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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림하되 지배하지 않는다-52화 (52/155)

52. 새로운 힘의 발현.

52. 새로운 힘의 발현.

아크 일행이 신시 왕국의 수도 신시에 온 지도 이틀이 되었다. 아크 일행에겐 갑자기 고현 왕자의 태자 즉위식이 있다고 고현은 얼굴 보일 새도 없이 바쁘게 다녔다. 그동안 아크 일행은 신시 왕성의 한 별채에 방치된 채 지냈다.

“뭐야 고현. 우릴 이대로 방치하다니!”

아크는 내심 고현이 괘씸했다.

“그러게 말이오. 쩝, 쩝쩝, 괘씸하오. 쩝”

“란데르그, 일단 그 음식이나 다 먹고 말해.”

아미는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서 그런 말을 하는 란데르그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좋아하던 사람이....... 쯧, 쯧.’

아미가 속으로 란데르그를 깠다.

‘으휴, 상단전을 열어도 바보는 바보구나.’

크리 또한 그리 생각하였다. 아크는 그렇다 쳐도 란데르그는....... 진짜 바보 같았다.

“아크, 고현은 한나라의 왕자에서 이제는 신시 왕국의 정식 후계자. 태자가 되는 거야, 우리가 이해해야지 우린 친구잖아.”

아미는 아크를 달랜다.

“흠! 아미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그렇지만 얼굴 한 번쯤은 보여줄 수 있잖아.”

아크는 나이에 안 맞게 어른 같은 말을 많이 해도 아직은 어렸다. 가끔 어린애의 투정이 나오니. 이런 아이가 그랜드 마스터 급의 경지를 이룩하다니 세상 참.

“아미, 역시 나밖에 없지?”

아미가 그러한 생각을 하는지 눈치 빠른 크리는 잽싸게 아미에게 붙었다. 아미는 그런 크리가 귀여운 듯이 앞발로 크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크리는 고양이의 갸릉갸릉 하는 소리를 내었다. 누가 고양이인지.

“크리, 그렇게 아부하냐!”

아크는 점점 크리가 괘씸해졌다.

“흥! 아부가 아니라 처세술이란 거다. 꼬맹아.”

아크와 크리는 처음에는 사이가 좋았으나 크리가 점점 아크를 도발하였다. 역시 남자들의 우정을 깨는 것은 예쁜 여자였다.

“둘 다 그만해 아크, 크리.”

성질은 냈지만 아미는 내심 아크의 적극적인 태도 변화가 크리가 개입해 일어나서 이 상황을 즐겼다.

“좋아. 아미가 그러니 내가 참지.”

크리는 선심 썼다는 듯이 말을 한다.

“흥!”

아크는 더 말을 하면 자신만 손해인 것을 알고 입을 다문다. 그리고 자리로 가 태극사신무의 수련을 위해 명상을 한다.

파아앗!

대기 중의 풍부한 마나가 아크 몸 안의 막대한 마나와 합쳐져 배꼽 아래의 단전에서부터 심장의 중단전 그리고 머리의 상단전으로 치고 올라왔다.

태극사신무를 받고 아크는 잠을 자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태극사신무를 받고 잠을 자도 깨어 있을 때와 같은 정신을 유지했다. 물론 휴식은 되었다. 대신 잠을 자는 시간에 무의식에 들어가 명상을 하여 평소보다 수련 시간이 2배 이상 많아졌다.

그렇게 아크는 이제는 사신수의 힘을 어느 정도까지 쓸 수 있게 되었다. 아직 실전 같은 급박한 사용은 조금은 무리였지만 대련과 같은 상황에서는 충분히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수련 속도라면 곧 실전에서도 사용과 응용을 할 수 있었다. 그때 한 장군이 들어왔다.

“하하하, 안녕하신가. 아크, 아미, 란데르그.”

아크 일행은 오랜만에 손님의 등장에 반가워한다.

“어?! 안녕하세요. 한 장군님!”

아크는 놀라움과 반가움에 인사한다.

“어서! 오시오. 한 장군. 쩝쩝!”

“안녕하세요. 한 장군님.”

란데르그, 아미는 차례로 인사하였다.

“하하하, 자네들이 심심할까 봐 내가 왔지. 고현 왕자- 아니, 곧 태자님께서 직접 부탁하여 온 것일세. 휴식은 취할 만큼 취했으니. 아크와 란데르그와 대련을 해달라고 하시더군.”

그 말에 아크와 란데르그는 고현에 대한 불만이 싹 사라졌다. 자신들을 위해서 바쁜 와중에 그런 부탁을 하다니 아까 전까지만 하더라도 흉을 보던 아크와 란데르그는 그만 얼굴이 붉어졌다.

‘미안해 고현.’

‘미안하구려, 쩝, 쩝 고현.’

크리는 그러한 상황을 어느새 정령 상태로 변하며 보았다.

‘흠~ 내 본체의 후손이 손님 대접할 줄 아네.’

크리도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아크와 란데르그 한 장군은 대련장으로 향하였다. 아크는 새로운 무기 크리드(Creed)를 사용할 수 있음에 설렌다. 역시 타고난 무인이었다.

※ ※ ※

연무장.

“자~ 아크 군. 어서 나에게 덤비시오.”

아크는 예의상 먼저 선공을 양보한 한 장군에게 예우를 갖추고 압축상태로 있던 크리드를 부른다.

“압축해제. 크리드.”

그러자 주변의 아공간에 압축 상태에 있던 크리드가 압축해제가 되어 소환되었다.

슈우웅!

아크의 손에 잡히는 크리드. 사실 아크가 성능을 시험해보고자 몇 번 휘둘렀지만 마나로 몸을 강화하지 않고는 두 손으로도 들기 힘들었다.

그나마 이 정도 들 수 있는 것은 크리드가 아크를 인정해서이다. 과연 신검. 이 검을 마나가 없이도 평소의 아크 스타일대로 휘두를려면 더욱 근력을 집중 훈련을 해야 할 것이다. 남자는 힘!

손에 잡히는 묵직한 느낌의 크리드.

그러나 아크는 그러한 느낌도 마음에 들었다. 완전 크리드에 빠졌다.

이윽고 대련이 시작되었고 선공은 아크. 상단전까지 치솟지는 마나를 최대한 근력에 투자하고 한 장군으로 쇄도하였다.

쐐 애액!

쾅!

콰카캉!

쇠가 쇠로 부딪히는 소리가 아닌 묵직한 바위가 한 장군의 창에 부딪히는 묵직한 소리가 들렸다. 한 장군이 힘 싸움에서 조금 밀렸다.

‘오호!’

한 장군은 비록 처음 힘 싸움에서 밀렸으나 상대가 데바라도 자신이 생긴 거로는 나이가 있어(사실 아크는 20살이다.) 체면상으로도 지기 싫었다. 그래서 한 번의 검 격에 밀리자 자존심이 퍽 상하였다. 한 장군의 무기인 방천화극(方天畵戟)에 검강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이내 불꽃으로 변하는 기운.

“어? 한 장군님 불의 속성 석을 쓰세요?”

아크가 대련하다 말고 궁금증이 일어나서 물었다.

“허허, 아크 군. 이건 브란티아 대륙의 불 속성 석의 불꽃이 아니라오. 오행의 기운인 화(火)의 기운이지.”

아크가 자세히 보니 약간의 불꽃의 색깔과 현상이 달랐다.

“자 아크 군, 그렇다면 그대의 검기도 불어 넣어보시오. 이번에는 제대로 붙어야지.”

아크는 알았다고 대답하고는 자신의 검 크리드에 골드 오라를 부여한다.

후르릉!

화아악.

일단 마스터 급 정도의 오라만 넣어봤다. 예전에 듣기로는 다마스커스 광석으로 만든 검은 영력이 담긴 검기를 받으면 일반 황금빛이 아니라 불타는 황금빛으로 보이는 현상이 있다고 했다.

과연 크리드에 담긴 검기가 아름다울 만큼 불타는 황금빛 불꽃으로 빛났다.

‘이게 다마스커스 광석의 힘!’

“아니?! 아크 군, 설마 현경의 경지였나? 아니?! 그 색깔은 설마 다마스커스 재질? 흠, 아니, 지금의 검기의 현상과 기운은 화경 급인데.”

이에 아크가 솔직하게 말한다.

“아니에요. 한 장군님, 저는 브란티아 대륙의 아르드리 후손이에요. 그래서 이건 골드 오라라는 거구요. 그리고 검은 다마스커스 재질이 맞아요.”

“허~ 그래 내가 어릴 적에 들어봤었지. 브란티아 대륙의 왕실의 핏줄 아르드리는 골드 오라라는 사기적인 기술을 갖고 있다고 말이야. 그리고 그 검은 물결무늬를 보고 설마 했으나 진짜 다마스커스라니, 허허 좋네, 어서 붙어보세.”

한 장군은 기술적으로도 무기의 질적으로도 밀렸다. 그러나 당당하게 상대한다. 그런 한 장군에게로 쇄도하는 아크! 한 장군도 오행의 기운 중 하나인 화의 기운을 극한까지 끌어모아서 공격한다.

쾅!

콰콰캉!

연무장이 박살이 나듯이 힘의 충돌이 일어났다. 그리고 서로 말을 안 하고 공방을 주고받는다.

후웅!

쌔액!

쾅!

콰강!

챙캉!

둘은 공격뿐만이 아니라 보법을 사용하여 빠르게 이동하면서 서로의 빈틈을 찾아 공격하였다.

연무장의 의미가 없이 대련장의 바닥은 이미 파괴되었고, 주변은 점점 초토화가 되었다. 다행히 연무장 주변에는 저번의 쉘츠 제국 황제 전용 수련장이자 대련장처럼 기운을 막아주는 주술적 장치가 되어있어서, 기운에 놀란 병사들이 출동하는 사태는 없었지만, 대련장은 엉망이 되었다.

그러나 아크와 한 장군은 그것을 개의치 않고 어지러이 이동하면서 강력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그때 한 장군은 오랜 실전경험으로 아크의 몸에 창을 날리었다.

‘목의 기운! 청룡의 힘!’

아크는 수련하면서 배운 사신수의 힘 중 청룡의 힘을 썼다. 그러자 크리드의 검면에 붙어있던 네 가지의 보석 중 파란색 돌이 빛나면서 아크의 외부가 고목의 나무껍질처럼 단단하게 되었다.

깡!

파캉!

한 장군은 놀랐다. 확실히 베었다는 느낌으로 공격하였는데 몇백 년은 존재해온 오래된 고목을 치는 느낌이었다. 강철도 못 베는 고목 말이다.

‘이....... 이건.’

그러자 이번에는 공격을 못 하도록 한쪽 손을 검면으로 쳐 전투 불능으로 만들려고 한쪽 손을 공격하였다. 한 손이면 저 무거운 참마검을 다루기 힘들기에.

‘수의 기운! 현무의 힘!’

이번에는 크리드의 검은색 돌이 빛나더니 검은빛으로 빛나는 물로 된 방패가 아크의 왼손에 맺혔다.

한 장군의 방천화극이 살짝 닿자 방천화극에 있던 불이 부드럽게 꺼졌다. 할 수 없이 불이 꺼진 방천화극으로라도 더욱 깊숙이 공격하려던 방천화극은 이번엔 단단한 껍질에 맞은 듯 튕겨 나갔다. 부드러움과 단단함이 공존하는 방패였다.

탱!

채캉!

결국은 방천화극을 놓친 한 장군. 패배를 시인한다.

“허허허, 내가 졌다. 정말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군, 자네.”

아크는 고현에게 배운 대로 예우를 갖춰 한 장군에게 인사드리고 말한다.

“네, 우연히 기연으로 배운 태극사신무라는 신공(神功)입니다.”

“태극사신무? 오호 그건 처음 들어본 이름이군.”

이에 듣고 있던 크리가 말한다.

“흠! 세월이 아무리 흘렀어도 태극사신무 만한 무공은 없지 암.”

한 장군은 오싹한 기운에 몸을 부르르 떨더니 말한다.

“어후~ 한여름인데도 갑자기 등골이 서늘한 한기가 느껴지는군. 자네들에게만 가면 그러한 기운을 받는다네.”

“네......? 아하하, 필시 기분 탓 일 겁니다.”

아크는 짐짓 모른척한다.

“그래? 그렇겠지. 그나저나 아크군. 분명 본래의 힘은 안 쓴 것이지, 안 그런가.”

아크는 한 장군의 눈썰미에 감탄한다. 전투 중 정신없는 와중에도 상대방의 경지를 가늠하다니 과연 한 왕성의 수문장다운 실력이었다.

“필시 이 정도면 생사경의 경지에 올랐겠군, 대단하네, 자네가 데바라도 그 정도의 경지에 오른 이는 얼마 되지 않으니.”

“네, 하하.”

아크는 괜히 자신의 나이를 말하면 한 장군이 자괴감에 빠질까 봐 나이를 안 밝힌다. 사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얻은 힘도 아니라서이다.

“다음은 내 차례요!”

란데르그는 보는 내내 호승심이 일어났다. 겨우 참다가 이제 그것을 해소하고자 한다.

“어허허허, 자네는 다음번에 하세나. 지금은 내가 많이 힘들군.”

란데르그는 실망한다.

“에이, 그런 것이 어디 있소.”

“그럼 아크 군이랑 붙어보면 되지 않겠나.”

“?!”

“?!”

아크와 란데르그 심지어 아미와 크리도 놀랐다. 그러고 보니 아크와 란데르그는 한 번도 대련해본 적이 없었다. 물론 전에 라이언 영지에서는 사고로 부딪힌 것만 빼고, 말이다. 그것만 빼면 그동안 대련을 안 한 건 아마 가족처럼 생각해서 그런 것일 것이다. 그리고 전투 스타일도 달랐다. 검 대 활이니.

“오호~ 아크, 소인과 대련하시겠소!”

란데르그의 반응에 아크도 호승심이 일어났다.

“좋아! 란데르그! 한번 붙자!”

그렇게 아크와 란데르그는 대련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미 대련장의 기운을 막아주는 장치가 아크와 한 장군의 대련으로 맛이 갔는데 아크와 란데르그가 기운을 발산하자 기운을 막아주던 주술적 장치가 완전히 부서졌다.

그 새어나간 기운에 병사들이 출동한 소동이 있어 대련을 못 하였다. 이래저래 불운한 란데르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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