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림하되 지배하지 않는다-15화 (15/155)

15. 형제의 화해.

15. 형제의 화해.

그 일이 있고 며칠 뒤.......

아크 일행은 처음 우려와 달리 이그나이트 공작 성에서 요양을 잘하고 있었다. 그 일이 있고 아크가 보여준 힘은 무(武)를 중시하는 이그나이트 가문의 사람들에게 확실히 좋게 보여준 것이다.

그러한 와중에 아크는 자신의 푸른빛 플레이트아머를 벗고 무기인 클레이모어도 고이 모셔두고 잠시 정원에서 아미와 란데르그와 같이 산책을 하고 있었다.

“아크, 상태는 좀 어때 괜찮아?”

아미는 아직도 아크가 무리하게 보여준 힘을 사용한 아크의 몸 상태를 걱정하였다.

“지금은 괜찮아. 아미, 걱정해줘서 고마워.”

아크는 위험한 순간에 자신을 위해 사지로 뛰어들어준 아미에게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이러한 훈훈한 분위기에 기분 좋은 란데르그.

역시 같이 위험을 돌파한 동료들끼리는 가만히 있어도 마음이 충족되는 법이다.

잠시 후.

아크와 아미, 란데르그는 이그나이트 가문에서 내어준 넓은 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때 방에 똑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카셀이 위장한 조셉 집사 대신 온 새로운 집사가 아크 일행을 불렀다.

“아크 님. 그리고 여러분. 가주님께서 깨어나셨습니다. 그리고 가주님께서 아크 님 일행을 찾고 계십니다. 어서 가주시지요.”

아크 일행은 느긋하게 쉬고 있다가 그 말을 듣자 얼른 옷을 추슬러 입고 새로운 집사를 따라갔다.

이곳 이그나이트 공작령의 공작이자 가문의 주인 가주인 제노는 아크의 일격 아케트라브를 받고 성스러운 불길로 몽마의 기술인 환술의 저주에서 벗어났다.

그러곤 며칠 동안이나 혼수상태에 빠져있었다. 제노 가주가 혼수상태에 빠지자 이그나이트 가문의 신관들은 외상은 완벽히 치유했지만, 의식을 못 차리는 이유는 마음의 문제라고만 했다.

그렇게 이그나이트 가문을 걱정으로 가득 차게 했던 제노 가주가 마침내 정신을 차린 것이다.

그리고 제노 가주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아크 일행을 부른 것이다.

이윽고 아크 일행이 도착한 곳은 넓은 영주의 방.

그곳에는 이그나이트 가문의 사람들과 아크가 내심 보고 싶었던 유이가 있었다.

그리고 제노 가주는 침대에 앉아 있었다.

“제노 가주님, 아크 님 일행이 오셨습니다.”

제노는 아크 일행이 온 처음과는 달리 반가움과 미안함의 마음이 교차하는 눈빛으로 아크를 보았다.

“어서 오너라. 아크.”

아크 일행은 예를 갖추어 제노에게 인사했다. 아크는 괜찮지만 다른 일행은 아직 제노에게 악감정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제노의 마음의 약점을 건드린 몽마의 짓인 것을 알았으니 그 감정은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다.

“제노 님. 건강해 보이셔서 다행입니다.”

아크는 예전과는 달랐다. 특유의 낙천적인 면은 있었지만, 결코 예전처럼 가볍지 않았다.

이게 다 누아자의 딘 하트를 받아 누아자의 기억으로 인한 영향을 받아서 그런 것이다.

제노는 악감정 없는 아크의 태도에 고마운 표정으로 보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모두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일어나서 말을 해야 하지만 지금 몸 상태가 안 좋아 이렇게 앉아서 이야기하는 점에 양해를 구한다.”

그 방에 있는 모든 사람 그리고 아크는 제노가 예전에 보여줬던 카리스마 있던 모습과 달리 진심 어린 사과에 살짝 당황한다.

그 모습을 보던 제노는 ‘미안하지만, 아크를 제외한 모든 사람을 잠시 나가줬으면 한다.’라고 부탁한다. 모든 사람이 나간 뒤 둘 만남은 아크와 제노.

제노는 아크에게 그간 어떠한 악몽이 있었는지 설명한다.

“아크. 용서해달라고는 안 하마. 그러나 이해는 해달라고 조심히 부탁하고 싶구나. 나는 그동안 나의 아버지가 보브 님에게 밀려 가주 자리를 넘겨주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 그것이 나의 트라우마가 되었고 그것을 이기고자 수련에 수련을 거듭한 것이다. 하지만 사악한 수라의 하수인인 몽마에게 마음의 지배를 빼앗겨 이렇게 되고 나니 후회스럽고 수치스럽다. 하지만 네 덕분에 그것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즐거운 꿈을 꿨단다. 아크....... 너에게 말로는 다 전하지 못하겠지만, 나의 고마운 마음은 진심이다.”

『예전 한 아이가 있었다.

아이의 아버지는 지혜로웠지만, 선천적으로 몸과 마음이 약하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아이의 아버지의 동생. 즉 아이의 삼촌은 아이의 아버지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었다.

아이는 삼촌 같은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었다.

아이는 아버지처럼 약한 사람이 되기 싫어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일에 열중하였다. 어느 정도 컸을 무렵 아이의 아버지가 가주 후보에서 물러나고 싶다고 하자 아이는 아버지에게 상처가 되는 말들을 하였다.

“아버지처럼 되기 싫어! 나는 아버지와 달리 강인한 사람이 우리 아버지였으면 좋겠어!”

아이는 달려나갔고 아버지와 아이는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가주 후보의 시험에 나가는 아이의 아버지.

“우리 아들이 인정하는 강인한 사람이 되어 오마.”

아이의 아버지는 아이에게 그 말을 하며 자신의 삼촌과 함께 가주의 시험을 받았다.

그리고 아버지가 아이에게 한 그 말이 마지막 말이 될 줄은 몰랐다.

삼촌만이 돌아온 것이었다.

그리고 아이는 아버지에게 못된 말을 한 것보다 더욱 크게 많이 울었다.

자신이 못된 말을 해서 아버지가 잘못된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울고 울고 또 울었다. 그리고 갈 곳 없는 증오와 질투는 삼촌에게 향하였다.

‘우리 아버지를 몰아낸 저자를 이겨내겠어!’

그리고 아이는 소년이 되고 청년이 되도록 자신의 몸과 정신을 단련하였다.

시간이 더 흘러 삼촌이 실종되고 청년이 된 아이는 가주의 시험을 당당히 통과하여 트라우마를 극복하였다.

그렇게 청년은 마침내 모든 걸 극복한 자신을 사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그 삼촌의 아들이 돌아온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다시 샘솟는 어마어마한 질투와 불안. 삼촌의 아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을 거라 여겼던 것이었다.

그렇게 청년은 밤마다 악몽에 시달렸고 삼촌의 아들에게 자신의 분노를 내뿜었으나.

삼촌의 아들은 삼촌보다 그리고 청년보다 강인한 자였다. 그리고 바른길을 가는 자였다.

그렇게 바르게 강한 삼촌의 아들이 질투에 몸을 맡긴 청년을 구해주었다.』

여기까지가 제노가 겪은 일들이었다.

제노는 아크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했고 아크 또한 제노의 진심에 자신도 진심으로 마주하였다. 두 사촌, 형제간의 대화는 그 뒤로도 계속되었다.

※ ※ ※

아크는 제노와 부쩍 가까워진 느낌으로 붙어 다녔다. 예전 자신들의 아버지들이 그랬던 것처럼 사이가 좋아 보였다.

“아크, 너를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

제노는 아크와 나란히 산책하다가 문득 선물이 생각나서 말을 하였다. 아크는 그런 제노에게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게 뭐예요? 제노 형님?”

아크는 얼마 전부터 제로와 호형호제 사이로 지내게 되었다.

“뭐, 별건 아니고 그냥 나의 마음이라고 생각해라.”

제노는 아크를 이그나이트 공작성의 보물창고로 안내하였다. 그리고 그중에서 몇 가지 눈에 띄는 것들이 있었다. 대부분 마법 물건. 그리고 갖가지 재화들 모두 어느 이야기에나 나올 법한 곳이었다.

그중 제노는 아크에게 멋지진 않지만, 기품이 있는 클로즈 헬멧을 주었다.

“이건 투구가 아닙니까? 감사하지만 저는 마나 실드를 사용할 줄 압니다. 그래서 투구가 필요 없습니다. 물론 투구를 쓰면 머리가 보호되겠지만 효율성과 시야가 좁아져서 요즘 시대엔 투구를 사용하지 않는 추세이지요.”

아크는 거부의 뜻을 표현했다.

“하하하. 물론 그렇지 하지만 이건 마법 물건으로 이것을 쓰면 투구가 투명해져 시야 걱정이 없다. 그리고 경량화 마법도 걸려있어 무게도 얼마 안 나간다. 저번에 결투했을 때 너의 머리가 너무 빈틈이 많은 것 같아서 준비했단다.”

제노는 아크와의 결투에서 머리로 향하는 마나 실드의 낭비를 줄이고자 이런 물건을 생각하였다.

그 말을 들은 아크는 놀라며 제노에게 감사하고 잘 쓰겠다고 말했다. 금방 마음이 바뀌는 아크였다.

하지만 제노의 선물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제노는 이번에는 반지를 준비했다.

“제노 형님, 이건 그냥 반지인 것 같은데. 이것도 마법 물건인가요?”

공짜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아크는 처음에는 아연실색을 했지만, 점점 제노의 선물이 궁금해졌다. 그런 아크를 보는 제노는 은근히 만족감이 생겨났다.

“이건 마법 아티팩트다. 네가 사용하는 마법 주머니보다 용량이 엄청나지. 지금도 누아자 님께 받은 클라우 솔라스가 아직 마법 주머니에 있지? 음식과 무기가 같이 있으면 불편하지 않겠느냐.”

제노는 아크의 들뜬 반응에 만족한다. 음식을 좋아하는 아크로써는 좋은 일이었다.

“네, 형님 사실 마법 주머니에 무기와 음식이 같이 들어있어서 좀 불편했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이것으로 아공간에 따로 보관해두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 그리고 아공간 아이템을 사용하면 갑옷 같은 무기들은 자동으로 장착할 수 있으니 편할 것이다.”

제노는 아크의 들뜬 반응에 만족하면서 이번에는 유이에게 가자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아크는 마음속에서 쾌재를 불렀다.

사실 아크와 유이는 처음 봤을 때부터 호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며칠 전부터 유이가 아크에게 잠시 인사하러 오면서 더욱 관계가 발전하였다.

그렇지만 아직 연인이라고 하기 에는 좀 무리가 있었다.

제노는 그런 상태의 아크와 유이를 만나게 하려고 이그나이트 공작 성의 뒤편에 있는 공원으로 안내하였다.

그곳에는 붉은색의 갈퀴와 털이 있는 덩치 큰 멋진 거마(巨馬)들이 있었다. 유이는 그곳에서 말들과 어울리고 있었다. 붉은 머리 소녀와 붉은 말들 그것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적어도 아크에게는 말이다.

“제노 님 안녕하세요, 아크, 안녕.”

유이는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제노와 아크에게 다가갔다.

“아크. 이곳에서 너의 말을 얻어라. 이 말들은 우리 이그나이트 가문이 고대부터 계약 맺은 정령 마들이다. 하루에 천 리를 달리거나 의사소통은 물론 평소에는 정령으로 너의 주변을 맴돌지, 그래서 언제든지 편하게 이용 가능하단다. 말을 탈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에도 말을 도둑맞을 걱정을 안 해도 되는 것이다.”

제노가 말하는 말을 들은 아크는 이번에는 입이 쩍 벌어졌다.

정령 마! 그것은 고대부터 내려오는 전설적인 말들로 역사에 이름이 남는 영웅들의 벗이었다. 말을 타는 자들에게는 한 번쯤 꿈꿔보는 꿈의 이동수단이랄까.

입이 쩍 벌어지는 아크.

“녀석. 입이 벌어지기는 하하.”

“호호호. 아크, 그 반응 너무 귀여운데 호호.”

제노와 유이는 그런 아크가 귀여운지 웃으며 말한다.

“자! 너와 교감할 정령 마를 선택하여라. 물론 정령 마도 정령의 일종이라서 자존심이 강하지. 그래서 우리 가문에서도 정령 마들을 탈 수 있는 자들은 소수다.”

아크는 그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잘못하면 눈앞에 꿈의 말을 얻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크는 말들에게 다가가며 뒷발에 안치게 조심하고 교감을 하였다.

하지만 말들이 점점 아크를 불편해하며 피하는 게 아닌가. 아크는 제노와 유이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들도 그러한 반응은 처음 보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보통이면 말들은 거부의 의사로 푸르릉거리며 뒷발로 뒷발질을 하기에.

이에 아크는 오기가 생겨 더더욱 무리의 안쪽으로 향하였다.

그때 무리 안쪽에서 다른 말들과 같이 털은 붉은색이나 갈기가 하얀색이 눈에 띄는 거마가 아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