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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림하되 지배하지 않는다-42화 (42/155)

42. 왕도(王道)와 패도(覇道).

42. 왕도(王道)와 패도(覇道).

고현은 지금 흥분감이 들었다.

신시 왕국의 태왕인 자신의 아버지도 존경하지만. 대혼돈때 활약한 영웅신 닌우르타와 4 성웅. 그리고 이름이 알려지거나 안 알려진 영웅들. 그중에 보브와 니르는 고현이 존경하는 영웅 중 하나이다.

그도 그럴 것이 보브와 니르는 대혼돈이 끝난 직후 사람들이 왕으로 모시고자 하였으나. 이를 거절하고 세상에 숨은 악을 처단하기 위해 노력한 진짜 영웅들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비극적인 죽음이 세상 사람들한테는 어떠한 영웅 서사시보다 매력 있었다.

“정말 영웅적인 인생을 사신 분들이 부모님이라서 좋겠어. 아크.”

고현은 순수하게 존경의 의미로 말한 거지만 아크는 약간 기분이 상하였다.

“영웅적인 부모님이라도 일찍 돌아가셔서, 내가 고아였던 점은 달라지지 않아.”

고현은 그제야 자신이 실수함을 깨달았다.

“미안해. 아크. 내가 실언했다.”

“아니야. 괜찮아.”

아크는 남자답게 넘어갔다. 그러한 모습을 보는 아미와 란데르그, 괜히 가슴이 찡해진다. 그리고 아크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움직였다,

“자! 이제 할거하자고!”

그렇게 아크와 고현 때문에 초토화된 산에 마물들이 슬금슬금 나오기 시작한다. 마물들은 머리가 나빠서 아크와 고현이 지금은 기를 내뿜지 않자. 먹잇감인 줄 알고 나온 것이리라.

“크르르.”

아크와 고현은 피곤했지만, 마무리를 하려 한다. 그러나 란데르그가 나서는데.

“아크, 고현 왕자. 여기는 내가 맡겠소. 왜냐하면 둘의 대련을 보고 몸이 근질거려 그렇소.”

란데르그의 그 말에 동감하는 아크와 고현 무인이라면 조금 전의 아크와 고현의 대련을 보고 몸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란데르그 님. 다 좋은데 저를 왕자라고 부르지 마십시오. 저는 지금 신분을 숨긴 신분. 그리고 왕자라고 떵떵거릴 생각은 없습니다.”

“흐음~ 그럼 친구가 되지 않겠소? 이미 나와 아크는 나이를 초월한 친구이오.”

“좋아! 란데르그. 그럼 뒤처리를 부탁해.”

시원시원하게 말하는 고현이었다.

“맡겨만 주시오.”

그리곤 란데르그는 아직 손에 맞지 않는 마고 대륙 식 활을 들지 않고, 큰 분노와 작은 분노를 꺼내어 검의 춤을 추었다. 마스터 급의 오라를 잔뜩 머금은 두 검은 마물들을 사정없이, 말 그대로 분쇄했다. 어지간히도 몸이 달아올랐나 보다.

‘오호 란데르그도 상당한 실력자야. 그런데 아무리 타국이라도 저 정도의 실력자를 내가 아직도 몰랐다니, 역시 세상은 넓어.’

자신도 화경 급의 고수이지만 아크 일행을 보고 많은 걸 느끼는 고현이다.

※ ※ ※

잠시 후.

마을에 도착한 아크 일행과 고현. 그런데 아크 일행은 다음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다만 아크가 아는 것은 예언은 아크가 가지고 있는 운명과 동조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운명은 나타내어지는데.

“아크....... 아니 여기선 진이라고 불러야 하지? 진, 이곳 마고 대륙엔 왜 왔어?”

고현은 이 정도의 실력자가 이곳 마고 대륙에 이유 없이 올 리는 없을 거로 생각했다.

이에 아크는 사실대로 말할 순 없었다. 아르드리가 싸움을 종식 시킨다면, 다른 왕족의 피를 가진 자들이 자신들의 위치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취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음~ 우린, 그래! 너의 마고 대륙에서 흔히 하는 무사 수행을 하고 있어. 더욱더 높은 경지로 올라가기 위해서 말이야. 그래 너도 그러한 무사 수행을 위해서 여행하고 있는 거지?”

“음? 으응, 그래 그런 거야. 무사 수행이지. 그럼 가야 할 곳이 딱히 없으면 신시 왕국으로 안 올래? 마물들이 득실거리는 진 제국보다는 나을 거야. 그리고 고수들도 많고.”

고현은 이 정도의 경지를 가진 자들을 이대로 보낼 수 없었다. 이 일행의 두 명은 마고 대륙의 화경 급의 경지인 자들이고 여기 고양이 모습을 했지만 앞서 두 명보다 신성한 느낌이 드는 영물이다. 이대로 보내기엔 뭔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마음이 이끄는 대로 말을 하였다.

아크는 고현의 말이 예언의 순리대로 흐르는 표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미와 란데르그와 대화하여 이내 결정을 내린다.

“알겠어. 고현, 같이 가자.”

“그래, 고마워, 진 제국보다 신시 왕국이 더욱더 좋을 거야.”

그렇게 아크 일행의 다음 목적지가 정해졌다.

사실 고현에겐 다른 생각이 있었다.

첫 번째는 이러한 고수들을 확실히 친 신시 왕국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고, 두 번째로는 자신이 왕위에 오를 때 인맥을 형성하려고 한다. 세 번째로는 지금 자신은 신시 왕국의 태왕 폐하. 즉 고현의 아버지에게 밀명을 받은 것이 있다.

그걸 조사하려고 지금까지 진 제국에 몰래 들어와 조사한 것이고 이제 조사는 어느 정도 진전이 있어 ‘그걸’하려고 한다. 그때 이자들의 힘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조국으로 부르는 것이다.

‘흠~ 뭔가 수상한데, 그래도 창조주 안 님의 법칙인 운명의 표지에 맡겨보는 수밖에. 아크의 아르드리 특유의 초 직감으로 뭔가 알아내겠지.’

‘아크와 아미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소. 이때는 어른인 내가 정신을 바짝 차리는 수밖에.’

아미와 란데르그는 어렴풋이 눈치를 채고 있었다. 고현에게 다른 속셈도 같이 있다고. 그리고 아크는.

‘히히히, 마고 대륙의 고수들 그리고 대장간기술. 마지막으로 마고 대륙의 그것도 반도에 위치해 육지와 바다의 조화를 이룬 신시 왕국만의 고유한 음식! 기대된다.’

엉뚱한 생각만 하는 아크였다.

※ ※ ※

아크 일행은 고현을 동료로 맞이하고 신시 왕국으로 향한다. 텔레포트 마법은 마고 대륙엔 기감이 발달한 자들이 많아 오히려 이목을 집중하기에 말을 타고 이동하였다. 가는 도중 아크와 고현은 각자의 생각을 토론을 한다.

“왕이란 무릇 만백성의 어버이지. 그래서 모두를 끌어 않을 수 있는 자가 왕이 되어야 해.”

고현의 의견이었다. 아크도 고현의 그러한 생각에 예전이었으면 동의하였겠지만, 최근 겪은 일들 때문에 살짝 바뀌었다.

“왕은 모두를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하는 것에는 동의해. 하지만 현실은 모두를 구하지는 못해. 그래서 힘을 길러서 최대한 많은 이들을 구하는 힘이 필요해. 만약 힘에 부친다면 자신에게 필요하고 소중한 사람들 위주로 구해야 해.”

고현은 이에 지지 않는다.

“그럼 결국 진정한 왕도(王道)가 아니지! 그럼 자신에게 아첨하는 자들만 구한다는 거잖아.”

“아첨하는 자들과 소중한 사람을 구분하는 것도 왕에겐 필요해. 모두를 구한답시고 정작 소중한 사람들을 못 구한다면, 그건 이미 왕으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실패야.”

“그럼 그 왕의 소중한 사람이 되려고 아첨하는 자들이 더 많을걸. 그리고 그러한 자들만 가득하다면 그 왕은 독재이지.”

“그래서 왕이 되려면 능력이 출중해야 해. 아첨이 아니라 진짜 소중하고 필요 한자들을 위해서. 진정한 선(善)을 위해서 힘이 필요하듯이 말이야.”

고현은 잠시 생각하기에 이른다.

“아크, 너의 왕의 길은 패도(覇道)에 가깝네. 내가 신시 왕국의 학자들에게 배운 것과는 다른 생각이니.”

“내 생각이 실력을 키워 힘을 기르는 것. 그것이 패도라면, 내가 만약 왕의 그릇이었다면 그렇게 했을 거야.”

“흠~ 너를 아직 잘 몰라서 내가 확답하긴 그렇지만 네가 만약 왕의 그릇이고 왕이 된다면 엄청난 패왕(覇王) 될 것이야.”

아크는 그 말에 피식 웃었다.

“그게 나의 길이면 당연히 패왕의 이름을 짊어지겠어.”

고현은 아크가 당장은 자신이 왕의 그릇이 아니라고 했지만, 고현은 무의식중에 아크가 ‘왕이 된다면 어떨까?’라고 생각하였다.

그 후에도 아크와 고현은 자신의 이런저런 생각을 토론하며 때론 합이 잘 맞아서 사이좋다가도 뜻이 다르면 검을 꺼낸다.

‘으휴~ 저 바보들 뭐 하는 짓인지?’

아미는 바보들의 행진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저 두 사람이 만약 왕이 된다면 서로 사이좋은 국가를 운영하겠다고 생각한다. 한편 란데르그는.

‘허허허, 고기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비싼 와인물을 시원하게 원 샷 하는구려. 젊어서 그런가 보오.’

란데르그의 생각은 고기 줄 사람은 당연히 왕이 아닌 백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의 백성을 가장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 다 왕이 된다면 좋은 왕이 되겠소이다.’

란데르그는 아크를 아주 오랜 세월을 알고 지낸 것은 아니나, 사실 아크는 한나라의 왕이 될 만한 그릇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아크는 지나치게 순수하고 정의감이 강했다. 이것을 좀 더 다듬으면 좋은 왕이 될 거로 생각했다. 고현은 아크보다 본 시간이 짧았지만, 행동거지 말투에서 이미 왕의 그릇이 될 거로 생각했다.

오랜 세월, 사람들을 본 란데르그이니 어느 정도는 맞을 것이다. 그렇게 미래 왕들의 토론은 신시 왕국의 영토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진 제국에서 신시 왕국으로 향하는 길은 반은 평탄하였고 반은 고달팠다. 그 이유는 정의로운 아크와 고현 때문이었다.

길 따라 그대로 갔으면 여행자들이라고 편하게 갔을 것이다. 그 이유는 고현에게 무림인들이 사용하는 패인데 일종의 자유 출입이었다. 이것은 무사 수행하는 자들이 들고 다니는 거로 국가 간의 벽을 허물고, 무림인이면 자유로이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마고 대륙만의 독특한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아크와 고현은 지나오면서 산적들에게 습격당한 사람들을 구하고 마물들이 득실거리는 산에 위험한 화전민들을 구하는 등.

정의구현이란 정의구현은 다 하고 다녔다. 란데르그는 아무 말은 안 했지만 은근히 이러한 정의구현에 동참하였고 마음에 들었다.

한편 아미는 약간 짜증이 났다. 정의구현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다치거나 피해를 본 사람들을 보면 자신들의 돈을 꺼내어 쓰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다. 안 그래도 아크의 식성 때문에 돈이 간당간당하는데도 말이다.

라이언 백작 성에서 받은 돈이 바닥을 보였다. 이후에 진, 란, 영물 고양이 아미, 이름 없는 무사라는 이름의 협객이 이름을 떨치는 것은 조금 나중의 일이었다.

‘으휴! 저 오지랖과 저 식성! 정말, 돈을 관리하는 나의 입장도 생각해야지!’

아미는 돈 관리를 하면서 정말 스트레스를 받았다. 고현도 어느 정도 사람들을 돕기 위해 돈을 냈지만, 아크의 식성이 문제였다.

아크 일행은 어느덧 신시 왕국의 영토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아크는 이질감을 느끼는데.

“어! 이 기운은 진 제국과는 다른데.”

아크와 같은 느낌을 받은 아미와 란데르그. 마치 브란티아 대륙의 공기 좋은 시골에 온 느낌이었다.

“자, 어때? 여기가 신시 왕국의 영토야. 마고 대륙에서 유일하게 마기화가 안된 지역이지.”

고현을 제외한 아크 일행은 똑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건 겨우 마기화를 막은 것뿐만이 아니라 마나의 흐름 즉 기의 흐름이 굉장히 맑다는 느낌을 얻었다.

“정말 좋은데. 근데 궁금한 게 있어. 고현, 어떻게 신시 왕국은 마기화를 피한 거지?”

그때 고현이 털썩하고 무릎을 꿇는다.

“어, 어, 어....... 뭐야 고현! 친구 사이에 무릎을 꿇다니.”

고현은 무릎을 꿇고 비장한 표정으로 말한다.

“사실 너희들을 신시 왕국까지 데리고 온 것은 나의 목적달성을 위해서였어. 미안하다. 그러나 이 일을 해야 하기 위해선 너희들처럼 실력 있고 지혜로운 자들이 필요해. 짧은 기간이었지만, 너희들과 여행하면서 그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어, 부탁이야! 부디 나를 도와줘!”

아미와 란데르그는 어느 정도 눈치를 채었다. 하지만 이 고현과 같이 여행하면서 생각했는데 결코 나쁜 일은 부탁할 것 같았다.

하지만 아크의 눈치를 보는데 속았다는 것에서 화를 낼지도 모른다는 것 때문이었다. 이에 아크의 행동을 예의주시하며 봤는데.

“어서 일어나. 친구끼리 도와줄 수도 있는 거지. 친구 사이에 무릎 꿇는 것이 아니야.”

아크는 고현이 일어날 수 있게 손을 뻗어 도와주었으며 그러한 말을 한다.

“아크......”

이에 감동하는 고현.

“어느 정도는 눈치를 챘어. 나의 표지가 그렇게 말해주었거든, 그리고 나의 초 직감으론 너를 돕는 게 나를 위해선 필요해.”

어느덧 아크가 표지의 뜻을 이해하고 아르드리 특유의 초 직감을 쓴다는 점에서 아미는 기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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