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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림하되 지배하지 않는다-17화 (17/155)

17. 과거의 영광, 바람 아이의 교훈.

17. 과거의 영광, 바람 아이의 교훈.

시간은 몇 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아미를 제외한 아크 일행은 딘 가르드의 웅장함을 보고 놀라움이 일어났다.

첫 번째는 딘 가르드란 이름의 거대한 세계의 모습에 압도되었다.

그것은 곳곳에 하늘을 부유하는 섬이 있었고 그곳 부유 섬에서 폭포수 같은 아름다운 물줄기들이 내려오며 가운데 가장 큰 부유 섬은 하늘 높이 솟은 궁전이 놀라움 그 자체였다. 쉘츠 제국의 마도 기술이 총 집약된 수도 이스에서도 본적이 없던 기술로 된 건물들이었다.

인간계 어디를 가도 그곳만큼 아름답진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무런 걱정 없이 마음껏 즐기는 데바들을 보니 마치 교단에서 말하는 천국의 모습이었다.

이렇게 어안이 나간 아크 일행들이 안내원을 따라 간 곳에는 커다란 홀이 있었다. 잠시 후 들어간 그곳에는 12명이 홀을 원으로 따라 앉은 곳에 하나같이 대단한 기운들을 뿜어내었다.

“신, 레이나. 명에 따라 아크 님과 그 일행분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이에 검은 머리를 곧게 세우고 수염을 기른 황금으로 수놓아진 하얀 망토를 걸친 중년인이 말을 하였다.

“수고하였다. 레이나. 이만 물러가도록.”

“명, 받들겠습니다.”

레이나는 아크 일행한테는 웃으면서 말을 하였으나 그 중년인한테는 절도 있게 인사하고 물러났다.

“아크 군은 중앙 앞으로 오도록 하세요. 모두 볼 수 있도록.”

이번에는 은색이 빛나는 아름다운 여인이 아크에게 손짓한다. 긴장한 느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아크가 다가가고 홀 중앙으로 향하였다. 그곳에 모인 12명은 아크를 잠시 자세히 보았다. 그중 길게 늘어놓은 하얀 머리에 푸른 고글을 낀 청년이 아크에게 웃으면서 말을 걸었다.

“그리 긴장 안 해도 된단다. 보브와 니르의 아들이여.”

자신의 아버지, 어머니의 이름이 나오자 잠시 놀라 그자를 보았다. 비록 그자의 눈은 아크에게 안보이지만 푸른 고글 안에 따스한 눈빛이 느껴졌다.

“저희 부모님을 아십니까?”

아크가 그자에게 물었다.

“물론 알다마다. 내가 그분들을 구해준 적이 있고 나도 도움을 많이 받았었지. 무엇보다도 우리들은 영혼의 친구였단다.”

아크는 자신의 부모님들과 디아우스가 영혼의 친구라고 하자 살짝 놀란다. 그러나 그것을 티 내진 않았다.

푸른 고글을 쓴 청년이 대답을 끝으로 은색의 미인이 한마디 거든다.

“아크 군, 물론이에요 여기 모인 분들은 하나같이 그분들을 알고 존경하고 있지요.”

그때 밝은 미소를 띠며 아크를 맞이해준 사내는 헛기침을 하더니 여기 모인 자들을 소개하였다.

“여기 모인 자들은 모두 수라와의 싸움에서 하나같이 큰 공을 세워 창조주 안 님의 축복으로 수호 천신, 데바들의 아버지. 즉 디아우스로 된 자들이다. 저기 하얀 머리는 빛의 루 라바다, 은발의 여인은 대지의 다누, 저쪽 마법 전사 차림의 사내는 얼음과 물의 마나난 맥리르, 주황빛 머리의 복장이 중앙대륙 풍인 자는 불의 아그니, 붉은 머리 전사는 천둥의 토르, 초록빛 머리의 초록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은 숲의 클로이네, 감청색 머리의 장년 인은 혼돈의 디언, 저기, 쌍둥이 형제 디아우스인 생명의 아벨과 죽음의 카인, 그리고 여기 분 중 가장 아름다운 달의 올웬.”

올웬을 소개하는 사내의 표정은 그 누구보다 밝았다.

“그리고 저기 무섭게 생긴 무뚝뚝한 사람은 나의 할아버지이고 여기 디아우스 중 가장 오래 디아우스가 된 바람의 엔릴, 그리고 나. 태양의 우투이다. 반갑다. 아크.”

아크는 갑자기 많은 수의 이름과 직함을 듣자 머리가 어지러울 만 했지만, 왠지 반가움이 먼저 들었다 왜일까?

“역시 너에게선 누아자 님의 기운이 느껴지는군. 강한 생명의 기운이야.”

아벨이라고 소개받은 소년 같은 모습의 자는 아크에게 친근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루도 마찬가지로 반가움의 기운을 느낀다.

“아크, 갑자기 그래서 미안하지만 누아자 님의 클라우 솔라스를 보여 주겠니. 그게 너를 증명하는 거란다.”

아크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왼손에 낀 은반지의 아공간을 열어 누아자에게 받은 태양의 빛의 검 클라우 솔라스를 보여주었다.

그러자 천신들은 하나같이 감회가 새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랜만에 누아자 님의 검을 보니 감회가 새롭군. 다난 제국의 황제 누아자 님의 기운이 느껴져. 그리고 아크. 자네에게서도 누아자 님의 기운이 느껴지는구나. 그건 딘 하트로군. 역시 너는 누아자 님에게 인정받은 모양이군.”

루 라바다는 아크의 클라우 솔라스와 아크 안에 느껴지는 강한 기운을 느꼈다.

그렇다. 아크가 느끼는 반가운 기운은 누아자의 딘 하트 속에 들어있는 예전 기억들 때문에 12명의 디아우스에게 반가움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 옛날 누아자가 브란티아에 다난 왕국을 제국으로 세우고 브란티아 대륙 최초로, 서 대륙 통일의 위업을 달성하려고 노력할 때부터 동료로 같이 고난과 시련을 이겨낸 자들도 있었고. 브란티아 대륙을 통일하고 같이 영광을 누린 자들도 있었다.

“누아자의 앞길에 영광이 있으리!”

“와아아!”

과거를 떠올리는 디아우스들.

※ ※ ※

루는 잠시 회상에 잠겼다.

바로 빛나는 과거 영광의 날들에 대한 기억이었다.

“폐하! 더는 수라들에게 핍박받으며 살 수가 없습니다. 서 대륙의 사람들만이라도 힘을 합쳐 수라들을 이 땅에서 몰아내고 더 나아가 인류의 고향인 시초 대륙을 되찾아야 합니다.”

젊은 시절의 루가 고뇌에 빠진 누아자에게 말한다.

“하지만 루여, 우리 브란티아 대륙의 사람들은 이제야 안정을 찾았다. 다난 제국의 이름으로 말이지. 더는 그들에게 고통을 안겨줄 수가 없다.”

누아자는 통일 전쟁으로 지친 백성들을 생각하는 어진 황제였다.

“하오나 폐하! 우리들이 통일 전쟁을 한 건 시시때때로 인류를 위협하는 수라들을 몰아내기 위해서가 아닙니까! 이제 힘을 모았으니 적어도 브란티아 대륙에 있는 수라들을 도모하여 브란티아 대륙의 사람들이 안전히 살아 갈 수 있는 땅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루는 지지 않고 누아자에게 호소한다.

“음.......”

고뇌하는 황제 누아자.

그때 병사 한 명이 급히 들어온다.

“폐하! 수라들의 습격이옵니다.”

눈빛이 바뀌는 누아자와 루.

“뭣이, 습격당한 곳은 어디더냐!”

“장소는 브란티아 대륙의 남쪽 지역이옵니다.”

“으음!”

누아자는 작은 신음을 흘린다. 다난 제국의 수도인 이곳과는 거리가 너무 멀어 많은 병력을 공간 이동시키기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폐하! 무얼 망설이십니까! 폐하의 백성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폐하께서 병사들을 내줄 수 없으시다면 저 혼자라도 가겠습니다!”

누아자의 망설이는 행동에 젊은 루는 뜨거운 눈으로 누아자를 바라본다.

바로 이해타산을 따지지 않는 치기 어리다고도 느낄 수 있는 도전적인 뜨거운 눈빛을 말이다.

눈빛을 주고받는 짧은 순간 누아자와 루는 많은 무언의 대화를 하였다.

이에 깨닫는 누아자.

“그래! 루여 고맙다. 그대의 뜻에 나의 원대한 포부가 깨어났다. 여봐라! 당장 근위 기사단을 준비시켜라! 일단 근위 기사단과 나와 루가 먼저 갈 것이니 공간 이동이 준비되는 대로 병사들을 보내어라!”

“폐하!”

누아자의 말에 루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를 만류하는 신하들도 있었지만, 자신의 꿈이 깨어난 누아자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누아자와 루. 그리고 근위 기사단, 소수의 인원은 수라들의 습격을 받는 브란티아 대륙의 남부로 날아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혈투. 그리고 마침내 승자는 누아자와 루였다. 그들은 승리의 영광을 같이 누렸고 백성들은 그들을 진심으로 존경하며 따랐다.

루는 과거를 떠올리며 눈을 떴다.

※ ※ ※

그리고 12명의 디아우스들은 아크에게 하나둘씩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아크, 너는 힘의 정의에 대해서 아느냐?”

그러던 중 아크는 천둥의 천신 토르가 한 질문을 속으로 곱씹으면서 생각한다.

“힘의 정의요? 힘 있는 자들은 힘이 없는 자들을 도와주거나 구원하면서 그 정의를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아크는 렌 사부에게 들은 내용을 생각하며 자기 생각을 말하였다.

그때 빛의 디아우스 루는 옛날이야기를 한다.

“옛날 한 나비가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그 나비는 자연의 선물인 꽃의 향기로운 꿀을 먹고 날개짓을 하였다. 그 날개의 바람에서 작은 바람 아이가 태어났다. 그 아이는 자연 만물을 시원하게 해주는 바람이 되고 싶었다.

바람 아이는 이곳에서 저곳으로 그리고 멀리멀리 날아가며 점점 자신의 바람을 이루어 가는 듯하였다. 바람 아이는 그 사실에 감격하였다.

자신이 점점 쓸모 있는 존재가 되어가는 것을 느끼며 점점 더욱더 커졌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은 너무 커져서 하나의 큰 태풍이 되어 자연의 선물을 파괴하였다. 바람 아이는 그 사실을 알고는 너무 슬펐다. 그리곤 없어지듯 사라졌다.』

그렇게 루의 이야기가 끝났다.

“이 이야기의 요점을 아는 것이냐.”

그리고 루는 아크의 의중을 물었다.

아크는 루의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자신이 그 ‘바람 아이’와 같아 질 수 있음을 깨달았다. 자신이 원하여 힘을 얻어 그 힘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는 듯하였으나.

그 힘의 정의에 대한 경계가 무너짐으로 결국 파멸의 길로 나간다는 뜻이었다.

힘을 가지더라도 뚜렷한 목적의식이 없다면 결국 자멸한다는 말이다.

이에 아크는 자신이 파멸의 길로 점점 나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아났다.

“루 라바다 이시여. 제가 주의해야 할 점을 알려주시어 감사합니다.”

아크는 진심으로 루의 이야기에 감사의 표시를 하였다.

“네가 예언의 아이이기에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니다. 네가 품어야 할 것은 복수만이 아니다. 너의 꿈을 그런 것에 휘둘리지 말고 너의 진정한 꿈을 향해 달려갔으면 좋겠구나.”

디아우스들은 이그나이트 공작 측에 미리 아크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그럼으로써 아크가 수라들에게 너무 복수심을 키울까 봐 이런 조언을 하였다.

바람 아이처럼 바른 목적이 없으면 그저 파괴만 일삼는 태풍이 될 수가 있다. 자신 또는 자신 주위의 것들을 파괴하는 태풍 말이다.

아크는 루의 이야기에 감명받았다. 그리곤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봤다. 자기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하여 아집에 빠져 언젠가 스스로 무너지게 될 것이 자명하였기 때문이다. 그때 바람의 엔릴이 상황을 정리하고자 하였다.

“자, 자, 이야기는 그만하고 우리의 사명을 완수하여야 하지 않겠소. 아크, 이리 와서 무릎을 꿇고 태초부터 내려오던 창조주 안 님의 메긴을 받도록 하여라.”

아크는 엔릴의 말대로 기사들처럼 왼쪽 무릎을 꿇고 메긴을 받을 준비를 한다.

12명의 천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크를 위해 성가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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