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누님의 대범함.
39. 누님의 대범함.
아크 일행은 최대한 조심하면서 마고 대륙으로 이동하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수라들의 습격은 리우드 부족 이후엔 없었다. 그리고 아크는 또다시 리우드 부족처럼 자신 때문에 수라들의 습격을 받을까 봐 다른 오아시스에 있는 부족 지역으로 안 들어가려고 하였다.
이동 중 꼭 필요한 약이나 음식 등 기타 등등의 물품이 필요할 때는 최대한 마법 주머니나 아공간의 반지를 사용해서 최대한 많이 저장했다. 그 덕분에 들르는 곳마다 상인들이 아크 일행을 극진히 대접하였다.
그렇게 이동한 지 꽤 되었을 때. 드디어 동대륙 즉 마고 대륙으로 통하는 입구 지역까지 들어왔다,
“휴~ 아크, 란데르그, 수고 많았어. 겨우 여기까지 왔네.”
아미는 기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럴 것이 다른 부족 지역으로 안 들어가겠다고 아크가 고집을 부려서 최대한 부족 지역을 피하여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지역으로 다녔기에 더욱더 그러하였다.
어떤 때는 리자드맨들이 우글거리는 지역.
또 어떤 때는 ‘운명의 서판’의 힘으로 변한 이형의 몬스터들까지.
갖가지 몬스터들을 겪으면서 여행을 하였다. 그 덕분이라면 덕분인 것이 아크는 계속 수련을 하여 딘 메긴이 5단계까지 상승하여 완성하였다. 물론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정도로 위험이 많았다. 그러한 힘든 여정을 지낸 아크 일행이 드디어 마고 대륙에 도착한 것이다.
“아미. 너야말로 수고 많았어. 제때 맞춰 텔레포트 마법을 써줘서. 힘들었을 텐데 고마워 아미.”
그렇다. 아크 일행은 때때로 아미의 텔레포트 마법을 써서 너무 위험 구간이나 먼 거리를 텔레포트를 하였다.
아미가 변신을 풀었기에 마나 운용이 더욱 상승하였다. 원래 실력이긴 하지만. 대단한 실력이었다.
다른 오아시스 부족 지역으로 안 들어간 이유 중 하나가 텔레포트 마법을 쓰기 굉장히 어려웠기 때문이다. 물론 부족 지역별 있는 브란티아 대륙의 마법사 정도 위치에 있는 주술사들이 있었으나.
하지만 지금 히브리아 대륙은 무법지대.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
여행자인 척 첩자 노릇 하는 자들도 있었고 적대세력이 텔레포트를 이용하여 기습하는 일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아크 일행은 더욱더 힘들었다. 하루빨리 히브리아 대륙이 안정되길 바라는 수밖에는 없었다.
“그럼 아크, 란데르그 이 마법 아이템을 쓸 때가 왔어. 자! 어서 장비들을 벗어.”
“?”
아미가 전사들이면 죽기 전까지 입어야 할 장비를 벗으라고 하자 아크와 란데르그는 의아함이 들었다.
마고 대륙은 히브리아 대륙만큼은 아니나. ‘운명의 서판’의 힘으로 신시 왕국을 제외한 모든 땅이 마기화가 되었다. 즉 다시 말해서 어둠에 마나에 취한 자들이나 이형의 몬스터들이 더욱 판을 치는 곳이기에 전사들의 장비가 더욱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크와 란데르그가 의아해하자 아미는 한숨을 쉬었다.
“으휴~ 이 돌머리들! 지금은 임시 휴전이나 브란티아 대륙과 마고 대륙은 대혼돈 이후 오랫동안 전쟁을 한 사이야. 그런 곳에 우리가 대놓고 ‘우리 브란티아 사람입니다.’라고 광고할 일이 있니! 자 어서 장비들을 벗어! 그리고 내가 주는 이 마법 아이템을 써!”
“!”
그제야 아크와 란데르그는 장비를 벗었다. 그리고 아미가 건네주는 마법 아이템은 일종의 카드였다. 그것을 준 아미는 그 아이템의 사용법을 말해준다.
“자! 이것이 무엇인고 하면. 이 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생각한 대로 모습이 변해. 이 아이템은 변신술에 능한 혼돈의 마탑에서도 마탑주가 아니면 못 만드는 아주 귀한 아이템이니 신중히 사용해야 할 것이야!”
뭐 변신이라면 혼돈 속성의 마법이 맞긴 맞다. 하지만 현실감이 없는 것이 혼돈 마탑의 그것도 마탑주 급이 아니면 만들 수가 없다니?! 그것은 한마디로 부르면 값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크와 란데르그는 불안한 눈빛으로 아미를 바라본다.
“어?! 뭐야 그런 눈빛은? 설마 내가 혼돈 마탑에서 훔쳤을 거로 생각하는 거야? 호호호. 은근 귀엽다니까 둘 다. 걱정하지 말렴. 내가 예전 혼돈 마탑의 마탑주랑 친하고 몇 번 도움을 줘서 그 보답으로 몇 장 선물 받은 거야 걱정하지 말고 쓰렴.”
‘으아~ 역시 이 세상은 인맥이야. 이런 비싼 마법 물품 선물 받다니 역시 인맥.’
아크는 아미의 인맥에 감탄하였다.
‘허허허, 아미의 나이가 내 또래인데. 나는 그동안 뭐한 것이지? 이러한 인맥도 없다니? 흑흑, 인생 헛살았소이다.’
아미는 둘의 생각이 빤히 보였다. 그만큼 그들과 오래 친하게 지낸 증거이리라.
“자, 자. 잡생각은 그만하고 어서 변신하도록 해. 마고 대륙의 특색에 맞게 머리카락이나 다른 털과 눈동자 색은 검은색 또는 황갈색, 갈색으로 통일 알았지?”
“그래 알았어.”
“알겠소이다.”
아크와 란데르그는 아미의 말을 참고하여 생각하였다.
그러자 빛이 그들을 감쌌다. 그리고 빛이 거두어지자 그들의 모습은 완벽히 마고 대륙의 사람으로 변하였다.
“우와 둘 다 기본 바탕이 되니까 마고 대륙 사람처럼 변해도 괜찮은데. 흠. 외모가 둘 다 너무 잘생겨서 너무 튀나?”
“아냐! 아미. 이게 딱 좋아!”
“나도 마음에 드오.”
아크와 란데르그는 자신들의 얼굴까지 바꿀까 봐 서둘러 말한다.
“흥! 둘 다 여자한테 잘 보이려고 하는 말이지. 거울도 안 봤으면서 무슨 마음에 들어!”
아크와 란데르그는 어색하게 웃었다.
“아미는 변신 안 해?”
아크는 자신들에게 마법 아이템을 주고 정작 자신은 변하지 않자 의아함이 들었다.
“나? 나는 그냥 고양이로 변신하려고, 이 특출 난 외모가 아무리 변신해도 줄지 않으니, 고양이로 변신하는 게 낫지.”
아크와 란데르그는 그동안 아미의 본모습을 보고 사실 너무 예뻐서 한동안 넋이 나간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게 악영향이었을까? 아미는 그만 공주병이 걸렸다.
‘으휴~ 예쁘다고 괜히 말했어. 나보고 칭찬해주면 자신감이 너무 넘친다고 하더니. 아미가 더하네.’
‘허허허, 공주병 말기라. 허허허!’
아미는 여자의 무서운 직감으로 아크와 란데르그를 봤다.
“둘 다 방금 속으로 내 욕했지!”
뜨끔!
“아....... 아냐 아미. 고양이 모습도 너무 예쁘다고 생각했어, 그치 란데르그.”
“헛....... 허허허, 그렇소이다. 아무렴 그렇고말고.”
“흐음~”
아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아크와 란데르그를 돌아보았다.
“뭐 좋아. 이번만은 그냥 넘어가지.”
‘휴~’
‘후유~’
아크와 란데르그는 놀란 가슴을 동시에 진정시켰다.
아크와 란데르그가 둘 다 눈치가 너무 없으면 아미는 너무 눈치가 좋았다.
‘여자들은 다 저렇게 눈치가 빠르나? 유이도 저렇게 눈치가 너무 빠르면 곤란한데......’
“자. 그럼.”
아미는 이번에는 아크가 그러한 생각을 하는지 신경도 쓰지 않고 변신을 하였다. 아크의 메긴이 공명하였다. 아마도 메긴의 힘을 빌려서 그렇게 강한 파장의 변신을 한 것이리라.
주변에 마나가 들끓어서 아미의 모습이 빛으로 감싸더니 이내 아크와 란데르그가 평소에 알던 연보랏빛 고양이로 변했다.
“휴우~ 역시 이 모습으로 변하기 편하다니까.”
그럴 것이 아미가 예전에 무리하게 힘을 쓰던 것 때문에 이 모습으로 변하면 힘을 아끼고 비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데 아미.”
“응? 아크 왜?”
“내가 예전 마고 대륙 생물학관련 책을 읽어봤는데. 마고 대륙에서도 연보랏빛 고양인 없는 것 같은데.”
“응?”
“호오!”
란데르그의 눈빛이 변하였다. 복수의 시간이 왔음이리라.
이에 아미는 당황했다. 기껏 변신했더니만. 다른 문제가 있었다.
“흐흐흐, 아미. 너도 변신해야겠는걸? 길고양이처럼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아미는 기겁했다. 자신의 연보랏빛 털에 자부심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시....... 싫어.”
“가만히 있어. 아미, 곧 익숙해질 거야.”
“싫어. 저리가아아아!”
잠시 후.
아미는 눈은 검은색 눈에 털은 평범한 길고양이처럼 밤색과 하얀색이 뒤섞인 모습으로 변하였고 아크와 란데르그는....... 얼굴이 고양이 발톱에 할퀸 자국이 가득하였다.
“흑, 흐흐흑. 내 탐스러운 털이 흐흑.”
아미는 그나마 괜찮은 조합으로 변하였다.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아미! 울고 싶은 사람은 나라고! 이 봐봐 잘생긴 얼굴이 이 고양이 할퀸 자국이 뭐냐?”
“그깟 상처들 치유마법이면 한방에 낫잖아! 나를 보라고 마고 대륙에 있을 동안, 이 모양 이 꼴이라니. 흐흑.”
“그럼 변신 풀고 원래 모습일 때, 우리처럼 피부색이랑 머리카락 색깔만 바꾸면 되잖아.”
아미는 아크를 한심하게 바라보고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한다.
“으휴~ 이 철없는 것아 내가 너를 보호한다고. 제법 무리를 했단 말이다. 히브리아 대륙과는 달리 마고 대륙은 수라의 습격에 대비가 철저해. 그래서 내가 굳이 원래 모습으로 안 변해도 괜찮지. 그리고 나는 좀 힘을 비축해야만 해. 요즘 너무 힘을 써서 피부도 푸석푸석 해졌어.”
아크는 아미의 마지막 말을 제외하곤 할 말이 없었다. 자신 때문에 힘을 많이 쓰다니 미안해지는 아크였다.
“음? 이봐 아크. 또 그렇게 풀죽을 것 없어. 내가 원해서 원래 모습으로 변한 거니까. 이제는 다 아니까. 속 시원하게 말을 할게. 내가 너를 사랑하니까 그런 것이니 너는 아무런 걱정할 필요 없어.”
아크는 아미의 말에 이번에는 얼굴이 화끈거린다. 아크가 아미의 마음을 알고 난 뒤부터 아미는 은근히 아크에게 자신이 아크를 사랑한다고 자주 어필하였다. 역시 연상의 대담함이란.
“뭐....... 뭐 그거야.......”
란데르그는 생각하였다. 요즘 들어 다시 말해 아미가 자신의 원래 모습을 보이고 만 다음엔 적극적으로 아크에게 어필하는 아미였다. 역시 사랑은 수문장이 있어도 공격이 들어가나 보다.
‘허허허, 청춘이로고.’
사실 란데르그는 아크의 짝이 유이보다는 아미에게 한 표를 던져주었다. 같이 여행한 지 꽤 된 것도 있지만 아미의 지혜로운 모습과 더불어 요즘엔 아미의 본래 모습을 보았다.
객관적으로 봐도 아미는 세월이 비껴간 동안 적인 얼굴과 은근 글래머러스한 몸매 그리고 살아있는 상큼함의 매력과 활력이 함께 넘치는 여인이었기 때문이다.
‘흐음~ 아크는 여복이 좋은가 보군, 부럽소이다. 허허허.’
란데르그 자신도 한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란데르그는 하프 엘프. 자식을 낳지 못한다.
그래서 그 사랑하는 사람이 여인의 행복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 모질게 떠났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그 여인이 란데르그를 그리워하다 못해 자살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부터 란데르그는 그 어떤 여인에게도 자신의 사랑을 주지 않았다.
오직 하프 블러드 길드와 지금의 동료에게 자신의 사랑을 주었다. 그러고 보면 란데르그도 정말 불쌍한 인생을 산자였다.
“자! 말을 이제 그만하고 이만 마고 대륙으로 넘어가 보오!”
“아! 그전에 잠시만.”
아미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아공간에서 옷가지들이랑 무기들을 주었다.
“자! 이거 받아. 아까 말했듯이 우리들은 브란티아 대륙에서 사용하던 장비들을 사용할 수 없어. 그래서 일단 이걸로 무장해.”
“흐음~ 좋소이다. 진정한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 법! 한번 내 실력을 시험해 볼 수 있을 것이오.”
“그래 아미, 후아~ 마고 대륙에는 어떠한 강자와 대장간 기술이 있을까! 벌써 기대가 돼!”
아크는 예언의 완성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검사의 본능과 대장장이 혼이 불타는 것을 먼저 느꼈다.
아크의 여행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