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천계, 딘 가르드.
16. 천계, 딘 가르드.
아크에게 다가가며 아크의 눈을 바라보았다. 아크도 그 말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말의 눈은 진녹색이 빛나고 있었다. 곧 아크에게 다가간 말은 아크에게 얼굴을 내밀었다. 아크는 손을 들어 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때 머릿속에서 울림이 일어났다.
-내 이름은 파이어 볼트. 정령 마들의 왕이다. 그대의 영혼의 울림이 나를 이끌었다. 그대, 나의 주인이 되겠는가?
아크는 놀랐지만, 겉으론 웃으며 정령 마들의 왕 파이어 볼트에게 이마를 맞대었다.
“나와 계약하자 나의 벗이여 내가 그대의 주인이다.”
그렇게 아크는 정령 마를 얻었다. 제노와 유이는 놀라며 아크와 파이어 볼트에게 축하를 건넸다.
“우와! 아크 축하한다! 설마 정령 마들의 왕인 파이어 볼트를 얻다니.”
아크는 제노와 유이의 축하에 쑥스러워하면서도 만족스러운지 파이어 볼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이 녀석은 너의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다. 아크.”
제노가 약간은 서운한지 파이어 볼트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도 파이어 볼트를 얻으려고 한 적이 있단다. 그때 나는 교감을 하지 못했지......”
제노의 말끝이 흐려진다.
“에이! 제노 님. 사람마다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지 그런 거로 섭섭해하세요.”
유이는 제노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제노를 위로하였다. 제노는 내심 그런 유이의 위로가 고마웠다.
이그나이트의 가주가 이런 거로 섭섭함이 오래가지는 않는다는 듯 제노는 표정을 풀었다. 이에 아크도 내심 불편한 기색을 뿌리칠 수 있었다.
“아크, 이제는 어디로 갈 것이냐?”
제노는 화제를 돌리고자 아크에게 질문을 한다.
“이제부터는 부모님이 조사한 단서들을 조사할 생각입니다. 그 목적으로 하운드 길드에 가입하고자 여기에 들른 것이고요.”
아크는 그러한 일을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
부모님을 궁지에 몰아넣은 자들에 대한 복수도 마음속에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부모님이 남긴 단서를 찾겠다는 의지가 더욱더 강하였다.
“그래?, 여기서는 푹 쉬고 그다음 일을 준비하여라. 아무리 명검이라도 관리 하지 않으면 녹슬거나 부러지기 마련이란다.”
제노는 그런 아크의 마음을 이해했다.
자신 또한 부모님에 대한 복잡한 감정으로 평생을 옥죄고 살았는데.
아크는 어떻겠는가.
부모님의 목소리를 한 번도 들은 적도 없는 아크가 제노는 내심 측은했다.
그런 제노는 진심으로 아크를 걱정한다.
“네, 제노 형님.”
그 후로도 아크와 제노, 유이는 성의 이곳저곳을 같이 거닐며 때론 농담도 하고 때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겁게 수다를 떨었다.
“아크. 만약 너의 과업을 다 이룬다면 너는 그다음에 어찌할 것이냐?”
제노는 아크에게 꿈을 주고 싶었다. 예언이나 부모님의 일이 아닌 자신만의 꿈 말이다.
그리고 내심 이렇게 생각하였다.
‘아크와 같이 우리 이그나이트 가문을 다시 한번 최고의 가문으로 만들고 싶다.’
라고 말이다.
이에 아크의 대답은.
“저는 예전부터 꿈이 있었습니다.”
아크가 눈빛을 빛내며 말하자 제노와 유이는 은근히 기대한다.
“저의 시련이 다 끝나면 아름다운 여인과 고향에서 결혼하고 평생 행복하게 살겠다고 말입니다.”
제노는 약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유이는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한편 이것을 성의 창문으로 본 아미는 묘한 질투심을 느꼈다.
‘흥, 아크. 저것이 유이한테 빠져서는 흥! 흥! 흥!’
그것을 보던 란데르그는 속으로 즐거운 미소를 띠었다.
‘아미가 아크를 친구 이상으로 생각하는가 보오! 후후후.’
평화로운 한때였다.
며칠 후.
제노는 유이와 같이 있는 아크에게 새로운 집사를 통해 집무실로 오라고 지시하였다.
아크는 제노가 왜 부른 것인지 짐작할 수 없어서 영문도 모른 채 집무실로 향하였다. 도착한 아크 눈에 보이는 것은 서류로 가득한 방에 갇힌 제노였다.
“어서 오너라. 아크. 하하하. 내 꼴이 말이 아니구나.”
제노는 서류뭉치 속에서 말했다.
“하~ 형님, 저는 절대 영주나 군주로는 안 있을 겁니다. 이게 다 무엇입니까? 서류라니 보기만 해도 질립니다.”
아크는 질색하는 표정으로 말한다.
“하하하. 그러느냐?”
멋쩍게 웃는 제노.
“네, 형님. 그런데 저를 왜 부르셨습니까?”
아크는 제노에게 자신을 부른 이유를 물었다.
“며칠 전 니푸르에서 연락이 왔다. 아크. 천신님들이 이번 아누의 시험에서 누아자 님에게 클라우 솔라스를 받았다고 내가 보고했다. 그러더니 너를 만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단다.”
잠시 설명하자면 이그나이트 가문은 니푸르와 연락을 주고받는 몇 안 되는 브란티아 대륙의 왕가의 핏줄인 아르드리 가문 중 하나였다.
그래서 가끔은 연락하지만 사실상 고대 태양의 디아우스 라의 말에 의해 끊어졌던 천계와 겨우 연결을 해주는 두르안키가 있는 니푸르에서 아크를 보자고 연락이 옴에 놀라움이 일어난 아크였다.
“드디어 만나는군요.”
아크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래, 너의 가치를 증명하여라. 아크.”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창조주 안의 교감 자가 천계를 만들고 태양의 디아우스 라가 천계와 중간계의 교류를 끊었다시피 한지 오래된 이야기가 된 곳에서 자신을 부른다니 감회가 새로워지는 것을 느끼는 아크였다.
※ ※ ※
아크와 아미, 란데르그 그리고 제노와 유이, 이그나이트 가문의 사람들은 천계와 연결된 두르안키가 있는 니푸르에 연결된 이그나이트 가문 전용 텔레포트 게이트에 모여 있었다.
“흐~흠 나도 왠지 떨리는데 오랜만이라서 그런가?”
아미가 여유 있게 말한다.
“아미, 난 아직도 믿기지 않소. 내가 천계에 가보다니.”
들떠있는 란데르그.
“하하하. 내 덕분에 너희들도 가니 기분 좋지?”
아크는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웃는다.
통합적인 모습의 아크 일행들은 꼭 소풍 가기 전의 아이들같이 기분이 들떠있었다.
“잘 다녀오너라. 천계의 방문이 허락된 것은 셋뿐이니. 천계의 데바들을 만나도 기죽지 말고.”
제노가 말하였다.
“잘 다녀올게요. 형님, 유이도 잘 지내고 있어 금방 돌아올게”
아크는 유이에게 더욱 강조하며 말한다.
“네 빨리 오세요, 아크.”
이에 대한 화답으로 유이가 상큼하게 웃으며 말하였다.
그것을 본 아미는 또다시 속으로 ‘흥! 흥! 흥!’을 연발하였다. 그때 텔레포트 게이트에 빛으로 된 기둥이 솟아나고 그곳에 아크 일행은 들어갔다. 아크 일행은 들어가고 나서 빛으로 변하는 것이 느껴지더니 순간 눈을 깜빡였을 뿐인데 주위의 사물이 바뀌어 있었다.
장소가 알려지지 않고 비밀이 많은 니푸르라는 곳은 고대의 건물답게 수풀에 휩싸인 건물이 많았다.
마치 고대의 시간의 흐름이 아크 일행에게 반갑다고 속삭이는 듯했다.
그리고 고대부터의 풍파를 견딘 건물을 보자 아크 일행은 절로 경건해졌다.
따지고 보면 시초 대륙에서 건너와서 가장 먼저 만든 곳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아크 일행은 아미를 제외하곤 그곳에서의 감탄을 하는데 니푸르에 사는 데바들의 안내를 받아 천계, 딘 가르드로 통하는 두르안키에 향하였다.
니푸르가 고대의 건물들이 있는 곳이라면 두르안키는 그곳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얀색의 빛의 기둥을 감싸는 고대의 건축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역시 아크 일행은 아미를 제외하곤 넋이 나갔다.
“아미! 대박이다.”
아크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어휴~, 촌놈, 촌놈이 나타났다. 호호.”
아미는 그런 아크를 놀렸다.
그리곤 곧장 딘 가르드로 차원 이동을 하였다.
순간 번쩍이더니 그곳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은 느낌은 한마디로 아름다운 느낌이었다. 인공적인 느낌이 없고 건물 하나하나가 자연과 동화된 느낌이었다. 그곳의 느낌은 흰색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높이 솟은 건물은 산과 동화되어 절경의 아름다움을 선사하였다.
“어서 오십시오. 아크 님. 그리고 일행분들.”
잠시 주변 경치에 넋을 잃었던 일행은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고 만다,
“누....... 누구시오”
제일 놀란 건 란데르그였다. 왜냐하면 자신이 눈치를 채지 못한 채 뒤를 잡혀서이다. 레인저의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아하하하, 저보고 경계하실 필욘 없습니다. 저는 레이나. 이곳 천계의 안내원이지요.”
레이나라고 밝힌 천계의 안내원은 친절히 말한다.
“어? 레이나 씨라고요? 예전에는 필립 씨가 했었는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레이나를 바라본 아미의 질문이었다.
“흠, 필립 씨는 몇 년 전에 창조주 안 님에게 가셨습니다. 그분을 아시는 것을 보니 거기 계시는 신수님은 제법 나이가 많은가 보네요.”
본의 아니게 자신이 나이가 많다는 것을 또다시 상기시켜준 아미였다.
“무........ 뭘 봐!”
아크와 란데르그가 쳐다보자 무안함에 소리 지르는 아미. 그것이 재미있다는 듯이 아미를 제외한 나머지들은 웃고 있었다.
“저, 레이나 씨 저희는 어디로 가면 되나요?”
무안함에 화제를 돌리고자 한 아미였다.
“호호호, 천계는 넓으니까 저의 손을 잡고 공간이동 하시면 됩니다. 저도 데바니까 믿고 맡기시면 된답니다.”
역시 데바들의 땅다운 안내원의 클래스였다.
※ ※ ※
“풍기는 기운이나 그릇이 크군.”
여긴 장엄한 기운이 넘실거리는 큰 홀. 그곳에는 홀 가운데 있는 커다란 수정구로 아크 일행을 보는 12명의 존재가 있었다. 하나같이 엄청난 기운을 뿜어 대고 있는데.
그중 곧게 세운 검은 머리에 콧수염을 기르고 황금빛 테두리가 있는 법복을 입은 건장한 체격의 중년인이 말하였다.
“당연히 그러겠지. 선택받은 존재이니.”
그런 중년인에게 동등한 존재로 보이는 하얀 머리에 눈엔 세련된 푸른색 고글을 쓴 청년이 말하였다.
“흠, 역시 누아자의 기운도 미세하지만 느껴져 기운의 갈무리를 잘하였군. 이거 기대되는데?”
청년은 아크를 바라보면서 아름다운 보석을 본 세공사처럼 눈을 번뜩였다. 물론 고글론 눈은 안 보이지만.
“이거 기대되는군요. 역대 아르드리 핏줄 중에서 가장 강한 기운입니다.”
주황색 머리에 적갈색 눈을 한 복장이 다른 이들과는 다른 청년이 다음으로 아크를 평한다. 그 12명의 존재들은 저마다 생각과 웃음을 띄우며 아크 일행을 만나기를 기대한다.
※ ※ ※
이윽고 딘 가르드(천계)의 중앙 홀에 올라온 아크 일행. 그곳에는 하나같이 강력한 기운을 내뿜는 자들이 12명의 절대자가 있었다. 그들은 아크 일행을 보고 아크 일행도 그들을 보았다. 그때 가운데 검은 머리를 곧게 세운 콧수염이 특징인 중년 사내가 말하였다.
“어서 오너라. 아크. 너에게 메긴을 하사하겠다.”
서두를 자르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였지만 실로 놀라운 사실로 오랜만에 메긴이 직접 내려진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