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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림하되 지배하지 않는다-38화 (38/155)

38. 분노와 사랑.

38. 분노와 사랑.

날이 밝자 겨우 정신을 차리는 렉스.

이미 이곳은 전날 리우드 부족이 있던 곳이 아니었다. 완전 황폐화. 그곳은 불타고 그을린 사막의 황무지와 동화되었다. 그곳이 리우드 부족의 영토였다는 것을 아는 유일한 것은 다 타버린 파오와 시체더미로 알 수 있었다.

“어째서....... 어째서....... 흐흑.”

렉스의 감정은 더욱 격해진다.

“흐아악! 흐아앙! 흐아아아악!”

또래보다 어른스럽다고 아이가 아닌 것은 아니다. 오히려 평소에는 의젓하게 행동해서 지금은 그 어린애의 감정이 폭발하였다.

“흑흐흐흑 흐흐흑.”

한참을 울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는 렉스. 이제는 혼자라는 것을 실감하는 작은 아이. 그리고 사막에 무릎을 꿇은 채 괴롭지만, 어제의 일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떠오르는 단어. ‘예언의 아이’ 그게 뭐이기에 자신의 보금자리와 가족과 친구들을 죽이는가.

또 다른 키워드는 황금빛 눈. 즉 아크. 바로 자신이 전날 형이라고 부르며 친하게 지냈던 형이었다. 엄청난 분노와 배신감에 휩싸이는 렉스, 무슨 일이 있으면 자신에게 오라고 했건만 막상 일이 일어나니 도망갔다.

‘아크 형....... 아니 아크. 너는 내가 꼭!’

13살 아이에게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때 심장이 아파져 왔다.

“윽! 으윽......”

자신의 부족의 주술사들이 살아있을 때 렉스에게 말한 것은 다크 하트는 어둠의 마나에 최적화된 신체이다.

어둠의 마나를 쓰는 수라들에게는 최상의 신체지만. 어둠의 마나를 안 쓰는 보통의 인간은 그저 괴로운 신체적 질병이다.

그리고 어둠의 마나에 필수적인 마이너스 감정에 쉽게 동화된다.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수라들이란 괴물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은 렉스는 이 저주스러운 자신의 심장이기도 한, 다크 하트마저 싫었다. 그래서 심장이 아픈 와중에 자신의 가슴에 주먹질하며 자해를 하였다.

퍽! 퍽! 퍼 퍽!

있는 힘껏 자신의 가슴을 때리는 렉스. 생각 같아서는 칼로 심장을 도려내고 싶었다. 그리고 또다시 울부짖는 렉스.

“흐아악! 흐흐흑!”

13살의 작은 아이에게는 이 상황 자체를 받아들이기가 힘이 들었다.

※ ※ ※

여기는 히브리아 대륙 어딘가의 황무지.

그곳에 붉은 머리의 청년이 정신을 잃고 마법의 사슬을 말에 묶인 채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었다.

“으음....... 여기가 어디지? 아 참! 리우드 부족!”

이제야 정신을 차리는 붉은 머리 청년은 아크였다. 아크는 깨지는 두통 속에서 전날 있던 리우드 부족의 일을 생각해내었다.

“정신이 드시었소? 아크.”

“란데르그? 여긴......”

“보다시피 히브리아 대륙의 어디이오. 어딘지는 자세히 말해주지 않겠소.”

“란데르그. 리우드 부족은? 그곳에 있던 수라들은?!”

“정신 차려 아크. 다 끝난 일이야.”

갑자기 뒤에서 나타나는 연보랏빛 털의 고양이 모습의 신수 아미가 나타났다. 아미는 제법 지친 모습이었다.

“아미! 너 어떻게!”

아미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아크.

어제 아크가 리우드 부족을 못 도와준 것은 아미 때문이었다. 도와주었더라도 헛수고요 개죽음이었지만.

아크는 말과 함께 묶인 마법의 사슬을 풀려고 했지만, 자신의 힘으로는 결박을 풀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크는 마스터의 마나인 중단전의 마나와 딘 메긴 3단계의 힘까지 끌어다 썼지만 어째서인지 풀 수가 없었다.

“어째서 풀리지 않는 거지? 아미!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아미는 지친 표정으로 아크에게 말을 한다.

“아크, 그거야 내가 더 힘이 강하니까 그런 거지. 괜히 힘 빼지 말고 쉬렴.”

말도 안 돼. 자신은 마스터에다가 메긴을 사용할 줄 안다. 그런데도 아미가 건 마법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다.

이에 아크는 다르게 생각하는데.

“아미! 어째서 그런 거야! 이 정도의 힘이 있으면 리우드 부족의 일은 도울 수도 있었잖아!”

아미는 피곤하다는 듯이 말을 이어 했다.

“나도 지금 엄청나게 무리를 한 거야. 지금의 나는 나의 힘을 다 쓸 수 없어. 그런데도 너를 살리고자-”

쓰러지는 아미. 그와 동시에 아미의 정신력으로 유지되던 마법의 사슬이 풀렸다. 아크는 마침 자신의 모든 힘을 끌어낸 덕분에 타이밍이 맞게 쓰러지는 아미를 잡았다.

“아미......”

란데르그는 가만히 지켜보다가 이내 말을 한다.

“아크. 아미는 정말 무리를 한 것이오. 내가 어제 보니 아미는 원래는 인간이나 얼마 남지 않은 힘을 회복하고자 자신 스스로 신수가 된 것이라오. 그리고 어제는 자신의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서 추적을 피하고자 무리하게 우리들 모두 같이 텔레포트 마법을 여러 번 전개 하였소. 그대도 이제는 알 것이오. 혼자 전개하기도 벅찬 텔레포트를 우리들 모두. 그리고 여러 번 전개 하였소. 그건 한마디로 목숨을 걸고 한 것이라오. 자신의 목숨보다 아크. 그대를 위해 그런 것이오.”

란데르그의 말에 아크는 그제야 분노한 자신의 감정에서 벗어나 아미를 보았다. 확실히 지친 모습이었다.

“아미 어째서....... 나 같은 것을 위해.”

란데르그는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하다가 이내 말을 한다.

“아크. 그대는 눈치를 채지 못했지만. 아미는 그대의 보호자이기도 하지만 그대를 진심으로 사랑하오. 사랑이란 때론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고 자신이 그 사람에게 비난을 받더라도 그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그것을 감수하는 것도 가능하게 하오. 아크 그대의 분노만 생각하지 말고 아미의 사랑을 이해해주시오.”

아크는 자신이 얼마나 잘못하고 있었는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미안했다.

그동안 알아주지 않아서. 같이 바라보지 않아서.

그동안 아미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생각을 하자 자신의 분노는 눈 녹듯이 사라지고 아미에게 미안함의 눈물이 흘렀다.

“흑, 흑흑. 미안해 아미.”

아크 일행은 아미를 쉬게 해주기 위해 지도를 보며 다음 오아시스 지역으로 이동했다. 아크가 이제는 고집을 안 부린다고 하였기에 란데르그는 지도를 보여주었다.

그곳에 도착하여 여행자의 쉼터에서 쉬고 있는 아크 일행. 아크는 혹시라도 리우드 부족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싶어서 여기저기 소식을 묻고 다녔다.

“리우드 부족? 아, 어제, 밤에 엄청난 기운을 가진 수라들에게 몰살을 당했지. 아마 살아남은 자는 없을 것으로 알려졌지 아마? 이미 많은 주변 부족의 전사들이 정찰을 나갔는데 마지막으로 도망치던 노약자 무리까지 모두 몰살을 당했다고 들었어. 에잉, 인정이라고 없는 수라 녀석들. 지금 그것 때문에 히브리아 대륙의 부족들은 임시로 동맹을 맺어 수라들의 움직임에 예의 주시하고 있지. 다음은 그들 차례 일까 봐. 우리 오아시스의 부족도 지금 초비상상태라네. 자네들의 많은 금화만 아니었더라면 자네들을 안 받았다네.”

아크는 깊은 절망이 느껴져 주변 바위에 앉았다.

그리고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모두 자신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라들의 갑작스러운 습격은 자신을 노린 것이다.

자신은 ‘예언의 아이’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는 말이 안 되었다. 수라들이 리우드 부족을 노린 이유는 없었으니까. 그리고 자신이 더욱더 강했더라면 지킬 수도 있었다.

적어도 렉스만은 살아있길 빌었건만, 이제는 그것도 욕심이었다. 그렇게 자괴감에 휩싸인 채 여행자의 쉼터로 돌아온 아크.

아미가 누워있어야 할 자리에 어떤 연보랏빛 머리카락 색에 아미와 똑같은 흑진주 빛의 검은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가 있었다.

아크는 그 여자를 자세히 보았다. 옷은 창조주교단에서 주로 입는 연보랏빛 사제복을 입었다. 아크는 그 여자를 알았다. 전에 라이언 영지의 내전 때 숲속에서 보았던 그 여자아이였다.

“어....... 넌, 그때의 그.”

“안녕 아크. 넌 기억이 안 나겠지만, 이 모습으로 보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구나.”

“설마 넌 아미?”

아미는 싱긋이 미소를 짓고는 아미 특유의 손버릇인 그 자리에 앉으라고 자신의 옆에다가 손으로 톡톡거렸다.

아크는 뭔가에 홀린 듯이 아미에게 다가갔다.

아크는 그 숲속에 만난 뒤 정신이 없었지만, 내전이 끝나고 그 여자아이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했지만 못 찾았다.

그래서 어딘가로 비밀 파견을 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아미였다니 아크는 멍했다.

“후후후. 아크 지금 상황에 안 어울리는 말이지만, 지금 너의 표정이 너무 웃겨. 역시 눈치가 너무 없는데. 아크.”

아크는 그 말을 듣자 겨우 제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하나의 궁금증이 일어나는데.

“아, 저기. 그러니까 아미 이 모습으로 보는 것이 이번이 세 번째라고? 난 라이언 영지에서 이 모습을 처음 봤어.”

“후후후, 그렇겠지. 그때도 이때처럼 남을 위해서 검을 휘두르던 너의 모습. 기억나? 5년 전 제레인트 마을의 참사 때 말이야 그때 일시 각성으로 위험할 때 이 모습으로 돌아와서 너의 마나 경로를 정상화했었지. 넌 그때나 지금이나 자신을 너무 안 돌봐 그게 문제야 넌.”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드는 아크. 그리고 아미에게 사과의 말을 한다.

“아미, 미안해. 내가 너무 내 고집만 부렸어. 그리고 란데르그한테 들었는데 나에 대한 감정은......”

아미가 아크의 말을 잘랐다.

“그래 아크. 나도 란데르그한테 들었어. 란데그르가 먼저 말을 해서 그랬지만, 우린 달라지지 않을 거야. 난 언제나 동료로서 친구로서 너의 곁에 있을 거야.”

지금 아크의 마음속엔 유이가 있다. 아미는 그것을 눈치를 채고 선수를 친 것이다.

“어....... 그래. 고마워. 아미.”

아크와 아미는 잠시 어색해지는 자신들을 보았다. 그리고 아크는 화제를 돌리고자 이야기를 한다.

“근데 아미 너 본래 모습. 진짜 예쁘다. 누가 너를 할머니라고 하겠어.”

“할머니?”

“응? 너, 렌 사부님과 또래 아니야?”

“푸하하핫,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당연히 너의 부모님인 보보와 니르보다 나이가 어리지.”

“?”

“그럼 내가 할머니이면서 너를 좋아한다고 생각한 거야? 나이를 안 먹고 예쁘니까 괜찮고?”

“어? 저....... 그게 말이야 미안해.”

아크는 뭔가 창피한 감정이 들었다.

“흠, 흠 좋겠네. 아크 예쁜 내 모습을 이제 실컷 보겠으니.”

“응? 무슨 말이야 아미, 너 힘을 회복하려고 고양이 모습으로 지내는 거 아니야?”

“뭐, 어느 정도는 힘이 회복되었어. 그리고 수라들이 언제 너를 노릴지를 모르니. 당분간은 이 모습으로 지내고자 해.”

아크는 아미가 걱정되었다,

“하지만 아미. 나도 어느 정도 강해. 그렇게까지 무리 안 해도 돼.”

“나 딘 메긴 7단계인데도?”

“뭐? 딘 메긴이 7단계라고?”

경악하는 아크 그 정도면 적어도 디아우스 정도 되는 경지이다.

“그래 아크. 너는 아직 나의 보호를 받아야 해. 그리고 미안해. 너를 나의 힘으로 억지로 못하게 한 거 말이야. 앞으로 두 번 다시 너한테 마법은 안 쓸게.”

아미가 그렇게 나오자 아크는 할 말이 없었다.

그때 란데르그가 들어왔다.

“아미, 그대가 좋아하는 향기 좋은 차를 가져왔소이다. 이걸로 심신의 안정을 취하시오! 어?! 아크. 그대 돌아왔는가!”

란데르그는 아미가 마법을 부릴 때 원래 모습을 봐서 안 놀란다.

여하튼 기가 막힌 타이밍에 들어오자 아크는 란데르그를 극진히 환대하였다,

“어서 와 란데르그!”

아미는 모처럼 아크와 단둘이 그것도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 란데르그가 들어오자 란데르그한테 엄청난 살기를 띤 눈빛을 보내었다,

“어? 어? 왜 이리 상반되는 반응이시오.”

란데르그도 눈치 한번 되게 없는 자였다.

“어휴~”

한숨 쉬는 아미 눈치 없는 남정네 둘 사이에 끼어 몸을 회복하는 것보다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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