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림하되 지배하지 않는다-53화 (53/155)

53. 태자의 즉위식.

53. 태자의 즉위식.

그러한 소동이 지나고 곧 태자의 즉위식이 열렸다. 신시 왕국의 유력가문과 인사들 그리고 대신들과 중소 대신들이 참석하였다. 아크 일행도 귀빈의 신분으로 즉위식에 나타났다.

“우와! 이게 다 고현의 태자 즉위식을 축하해주기 위해 온 사람들이야?”

“아크! 말조심해! 지금은 우리가 친구처럼 부를 수 없어. 지금 한 나라의 태자 즉위식인데 이름으로 불렀다간 목이 잘려!”

아크는 뒤늦게 깨닫고 입을 다문다. 란데르그도 고현을 이름으로 부를 뻔하였다, 다행히 아크가 선수를 쳐서 자신은 실수를 하지 않았지만. 크리는 공중에 뜬 채 조용히 혼자 말을 한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겐 안 보인다.

“쯧쯧쯧, 역시 바보들이야.”

아크와 아미, 란데르그는 들리지 않을 정도의 소리였다.

즉위식은 화려했고 웅장했다. 그리고 아크 일행이 자세히 살펴보니 진 제국의 상징인 반고의 수하인 흑룡 깃발을 든 진 제국의 사신단도 있었다.

“아미! 저기 봐봐! 진 제국의 사신단도 왔어!”

이에 아미도 놀랐다.

“어?! 저번에 태자마마가 태왕 폐하에게 말을 한 것처럼 분위기가 좋아 보이는데!”

그렇다. 흑천이라는 공통된 적의 등장으로 마고 대륙이 마기화가 된 지 약 430년 만에 진 제국과 신시 왕국은 임시 동맹을 맺은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태자 고현의 활약이 컸다. 물론 이러한 동맹을 반가워하지 않는 인물들도 있을 것이다. 기득권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싫어한다. 기존의 기득권을 놓칠까 봐. 그건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어디에서나 있을 것이었다.

한편 신시 왕성 내부 인적이 드문 곳에선.

샥사삭!

그러한 기득권을 놓칠까 봐 발 빠르게 움직이는 자들도 있었다.

“윤 대신님, 목표에 가까워졌습니다.”

신시 왕궁에서 구석진 곳에 주술적 통신기로 대화하는 수상한 자들. 그들은 이번 태자 즉위식에 분란을 일으키려 하는 자들로 보인다.

※ ※ ※

아크는 고현 태자의 즉위식을 보며 그냥 잡생각을 하였다. 정확히는 앞으로의 수련 방향을 잡는 생각이었다.

‘주작의 힘을 빨리 깨우쳐야 하늘을 날 텐데. 흠, 전에 란데르그한테 준 메라도 한번 타봐야 하늘을 나는 기분을 알 까나?’

그때 크리가 아크의 마음속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크, 여기에 악의를 가지고 움직이는 자들이 있어.

“음?”

아크는 크리를 보며 이야기하려고 하는데.

-쉿! 그냥 가만히 있어. 어차피 나는 안 보이니 너만 조용히 움직이면 아무도 모를 거야. 내가 그러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안내해 줄게. 조용히 나와.

아크는 크리의 그 말에 조용히 귀빈석을 나와 크리가 안내해 준 데로 향한다. 그리고 가는 도중에 대화하는데.

“아크, 일단은 나를 영력의 힘을 빌려 실체화시켜줘. 나도 오랜만에 스트레스 좀 풀게.”

“흠~ 알겠어. 영력의 힘을 쓰면 되지.”

“그래 힘의 활용법은 태극사신무의 응용이니까 어렵진 않을 거야.”

“알겠어.”

그렇게 아크는 크리를 실체화하고 그 악의를 가진 자들을 찾아간다. 과연 쥐새끼처럼 움직이는 자들이 있었다.

※ ※ ※

그리고 수상한 자들이 음모를 부리려고 하는데.

“흠, 그러한 경지로 이 짓을 벌인다고?”

깜짝!

누군가가 수상한 자 뒤에서 이야기한다.

“크리, 확실하긴 한 거야? 이자한테서 악의가 느껴진다고?”

이자들은 아크의 영력에 힘입어 실체화된 크리와 아크였다.

“아크, 너도 태극사신무에 더욱 집중하도록 해. 태극사신무를 더욱더 강하게 느끼면 악의도 느낄 수 있는 거야.”

"그렇군!"

“쳇!”

수상한 자는 아크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피리를 불었다. 자신들만의 주술적 처리가 된 암호일 것이다. 그러자 진 제국 사신단과 같은 옷을 입은 자들이 나왔다. 모두 13명. 그들은 각자 무기를 들었다.

“오호~ 진짜네, 크리, 다시 봤어. 좋아 나도 더욱 수련해야지.”

“훗! 웃기는군, 겨우 두 명이 함께 우리들을 막겠다고? 죽어라! 해치워!”

그 말을 끝으로 아크와 크리에게 달려드는 자들.

“아크, 누가 더 많이 잡나 내기할까?”

“좋지. 이긴 사람 소원 들어주기.”

흉흉한 살기를 뿜어대는 자들이 자신들에게 달려드는 와중에도 동네 마실 나온 것처럼 이야기하는 아크와 크리였다. 그리고.

퍽!

퍼퍼퍽!

아크와 크리는 무기를 꺼낼 것도 없이 맨주먹으로 그들을 곤죽으로 만들었다. 물론 살아있는 채로 생포하였다.

“이....... 이럴 수가, 전원 일류에서 이류 무사로 된 우리들을 이렇게 쉽게 제압하다니. 윽!”

그렇게 말하곤 혼절이 된 수상한 자들이다.

“흠~ 일류 무사 수준이 이 정도구나 하지만 나는 신화경의 경지라고.”

아크는 이미 혼절해서 정신을 잃은 자들에게 말한다. 들었으면 기겁했을 내용이다.

※ ※ ※

“한 장군님, 이들의 배후세력을 알아봐 주세요.”

크리는 다시 정령 상태로 돌아갔고 아크는 생포한 자들 모두를 한 장군에게 인솔하였다.

“허허허, 내가 버티고 있는데도 들어오다니. 필시 내부협력자들이 있을 것이야.”

한 장군의 입은 미소 지었지만, 눈은 차갑게 식었다.

“네, 그럴 것입니다. 마기의 기운도 안 느껴지는데 흑천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진 제국 사신단의 복장을 하고 있습니다. 필시 진 제국과 신시 왕국을 이간질하려는 세력일 것입니다.”

그게 아크가 내린 결론이었다.

“내가 태왕 폐하께 아뢰고, 우리들은 조사를 착수할 것일세, 고맙네! 하마터면 태자 전하의 즉위식이 엉망이 되고, 진 제국과 또다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네. 자네의 공은 꼭 태왕 폐하께 아뢰겠네. 그리고 요즘 한기가 많이 느껴진다네, 으휴~ 갈 때가 되었는지 원. 허허허.”

“네, 하....... 하하. 설마요,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한 장군님.”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는 한 장군과 아크. 그들의 공통된 생각은 겨우 평화를 되찾았는데 그것을 빼앗길 수는 없는 마음과 이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리고 한 장군의 한기는 비밀로 유지해야 한다. 귀신을 무서워하는 한 장군이 기절할 수도 있기에.

잠시 후.

아미와 란데르그한테 돌아오는 아크와 크리.

“어디 갔다가 이제 와 아크! 이제 즉위식이 거행돼!”

“아하하, 잠시 볼일이 있어서 말이야. 아미.”

“큰 거요? 오래 걸리는구려, 혹시 변비?”

“으휴, 멍청한......”

크리가 조용히 한마디 했다.

“어! 이번에는 확실히 들었소이다. 저번처럼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오!”

“자자, 조용히 해. 우리들의 친구가 즉위식을 거행하는 걸 봐야지.”

아크는 란데르그와 크리를 중재를 하고 기쁜 마음으로 고현의 태자즉위식을 본다.

고현은 선관의 축복을 받고 태왕에게 검을 하사받는다. 태자들의 상징인 태자 검이다.

“나! 신시 왕국의 태자. 고현은 마고 님께 고하노라! 천지신명의 뜻을 받들어 태왕을 보필하여 어진 정치로 만백성의 어버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노라고.”

그렇게 고현의 말이 끝나자 신시 왕국의 대소 신료와 밖에서 보던 백성들은 모두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와 ‘만세, 만만세’라고 소리를 질렀다.

“아미, 마고 님이 누구야?”

“어 그건, 아크, 그분은 처음으로 동대륙을 발견한 데바야. 시초 대륙을 제외한 3개의 신대륙은 그 땅을 처음 발견한 자들의 이름으로 되어있어. 이건 몰랐지. 호호”

아미는 아직도 아크에게 가르쳐줄 것이 있어 기뻤다. 그만큼 아크도 아는 것이 많아진 것이 기쁘고 한편으론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자신이 있을 자리가 없어지는 느낌이라서이다.

‘아미....... 그렇게 아픈 사랑을 하는 거야?’

크리가 일부로 아미를 두고 아크에게 도발하는 것은 처음 봤을 때부터 느껴오던 느낌 때문이다. 척 보기에도 아미는 아크를 진심으로 많이 사랑해서.

그렇기에 일부러 아크의 질투를 유발하게 시키는 것이다. 이런 것만 눈치 없는 아크가 예언의 아이이지만 미웠다. 그에 비해 눈치가 엄청 빠른 크리였다.

즉위식이 막바지에 이른다. 이제는 신시 왕국 고유의 음악인 아악(雅樂)의 가락이 울려 퍼졌다. 그때 고현이 귀빈석에 있는 아크 일행에게 다가온다.

“여기 있었구나. 내 친구들.”

란데르그는 약간의 투정을 부린다.

“흥! 이제 오는 것이오?”

고현은 미안하다는 듯이 웃었다.

“하하하, 미안해. 란데르그. 나도 나름 바빴어, 미안해.”

“야! 란데르그, 그런 말을 하다니, 그리고 지금은 태자 전하이셔 말 좀 가려서 해, 태자 전하. 저 미천한 것의 말은 잊어 주십시오.”

아미는 잽싸게 사죄의 말을 한다. 역시 아미였다.

“하하하, 아니야. 아미. 너희들의 지금 신분은 국빈이야.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나와 동등한 친구 관계를 맺고 있지. 지금 나는 태왕도 아닌데 벌써 그럴 필요는 없어.”

“그....... 그런가? 호호, 그래 좀 너무 했어! 고현.”

빠르게 태도 변환하는 아미였다.

“어때? 아크. 너도 서운했니?”

고현은 이번에는 아크에게 물어본다. 이에 아크는 솔직히 말한다.

“처음에는 좀 많이 서운했는데, 지금은 아니야. 이 자리에 서려고 준비하고 각오를 다진다고 생각하니까 그러한 생각이 없어졌어. 축하해. 고현.”

“고맙다 아크. 크리 님 저 어땠나요?”

“멋있었다. 고현, 역시 내 본체의 후손다운 연설이었다.”

고현은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감사합니다. 당신의 후손답게 멋진 한 나라의 태자가 되겠습니다.”

크리도 만족스럽게 웃는다.

“히히히, 그래 그래야지.”

※ ※ ※

며칠 후 아크 일행에게 태왕과 한 장군에게 연락이 왔다. 태자 즉위식의 수상한 자들의 배후 세력을 알아냈다는 것이었다.

태왕의 어전. 그곳에 아크 일행과 태왕, 고현, 한 장군이 있었다.

“어서 오너라, 아크, 아미, 란데르그.”

“예, 폐하. 저번 태자 전하의 즉위식에 난입했던 자들의 배후세력을 알아내셨다고 들었습니다.”

어쩐 일인지 모른 아미와 란데르그, 이 사실을 아는 아크가 대표로 말을 한다.

“그래, 자세한 건 한 장군이 설명해줄 것이다. 한 장군.”

“예, 폐하. 아미 양, 란데르그 군 저번의 태자 전하의 즉위식 때 아크 군이 수상한 자들을 잡았소. 그래서 소인이 그들을 심문하여 배후세력을 알아냈소.”

한 장군은 자신의 주군. 태왕이 있자 평소 말투와는 달랐다.

“아크, 이게 다 무슨 말이야?”

“들은 대로야. 아미.”

아미와 란데르그는 의아해해서 아크는 따로 말하려 했다. 그러나 한 장군이 헛기침을 하며 말하는데.

“흠흠....... 여하튼 그들은 대신 중 윤 대감 일파가 한 짓으로 나왔소. 그들은 윤 대감의 개인 사병들이고 진 제국의 소행으로 하여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였지.”

“그 기득권이라는 게 뭔가요??”

“진 제국과 전쟁을 통해 무기 밀매업을 행했다고 하오.”

역시 기존의 기득권은 그 위세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조국의 미래도 안 보이나 보다.

“윤 대감 일파는 이일이 실패로 돌아가자 모든 문서를 처분하고 몰래 쿠로사키 열도로 도망가다가 우리 측 병사들에게 붙잡혔소, 그리되어 일이 잘 마무리되어서 아크 군의 공이 커서 이 일을 알린 거요.”

“아~ 그랬구나, 아크 수고했어.”

아미는 아크의 공에 칭찬한다.

“수고했도다. 아크여, 그래서 짐이 그대에게 은 주괴 2000개를 하사하노라.”

어마어마한 양의 돈을 받자 아크 일행은 넋이 나갔다.

“화....... 황공하옵니다. 폐하.”

“아크. 나의 공도 있다는 거 잊지 마.”

갑자기 크리가 대답하자 태왕의 어전에(한 장군은 볼 수 없다.) 한기가 느껴지는 한 장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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