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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림하되 지배하지 않는다-21화 (21/155)

21. 비겁한 수.

21. 비겁한 수.

그들은 이미 로크 산맥에서 눈빛으로 대화를 나눈 적 있기에 자신들의 진심이 잘 전달되었다. 그건 드라이 라이언 백작도 느끼고 있었다.

드라이는 한 영지의 백작, 아크 일행은 하운드로 신분 격차가 컸으나, 드라이 백작은 아크 일행을 보통의 인물로 보지 않았기에 이러한 형태의 대화가 가능하였다.

이 일행이 단순히 예전 얘기를 하려고 여기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자신의 힘든 점을 알고 있음을 그건 이미 공공연한 정보이기에, 그리고 왠지 그들이라면 도와줄 것임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리고 아까부터 느끼는 거였는데 은발 청년인 란데르그는 이미 그의 힘을 숨기는 것이 느껴졌고 이 붉은 머리 청년 아크는 예전에도 기운이 나이에 비해 대단했지만, 지금은 그 깊이가 깊었다.

감히 생각해 보건대 브란티아 대륙 최연소 마스터가 탄생하였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 젊은 백작은 실력은 엑스퍼트에서 정체되어 있지만 긴 세월 살아온 연륜과 한 가문의 지도자로서 통찰력은 뛰어났다.

그때 집무실 쪽으로 이상한 기척이 다가옴을 란데르그가 느꼈다.

‘음? 백작을 따르는 백기사들의 기척은 아닌데....... 설마?!’

“드라이 백작님, 집사들과 시녀들을 모두 물리시오.”

란데르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드라이 백작은 약간 놀랐지만 금세 눈치를 채고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리곤 집사와 시녀들을 물리었다.

“설마 했지만 역시 나군, 하지만 미리 알고 있었고, 대비하였는데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아크와 아미도 눈치를 채고 자세를 잡았다. 사실 오늘 드라이 백작은 오늘쯤에 자신을 암살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그래서 집무실에 혼자 있었던 것이었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실력이 부족하지 않다고 적들에게 경고하기 위해서였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아니면 이런 목숨 걸린 도박을 하지 않았을 것이나 그리고 또 한편으로 그만큼 목숨을 걸 정도로 드라이 백작은 궁지에 몰렸던 것이었다.

“이런, 은인들이 왔는데 이런 부탁을 해서 미안합니다. 나를 도와 암살자들을 처리해주지 않겠습니까?”

아크 일행은 괜찮다고 고개를 약간 끄덕이더니 이내 집무실 문을 노려보았다. 그렇다고 살기를 내비치진 않았다. 모두 집무실에는 백작과 약간의 집무실 사람들이 있게끔 기척을 내었다.

그때 집무실 문이 살짝 열리더니 그들이 들어왔다. 모두 검은 옷에 하얀 가면을 쓴 그들은 모두 12명 정도로 보였다. 그들은 아크 일행과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는 백작을 보고 잠시 흠칫했으나. 이내 대장처럼 보이는 자가 소리를 질렀다.

“갈! 모두 해치워!”

그 말을 끝으로 암살자들은 모두 백작을 향하였고 란데르그는 맥리르에게 받은 큰 분노와 작은 분노를 꺼내어 백작에게 암기를 날리는 것들을 쳐내었다.

챙!

채캉!

브란티아 대륙에선 불문율이 있다. 바로 암살할 때는 조용히 처리하기 위해 오라를 안 쓰는 것이었다. 오라를 쓰면 너무 눈에 띄고 화려하여 암살하기에는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아크 일행에게도 해당하였다. 신속하게 처리하되 되도록 상처 없이 제압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야지 배후를(사실 뻔하였다.) 알아내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암묵적인 규칙으로 집무실은 순수하게 힘과 속도로 결판내졌다. 아크는 클레이모어를 한 손으로 휘두르며 간간이 흉수들의 복부에 붕권을 날렸다.

그때마다 흉수들은 얻어맞은 복부가 안으로 들어가며 집무실 천장에 날렸다.

란데르그는 마법 무기들의 힘을 사용하지 않고 단순히 검으로써 ‘큰 분노’와 ‘작은 분노’를 휘둘렀다. 사실 란데르그는 이 보물들을 아직 통제할 자신이 없었다.

이 보물들은 하나하나 위력이 역사책에 쓰일 정도로 대단하였기에 조심히 다루었다. 앞에 두 사람은 모두 마스터(란데르그는 아직 자신의 경지에 대해 말을 안 하였다.)라서 걱정이 없었지만 의외로 실력이 정체되었다는 드라이 백작은 그 신위가 대단하였다.

드라이 백작은 무기로 핼버드를 사용하였는데 그 실력은 그 커다란 창을 조용히 그리고 과감하게 사용하였다.

하지만 절도조차 느껴질 정도로 계산적으로 휘둘렀다. 오라의 경지가 아니라 창술 자체로는 마스터를 뛰어넘는 신위였다. 이러한 신위로 제압이 되자 마지막으로 남은 대장으로 보이는 하얀 가면은 도망칠 기세를 보였으나 아미가 속박 마법을 써서 흉하게 넘어지고 기절하였다.

그 넓은 집무실이 엉망이 되었으나 아크 일행 그리고 드라이 백작은 식후 운동을 한 것처럼 개운하게 서로를 보았다.

※ ※ ※

다음날 라이언 백작 가는 난리가 났다.

당연히 그럴 것이 백작 가의 주인이 한밤중에 암살자들에게 공격당했다니 이건 큰 이슈였다.

그리고 그 이슈는 백작 가 영지 내에 널리 퍼지기 시작하였다. 이는 아크의 생각으로 민심으로 배후 세력에게 압력을 가하고자 한 계획이었다.

또 다른 계획은 암살자 중에 살아 있는 자들에게 진실을 말하게 하는 마법으로 배후를 알고자 하였으나 이들은 깊은 세뇌에 걸려 배후자들을 실토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크는 꾀를 내어 도망친 자들이 발모르 자작 가로 도망친 자들이 있다고 거짓 소문을 내었다. 소문은 란데르그의 정보 길드를 이용하여 은밀하게 그리고 빠르게 발모르 자작 가에 까지 향하였다.

※ ※ ※

어느 귀족의 대저택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소!”

귀족 집안의 밀실에서 귀족으로 보이는 늙은 사내는 앞에 요부다운 외모로 차를 홀짝이고 있는 여자에게 화를 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위압감을 내는 중년의 사내가 있었다. 그 사내는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화를 억지로 누르고 있었다.

그리곤 앞에 앉은 여인에게 조용히 그러나 목소리는 위압감을 준 채로 말하였다.

“리즈 양, 지금 우리에게 시간이 없소. 그대들의 말대로 드라이 백작은 실력이 엑스퍼트에 유지되고 있는 상황. 그건 우리에게 좋은 기회였소. 라이언 백작을 엑스퍼트 경지에서 멈추는 것. 그건 그대들에게 감사하오. 하지만 이번 암살 건은 내가 너무 서두른 것 같다고 하지 않았소이까. 그리고 소문은 우리에게 향하니 이건 앞으로 있을 거사에 큰 차질을 빚고 말 것이오.”

그렇다 위압감을 내는 사내는 발모르 자작 가의 주인 발모르 자작이었으며 앞에 요부 자태를 내는 여인은 얼마 전 이그나이트 영지에서 아크 일행에게 역관광을 당한 리즈였다. 그들의 마수는 이번엔 라이언 백작 가를 노리고 있었다. 리즈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발모르 자작을 보았다.

“크크 흠.”

발모르 자작은 저도 모르게 리즈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미 경지에 오른 서큐버스의 매혹에 마스터라도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자작님, 물론 예기치 못한 사건이지만 저희의 약이 드라이 백작을 완전히 폐인으로 만들진 못했나 봅니다. 그건 사죄드리죠. 하지만 이건 기회입니다. 백작 가가 우리 자작 가를 내치기 위한 자작극이었다고 소문을 내세요. 그리고 때를 봐서 백작 가의 귀족들을 매수하는 것입니다. 이미 우리들의 사람들이 많지만, 확실히 하죠. 만약......”

리즈는 다리를 살짝 꼬아 매혹적인 자태를 더욱 뽐내자 아까 화를 낸 늙은 귀족도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안된다면, 자작님의 실력이 있는데 그냥 밀어버리면 될 일이지 않겠어요? 호호.”

리즈는 그 자리에 있는 자작 가의 신료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발모르 자작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발모르 자작에게 슬쩍 귓속말한다.

“그 실력을 오늘 밤 저에게 보여 주세요. 그럼 당신의 힘에 맞게 계획을 맞추겠어요, 기대할게요.”

발모르 자작은 음심에서 뿜어져 나오는 환희에 잠시 취하였다가 신료들의 눈을 의식하곤 겉으론 가만히 눈을 감는다. 리즈는 상큼하겐 웃고는 그대로 밀실을 나갔다. 이번엔 하얀 갑옷을 입은 사내가 자작에게 말하였다.

“자작님. 그 여인이 무슨 말을 하였습니까?”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의 성기사 백부장이여.”

자작은 자신 또한 성기사임을 이제야 인식하였는지 목소리를 깔며 근엄하게 말하였다. 그 모습에 아까 전까지 자신의 결심에 흔들렸던 성기사 백부장은 안심하였다는 마음으로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존재를 알 수 없는 자들과 연이 닿아 여기까지 음모를 꾸민 것도 자신의 정의에 맞지 않았다.

그렇다. 이들은 데바가 아니었기에 선조들이 맺은 인연으로 모인 것이었다. 리즈와 같은 자들은 그들에게 엄청난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지금의 발모르 자작을 마스터의 실력으로 올려준 것도 그들이었다. 그리곤 백기사가 아니라 정통 성기사들로 이 영지를 정화 하고자 하는 대의의 꿈을 꾸도록 하였다.

이러한 목적으로 모인 자들은 저마다 진실한 자신들만의 정의 혹은 음심, 야망이 뭉쳐서 지금의 발모르 자작 가의 세력이 된 것이었다.

※ ※ ※

아크 일행은 조용히 백작 성에 있었다. 그리곤 란데르그를 통해서 정보 조작을 하였고 이따금 드라이 백작의 방문으로 현재 상황과 발모르 자작의 행동을 주시하였다.

아크는 이러한 와중에 드라이에게 조언을 하였다. 지금 수상한 움직임을 하는 신료들이 있으면 조용히 구속하라고 지시하였다.

그들은 발모르 자작이 접근하든 자신들이 접근하든지 결국 배신을 할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 그리곤 아크는 로크 산맥에선 몰랐으나 지금은 느낄 수 있었다.

“백작님, 혹시 오라의 경지가 언제부터 정체되셨는지 아십니까?”

아크는 조심히 드라이 라이언 백작에게 물어본다.

“그것 말인가, 그건 내가 엑스퍼트에 올라 얼마 안 되었을 때부터 서서히 성장이 멈추는 것을 느꼈지 그건 왜 물어보는가?”

“아크, 혹시?”

아미는 약간 눈치를 챈 듯 아크를 바라보았다.

“그래. 아미. 그게 맞을 거야. 나도 누아자 님의 딘 하트를 통해 본 기억이 있어. 그건 시초 대륙에서 수라들이 우리 인간들의 실력을 정체되게 하기 위해서 키운 독초의 중독 증세 같아.”

아크는 답을 찾았다.

“무엇이오? 중독?”

란데르그가 놀랐고.

“중독이라고 하였는가. 아크?”

드라이 백작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말투로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백작님 혹시 엑스퍼트에 올라 얼마 안 있어 새로 사들인 식자재나 약이 있습니까?”

드라이 백작은 허탈하듯이 웃었다.

“허허허, 그러고 보니 그때부터 성기사들이 내 성에 들어오고 얼마 안 있어 우리 백작 가에 상납하던 차가 있는데. 허허허. 어리석게도 이제야 알다니!”

아크는 허탈하게 있는 드라이 백작에게 갔다.

“백작님. 당장 그자들을 벌해야 합니다.”

“당연히 그래야겠지. 이놈들 절대로 용서 하지 않으리니! 성기사들이란 작자들이 어찌 이런 비겁한 수를 쓴단 말인가!”

드라이 백작은 자신이 중독되어 고통받은 것보단 성기사들이 명예를 지키지 않았음에 더욱 화가 났다.

“백작님, 저에게 백작님의 중독 증세를 치유할 수가 있습니다.”

드라이 백작은 화들짝 놀라 아크를 바라보았다.

“뭣이 그게 정말인가! 아크!”

“네, 하지만 큰 고통이 따를 것입니다. 하시겠습니까?”

아크는 드라이 백작의 의지를 물었다.

“물론 하고, 말고 이 비겁한 자들을 내 손으로 기필코 응징을 하여야겠다.”

드라이 백작은 의지를 보였다.

그때 방에 백기사로 보이는 자가 다급히 들어왔다.

“배....... 백작님 큰일 났습니다. 성기사들이 발모르 자작 가를 중심으로 일제히 선전포고를 일으켰습니다.”

백기사와 성기사 이들이 후대에 기록될 '진정한 빛의 검 전쟁'이 기어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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