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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림하되 지배하지 않는다-54화 (54/155)

54. 진 제국의 우환(憂患).

54. 진 제국의 우환(憂患).

진 제국 사신단이 고현 태자 즉위식 때부터 신시 왕국의 수도 신시에 눌러앉았다. 약 430년 만의 평화의 상징이었지만 슬슬 귀찮아지는 태왕과 고현 태자였다. 그때쯤에 태자 고현이 아크 일행을 불렀다.

“고현, 무슨 일이야? 우리를 부르다니?”

아미가 궁금함에 물어본다.

“그게 말이야 아크, 아미, 란데르그 그리고 크리 님. 일이 복잡하게 되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이번에는 아크가 질문한다.

“그게 말이지, 알다시피 진 제국의 사신단이 우리 신시 왕궁에 와있다는 것은 알 거야.”

“그래 그건 알지, 근데 그게 무슨 상관이 있어?”

“그 사신단의 요구가 그러니까, 우리들이 진 제국에서 신시 왕국으로 올 때 해왔던 일들 때문이야.”

“응?”

아크 일행은 단체로 머리 위에 ?가 났다.

“우리들 그러니까 우리들이 가명으로 썼던 진, 란, 지혜로운 영물 아미, 그리고 이름 없는 무사로 해왔던 게 협객 전설 같은 것이 되어서 진 제국 황실까지 알려 졌나 봐.”

“?!”

“그래서 사신단의 요구는 자신들의 협객이 신시 왕국으로 향했다고, 그들을 다시 진 제국으로 보내 달라는 거야. 자신들이 부탁할 일이 있다고.”

“?!”

아크 일행은 당혹감에 물들었다.

“아무래도 우리들을 이용해서 흑천의 조사와 처리를 부탁하려는 것 같아.”

고현은 곤란하다는 듯은 표정을 지었다.

“뭐! 아니 황실에서 안 하고 협객 전설 같은 이야기에 나오는 우리한테 맡긴다고!”

아미는 황당하여 소리친다.

“황실에서 믿을 자가 없다고 그러나 봐. 지금 사신단에 온 자도 진 제국의 승상이야.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지.”

그때 아크의 초 직감이 발동한다. 자신들이 가야 할 바를 표지가 말해주는 느낌이었다.

“우리들이 가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아.”

“야! 아크!”

“그게 무슨 말이오!”

아미와 란데르그가 오랜만에 쿵 짝이 맞았다.

“그냥 내 직감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어. 이건 예언의 완성을 위한 표지야.”

아크가 그렇게 말하자 아미와 란데르그는 입을 다물었다. 아르드리 특유의 초 직감을 아는 사람들이라서이다.

“하지만 고현, 이름 없는 무사는 어떻게 하지? 지금 사신단은 너의 얼굴을 알고 있고 한 나라의 태자가 남의 황실에 관련된다는 게 마음에 걸리는데 우리끼리만 가도 돼?”

“후유~ 그게 아크 한 명도 빠짐없이 데리고 오라는 거야.”

고현은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고 한 나라의 태자와 친구들이 남의 나라의 일을 도와줬다는 게 알려지면 진 제국 측의 자존심이 상할 것이기에. 그러하면 진 제국 측 동맹을 반대하는 세력에 빌미를 만들어줄 것이다. 어쩌면 전쟁까지도 갈 수도 있다.

“그건 내가 가면 될 것 같은데?”

크리가 뭔 대수냐는 듯이 말했다.

“크리 님?”

“내가 아크의 영력의 힘을 빌려 실체화 할 수 있었거든 그리하면 인원은 채워지는데 어때?”

묘수였다. 고현은 구원을 받은 기분으로 크리를 보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크리 님!”

“뭘 이런 것 가지고. 히히.”

그렇게 진 제국으로 갈 특사가 정해졌다. 가기 전 태왕이 아크 일행을 불렀다. 아크 일행은 이번에는 태왕을 만나기 전 크리는 실체화로 변하게 하였다. 태왕이 자신 선조의 분신을 보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아크가 영력을 더 써서 어린아이의 모습이 아닌 청년의 모습으로 만나러 갔다.

“태왕 폐하, 부르셨습니까.”

“그래 아크, 아미, 란데르그. 그리고 크리 님, 실제로 인사드리는 것은 처음이군요.”

“히히, 괜찮아. 나는 정령 상태로 태왕을 많이 봤어.”

남들이 들으면 기겁할 태왕 폐하께 하는 말투였지만 여기는 태왕과 고현 그리고 아크 일행만 있었다.

“네, 크리 님. 가시기 전에 인사드리고 선물을 드릴까 해서 오시라고 했습니다.”

“황공하옵니다. 폐하.”

아크 일행이 대답했고.

“황공하네. 태왕”

크리는 가볍게 말하였다.

“자, 여기.”

태왕은 어전 뒤편에 있던 비단 천을 치우고 거기에는 하얀색의 갑주가 있었다. 모두 치우 천왕의 상징인 도깨비 모양이 들어있는 갑주였다.

“우와! 굉장하옵니다. 폐하.”

아크와 란데르그는 놀란다.

“허허허, 크리 님은 알다시피 저의 민족은 백의민족(白衣民族) 민족이라고 불리 오지 않습니까. 그래서 준비한 갑주이옵니다. 백광(白光)의 광물로 만들어서 좋을 것입니다. 아! 브란티아 말로 하면 이그니스 광물이지.”

순백의 이그니스 광물로 만든 갑주는 값을 매길 수 없는 가치였다.

“감사하옵니다. 폐하”

“우후~ 제법 무리했는걸? 태왕.”

“아크 일행과 크리 님이 저의 아들 태자 고현 대신 가는 것이니 제가 좀 무리를 해야죠. 이걸로 저의 몇 년 치 용돈이 날아 갔습니다. 하하하.”

과연 태왕의 스케일, 값을 매길 수 없는 갑옷이 겨우 용돈이란다. 몇 년 치라는 것이 좀 걸렸지만, 그래도 엄청난 클래스였다.

그렇게 갑주를 받고 아크 일행은 태왕과 태자 고현이 열어준 소소한 술자리에 회포를 풀었다.

다음날. 아크 일행은 진 제국 사신단과 만났다. 진 제국 사신단은 아크 일행을 반갑게 환대하였다. 크리는 아크의 영력을 받아 실체화하였다. 사신단이 있는 곳에는 초로의 사람이 아크 일행을 맞이했다.

“오! 어서 오시오. 대협, 그대들의 무용은 익히 들었소.”

아크가 대표로 사신단과 말을 하였다. 아무래도 이자가 승상일 것이다.

“반갑습니다. 진 승상님, 그나저나 저희가 진 제국의 일을 도울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허허허, 대협. 겸손이 과하면 실례라오. 그쪽이 음....... 그러니까 귀여운 느낌의 잘생긴 자이니 진 대협 이겠구려, 저기 미소년 같은 분은 란 대협, 고양이 모습을 한 영물은 지혜로운 아미 님, 음?! 검은 머리를 뒤로 묶고 눈은 황갈색이랬는데 허허 사람들이 잘못 보았나 보오, 황금빛 눈을 가진 그쪽이 이름 없는 무사 대협이로군, 반갑소이다.”

아크 일행은 크리를 논할 때 식은땀이 흘렀으나 의심 없이 잘 넘어가자 안심을 하였다.

“진 대협은 검을 환두대도를 쓴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무기가 없구려.”

“아?! 하하 사실은 얼마 전에 아공간 압축형 검을 구했습니다. 그래서 안 보이는 것입니다. 필요할 때 부르면 되니까요.”

“허허허, 그것참 부럽구려, 그러한 무구(武具)는 여러모로 쓸모가 많소이다. 하지만 진 제국 황실에서는 감지할 수 있어 의심받을 수 있으니 병사들에게 미리 말해 놓겠소.”

“감사합니다. 진 승상.”

아크는 최대한 공손하게 대답하였다.

“근데 이름 없는 무사, 대협, 계속 이름 없는 무사라고 부르니 그렇소이다. 이름을 말해주지 않겠습니까?”

크리는 미리 생각해둔 이름을 이야기한다.

“이름은 치웅이라고 하옵니다.”

치우 천왕의 치우에서 이름만 살짝 바꾸는 크리였다.

“허허허, 이름을 알게 되어서 반갑구려, 치웅 대협 그럼 준비가 되었으면 바로 진 제국의 황궁으로 갈까요? 근데, 경지가 정확히는 어떻게 되오?”

진 제국 승상, 진 승상은 일을 확실히 하기 위해 아크 일행의 경지를 묻는다. 이에 아크 일행이 대답한다.

“저희는 모두 화경의 경지이옵니다.”

“오호! 보고받은 대로군 다행이오, 다르면 신시 왕국에서 우리를 속이기 위한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뻔했소이다.”

‘휴우~’

아미는 속으로 한숨을 쉰다. 진 제국에서 협객 일을 할 때 아크 일행은 그때 경지인 화경 급의 힘을 보여준 적이 있다. 이에 아미는 그때의 경지를 말하자고 전날에 합의를 봤다. 설마하니 그동안 경지가 더 높아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기에.

하마터면 거짓말을 해 경지를 낮추어 말했으면 진 제국과 신시 왕국의 동맹에 균열이 갈 뻔하였다.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진 승상의 말에 아크 일행은 깜짝 놀랐다.

“어떻게 그동안 그러한 경지의 자들을 몰랐는지 놀랐소이다.”

“아 저기 그건.......”

아크 일행은 일동 긴장 상태.

“역시 무림의 일은 아직 모르는 것이 많소이다. 허허허.”

진 승상은 자신이 물어놓고 알아서 답을 찾는 타입이었다.

‘휴우~’

마고 대륙의 특이한 무림 시스템에 대한 감사를 보내는 아크 일행이었다. 크리만이 여유롭게 미소를 보였다. 아마 이러한 상황을 예상했으리라.

“자 그럼 잡담은 그만하고 이번에 사신단이 돌아올 수 있도록 진 제국 황실로 좌표를 맞춘 공간 이전 방진으로 갑시다.”

아크 일행은 환대인지 심문인지 모를 인사로 정신적 충격을 입었다.

잠시 후.

아크 일행과 진 제국 사신단은 주술적 처리가 된 방진으로 갔다. 태왕과 고현의 사절단으로서 잘해줄 것을 당부 받고 아크 일행과 진 제국 사신단은 진 제국 황실로 갔다.

휴우웅!

과연 한 나라의 방진답게 깨끗한 느낌이었다. 잠시 눈을 깜짝이는 사이에 신시 왕성에서 진 제국 황실로 이전되었다.

“허허허, 어서 오시오.”

그곳에 사람 좋아 보이는 후덕한 인상의 아저씨가 있었다.

“승상 진구만, 마고 대륙의 천자이신 황제 폐하를 뵙니다.”

“응?!”

아크 일행은 기겁하였다. 그냥 인상 좋아 보이는 옆집 아저씨 같은 분이 진 제국의 황제라고 해서이다. 이번에는 크리도 놀랐다.

“허허허, 숙부님. 그냥 편하게 말씀하시면 될 것을.”

“폐하, 무림인이긴 하나 이자들은 손님들입니다. 어서 위용을 보여주십시오.”

“험험, 그래, 그대들이 진 제국의 백성들을 도와주었다던 협객들이더냐.”

그리 말하고 진 제국 황제는 아공간 물건을 이용해 재빨리 곤룡포를 입었다. 검은색 흑룡이 인상적인 곤룡포였다.

“예, 폐하. 소인들이 그자들이옵니다.”

진 제국의 황제는 부드러운 인상으로 아크 일행을 본다. 브란티아 대륙에서 듣던 진 제국의 황제와는 이미지부터가 달랐다. 어둠의 황제라는 이미지완 달리 동네 옆집 아저씨의 느낌이었다.

“흐~음, 그래 보고 받은 대로군, 그쪽이 그 협객들의 대장인 진인가?”

‘?’

아크 일행은 같이 다니긴 했지만, 딱히 대장을 만들진 않았다. 모두 평등한 관계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항상 앞장서서 사람들을 돕는 아크가 대장으로 보였으리라.

“그래 대장이 진 제국과 발음이 같은 진이라서 좋구나. 허허.”

이 얼마나 삼척동자 같은 사고방식인가. 유치한 말투가 황제가 아니라 역시 옆집 아저씨 같았다.

“자 그럼 어서 어전으로 가세.”

그러나 진 제국의 황제는 사람을 이끄는 묘한 힘이 있었다.

‘오호, 천자의 후손은 이러한 기운이구먼.’

크리는 잠시 황제와 싸웠던 때를 생각한다. 황제도 그랬다 모든 싸움에서 자신에게 졌지만, 그때마다 사람을 이끄는 힘으로 매번 자신에게 도전하였다. 그래서 결국에는 마지막 전투에서 자신이 졌다. 그것만큼은 크리도 치우 천왕도 그런 황제를 인정하였다.

이윽고 도착한 황제의 어전, 그곳에는 검은색으로 된 흑룡의 조각상이 많았다.

“자, 그럼 우리들의 의뢰는 흑천을 조사해달라는 것이다.”

진 제국의 황제는 일에 들어가자 사람의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다. 진중하고 엄격한 군주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조사해야 할 것을 직접 설명하고 이유를 말하였다. 그 모습에 아크 일행은 깜짝 놀랐다.

“예 폐하, 폐하의 뜻. 받잡겠습니다.”

“우리들의 우환거리를 타인에게 맡긴다는 것이 웃기지만 지금 진 제국은 성향이 나뉘어져 있다. 온건파와 강경파로 선황이신 아바마마는 강경파셨으나, 나는 다르다. 내 생각으로는 백성들을 위해서 지금의 평화를 유지하고자 한다. 그대들이 짐의 생각을 잘 이해해주길 바란다.”

아크 일행은 진 제국의 황제를 다시 보았다. 백성들의 안전을 위하는 황제를 보자 그만 감탄을 한 것이다. 그리고 의견을 듣고 어찌 조사해야 할 것을 알았다.

“자, 우리에게 온 손님이나 이것은 극비임무, 그래서 화려한 연회는 못 열어준다. 하지만 오늘은 푹 쉬도록 하여라.”

“황공하옵니다. 폐하.”

그렇게 아크 일행은 쉬게 되었다. 저녁이 되자 별궁에 있는 아크 일행에게 산해진미가 나왔다. 진 황제의 성의 표시일 것이다. 아크는 식욕도 없는지 명주를 하나를 가지고 창가로 크리와 대화한다.

“흠~ 치웅, 진정한 군주란 뭘까?”

아크 일행은 다른 사람이 들을까 봐 자신들끼리 말할 때도 가명을 쓴다. 황궁의 귀는 많았다.

“음~ 진, 그건 그 시대에 따라 달라, 나의 본체처럼 패왕 적인 기질이 강하기만 하면 신하들의 목소리를 안 들어 독재 폭군의 모습으로 보일 수가 있어. 내가 느끼기엔 때론 부드럽고 때론 강해야 하는 강약 조절이 필요하다고 봐. 지금같이 평화로운 시대엔 진 제국 황제와 같은 군주상이 잘 맞을 수도 있어.”

“하지만 치웅. 이건 거짓 평화야. 내가 느끼기엔 꼭 폭풍전야 같은 느낌이랄까.”

치웅은 잠시 생각에 잠긴다.

“흠~ 그건 너의 생각이니 아니면 너의 혈통에 따른 초 직감이니?”

“둘 다야.”

‘이 아이 핏줄의 힘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본능적인 감각으로 시대상을 읽어내는군. 타고난 군주 감이야.’

그렇게 크리는 생각했다. 그리고 더 말을 하려는데.

콰앙!

화르르!

진 제국 황궁에서 폭발음이 들리더니 화마가 일어났다. 폭풍전야는 끝났다. 이제 폭풍의 시기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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