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마스터의 위엄.
28. 마스터의 위엄.
발모르 자작은 진짜 낭떠러지에 있는 것 같은 절망감을 느꼈다.
깊은 절망감속 아크의 말이 떠올랐다. ‘썩어도 준치라고 발모르 자작님.’이라고 말이다 발모르 자작 자신은 썩었다.
그러나 준치였다. 저 애송이에게 준치의 무서움을 보여주리라고 다짐하였다. 과연 한 세력의 수장다운 생각이다.
‘후~, 그런데 하운드의 마스터 아크란 놈이 내 숨통을 바짝 조를 줄이야, 라이언 백작도 그렇고 그놈이 라이언 백작을 바꾼 것 같군.’
그렇다. 발모르 자작이 아는 드라이 라이언 백작은 방금 같은 선전의 방식을 안 쓴다. 그저 묵묵히 창을 휘두르는 자였다.
아크와 아미 그리고 란데르그의 영향으로 드라이는 점차 바뀌고 있었다. 좋은 변화였다. 아크라는 자도 마찬가지로 이 시대가 변함에 따라 시대가 시대에 맞는 새로운 주인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아무리 발모르 자작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데바라도 자신처럼 썩어 문드러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맞게 변하는 것이.
한편 아크는 발모르 성을 휘저으며 다녔다.
전술을 짜기 전 약속대로 란데르그는 메(ME)를 타고 원거리에서 백기사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서 갔고 드라이 라이언 백작은 아까 전 마법 확성기 방과 같은 주요 중추 시설을 점령하였다.
아크 자신은 선봉장으로서 발모르 자작에게 이어지는 길을 뚫는 것이었다.
성기사들의 저항은 거세였다. 아마 마지막 자존심이자 명예로 자신들의 주군을 지키는 것이 가장 큰 명예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아크는 점차 피로함이 쌓였다.
‘후~, 이놈의 성기사들 진짜 저항이 거세네, 마스터가 됨으로써 높아진 기력과 체력이 벌써 고갈되기 시작했어.’
성기사들과 빛의 사제들은 빛의 성법인 회복 기술들을 생명 속성만큼은 아니지만, 많이 알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목이 잘리는 것과 같은 치명상만 아니고 자잘한 상처들은 마나가 없을 때까지 회복한다. 과연 성기사들을 다른 말로 성 바퀴벌레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크는 이윽고 드디어 발모르 자작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영주 관에 도착하였다.
쾅!
끼이! 끽!
문을 박차고 들어간 아크와 백기사들 그곳엔 발모르 자작이 있었다. 그가 애용하는 무기로 유명한 처형 검, 엑서큐셔너스 소드와 함께 영주 관 옥좌에 앉아서 아크와 백기사들을 맞이하는 발모르 자작은 분위기가 압도 그 자체였다.
“왔느냐?”
목소리부터 마나를 담았는지 위압감과 살기가 느껴졌다.
움찔!
“큭”
신음을 내뱉는 백기사들 그러나 젊은 혈기를 주체 못 하고 달려드는 젊은 백기사들도 있었다.
“죽어라! 발모르 자작!”
“창조주 안의 영광을 위하여!”
아크는 깜짝 놀라며 그들을 제지하고자 했으나.
“앗! 안 돼!”
푸슉!
쿵!
늦었다.
발모르 자작은 옥좌에 앉은 채로 달려드는 젊은 백기사들의 정확히 투구와 갑옷의 사이의 틈인 목 부위를 노렸다.
놀라운 신위였다. 과연 마스터 오라도 발현하지 않은 채로 정확히 급소를 노려 공격하였다.
아크는 이 이상 백기사들의 피해가 있으면 드라이를 볼 면목이 없었다. 그래서 아크는 자신이라는 카드를 꺼내 드는데.
“모두 뒤로 물리어 주십시오. 발모르 자작은 제가 맡겠습니다.”
백기사들은 발모르 자작의 마스터로서 내뿜는 기세와 방금 같이 개죽음당한 젊은 백기사들을 봐서 그 제안을 수락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보았다. 마스터와 마스터가 결투하는 장면을.
팟!
파파팟!
아크는 바스타드 소드를 들며 발모르 자작에게 쇄도하였다. 오라는 발현하지 않은 채 일종의 탐색전이었다. 발모르 자작도 이번에는 옥좌에서 빠르게 일어나서 아크에게 쇄도하였다. 마찬가지로 오라를 발현하지 않은 채.
챙!
쾅!
둘은 정확히 둘 사이의 정중앙에서 충돌하였다.
“허! 애송이로 보이는데. 제법이로군. 역시 데바인가?”
발모르 자작은 아크에 대해 추리한 것을 말한다.
“데바는 맞지만 그건 최근의 일이다.”
둘은 한차례 공방을 펼치고 떨어졌다.
“뭣이 데바는 맞지만 최근이라고? 그럼 지금 보이는 젊은 외모 나이가 본래의 나이인가?”
발모르 자작은 아크의 나이에 대해 의심을 하는데.
“그렇다. 올해로 20살이 되었지.”
발모르 자작은 감탄하였다. 아크라는 자의 말대로라면 자신은 브란티아 대륙의 최연소 마스터와 싸우고있다.
“허! 이거 참 영광이로군, 데바라는 사기적인 시스템을 이용한 마스터라고 생각했는데. 어린 나이에다 마스터라니.”
발모르 자작의 순수한 감탄이었다.
아크는 누아자에게 딘 하트를 받긴 했지만 그만큼 남들보다 많은 수련과 많은 시련이 있었기에 지금과 같은 성과가 있는 것이다. 세상에는 공짜라는 건 없다. 어린 나이에 높은 성취가 있으면 그만큼 노력을 더 했다는 말이니까.
“흠, 흠, 발모르 자작 지금 나와 결투 중에 이러한 대화를 하는 이유가 뭐지?”
아크는 발모르 자작의 칭찬에 살짝 무안해진다.
“아~ 아~ 별건 아닐세, 그저 늙은이의 푸념일세. 자네는 예언의 아이이니 이 정도 이야기는 들어 줘야 하지 않겠나?”
아크는 발모르 자작이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의 말을 들어 주기로 하는데.
“사실 데바라는 시스템은 불공평하네. 오랜 세월 늙지 않고 젊음을 유지한 채로 기득권층이면 그러한 기득권을 대부분 인간의 시점에서는 기득권을 오랜 세월 누리지 않겠나?”
아크는 데바를 부정적으로 보는 발모르 자작이 거슬렸다. 자신의 부모님도 데바였지만 자신이 생각하고 렌 사부님 그리고 아미의 말로는 한번 도 그러한 기득권을 누리지 않았다.
오히려 평범한 인간들에게 헌신적으로 대하였다. 진정한 군주로서의 길이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발모르 자작?”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러한 불공평한 시스템에 반항한 나를 말하는 거지 나도 마스터이네만 편법으로 마스터가 되었지. 다른 이의 생명력을 빨아먹어서.”
쿠궁!
방금 한 말은 아크는 물론 다른 백기사들도 놀랐다. 마스터가 되는데 다른 생명력을 취하였다면 그것은 금기이다. 그것은 수라의 방법이었다.
빛의 검 중 하나인 자가 수라의 방법을 취하다니 이건 엄연히 이단이었다.
“이거, 폭탄 발언을 하는데. 발모르 자작.”
아크는 놀란 마음을 진정하며 말한다.
“자! 그럼 푸념은 그만하고 이만 검을 나누세.”
그 말을 끝으로 발모르 자작은 검에 오라를 주입했다.
파아앗!
빛의 속성 석으로 간 오라는 곧 검에 빛의 속성 석의 상징인 백록색의 오라를 내뿜었다.
하지만 마스터의 오라라서 그 오라는 기존의 백기사와 성기사들이 보인 오라와 달리 거대했고 아름다웠다.
아크도 이에 질세라 검에 오라를 주입했다.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불꽃 골드 오라였다. 그리곤 서로는 다시금 격돌했다.
※ ※ ※
드라이 라이언 백작은 발모르 성의 주요 시설들을 파괴 혹은 점령함으로써 발모르 성의 기능을 봉쇄했다.
그리고 백기사들과 백작 군들을 이끌며 이 내전의 끝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나 하나가 부족하다. 자신이 이 이후에도 진정한 빛의 검의 수장이라고 알리려면 거대한 무대가 필요했다. 아크의 도움으로 그 경지까지 해낸 드라이 라이언 백작이였다.
그리고 그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그 기회가 곧 다가오리라고.
※ ※ ※
쾅!
쾅!
콰가강!
아크와 발모르 자작은 접전을 벌였다.
그럴 것이 발모르 자작의 검술은 정말 경이로웠다. 수명이 100년 안팎의 인간이 극한으로 수련한 것이 느껴졌다.
엑서큐셔너스 소드는 처형 집행 검이다. 실제 전투에 쓰기엔 사실 무리가 갔다.
하지만 고수는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고 하였던가.
발모르 자작은 빛의 속성 석의 빠른 속도와 엑서큐셔너스 소드의 한방의 공격력을 잘 섞어 자신만의 검술을 만들었다.
이에 반해 아크는 비록 검의 달인이나 자신이 원래 쓰던 클레이모어와 다른 바스타드 소드를 쓰고 있다. 검의 길이 차이가 나서 조금은 적응 시간이 필요했다.
팟!
주르륵.
몇 차례 공방을 주고받고 아크는 뒤로 밀려났다. 그리곤 자신의 비기 붕권, 아케트라브를 발모르 자작에게 날렸다. 화력은 최대치로 하여.
후 우우.
팟!
쾅!
콰아앙!
넓은 영주 관이었으나 아크와 발모르 자작의 접전으로 영주 관은 엉망이 되었다.
거기다가 방금 아크의 최대치의 아케트라브를 날리었더니 붕권이 날아간 영주 관의 창가가 완전히 박살나서 밖이 훤히 보였다.
그곳. 밖은 이미 내전이 막바지였다.
대부분 항복한 성기사들과 병사들 그리고 무기를 압수하는 백기사와 백작 군들. 발모르 자작은 그곳의 광경을 보더니 이내 고개를 아크에게로 돌린다.
“후후후, 모두 부질없는 꿈이었나?”
발모르 자작은 푸념하듯 말한다.
“항복해라 발모르 자작! 비록 금기를 법하긴 했으나 그대의 실력은 결코 이곳에서 끝낼 게 아니다.”
아크는 발모르 자작의 실력이 아쉬웠다. 그러한 실력이면 능히 한나라의 기둥이 될 만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모르 자작은 이내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후후후, 아크. 이미 나 때문에 수많은 희생이 있었네. 때론 정의를 위해, 때론 자신의 욕심을 위해 그런 것을 한 책임을 짊어지는 게 군주라네. 그것마저 외면한다면, 어찌 편히 눈을 감을 수 있겠는가. 자, 어서 끝을 보세.”
아크는 발모르 자작을 다시 보았다. 최소한의 군주의 책임은 지는 자였다.
그러던 중 아크는 직감적으로 누군가가 오는 것을 알기에 이와 같은 말을 하였다.
“아니 그대의 끝은 내가 내는 것이 아니다.”
타타탓!
영주 관 밖에서부터 이곳으로 오는 빠른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내 영주 관으로 들어오는 자가 있었는데.......
“그대의 끝은 내가 낼 것이오.”
드라이 라이언 백작이었다.
발모르 자작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자신의 마지막 결투에 마스터도 되지 못한 폐인이 자신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한 세력 군주의 마지막은 물론 마스터로써도 화가 났다.
“감히 나의 싸움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다니! 라이언! 그대도 나처럼 타락하였나!”
드라이는 그 말을 담담히 듣더니 이내 발모르 자작의 사정거리로 들어온다.
“나는 그 정도로 타락하지 않았소. 물론 전공을 세워야 이후에 이어질 성기사와의 대화도 끌어낼 수 있겠지. 하지만 그대의 마지막을 더럽히진 않을 것이오. 이걸 보면 무슨 말인지 알겠지.”
후 우우!
팟!
파아아앗!
그 말을 끝으로 드라이 라이언 백작은 자신의 핼버드에 오라를 주입하였다.
핼버드에 박힌 빛의 속성 석을 통해 내비친 빛의 오라는 조금 전 발모르 자작에게 보이던 빛의 오라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밝게 빛났다.
“어찌 이런....... 이럴 수가.”
발모르 자작은 할 말을 잃었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드라이 라이언 백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영주 관에 있던 백기사들 그리고 아크의 아케트라브로 뚫린 영주 관 창문 쪽 사람들은 모두 그와 같은 표정을 지었다.
200년 가까이 경지가 성장하지 않아 폐인이라고 치부되었던 라이언 백작이 며칠 사이에 마스터의 경지로 들어섰다.
그것은 곧 진정한 빛의 검의 수장으로서의 각성을 나타내었다.
“자, 이 정도면 그대의 마지막 무대가 절대 섭섭하지는 않을 것이오.”
드라이는 발모르 자작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한다.
“푸하하하핫! 하하하핫!”
발모를 자작은 광소(狂笑)를 터뜨렸다.
“그래. 그렇군, 푸하핫! 결국 해낸 것이더냐!”
발모르 자작의 표정이 기괴해지며 말한다.
“그래 모두 창조주 안 님의 인도였다.”
그런 발모르 자작을 보는 드라이의 눈은 뜨거웠다.
“창조주 안, 빛의 디아우스. 모두 시끄럽군, 나는 종교적 의미가 아닌 일개 검사로써 그대의 경지에 경의를 표하네. 그럼 끝장을 보자.”
그 말을 끝으로 발모르 자작은 드라이 라이언에게 달려들었다.
빛 대 빛의 대결 라이언 백작은 핼버드를 보다 정갈하고 빛의 속성 석의 힘으로 빠른 공격을 하였고 발모르 자작은 파괴적인 검술을 내보였다.
콰앙!
그리고 큰 소리와 함께 승부는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