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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림하되 지배하지 않는다-56화 (56/155)

56. 군주의 마음.

56. 군주의 마음.

흑천 교주 진구만은 말 그대로 폭발했다. 아크와 크리의 기운에 대미지를 입어 그 충격으로 흑천의 기운과 함께 폭발하였다.

“크아악! 네놈들 죽어서도 용서하지 않겠다.”

쾅!

콰아앙!

흑천 교주는 폭사하였고 주변은 일대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곳을 벗어난 아크 일행. 멀리 떨어진 곳에서 크리는 진구만을 향해 한껏 조소를 날렸다.

‘흥, 네놈이 죽어 갈 곳은 명계. 그것도 네놈이 죽인 놈들이 가득한 곳이지. 원래 그런 거야 사람을 죽였으면 네놈도 죽을 각오를 해야 하는 거야.’

그렇게 흑천 교주이자 진 제국 황실의 일원이자 승상인 진구만의 난은 끝났다. 이에 진 제국 황실의 군대가 상황을 정리하고자 왔다.

몇 시간 후.

진 제국은 상황을 빠르게 수습하였다. 당연히 구심점인 황제가 건재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지만. 반면 흑천은 구심점이 사라져서 빠르게 무너졌다.

“재빨리 수색하여라!”

진 제국 병사들은 진구만의 집을 급습! 흑천과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내어 흑천 본진을 급습하였고 그곳에는 미처 피하지 못한 흑천의 간부들과 흑천의 신도들이 무의미한 반항을 하였으나.

상대는 마고 대륙의 최강의 세력 중 하나인 진 제국의 군사들이었다. 이미 공간 전이로 국경의 실력자들과 병사들이 진 제국 수도로 왔고 그들의 활약으로 흑천은 빠르게 무너졌다.

물론 그중에서 눈치가 빠른 자들 몇몇은 도망쳤지만, 상관은 없었다. 흑천은 이미 구심점이 없어졌고 아마 강력한 카리스마가 지도자로 나오는 게 아니라면 흑천은 다시는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무너졌다. 그렇게 마고 대륙을 혼란의 그늘로 바꾸려던 세력들은 없어졌다.

몇 일 후.

진 제국 황제는 아크 일행을 불렀다. 이미 도움을 주어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선물을 보냈다. 그런데도 황제는 아크 일행에게 직접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불렀다.

“폐하. 아크 님, 아미 님, 란데르그 님, 크리 님이 오셨습니다.”

시종은 아크 일행을 존칭으로 불러 황제에게 고했다. 한 나라의 아니 한 세력의 수장도 아닌 일개 무사에 불과한 아크 일행을 황제에게 존칭으로 부른다. 그건 아크 일행을 인정하고도 남을 만큼 호감이 쌓였다는 증거였다.

“어서 안으로 모시 거라.”

황제의 어전으로 들어오는 아크 일행. 그곳에 황제는 푸근한 인상으로 아크 일행을 맞이하였다.

“어서 오너라. 이번 일을 처리한 영웅호걸들을 보니 짐이 기분이 좋구나.”

진 제국 황제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황공하옵니다. 폐하.”

아크 일행은 일제히 황제에게 말한다.

“진즉에 불러 그대들의 공을 치하하고 싶었으나, 짐이 그동안 일이 너무 많았구나. 그리고 흑천은 진 제국의 치부이니 일을 처리하는 와중에 그대들을 부를 수도 없었다. 이해해라.”

한 제국의 황제가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그건 정말이지 놀랄 일이었다. 주변에서 듣던 시종들과 나인들은 기겁한다.

‘흠~ 서민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군주들은 오만불손에 자기만 안다고 하였는데, 쉘츠 제국의 황제도 그렇고 여기, 진 제국의 황제도 그렇고 사람 냄새가 나오.’

란데르그는 일반 서민들이 아는 정보들과 지배자 계층의 사람들을 만난 뒤 느낀 점이 너무 달라 약간의 당황하였다.

뭐 지배자 계층도 사람인데 뭐가 그렇게 다르겠냐 만은 서민들은 일종의 환상을 부여하여 지배자 계층을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니까 저렇게 산다.’이란 식으로 말이다. 이걸 계몽시켜준다면 계급이 없는 사회도 만들 수 있으리라. 그중에서 비리를 저지르는 자들만 단속한다면 말이다.

란데르그의 그러한 생각을 모른 채 진 제국의 황제는 자기 말을 한다. 뭐 대체로 자신의 제국에 합류한다면 부귀영화가 뒤따른다는 이야기였다. 하긴 무려 신화경의 경지를 가진 자가 있으니 그러한 회유는 얼마든지 하리라. 하지만 별 소득이 없자 황제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말이다. 그대들이 궁금할까 봐 말을 하는데. 흑천을 조사하던 중 알게 된 사실이다. 전에 신시 왕국 사신수의 사당을 공격한 이유 중에 주작의 사당에 있던 수상한 도구 말이다.”

그건 아크 일행도 궁금하였다. 확실히 다른 사당에는 없던 기구가 주작의 사당에는 있었다. 사신수의 말로는 주작이 가지고 있던 왕의 힘을 빼내기 위함이라던데 그것으로 무얼 할지는 몰랐다.

황제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말을 하였다.

“흑천 교주. 즉 진구만 전 승상이 주작이 가지고 있던 왕의 힘을 탐내었던 것 같다. 흑천의 힘은 조사 결과와 그대들이 봤듯이 불안정하다. 인간이 수라의 힘을 쓰는 것처럼 어리석은 건 없지. 그래서 주작의 왕의 힘으로 스스로가 왕이 되고자 한 것이다.”

“그러한 기구를 만들 수 있도록 기록한 문서가 있습니까?”

아크는 또다시 그러한 일이 일어나면 큰일 나기에 황제에게 물어본다. 이에 황제는 말한다.

“그러한 기구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진 제국은 물론 마고 대륙 어디에서도 없는 방법이다. 흑천의 본거지를 습격했을 때도 그러한 자료는 얻지 못하였다. 아마 외부의 누군가가 도와주었을 것이다. 짐의 생각엔 마고 대륙을 혼란의 도가니로 만들 계획을 세운 자들의 소행일 것 같다. 짐도 그 존재들의 위험을 알고 그들을 추적하고자 조처를 해놨으니 안심하여도 된다.”

아크 일행 그 이야기 외에도 공을 치하받았다. 역시 한 제국의 통은 컸다. 아크 일행은 평생 흥청망청 쓰고도 남을 만큼의 재산과 명예직이지만 진 제국에서 귀족의 계급과 관직을 받았다. 아크 일행은 일종의 부담감을 느끼는데. 이를 눈치를 챈 진 제국의 황제는 말을 이어 한다.

“부담을 느끼지 말아라. 이것을 내리는 이유는 나중에 진 제국의 백성들을 위해 일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니, 내가 여의치 못할 때 내 백성들을 부탁하는 의미로 내리는 것이다.”

“폐하, 어찌 그런 말씀을 폐하께서는 만수무강하실 것입니다.”

주위에 있던 시종들이 일제히 말한다. 황제는 손짓을 살짝 하더니 이내 아크 일행에게 말한다.

“그대들이 내 사람이 될 수 없단 걸 안다. 하지만 나의 성의를 봐서 내 백성들을 도와주었으면 좋겠구나.”

아크 일행은 진 제국 황제의 성의를 더 거부하면 정성을 보인 황제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받는다.

“황공하옵니다. 폐하. 소신들 폐하의 은혜를 꼭 폐하와 백성들에게 갚겠나이다.”

대표로 크리가 그리 대답한다. 한때 군주로서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크리는 지금 진 제국 황제가 말한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만큼 진 제국 황제는 백성을 사랑하는 어진 군주이다.

※ ※ ※

어전을 나오는 아크 일행. 크리는 아크에게 질문을 한다.

“저 정도 위치의 사람이 자신의 이익보단 백성들을 위해서라고 한 말 믿을 수 있겠어?”

아크는 잠시 생각해보다가 이야기한다.

“아니. 책에서 나오던 기득권층처럼 자신의 위치. 그리고 자신의 기득권을 지킬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할 줄 알았지.”

크리는 자기 생각을 이야기한다.

“그래, 그 책들은 모두 사람들의 상상속의 모습들이지. 데바가 아무리 오래 살아도 기득권층이 자신의 잇속만 챙겼다면 지금의 계층이 존재했을까? 모두 자기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거야. 근데, 이번 천자의 후손은 좀 특출나네. 하~아, 내 후손인 신시 왕국이 마고 대륙의 패권을 노리긴 아직 이르네.”

아미가 끼어든다.

“그럼 크리, 지금의 권력 구조가 가장 이상적이라는 거야?”

“뭐, 너희들이 이야기한 브란티아 대륙의 맹주 쉘츠 제국의 황제도 괜찮은 지배자인 것 같고. 나의 고향인 마고 대륙은 지금이 이상적이야. 적절한 권력 나눔과 권력의 집중이 잘 분배된 경우이지.”

크리는 솔직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대륙의 정세가 엉망이길 약간이지만 원했다. 왜냐하면 몇백 년 만에 자신의 후계자인 천왕이 정해졌는데 새로운 지배자가 나타나길 기대했다.

물론 그렇게 한다면 힘없는 백성들은 직, 간접적으로 힘이 들겠지만 크리 아니 정확히는 본체인 치우천왕은 패왕이다. 세상이 어지럽다면 희생이 있더라도 나서서 바꾸는 게 맞는다고 보는 시각을 가진 자이다. 하지만 지금의 세계정세는 이상적이라서 그러한 생각을 지운다.

‘뭐 좋은 게 좋은 거니까.’

크리는 그리 단념한다.

“그럼 우리들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오.”

란데르그의 물음에 아크가 말한다.

“일단은 고향으로 돌아가자. 여기 더는 있어 봤자 우리가 할 건 없어. 그리고 흑천의 나머지 일들은 여기 사람들이 해결할 문제야. 그리고 나의 직감이 브란티아 대륙으로 가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아.”

“흐음~”

아미는 살짝 걱정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아크가 직감이니 표지니 한다. 그건 아르드리 특유의 초 직감일 수도 있으나 최근 아크가 말하는 직감은 비정상적으로 잘 맞다. 마치 누군가가 암시하듯이.

“일단 쉬고 내일 신시 왕국으로 돌아가자. 고현에게 인사를 해야지.”

아크가 결론을 내린다.

“알겠어.”

“알겠소이다.”

“응.”

그렇게 황실의 별궁에서 쉬고 있는 아크 일행. 그곳에 아미, 란데르그는 쉬고 아크는 잠시 나와 바위에서 가부좌를 틀어 자신의 내면을 보는 명상수련을 하고 있었다. 크리는 아크의 참마검 크리드에 묶인 몸이니 자연히 아크와 같이 있었다. 물론 아크의 수련에 방해되지 않게 정령 상태로 있으면서.

파아앗!

최근 들어 아크는 자신의 내면을 보는 명상수련을 할 때마다. 아크는 깜짝 놀란다. 정신을 자신의 내면의 기의 기운의 흐름에서 의식이 벗어나 주변의 기운들로 또 어느 순간에는 지금처럼 커다란 끝이 없는 우주 속을 헤엄치는 기분이었다.

‘이게 뭐지? 마치 끝이 없는 우주 안에 있는 느낌은?’

크리는 그 상황을 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다.

수련을 끝낸 아크. 크리에게 질문을 한다.

“크리, 너도 느꼈겠지만 최근 내가 수련할 때 커다란 우주를 거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태극사신무가 원래 그래?”

크리는 살며시 미소 짓는다.

“그건 인간의 몸 하나하나는 원래 하나의 소(小)우주가 있어. 그 기운을 활용하면 대우주의 기운을 느낄 수 있지.”

“그렇다는 건.”

최근 눈치가 빨라진 아크였다.

“그래 태극사신무의 힘의 원천. 이 대우주의 법칙이자 하나뿐인 힘. 창조주 안의 힘을 쓴다는 거야. 최근 너의 초 직감이라는 것도 그 안의 힘을 활용하는 거고.”

“역시 그렇군. 태극사신무라는 것이 창조주 안의 감응 자. 환웅 천왕이 자신들의 후계자들도 안의 감응 자가 될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라는 말이로군.”

아미가 바위 근처 수풀에서 슬쩍 나오며 말했다.......

“아미, 아직 안 잤어?”

“역시 같은 창조주 안의 감응 자답게 느끼는군.”

아크는 놀란다.

“뭐? 아미가 창조주 안의 감응 자라고?!”

아미는 한숨을 쉬더니 말한다.

“크리, 너 도대체 목적이 뭐야? 그걸 하나하나 들추고 아크를 안의 감응 자로 만드는 것을 미리 말하지 않는다니.”

크리는 넉살이 좋게 웃으며 말한다.

“하하하, 아미. 너도 미리 이야기하지 않았잖아. 너의 정체. 그리고 안의 감응 자라는 것을.”

쿠궁!

그런 크리를 째려보는 아미. 아크는 이들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도통감이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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