지 망하면 안 되오!”
“물론이다. 이 친구야!”
아크와 란데르그는 서로 생각해줌에 웃으면서 차를 마신다.
※ ※ ※
그날 저녁.
아크는 동료들에게만 상황을 설명하고 샴바라를 란데르그한테 붙여주었다. 그에 샴바라의 반응은.
“야호! 란데르그 형님이랑 같이 여행이라니! 기분이 좋구먼! 고마워 예언의 아이!”
이런 반응이었다. 그렇게 간단한 짐만 가지고 란데르그랑 샴바라는 밤중에 떠났다. 그리고 아크는 렌 사부와 크리랑 같이 대화를 하였다. 그 자리엔 아미도 있었다.
“제가 내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아크는 계속 고민을 하였다. 그동안 렌 사부에게 전술 전략에 대한 교육을 받아 통솔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을 통솔하기까지의 과정이었다.
이것은 직접 겪지 않고는 안 되는 것이기에. 그러나 답은 오히려 가까이에 있었다.
“아크야. 그건 그리 걱정할 것이 없단다. 넌 누아자 님의 딘 하트를 받아 그것에 대한 기억이 이미 있어. 그것도 유능한 지휘관이자 황제의 기억을 말이다. 그리고 크리도 도와줄 거란다. 정복 왕의 분신이니.”
“!”
아크는 그제야 자신이 어떠한 장점을 가졌는지 깨달았다. 너무 긴장하여 그러한 사실들을 기억하지 못하였으나. 렌 사부의 한마디에 모든 것이 해결되는 느낌이었다.
거기다가 렌 사부는 하나의 힌트까지 주었다.
“아크야. 오늘은 명상할 때 누아자 님의 기억에 들어가렴, 그렇다면 지휘하는 노하우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역시! 렌 사부는 아크가 잠을 자지 않아도 되고 그 시간에 명상 수련하는 것을 크리에게 미리 들어 그러한 힌트를 주었다. 그곳에 있던 자들은 모두 렌 사부의 지혜로움에 감탄하였다.
“그리고 말이다. 아크야 내일 이그나이트 영지로 갔을 때 우선 이그나이트 영지를 통해 니푸르로 간 다음 딘 가르드로 가거라. 디아우스들의 연락이 왔단다. 너에게 줄 것이 있다고 하더구나.”
“?, 네 알겠습니다. 사부님.”
아크는 딘 가르드의 디아우스들이 자신한테 무엇을 줄지 궁금하였다. 한편으론 고대의 태양의 디아우스 라에 의해 딘 가르드의 데바들, 즉 천신들은 인간계에 관여할 수 없으니, 이 전쟁에 어떻게 대처할지도 궁금하였다.
그렇게 한참의 논의를 한 다음 아크는 유이에게 갔다. 이에 아미는 뒤에서 난리를 피워 렌 사부가 겨우 진정시켰다. 아크는 유이를 오랜만에 만나 기분이 좋았으나. 지금의 여건이 그것을 티를 내기엔 너무 부적절하여 절제하고 있었다.
아크는 한걸음에 유이의 방으로 가서 노크한 다음 유이와 만났다.
“아크!”
“유이!”
그리고 이어지는 포옹. 오랜 시간 떨어져 있던 연인들이 그렇듯 애절했다.
“그동안 잘 지냈어? 유이?”
유이는 얼굴이 붉어지더니 아래를 보며 이야기한다.
“나야 잘 지냈지. 아크는 어땠어? 아! 물론 어느 정도는 알아 너에 대한 소문이 이곳 브란티아 대륙에서도 퍼져 나도 잘 들렸어. 이곳 라이언 영지에서의 영웅적인 일화는 대륙의 음유시인들을 통해 영웅으로 칭송받았어.”
“아....... 그래? 하하.”
아크는 민망했다. 드라이의 입단속으로 예언의 아이임은 겨우 막았으나. 어느 정도는 소문이 새어 나갔나 보다.
“아크. 이제 네가 예언의 아이임을 알리고 돌아왔다는 걸 안다면, 많은 사람이 너를 도우러 올 거야. 나는 아크 네가 이번 전쟁에서 이긴다고 분명히 생각해. 나는 너를 믿어 아크.”
남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그 여인이 자신을 사랑하고 거기다가 자신을 응원해주자 아크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웠고 좋았다. 그런 아크는 유이를 지긋이 보았다.
“....... 아크, 왜 그리 빤히 봐? 부끄-!”
아크는 유이를 와락 끌어안고 이어지는 아크와 유이의 키스. 아크는 사랑스러운 유이를 차마 그냥 두고 나올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