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꼭 주인공이 절벽에서 떨어지면 기연(機緣)이더라.
45. 꼭 주인공이 절벽에서 떨어지면 기연(機緣)이더라.
고현의 생각을 모르는 채 놀라고 있는 아크. 자신이 앞으로 어떠한 길을 가게 될지 모르는 채 마냥 놀라고만 있는 지금의 아크이다.
“자, 그럼 왕의 아이들이여, 우리들의 선물을 받아라.”
사신수들은 아크 일행이 도와준 것에 보답을 하려 한다.
“소인은 그럼 선물이 없습니까? 저는 왕의 아이가 아니어서 서요?”
란데르그 특유의 푼수 기질이 발동하였다.
“야! 란데르그!”
고현과 아미는 란데르그를 혼냈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무려 사신수들이 있는 곳이었다. 그러한 푼수 기질은 저번에 데바의 핏줄이자 인간인 롬 황제한테 까지나 통하는 것이다. 사신수들이 화를 내면 어쩔려고 저러는지, 그러나 사신수들은 그저 웃기만 한데. 묘한 데에서 운이 좋은 란데르그였다.
“허허허, 그대들의 호칭을 왕의 아이들이라고만 해서 기분이 나빴느냐.”
자애로워 보이는 청룡이 말한다. 그러고 나서 백호를 돌아보는 청룡. 백호는 흠, 흠 거리더니 말한다.
“아이야. 너도 왕의 아이란다. 너의 기운은 무려 엘프 중에 왕족인 하이 엘프의 피와 야수 족의 왕인 백호 족의 피를 이어받았으니 말이다.”
“네?”
놀라는 아크 일행과 란데르그, 란데르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엘프인 것은 알았다. 그러나 엘프들 중 왕족이라고 불리는 하이 엘프라니 거기다가 야수 족 중 지금 보이는 사신수 백호의 혈통인 백호 족이라고? 그렇다면 인간으로 치면 왕족이다.
“허~어. 내가 왕족이라니, 보시오. 아크, 고현, 아미. 나도 왕족이오!”
아무리 봐도 란데르그는 고상하기로는 최고인 하이 엘프의 후손으로는 안 보였다. 그리고 전사 중에서 전사인 백호 족의 후손으로도.
“자. 그만하고 우리들의 선물을 받아라. 우리들의 기운이 서려 있는 장신구들이다. 이 정도면 어디 가서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아크에게는 주작의 목걸이, 아미에겐 현무의 팔찌. 고현에게는 청룡의 귀걸이. 란데르그한테는 백호의 반지가 주어졌다.
“이것은 우리들의 기운이 서려 있는 장신구. 신성한 물건답게 자신이 어둠에 물들여졌을 때 빛을 보여 줄 것이다.”
마기가 판을 치는 마고 대륙에서는 굉장히 귀한 물건이다.
“그럼 이만 헤어지자꾸나. 오늘 오래간만에 힘을 많이 써서 피곤하구나. 너희들은 신시 왕성으로 가는 곳에 공간 이전 시켜주마. 신시 왕성은 주술적인 힘이 강해 우리가 뚫으면 놀라 테니 말이다.”
사신수들은 그리 말하고 자기 성역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그리고 아크 일행은 순식간에 신시 왕성 근처로 이전되었다.
“후아~ 힘들었다. 그치 애들아.”
아크가 말하고.
“응, 아크. 정말 힘들었어.”
아미가 대답한다.
“그렇지만, 나는 우리 왕국의 수호신을 만나서 기뻤어.”
이에 고현이 기쁨에 찬 채 말한다.
“흐흐흐. 소인이 왕족이라고 안 것이 최대의 이득이오.”
“윽~ 란데르그. 이상해.”
란데르그를 제외한 아크 일행은 란데르그와 멀찍이 떨어졌다.
“왜 그러시오? 이보시오. 이봐!”
란데르그가 다가가자 급기야 도망치는 아크 일행. 중요한 것은 고현도 포함해서이다. 어느덧 고현도 아크 일행에 동화된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나 잡아 봐라’를 전개하고 지쳐서 모두 풀썩 주저앉았다.
“헉....... 헉 괜히 했나? 아유 힘들어.”
아크가 주저앉으며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러게 헉....... 헉, 왜 도망가시었소.”
란데르그는 좀 억울해하는 표정이었다.
“이상하게 웃으니까 그렇지 안 그래? 고현?”
아미가 란데르그를 놀리며 말했다.
“그렇지 아미. 헉....... 헉, 아유~ 이렇게 놀아본 적이 얼마 만이야! 정말 하하하!”
고현은 어렸을 때는 또래 아이들처럼 놀았다. 하지만 검술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신시 왕국 측 인사들은 고현을 왕자로 그리고 경지가 높은 무사로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였다.
물론 그래서 지금의 고현이 있지만 이렇게 또래 친구들과 놀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더욱 지금 이 일행이 마음에 들었다.
“오늘은 그냥 노숙하자 어차피 아미의 텔레포트 마법도 신시 왕성으로는 못가잖아, 분명 항(抗 ) 마법진이 있을 테니.”
“그래 아크, 그러자 좀 쉬었다 가자. 마침 산이라서 땔감도 많고 야영하기에 딱 적당하네.”
고현은 그리 말하고는 땔감을 주우러 움직였다.
“같이 가. 고현, 나도 도울게.”
아크도 벌떡 일어나 고현을 도우러 움직였다.
“흐음, 그럼 놀림당한 소인은 좀 쉬겠소이다.”
“무슨 소리야 란데르그. 이제 해가 지려고 해. 그전에 사냥감이나 잡아 와!”
아미는 란데르그한테 잔소리를 한다.
“흑, 흐흑, 소인도 왕족인데 이렇게 푸대접할 것이오?”
“왕족이니까 모범을 보여야지, 안 그래?”
란데르그는 속으로 구시렁거리면서 사냥감을 찾으러 움직였다.
잠시 후.
땔감을 주워들고 오는 아크와 고현. 그리고 란데르그도 도착하였다. 란데르그가 잡아 온 것은 토끼 2마리와 사슴 1마리였다.
“윽! 란데르그. 그렇게 귀여운 애들을 어떻게 먹어.”
아미가답지 않은 여인인 척 한다.
“그럼 먹지 마시오.”
아까 전의 복수랄까 란데르그는 장난기가 가득한 채 말을 한다. 또다시 잠시 후. 란데르그가 잡아 온 사냥감을 해체하고 부분별로 나누자 아미는.
“맛있겠다. 츄릅.”
‘하여튼 여인이란 가식 덩어리오.’
‘흠, 아미 배고팠나 보다.’
‘아! 고기반찬 맛있겠다.’
란데르그와 고현은 그러한 아미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고 질려 하고 아크는 별생각 없이 고기 먹을 생각에 기뻐하였다.
지글지글 구워지는 고기들. 아크는 아공간 반지로 양념과 냄비를 꺼내 들고 굽지 않은 고기들을 요리하였다.
“항상 생각하는 건데, 아크는 먹기도 잘 먹지만 요리도 잘해.”
아미가 아크의 요리 솜씨에 평한다.
“그렇지, 마고 대륙 속담에 이런 말이 있지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라고.”
고현도 거드는데. 그만큼 아크의 요리 솜씨는 제법이었다.
“어?! 그거 아크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아미와 고현이 아크를 놀리는데.
“아미, 고현아 그럼 밥 안 준다.”
아크가 한마디 한다.
“어머! 칭찬한 거야 칭찬.”
“그렇지 아미. 칭찬이다. 아크.”
아미와 고현은 서둘러 아크를 달래는데.
“그래? 칭찬이었어? 그럼 맛있게 먹어.”
단순하기로는 최고인 아크였다. 그리고 나와지는 고기 파티. 아크 일행은 오늘 노고를 서로 위로하며 밥을 먹었다. 그때 아크는 아미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는데.
“아미, 분위기도 좋은데. 아까 전투를 할 때 성가로 불렀던 노래 말고 그냥 듣기 좋은 노래 없어? 좀 들려줘.”
아크가 아미에게 부탁했다.
“음? 뭐 좋아 기분이다. 내가 기분 좋으니 불러준다. 참고로 나는 브란티아 대륙 바드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수재야. 그래서 대혼돈이 있기 전에는 왕들한테도 노래를 불렀던 몸. 이 몸의 노래를 듣는 걸 영광으로 알도록!”
“우워어! 노래다! 노래! 어서 하시오.”
“잘 들을게 아미.”
“흠 신시 왕국의 음악과 어떻게 다른지 듣는 좋은 기회야.”
란데르그와 아크, 고현은 저마다 한마디씩 하고. 아미는 목을 가다듬고 노래를 부른다.
“그럼 ‘영웅신 닌우르타와 4 성웅들의 귀환’으로 불러줄게, 랄라라 영웅신 닌우르타는 영웅신이라네~ 그의 빛과 천둥은 어둠을 찢고 빛을 열어주네! 엔주의 대혼돈을 잠식시켜주네. 랄라라~ 4 성웅들도 영웅 신을 따르네~ 쌍검의 듀란, 황금의 기사 엘, 쉘츠의 아유 공주, 어디에서 온 지 모르는 차원의 시빌라여 세상에 빛을 내리는 사자들이여~”
과연 아미의 목소리는 밝은 분위기를 표현할 때는 밝고 진지한 분위기로 갈 때는는 한없이 엄숙했다. 그 목소리는 청아했으며 기분 좋은 느낌을 주었다.
그 노랠 듣자 아크는 그 서사시의 주인공이 된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고현과 란데르그의 표정을 보니 아크와 같은 기분일 것이다.
그렇게 노래가 끝나고. 아미를 제외한 아크 일행은 잠시 동안 그 노래에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정신이 들 때 한없이 박수를 보냈다.
짝! 짝! 짝! 짝!
“우와! 아미 정말 대단하다.”
“그렇소이다. 설마 이런 재주를 가졌으리라곤.”
“브란티아 대륙의 노래가 이토록 아름답다니.”
“흠, 흠 오랜만에 노래하려니까, 잘 안 되네. 괜찮았어?”
“정말 최고요.”
그들은 그 이후에도 야영장에 온 애들처럼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잠들기 전까지 말을 하였다.
다음날.
눈을 뜨는 아크 일행 그들은 노숙했던 자리를 정리하고 길을 나선다. 어제는 몰랐는데 깊은 산이라서 절벽이 많았다. 그래서 아크 일행은 조심히 움직였다.
※ ※ ※
산속의 그림자에 숨어 아크 일행을 보는 자들이 있었다.
“저자들이더냐.”
“네 부교주님. 저자들이 이번 저희의 계획을 망쳤습니다.”
“흠! 사신수의 기운을 읽어서 쫓아온 보람이 있군. 그런데 모두 어린애들이 아니더냐. 그리고 저건 고양이?”
“저 세 명의 남자들은 모두 진인인 것 같습니다. 거기다 모두 화경 급의 실력을 갖췄습니다. 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저 고양이는 보통 고양이가 아닙니다. 저 고양이가 노래를 부르자 저희의 힘인 마기가 흩어졌습니다.”
이들은 사신수의 성역에 있던 흑천의 무리들이었다.
“그래, 모두 우리 신도들의 시체에 약을 써서 나온 정보이니 믿을 만하겠지. 그럼 기습이다. 내가 화경 급이지만 상대가 화경 급으로 세 명이나 있으면 우리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저 요망한 고양이가 노래 부르기 전에 절벽으로 떨어뜨린다.”
“존명!”
그리곤 그림자처럼 사라지는 이들이었다.
※ ※ ※
“우와 아미 조심해. 아니다. 그냥 내 어깨에 있어 여기 너무 위험해.”
“그래? 냥! 좋구나. 좋아. 히히.”
아크는 아미를 걱정하고 아미는 기분 좋게 아크의 어깨에 올라갔다. 아크는 조심히 아미를 한 손으로 잡았고 험준한 산을 탔다.
그때!
후우웅!
쿵!
콰카캉!
어디선가 날려 온 마기 덩어리가 아크 일행을 덮쳤다.
“뭐....... 뭐야!”
아크 일행은 경계하였다. 그러나 마기 덩어리가 오는 곳에 정체는 알 수 없었지만 계속해서 마기가 날라 왔다. 그다음으론 어떤 거한이 나타나 아크 일행의 발밑의 땅을 향해 주먹을 찍었다.
쾅!
그리고 무너지는 아크 일행의 발 지지대. 어떠한 반응도 할 수가 없었다. 반응을 하려고 하면 어김없이 원거리에서 마기가 날라 와서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주술의 서를 찢어 아크 일행에게 뿌렸다. 무려 상급의 수면 주술.
“모든 건 흑천의 뜻대로!”
기습한자들이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그렇게 아크 일행은 소리 지를 겨를도 없이 절벽 밑으로 떨어졌다.
※ ※ ※
여긴 깊은 절벽 아래의 중턱. 거기에 동굴이 있었다. 아크 일행은 갑작스러운 기습에 반응을 못 했지만, 아미는 아크가 지켜줘서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재빨리 본모습으로 돌아와서 아크 일행을 보이지 않는 힘으로 인도하여 절벽 중턱의 동굴로 움직였다.
“휴~ 아무리 마스터고 화경이면 뭐해, 갑작스러운 기습엔 한 사람의 인간일 뿐인데. 여기 남자들은 내가 없으면 안 되겠어.”
아크와 고현, 란데르그는 잠시 정신을 잃었었다. 갑작스러운 주술에 대비를 못 해서이다. 동굴을 살피는 아미. 그리고 동굴을 혼자서 탐색해보는데 아무리 봐도 여기는 신전인 것 같았다. 그것도 굉장히 넓은. 아미는 아크 일행에게 해제 마법을 걸어 정신이 들게 하였다.
“정신 차려 아크, 란데르그, 고현.”
그제야 정신이 드는 아크 일행. 아크 일행도 여기를 보자 놀랐다.
조금 전의 기습은 금세 잊을 만큼.
그리고 고현에겐 아미의 원래 모습에 관해 설명했다.
좌우지간. 고현은 이 장소에 대해 한마디를 하였다.
“이것은 바로 옛날이야기나 소설에서나 보던 기연(機緣)인 건가?”
그렇다 아크 일행은 지금 기연을 만난 것이다. 이 인연으로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