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명문가는 집사조차 평범하지 않다.
10. 명문가는 집사조차 평범하지 않다.
눈썹 휘날리게 달려오는 아크 일행. 그리고 그들을 의아하게 쳐다보는 백기사들의 무리. 그중 방금 자살한 사내와 대화하였던 금발의 청년이 제지한다.
“지금 이쪽으로 오시면 안 됩니다. 어서 멀리 도망치세요. 일단 저희가 목숨을 걸고 막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청년은 표정에서 비장함이 감돈다. 하지만 아크는 그 말을 믿지만, 자신들이 이 사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아미에게 들어서 청년을 설득하고자 바라본다.
하지만 길게 설명을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만 있으면 수라 소환 진에서 데바들과 인간들의 천적인 수라가 나와 이 로크 산맥 일대를 아수라장으로 만들 것이다. 이 정도 기운의 수라 소환 진에서 나올 수라는 최소 중급.
그 정도라면 마스터나 세이지 급 마법사가 나서줘야 하는데 백기사들은 물론 아크 일행도 해당 사항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발 청년 눈앞의 붉은 머리 청년은 얼굴엔 두려움보단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두 청년은 서로를 바라보며 무언의 대화를 짧게 하였고 아크는 다시 한번 말한다.
“저희가 도울 수 있어요. 돕게 해주세요.”
금발청년은 아크의 복식과 이곳의 특징을 연관 짓는다.
‘저 푸른 갑옷은 어디서 본적이 있어, 실종된 붉은 털 기사단? 이곳은 이그나이트 영지 근처야. 거기다 붉은 머리. 설마 실종된 전대 가주와 연관된 사람인가?’
금발청년은 아크를 두고 하나의 가정을 한다.
‘만약 그렇다면 이자 아르드리와 관련된 자다.’
이 생각에 청년은 아크에게 길을 열어준다.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이니.
“모두, 이 사람들이 하는 일에 방해를 줘선 안 된다.”
아크와 아미, 란데르그는 수라 소환 진에 다가가 아미가 말한 대로 란데르그는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오라를 머금은 화살을 소환진에 겨냥하였다. 아미와 아크가 실패한다면 소환 진에서 나오는 수라에게 기습을 먹여 조금이라도 승기를 잡기 위함이었다.
아미는 역 소환 진의 주문을 외우고 아크는 골드 오라를 짜내어 클레이모어에 맺히게 하였다.
그리곤 소환진에 검을 내다 꽂았다.
퍼억!
후루루룽!
쨍그랑!
검은 구체에 황금빛 검이 박히자 빨아들이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곤 아크는 힘을 짜내어 검을 세로로 휘둘렀다.
후우우!
쿠콰카!
이내 검은 구체에 금빛으로 금이 가더니 깨지기 시작한다. 아미는 역 소환 진의 주문을 외우더니 감았던 눈을 떴다.
“아크. 지금이야 떨어져! 란데르그!”
아크는 뒤로 펄쩍 뛰었고 란데르그가 오라를 머금은 화살을 날리었다.
쐐 액!
퍼억!
그리고 이내 검은 구체는 딱딱하게 굳다가 이내 돌처럼 부서지기 시작한다.
툭투툭,
와르르!
“휴우, 살았다. 아미, 나이스!”
아크가 말하였다.
금발 청년과 백기사들은 당황스러웠다. 수라 소환 진이 예상과는 다르게 너무 쉽게 무너졌고 처음 보는 붉은 머리 청년은 이야기로만 듣던 전설의 골드 오라를 보인 것에 대해 잠시 충격을 받은 듯하였다.
“어....... 어떻게 하신 겁니까? 그리고 골드 오라라니, 당신들의 정체는 대체?”
아크는 잠시 머리를 긁적이더니 아미를 바라보며 말한다.
“아....... 이래서 골드 오라는 보이면 안 되구나. 귀찮게 되었네. 히히, 백기사 님 자세한 설명은 여기 신수인 아미가 말해줄 겁니다. 그리고 보신 골드 오라는 저희를 위해 비밀로 해주세요.”
금발 청년은 이번에 아미를 바라본다. 아미는 잠시 머쓱하더니 설명을 해준다.
그리고 잠시 후.
긴 설명을 끝낸 아미.
답은 간단했다.
수라의 소환 진은 영력을 기반으로 만든 소환진이라서 그것과 성질이 같은 골드 오라의 영력으로 약화 시키고 아미가 아는 고대의 주문으로 끝장낸 것이다.
‘흠, 좀 무식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니 말이 통하겠어. 호호호’
백기사들은 단박에 이해했고 아미는 자신의 말이 오랜만에 통한다는 것을 보고 흡족한 미소를 흘린다. 그러나 정작 아크와 란데르그는 자신이 한 일임에도 이해를 못 하였다.
그러고 잠시 후. 아크 일행은 이제 갈 길을 가기 위해 백기사들에게 헤어짐의 인사를 주고받기 위해 말을 나누고 있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하마터면 저희가 큰 곤경에 빠질 뻔하였는데. 도와주셔서 일이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언제 한번 저희 영지에 오십시오. 답례 인사는 하겠습니다.”
아크 일행은 웃으며 백기사 일행들에게 일일이 인사하며 다음의 인사를 건넨다.
“네, 감사합니다. 아! 참, 아직 이름을 알지 못하였네요. 저는 아크라고 합니다. 은발의 청년은 란데르그, 이쪽의 고양이 신수는 아미입니다.”
아크가 자신들의 일행을 소개한다.
“네, 저는 드라이 라이언. 라이언 영지의 백작이라고 합니다. 편하게 드라이라고 불러주십시오. 그리고 이쪽의 기사들은 제 휘하의 가문의 기사들입니다.”
드라이라고 소개한 백기사는 자신들의 기사들을 차례차례 소개해주고 아크 일행과 헤어졌다.
백기사들과 헤어진 아크 일행은 다시 이그나이트 영지로 향하였고. 이들은 이내 이그나이트 영지 입구에 도착하였다.
입구에 들어가기 전 아크 일행은 출출함을 달래고자 막간에 스튜를 준비한다. 환영받지 않을 것 같기에.
“후~ 후~ 맛있다. 그치 아미, 란데르그.”
아크는 스튜를 후 불어가며 게걸스럽게 먹었다.
“어이구, 천하태평이네! 너 지금 이그나이트 영지로 향하는 것은 알고나 있어?”
“그러게, 말이오. 너무 태평한 것 아니오?”
그 모습을 보던 아미와 란데르그가 타박하였고. 아크는 스튜를 급하게 먹다가 일행의 잔소리에 시무룩해진다.
“하지만 내가 거기 가서 뭐할지도 모르는데 미리 걱정할 건 없잖아. 안 그래?”
아크는 볼을 부풀리며 말한다.
“으휴~ 아크 너는 네가 무얼 시험받는 지도 모른단 말이야?”
아미가 잔소리를 전개 한다.
“그래 모른다, 아미! 너는 내가 잘 모른다고 무시하는데, 내가 검술은 너보다 잘해!”
아크가 발악했고 아미는 져준다는 식으로 고개를 젓더니 말을 이어간다.
“그래그래, 검술은 네가 잘하니 그렇다 치고. 너는 앞으로 아누의 시험을 받게 될 거야.”
“아누 말이오?”
란데르그는 흠칫하더니 다시 아미에게 질문을 한다.
“지금 아누의 시험이라고 하셨소?”
아미는 한숨을 쉰다. 아미는 한숨을 쉬고 난 다음 아누의 시험에 대해 아크에게 설명하기로 마음먹었다. 란데르그는 이미 아는 눈치이니 아크에게 보다 자세히 설명해 줄 것이 필요했다.
“아크, 너는 전 가주의 아들이기에 이 시험을 치를 거야. 잘 들어 아누의 시험이란 건 말이지-”
아크는 아미를 보며 대답한다.
“알아 잠시 농담했을 뿐이야. 아누의 시험은 이그나이트 가문의 시조 이그나이트 때부터 받아온 저승의 세계 즉 명계에서 시험 보는 거지.”
아미와 란데르그는 잠시 놀랜다.
“그....... 그걸 어떻게?”
“알고 계시었소?”
아크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아미와 란데르그를 동시에 쳐다본다.
“물론 나의 아버지 보브가 쳤던 시험인데 오는 길에 옛 서적 좀 읽어봤지. 히히.”
아미와 란데르그는 잠시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본다.
“아는 놈이 그래?”
“아시면서 그리 평온하시오?”
아크를 보며 울부짖는 아미와 란데르그였다. 아크는 잠시 깜짝 놀라더니 둘을 쳐다본다.
“왜 그래? 나의 아버지도 그런 시험을 통과하셨는데. 아들인 나도 통과하겠지.”
란데르그와 아미는 아크가 천성적으로 낙천적인 것을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허허, 이리도 낙천적일 수가 자신이 저승의 세계에서 영원히 갇힐 수도 있으면서....... 멍청한 것인지 배짱이 좋은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가로저었다. 그렇게 하루의 밤이 지나갔다. 셋 중에서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것은 아크였다.
“흐아암. 내가 인정받으려면 그만큼 나의 능력을 인정받아야 하는 하루의 시작이군.”
아미는 아크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왠지 아크의 말을 듣고 있자니 슬픈 아미였다.
아크와 아미 란데르그는 아침 일찍 이그나이트 공작 성으로 갔다.
똑. 똑, 똑.
아크 일행은 오래된 고성의 거대한 성문에다 노크 한다. 성문 앞을 지키는 병사가 없어서....... 그러자 하얀 머리의 노인이 나온다.
“아....... 호호호. 안녕 하세요. 저희는......”
어색한지 아미가 먼저 인사를 건네고 용무를 말하려는데 노인이 아미의 말을 자르고 자기 이야기를 한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그나이트 가문의 집사 조셉이라고 합니다. 아크 님 일행이시죠. 어서 오십시오.”
응? 아크 일행은 어떻게 이 조셉이라는 집사가 자신들을 아는지 놀랐다.
“이보시오. 우릴 어떻게 아는지......”
란데르그가 궁금함에 물어보지만,......
“차차 이야기는 성에 들어오셔서 하시지요.”
조셉이 이번에는 란데르그의 말을 끊었다. 아미와 란데르그는 자신의 말이 끊긴 것에 대해 불쾌감이 떠올랐지만....... 참았다. 조금 있으면 아크가 시험을 치는데 괜히 상황을 불안하게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조셉이라는 집사가 뭔지 모를 분위기를 풍겨내기 때문이었다.
조셉을 따라오는 아크 일행은 이그나이트 고성에 들어오면서부터 공작 성의 무게 있는 분위기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한 분위기가 계속되자 아크가 분위기를 돌리자고 조셉에게 말을 건다.
“저....... 제가 올 거란 걸 알고 있었나요?”
조셉은 뒤에 따라오는 아크 일행을 보지도 않고 대꾸한다.
“이번, 로크 산맥에서 수라가 소환되는 걸 막으셨죠? 그때부터 이그나이트 가문의 레인저들이 당신들을 감시하고 있었답니다. 물론 여기 오는 이유도요.”
쉘츠 제국은 브란티아 대륙의 북부에 위치한 나라였다. 하지만 여기는 쉘츠 제국의 남부 조셉의 말투는 제국 북부의 억양보다 더욱더 무뚝뚝했다. 브란티아 대륙의 북부의 말투와 비슷했다. 그것을 눈치를 챈 아미는 분위기를 바꾸고자 특유의 친화력으로 집사 조셉에게 말을 하였다.
“호호호, 조셉 씨는 쉘츠 제국 중 남부에 가까운 곳의 사람 같지 않게 북부 적인 말투시네요.”
조셉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을 하였다.
“그럴 수밖에요. 저는 현 이그나이트 가문의 ‘하나뿐인 가주님’의 은혜로 북부의 전쟁터에서 거둬져 이곳에 왔습니다. 인간이기에 짧은 수명으로 평생을 말해온 말투를 바꿀 순 없지요.”
조셉은 ‘하나뿐인 가주님’에 강한 북부 특유의 억센 억양을 강조하여 말하였다.
아미는 잠시 당황하여 생각하였다.
‘윽! 하필이면 현 가주의 은혜를 입은 사람의 안내를 받다니, 아크가 밉게 보이겠는걸. 괜히 말 걸었나?’
아미는 자신의 실수에 혹여 아크에게 누가 될까 봐 조마조마하였다. 그러나 정작 아크는 별 신경도 안 쓰는 것 같은 표정으로 묵묵히 걷고 있었다.
한편 란데르그는 신경이 바짝 쓰였다. 로크 산맥 중반부터 신경 쓰이던 것들의 원인을 찾아내서 그러한 것이었다.
‘호, 나의 사정거리 밖에서 지켜보는 자들이 누구인지 안 그래도 궁금하던 차이던데, 제법이구려, 이그나이트 가문의 레인저들.’
그러곤 란데르그도 무뚝뚝하게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