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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림하되 지배하지 않는다-32화 (32/155)

32. 마탄의 사수(Freischutz).

32. 마탄의 사수(Freischutz).

샴바라라고 이름을 밝힌 정체불명의 청년은 자신이 빛의 디아우스 루 라바다의 아들이라고도 밝혔다. 아크와 그 일행들은 잠시 당황하였다. 그리고 가장 현실적인 대답을 한 자는 바로.

“어디서 개도 안 믿을 개소리하시오!”

란데르그였다.

란데르그는 아까의 욕먹은 것에 대한 복수라도 할 심산으로 양껏 조롱하였다.

“헹~! 어디서 씨알도 안 먹힐 소리를-”

탕!

총성이 일어났다.

그 총알은 란데르그의 정확히 오른쪽 어깨의 작은 분노를 집어넣는 칼집의 끝을 살짝 건드렸다. 아크 일행은 모두 놀라 여기서 몸이 굳었다. 언제 쏜 것인지 전혀 가늠이 안 갔기 때문이다.

“헉~! 뭐 이런 말뼈 따귀 같은!”

란데르그는 깜짝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또 도발하였다.

“그만! 더 나를 모욕하면 다음엔 미간에 맞출 것이다.”

청년의 살기가 퍼졌다.

“헙!”

란데르그는 그 말에 그만 입을 다물었다.

상대는 그 귀하다는 마력 총을 사용하는 자였다.

아크도 그러한 마력 총을 보았다. 이그나이트 성에서 제노 이그나이트가 쓰던 머스킷도 마력 총 중 하나이다.

마력 총이란 사용자의 마력을 흡수해 날리는 일종의 마나 탄환을 발사하는 것이다. 사용자가 마스터이면 오라를 모아 쓸 수 있다. 사용자의 역량에 따라 사용자가 가능할 때까지 총알을 무한대로 쓸 수 있는 점이 강점이다.

아크는 일행 중에서도 가장 침착하게 상황을 인지하였다.

“자, 이제 진정하고 여기에 온 이유나 말해보시지. 왜 여기서 깽판 치고 있지? 이 주변으로 내전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는데, 이러한 분란을 일으킨 이유나 들어보자.”

샴바라라고 정체를 밝힌 자는 진정하여 아크의 청을 들어주었다.

“좋아! 저 예의 없는 녀석 때문에 흥분했지만, 너의 말에 진정하고 내가 온 이유를 설명하지.”

‘누구부터 예의가 쌈 싸 먹었소? 정말 어이가 없소이다.’

란데르그는 차마 입 밖으로 그 말을 꺼내지 않고 속으로만 말하였다.

란데르그는 ‘나는 쫄지 않았다’라고 자신에게 주문을 걸었다.

“내가 여기 온 이유는 빛의 디아우스 루 라바다. 즉 나의 아버지가 내린 계시를 받고 이곳의 상황을 타개하고자 멀리서 왔다. 그런데 이곳에 오니 ‘예언의 아이’가 상황을 끝냈다고 하더군. 그래서 그 녀석을 만나 보려고 이곳에 왔지 아! 참고로 여기 들어올 때 백기사들이 방해해서 좀 상대해줬어....... 그렇게 노려보지 말라고 그냥 ‘상대만’ 해줬어 죽이진 않았어, 뭐 물론 뼈 몇 군데 부러졌겠지만.”

아크 일행은 어이가 없었다.

고작 그러한 이유로 이러한 깽판을 치다니 이자는 정의를 추구하는 빛의 디아우스 루 라바다의 아들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너! 이 녀석 감히 나의 백기사들을!”

이번엔 드라이가 흥분했다. 아크 일행은 이번에는 드라이를 말리느라 진땀을 뺐다. 잠시 진정시키고 그 광경을 재미있다는 듯이 보는 샴바라였다.

아크는 그자의 말을 듣고 자신이 나서야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솔직히 조금 무서웠지만 말이다.

“크~흡! 내가 그 예언의 아이다. 근데 그러한 말을 어디서 들었지?”

아크는 최대한 당당한 말투로 말하였다.

“아, 아~ 그 이야긴 이미 공공연하게 소문이 다 나서 다 알아. 거기다가 내가 여기서 들은 소식으로는 ‘성(聖) 검사’라고 호칭도 받았다며?”

샴바라는 아크를 바라보며 말한다.

“그래 그게 나다!”

아크는 대답하는데.

“그럼 나랑 한판 붙자!”

샴바라가 대뜸 이러한 말을 함에 아크는 어이가 없었다. 아크 일행을 차례대로 도발하더니 이번에는 아크인가보다.

“자....... 잠깐 근데 루 라바다 님에게 언제 계시를 받은 거지? 내전이 일어 난 지 꽤 되었는데. 어디 멀리라도 있었어? 아냐? 그럼 각 도시에 세워진 텔레포트 게이트로 올 수도 있었는데.”

아크는 다급히 화제를 돌리고자 하였다.

“아~, 그거 계시는 한 두세 달 즘에 받았어, 하지만 이곳에 오기까지 힘들었지. 낮잠과 각 마을의 명주를 마신다고 크~ 지렸다.”

아크 일행은 자신들의 어이가 모두 집단 가출한 것을 느꼈다. 아마 루 라바다 님은(진짜 아들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녀석의 늦장 대응에 화가 나서 아크에게 이 일을 의뢰한 것일지라.

“잠깐! 그럼 왜 아크랑 붙자고 하는 거야?!”

이번에는 보다 못한 아미가 나섰다.

“아~, 그건 그냥 분풀이. 이대로 가면 아버지에게 혼날 것 같거든 그래서 체면치레지.”

쿵!

결국 아크 일행 모두 어이가 상실되었다.

“으아악! 아크, 아미, 드라이 이번에는 말리지 마시오! 어이! 감히 빛의 디아우스 루 라바다 님의 아들을 사칭하는 가짜 놈아! 너는 아크에게 갈 것도 없이 내가 상대해 줄 것이오!”

란데르그의 도발!

샴바라도 이번에는 눈썹이 꿈틀거렸다.

“아까 전부터 참고 있었는데 어이 반쪽! 밖으로 나와!”

아크 일행은 이번엔 단체로 열이 받았다. 란데르그한테 반쪽이라니 그건 하프인 란데르그한테는 최악의 모욕이었다.

아마 란데르그의 귀를 보고 하프 일족 이라는 걸 알아차렸지 싶다. 아크 일행은 란데르그가 이기든 지든 다음에는 자신들이 나서서 샴바라를 반 곤죽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 ※ ※

잠시 후.

라이언 성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아크 일행과 샴바라가 있었다.

샴바라라는 자의 실력은 모르나 란데르그는 마스터! 마스터가 전투를 벌이면 그곳의 일대는 일명 아수라장이 된다. 이것은 아크 일행의 무언 동의로 란데르그가 마음껏 날뛰라고 장소를 바꿨다.

“이야 공기 좋은데! 역시 시골은 공기가 좋아!”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샴바라는 천하태평이었다. 란데르그는 처음부터 전력으로 힘을 개방했다.

팟! 팟!

파팟!

마스터의 기운이 란데르그의 온몸에 넘실거렸다.

“오호! 어이 반쪽! 너 마스터의 경지였군!”

꿈틀!

란데르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한시바삐 이 건방진 녀석을 때려눕히던지, 아니면 최소 한 곳은 불구로 만들 생각으로 힘을 짜내었다.

“이보시오! 가짜! 그대는 오늘 내 손에 죽을 것이오!”

란데르그도 이에 질세라 도발을 하였다.

“이 자식 오늘 송장으로 만들어주마!”

그 말을 끝으로 샴바라도 기운을 짜내었다.

팟!

파파팟!

아크 일행은 깜짝 놀랐다.

샴바라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적어도 마스터 급.

이자도 보통의 실력이 아니었다.

란데르그와 샴바라. 이 둘은 서로 거리를 벌리었다.

원거리 전에 능숙한 자들이기에 나오는 전투방식이었다. 둘의 무기는 란데르그는 활, 샴바라는 마력 총이었다.

둘은 몸에 마스터 급의 마나를 부여하여 특히, 다리와 눈에 마나를 넣었다.

근육세포 하나하나에 강화가 되었고 눈은 멀리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첫수는 란데르그의 시작이었다.

란데르그는 빠르게 이동하면서 정확하게 샴바라를 향해 오라 샷!

그러나 샴바라를 다치지 않고 제압만 할 용도로 바람의 속성 석을 쓰지 않고 일반 무 속성의 오라 샷을 쏘았다.

그래도 마스터 최상급의 오라가 들어간 화살이라 어마어마한 기세로 날아 갔다.

팟!

쿠와아아!

아크 일행은 멀리서 이러다가 진짜 송장 치우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막상 샴바라는 그 거대한 오라 샷을 봐도 여유가 넘쳤다. 샴바라도 마스터 급의 오라를 넣은 오라 탄을 쐈다.

탕!

파아앗!

샴바라도 란데르그의 오라 샷에 뒤지지 않는 기세로 오라 탄을 쐈다. 둘의 거대한 오라 샷과 오라 탄이 정확히 둘의 정중앙에 격돌하였다.

쾅!

콰아아아!

둘의 오라 샷과 오라 탄은 서로를 집어삼킬 심산으로 격돌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완벽한 상쇄(相殺)!

둘의 실력이 엇비슷하다는 결과다.

‘호오! 가짜 주제에 실력은 좀 있나 보오.’

‘큽, 겨우 반쪽짜리한테 상쇄라니!’

둘의 탐색전은 그것으로 끝! 둘은 그 넓은 공간에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며 서로를 향해 화살과 마력 탄을 쐈다. 어느 정도 실력자들만 한다는 무빙 샷!

파파팟!

타 타 탕!

콰콰쾅!

둘은 서로를 노리고 공격 또는 방어로 화살과 마력 탄을 쏘아 댔다.

그 상황은 백발백중, 백중지세였다.

그렇게 한참을 이리저리 빠르게 이동하면서 공격하다가 둘은 서로 봐줄 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동시에 깨달았다.

‘흠~! 미안하지만 바람의 속성이 들어간 오라 샷을 쏴야겠소!’

란데르그가 결심을 하고.

‘쳇! 인정해야 할 건 인정해야겠군. 좋아 특별히 그걸 써야겠군!’

샴바라도 뭔가를 결심한 듯이 표정을 굳혔다.

이에 둘은 동시에 활과 마력 총에 달린 속성 석의 힘을 개방했다. 란데르그는 익히 알듯이 바람의 속성 석이고 샴바라의 속성 석은 무엇인지 검은빛 오라를 내뿜었다.

“음?! 저건!”

드라이는 그 현상을 제일 처음 눈치를 챘다.

저 검은 오라가 상징하는 것이 뭔지.

란데르그는 그것을 눈치를 채지 못하고 전력으로 바람의 속성 석을 써 투명한 예기인 오라 샷을 쐈다! 샴바라도 이에 질세라 검은빛 오라로 변한 마력 탄을 쐈다.

허공에 투명한 예기와 검은빛 마력 탄의 충돌!

쿵!

콰카카!

그 두 기세의 충돌로 많이 상쇄되었지만, 일종의 충격파가 샴바라를 덮쳤다.

“큭!”

샴바라는 어느 정도 충격을 입은 듯하였다. 기뻐하는 아크와 아미 그러나 드라이는 표정이 어두웠다.

“응? 드라이 왜 그래? 방금 란데르그의 공격이 약간이지만 먹혔는데.”

아크가 드라이의 표정을 보며 말한다.

“아크, 아미 저 검은빛 오라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모르겠나?”

드라이가 말하고

“음? 가만 혹시!”

아미가 눈치를 챈다.

그때 란데르그가 이동 중에 갑자기 엎어졌다.

“큭! 크아악!”

란데르그가 갑자기 괴성을 질렀다.

아크와 아미는 달려가고자 했으나 드라이가 제지하였다.

“안 돼! 둘의 싸움에 끼어든다면, 그건 란데르그를 모욕하는 것이야!”

“하지만 저 검은빛 오라는......”

아미가 말하자.

“그래 혼돈 속성 석의 힘이다.”

드라이가 대답한다.

혼돈 속성 석. 그것은 대부분 물질적 충격을 주는 속성 석으로 이루어진 속성 석 중 가장 이질적인 힘이다.

그 힘의 정체는 광역 저주계열의 힘이었다.

상대방의 전투 의지를 꺾어, 환상을 주며 상대의 전투 불능의 상태로 만드는 저주이다.

지금 란데르그는 두 힘의 충돌 기세에 물리적으론 충격을 주었으나 충돌 때 퍼진 광역 저주의 힘으로 정신적 상처를 입은 것이다.

“크아악!”

란데르그가 괴성을 질렀다.

“저 반응은, 그래 저주[트라우마]인 것 같다. 상대방의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을 끄집어내 전투 불능으로 만드는 저주지.”

드라이가 상황을 분석한다.

“그럼 당장 전투를 끝내야 해!”

아크가 상황의 위험성을 인지했다.

“여기 오지 마시오! 아크, 아미, 드라이! 이 전투는 나의 전투요! 다가온다면 적으로 간주하고 쏘겠소이다!”

란데르그는 처절히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일행에게 소리를 질렀다.

“호오~! 꼴에 마스터라고 자존심이냐? 그 정도의 저주는 전투 불능일 텐데 그만 항복하고 아크라는 예언의 아이를 데려오시지!”

샴바라는 비웃으며 란데르그에게 다가간다.

그때 란데르그는 오른쪽 어깨에 달린 작은 분노와 왼쪽 허리춤에 있던 큰 분노를 꺼냈다.

촤앙!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란데르그가 비틀거리며 전투 자세를 취한다.

“풋! 겨우 한발에 전투 불능으로 실신할 것 같은데 센 척은 그만하시지.”

샴바라의 말이 맞았다. 지금 란데르그의 정신은 현실과 자신의 가장 어두운 기억의 꿈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란데르그를 괴롭혔다.

‘큭! 겨우 이 정도에....... 엔주의 대혼돈때도 안 한 실수를. 요즘 너무 방심했소이다.’

란데르그는 샴바라에게 분노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분노했다. 자신을 모욕하던 자를 이길 수 없음에 자신의 안일함에 그런 한 분노가 정점을 찍더니 이내 작은 분노를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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