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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림하되 지배하지 않는다-51화 (51/155)

51. 신시 왕국의 왕. 태왕.

51. 신시 왕국의 왕. 태왕.

아크 일행은 곧장 신시 왕성으로 향한다. 향하는 중 백성들을 만나는데 모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신시 왕국의 왕, 즉 태왕이 정치를 백성들을 위해 잘하는 거로 보였다.

“고현, 너의 아버지 태왕님은 어떤 분이셔?”

아크는 백성들의 이러한 분위기를 만든 분이 누구인지 궁금하여 질문하였다. 이에 고현은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을 한다.

“굉장히 자상하지고 공명정대(公明正大)하신 분이셔. 진정한 왕도의 표본이시지.”

“그럼 어머니. 왕후마마는 어떤 분이셔?”

이번에는 아미가 물어본다. 아무래도 여자라서 궁금한가 보다.

“말 그대로 인자하시고 아름다운 분이시지, 몸이 좀 병약하셔서 왕후처소에 주로 계시지만.”

“그래도 신분 격차를 이기고 이룬 사랑이라니 정말 로맨틱 적이야.”

아미가 여자답게 로맨스를 좋아했다.

그것이 무슨 말이고 하니.

지금의 태왕과 왕후의 사랑은 신분 격차를 이기고 이룬 세기의 로맨틱한 사랑이었다. 무려 왕족과 천민 출신의 여인이 사랑이었으니. 그러므로 지금의 태왕이 지금의 왕후와 결혼했을 때 브란티아 대륙에서까지 영향을 끼쳤다.

그때의 유행이 신분 격차를 이기고 이룬 사랑이었으니, 그 영향은 굉장했다. 그 사건의 계기로 신분에 대한 갈등은 많이 해소되었을 정도였으니. 그게 벌써 21년 전 이야기이다.

“난,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랑스러워. 나에게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새로운 정치적 감각을 알려주신 분들이야.”

아크는 괜히 속으로 씁쓸했다. 아직 마음속 어딘가에 부모님의 사랑이 그리운가 보다. 하지만 아크는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말을 하였다.

“그런 분들을 만나다니 정말 기대된다.”

“그래 아크, 태왕 폐하를 뵐 때 너희들의 본명을 말해도 돼, 어차피 쉘츠 제국과 신시 왕국은 동맹 관계니까.”

“알겠어, 고현.”

하지만 아미만이 아크의 그 허한 마음을 알아봤다.

‘아크.......’

여하튼 아크 일행은 곧 신시 왕성 앞에 들어왔다. 그리고 앞을 막는 병사들 모두 보통의 기운이 아니었다.

“음? 누구시오? 이 앞은 신시 왕국 왕성이오. 길을 잘못 든 거라면 어서 다른 길로 가시오.”

이에 고현은 살며시 웃으며 자신의 신분 패를 보여준다. 위조 불가능한 신시 왕국 왕실의 사람이 가지는 패였다.

“어......? 어......? 고현 왕자 전하! 소인이 몰라뵀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이에 고현은 웃는다.

“하하하, 호들갑은 어서 폐하께 말씀 올려라. 태왕 폐하의 아들 고현 왕자가 임무를 완수하고 왔다고.”

이에 병사는 황급히 다른 병사에게 태왕 폐하께 알리라고 하고 자신은 고현을 안내한다. 이 소식을 들은 왕성 수문장인 나이를 지긋하게 먹은 한 장군이 온다.

“하하하. 왕자 전하. 무탈하셨습니까?”

걸걸한 목소리의 한 장군. 이에 고현은 반갑게 맞이한다.

“한 장군님이야말로 괜찮으십니까?”

“하하하, 전하 소인은 이미 화경 급의 고수입니다. 나이가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그렇다. 다른 아크 일행이 기운을 살펴봐도 고현과 같은 기운의 크기였으나 느낌의 질이 더욱더 깊었다. 분명 화경 급의 고수. 그것도 화경 급 중의 달인 급이다. 브란티아 대륙으로 치자면 마스터 최상급의 경지. 엄청난 고수이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주름으로 보아 젊은 모습을 간직하는 진인으로는 안 보였다.

“오! 새로운 친구분들을 사귀셨습니까? 굉장히 많이 사귀셨군요! 반갑습니다. 고현 왕자 전하의 친구분들.”

“네 반갑습니다. 히히.”

아크는 친구라는 말에 기분이 좋아진다.

“반갑소이다.”

“안녕하세요.”

한 장군이라는 사람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호오~ 기운을 살피니 모두 엄청나군요, 진인입니까? 그쪽 영물의 기운을 가진 고양이 분도 기운이 참 정갈하십니다. 그려.”

“호오. 저자 평범한 인간이면서 기운을 잘 살피는군.”

기운을 완전히 숨긴 크리가 말을 한다.

“아, 그게 말입니다. 한 장군, 저자들은 외모는 마고 대륙 사람이나 실은 브란티아 대륙 사람들입니다. 즉, 데바이지.”

“네? 어허 이런 굉장한 위장술이 있다니. 허허허 역시 세상은 더 살아봐야 알겠습니다.”

한 장군은 진심으로 감탄하였다. 자신의 감지능력으로 알지 못하는 위장술에 감탄한 것이다.

“이름이 어떻게 되시오?”

“란데르그라고 하오.”

“아미에요.”

“아크입니다.”

“흐음~ 모두 멋진 이름이오, 영웅호걸에 어울리는 이름이구려, 하하하”

한 장군과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누는 도중 이윽고 태왕 폐하의 부름이 있었다. 한 장군과 다음에 술잔을 기울이기로 약속하고 아크 일행은 태왕 폐하의 어전으로 향하였다.

중앙에 물이 있고 계단식으로 있는 자리가 있다. 필시 신하들이 앉는 곳일 것이다. 그리고 상석에 태왕의 옥좌가 있었고 그곳에 태왕이 있었다.

“어서 오거라, 고현 왕자와 그의 친구들이여.”

한나라의 군주답게 위엄 있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근엄한 첫인상, 군주로서는 최고였다. 아크 일행은 궁중 예법에 맞게 태왕에게 인사를 했다.

“소자 왕자 고현, 임무를 마치고 아바마마를 뵙니다.”

태왕은 흡족하다는 듯이 미소를 짓고는 고현 왕자와 같이 온 자들을 바라보았다.

“쉘츠 제국에서 여행 온 아크라고 하옵니다. 폐하.”

“란데르그라고 하옵니다. 폐하.”

“아미라고 하옵니다. 폐하.”

태왕은 그들을 진심으로 반갑게 맞이해준다. 그리고 신하들이 앉는 자리에 앉으라고 말한다. 아크 일행은 그 자리에 앉는다.

“그래 임무는 성공했다고 들었다. 며칠 전 있었던 사신수의 성역에 오염을 정화했다지.”

아크 일행은 그 이후로 바쁘게 다녀서 몰랐지만, 그 사건은 신시 왕국을 발칵 뒤집어 놨다. 그래서 지금은 사신수의 성역에 군대가 배치된 상태. 적어도 일류 무사들이 버티고 있었다.

“그러하옵니다. 폐하,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친구들이 돕지 않았다면 실패했을 것이옵니다.”

“그렇구나, 모두 고맙구나. 우방, 쉘츠 제국에서 온 고현의 친구들이여.”

“황공하옵니다. 폐하.”

아크 일행은 일제히 궁중 예법에 맞게 말을 하였다.

“그런데 화경 급인 너조차 버거운 위협하는 세력은 무엇인지 알아 왔느냐?”

“네 폐하, 그들은 흑천이라는 진 제국의 사이비 종교의 신도들이었습니다.”

태왕은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흑천....... 흑천이라......”

“네 폐하, 현재 진 제국 황제도 골치를 먹고 있는 자들이옵니다.”

“그래, 사신수의 성역 사건이 있자 가장 먼저 자신들이 아니라고 서한을 보낸 진 제국의 황제이니, 그러한 짓을 시키진 않았겠지.”

“네, 진 제국의 초대 황제와 달리 지금의 황제는 온건파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짓을 할 위인이 아니옵니다.”

“그렇지, 지금의 진 제국의 황제는 오랜 세월 단절되었던 우리 신시 왕국과의 사이를 좋게 하려고 큰 노력을 하는 자이니 말이다.”

“그렇습니다. 폐하 이번에는 진 제국과 우호 관계를 맺을 겸, 흑천을 공통된 적으로 간주하고 힘을 합쳐야 하옵니다.”

“그래, 그것은 나의 신하들과 이야기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하겠노라. 고현 왕자와 그 친구들은 모두 쉬도록 하여라. 수고했다. 아! 고현 왕자는 잠시 남도록 하여라.”

“감사하옵니다. 폐하.”

고현을 제외한 아크 일행은 그리 대답하고 물러났다. 아크 일행은 안내인의 인도에 따라 쉴 곳으로 향하였고 고현은 태왕과 독대하였다.

“그래 현아, 다친 데는 없느냐?”

고현 왕자와 단둘이 있자 말투가 다정하게 바뀐 태왕이었다.

“예 아바마마, 괜찮사옵니다.”

“어허 단둘이 있을 때는 아빠라고 하여라.”

“히히히, 그냥 아버지라고 부르겠습니다. 저도 나이가 있는데.”

“허어~ 세월이 흘러가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그 귀엽던 아이가 어느덧 화경 급 고수라니, 내 눈엔 아직 아기인데.”

고현은 기분 좋게 웃었다. 아무리 한나라의 왕이라도 아들 앞에서는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히히히, 어머니는 괜찮으세요?”

고현은 어린아이처럼 웃으며 어머니의 안부를 물었다.

“그래, 요즘은 기운이 난다고 하더구나. 아버지랑 좀 이야기하다가 어머니를 만나러 가거라.”

“예, 아버지.”

“그래 새로 사귄 친구들은 모두 어떠니?”

“모두 굉장한 힘과 잠재능력을 갖추고 있어요. 아미는 지금은 모습을 감추고 있지만 굉장한 미인이고요. 란데르그는 좀 생긴 거와 다르게 헛똑똑이 끼가 있는 친구예요. 아. 그렇다고 무시하지 마세요, 경지가 무려 신화경 경지에요.”

“뭐라 신화경의 경지라고? 대단하구나, 우리 신시 왕국 측으로 돌린 순 없겠니?”

“그건 무리예요. 이미 아크란 아이의 수호자가 되었어요. 아크란 아이가 진짜 물건인데 나이도 저랑 동갑이고 경지도 신화경의 경지에다가 이번에 어디를 발견한 지 아세요? 무려 치우천왕의 무덤을 발견했어요. 거기서 치우 천왕의 영혼의 파편인 크리님을 만나 태극사신무를 받아서 천왕을 계승했어요? 벨이라는 성을 받기도 했고요? 그리고 아버지 눈에는 안 보였지만 치우 천왕 님의 영혼의 파편인 크리님이 아크의 참마검에 검의 정령으로 영혼 상태로 있었어요.”

고현은 아크의 이야기를 자기 자랑하듯이 말하였다. 친구를 칭찬하니 자신까지 칭찬받는 기분이리라.

“음?! 태극사신무를 알다니 그건 태왕만이 아는 사실인데 흠! 그렇담 너의 말이 사실이란 이야기인데, 굉장하구나. 무려 치우 천왕 님의 영혼의 파편 님을 만나다니, 으휴~ 어쩐지 춥더라 하하, 그리고 그 아크란 아이 대단하구나.”

태왕에게 놀라운 이야기였지만 모두 믿었다. 그만큼 아들, 고현을 신뢰한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불경하게도 무려 자신들의 선조인 크리를 귀신 취급한다.

“아버지는 경계 안 하세요? 무려 천왕의 자리를 물려받은 아이예요.”

고현은 아버지인 태왕이 너무 쉽게 넘어가자 의문을 제기한다.

“허허허, 너는 내가 그렇지 않을 거다. 라고 생각하여 말하는 것이 아니냐?”

“네, 저는 아버지를 믿으니까요.”

“그래, 지금 우리 태왕은 천손의 핏줄이긴 하지만 천왕의 자리엔 미련이 없다. 천왕이 아니고 태왕으로서도 우리는 할 것이 많단다. 그렇담 아크라는 아이 예언의 아이, 구세주로구나.”

“어? 아버지. 그것도 아셨어요?”

“그래 예언을 알고 있지. 나는 그것을 크게 구애받지 않는단다. 괜히 자신들의 세력을 키우려는 귀족들이 난리 나겠지. 예언에 따르면 예언의 아이가 동대륙으로 와서 예언의 완성을 위한 파편을 취한다고 알려졌지. 나는 그것을 네가 태왕이 되면 말해주려고 했단다. 현아. 괜히 질투하지 말아라, 아르드리의 운명은 아르드리, 천손의 운명은 천손이라는 것을 알기 바란다.”

“에이, 아버지 제가 그럴 사람으로 보이세요?”

“예끼 이놈아, 너도 이 아비를 떠보지 않았느냐!”

“하하하!”

부자는 흥겹게 웃는다. 누가 보아도 일반 가정집의 모습이지 왕가의 대화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대화이다. 그렇게 대화를 하고 고현은 사신수의 일들과 받은 선물을 이야기한다. 이에 태왕은 아들 고현 왕자에게 말을 한다.

“이제 때가 되었구나. 이제 귀족들도 아무런 말을 못 할 거다. 네가 정식 태자가 되는 것에 무려 사신수의 인정을 받았으니. 더는 반발은 없을 거다.”

그동안 고현 왕자가 태자가 되지 못함은 왕후마마의 출신 때문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으나, 지금은 무려 신시 왕국의 수호신인 사신수의 인정을 받았으니, 할 말이 없어질 것이다.

“예, 아버지. 저도 태자가 될, 아버지의 뒤를 이을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고현은 결심 어린 표정으로 말한다.

“그래, 그래야 내 아들답지.”

태왕 또한 고현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이로써 고현 왕자의 태자 즉위식이 곧 열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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