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5년 후 소년에서 청년으로.
06. 5년 후 소년에서 청년으로.
며칠 후. 아크는 이따금 훈련을 쉬는 날이면 마을 대장간으로 갔다. 그곳에서는 대부분 농기구를 만들어 파는 곳이었으나 경비대에게 무기를 납품하는 제레인트 마을 유일한 대장간이었다.
“안녕하세요. 퍼슨 아저씨!”
“오! 그래, 어서 오너라. 아크.”
마을 참사 때 대장장이 퍼슨는 아크에게 빚을 졌었다. 아크가 막심이랑 싸울 때 자신의 손녀를 구할 기회가 생겨 다행히 손녀는 무사히 구조되었다. 그래서 대장장이 퍼슨은 마을 사람들이 잠깐이지만 아크를 비난했을 때, 아크도 피해자라고 말해준 고마운 사람이었다.
“퍼슨 아저씨, 이번에는 무슨 무기를 만드시는 거 가르쳐 주실 겁니까?”
“하하하, 그래 학습능력이 좋아서 벌써 새로운 무기를 만드는 것을 배우는구나. 허허허.”
대장장이 퍼슨은 젊었을 적에 대도시에서 무기를 납품한 적이 있을 정도로 실력 좋은 대장장이였다. 그래서 아크는 그 대장장이 퍼슨에게서 다양한 용도로 쓰일 무기 만드는 법을 배웠다.
“이번에는 예전 중앙 대륙의 쿠크리 활용법을 가르쳐 주마. 중앙 대륙이 아직 사막화가 되기 전 밀림에서 풀을 잘랐는데 썼다는구나. 나중에 여행할 때 만들어 놓으면 편할 것이다.”
“흠....... 이건 나중에 쓸모가 많겠어요.”
“그래 이렇게 다양한 무기를 만들 수 있어야 상황에 맞게 쓰지. 지형, 장소, 상대의 무기에 따라 무기는 다양하게 쓰는 것이 좋단다.”
“네, 그중에서 저에게 맞는 무기를 쓰도록 해야겠어요.”
“껄껄껄, 그렇고말고 아크는 내 손녀의 생명의 은인이니 특별히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노하우들을 알려주마.”
“정말 감사합니다. 퍼슨 아저씨!”
그리고 아크가 좋아하는 경비대에게 가서는 딘과 경비대원들에게 괴물들의 사냥 법을 배웠다.
“아! 그래서 트롤은 재생 못 하게 불로 지져야겠군요!”
“그래 그것만 기억하면 트롤에게 쉽게 이길 수 있지. 또 트롤의 피는 약으로 사용되니 사냥하면 꼭 챙기도록 해.”
괴물과의 실전 경험이 풍부한 대원들과 경비대장 딘은 아크에게 여러 지식과 괴물들을 통해 돈을 버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이렇게 아크는 렌 사부에게 무술수련과 아미에게 역사와 지식을 그리고 마을 주민들에겐 여행할 때 필요한 지식을 얻으며 배움을 얻었다.
그리곤 폭풍 수면!
그렇게 지나간 세월이 어느새 5년이 흘렀다.
※ ※ ※
아직 쌀쌀한 새벽.
그곳을 나서는 붉은 머리에 총명하게 빛나는 황금빛 눈을 가진 수려한 외모의 아직은 앳된 청년이 집을 나선다.
그는 아크. 5년이 지난 후 한참 성장한 그는 외모와 자신감이 한층 성장하였다.
잠시 시간은 떠나기 하루 전날 밤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제레인트 마을의 렌 사부의 집. 그곳엔 떠나기 위해 짐을 꾸리고 있는 아크와 아미 그리고 잠시 마을을 나갔다 온 렌 사부가 있었다.
따뜻한 장작불이 화덕에서 타오르는 밤. 렌 사부는 잠시 아크를 부른다.
“아크. 떠나기 전에 너에게 줄 것이 있단다.”
“네? 사부님 짐은 거의 다 챙겼는데 더 챙길 게 있나요?”
“그래 너에게 주는 내 선물이란다.”
“정말 감사합니다. 잘 쓸게요! 사부님!”
렌 사부는 아크가 5년 동안 성격이 변한 것에 대해서 조금 걱정스럽게 생각하였다.
‘예전에는 예의가 바르고 착실한 아이가 어째 점점 능청이가 되어가지?’
이는 5년 동안 렌이 그동안 느낀 아크의 성격이 변화함에 따른 것이다.
“그래서 사부님. 선물이 뭔데요?”
렌 사부는 잠시 당황하여 선물을 줄까, 말까 고민을 하다 이내 주기로 마음먹는다.
“그래. 내가 줄 선물은 바로 이것이다.”
렌 사부가 상자에서 꺼내온 것은 상의는 하얀색, 하의는 검은색 가죽으로 되어있는 옷가지들이었다.
“에에, 겨우 옷이에요?”
아크는 실망한 기색을 보인다.
“허허, 그냥 옷이라니. 상의는 이그니스로 광물을 얇게 짠 옷이고 바지는 닉스 광물을 성질 변환하여 가죽 바지처럼 만든 고급 갑옷이란다.”
아크는 놀라며 눈을 크게 뜬다.
“네? 이그니스랑 그것도 모자라 닉스라뇨 그건 천계와 마계의 광물이 아니에요?”
렌 사부는 살며시 미소 지으며 아크를 본다.
“그래 하지만 이그니스랑 닉스는 천계와 마계의 기운이 오랫동안 인간계에 노출되어 있어 인간계 일부에서도 나온단다. 난 그걸 구해 옷을 만들기를 의뢰했지.”
“감사합니다. 사부님 이걸로 마나를 활용할 때 편하겠어요.”
“그렇단다. 이 옷의 재질은 마나를 한층 더 끌어모으기 위해 각인된 물건들이란다.”
“히히히. 사부님 이것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렌 사부는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어이구. 징그러운 녀석. 그래, 하나 더 있다.”
“뭔데요. 사부님?”
아크는 기대 어린 눈빛으로 렌 사부를 바라본다.
“따라와라.”
렌 사부는 아크를 데리고 집 옆 창고로 갔다. 그곳에는 먼지가 자욱하게 깔려있었고 그곳의 중앙에 푸른빛의 플레이트 아머가 있었다.
아크는 그것을 보더니 잠시 멍해졌다.
“이건......”
“그래 이건 너의 아버지인 보브가 아크, 지금 너의 나이 때 입었던 갑옷이다.”
그렇다 그 갑옷은 보브의 상징과도 같았다. 어느 전장에서나 입었던 푸른색 플레이트 아머는 붉은 머리와 대조적인 이미지로 그를 아는 자들에게 각인되었던 것이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사부님, 아버지가 입던 갑옷을 물려받다니......”
렌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아크를 바라본다.
“그래. 이 갑옷이 언제나 너를 지켜줄 것이다.”
아크는 만감이 교차하는 느낌을 받았다. 한 번이라도 본적이 없는 아버지의 갑옷이라니 아크는 꼭 아버지의 보호를 받는 느낌이었다.
이를 보던 렌 사부는 아크에게 당부한다.
“꼭. 너의 길과 부모님들이 찾은 단서를 찾기를 바란다. 아크.”
아크가 마을을 떠나는 목적은 예언의 아이가 해야 할 일들을 세상을 직접보고 겪으며 행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부모님이 생전 알아낸 운명의 서판에 대한 단서를 찾는 일도 포함되었다.
“네! 사부님. 꼭 저의 길과 그 단서를 찾겠습니다.”
렌 사부는 아크와 동행하고 싶었지만, 아크가 더욱 강해지기 위해선 홀로서 서기를 해야 했다. 그리고 자신은 바알의 계획을 막기 위해 설계를 해야 했다.
이후 다시 집으로 돌아온 렌 사부와 아크. 집에서는 아미가 씩씩거리며 있었다,
“렌님! 아크의 선물은 있고 저는 없는가요?!”
고양이 모습의 신수의 귀여운 모습을 보던 렌 사부와 아크는 웃는 채로 하루의 마지막을 보내었다.
이야기는 다시 다음날 새벽.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마을 사람들이 아크와 아미를 마중 보내기 위해 나와 있었다.
“아크 오빠! 몸조심하고 조심해서 다녀와!”
“아크! 꼭 강해져라!”
“아미! 아크를 부탁한다.”
제레인트 마을의 사람들과 경비대원들 그들은 5년 전 그 참사 이후. 잠시 아크를 멀리하였으나 아미의 질책과 아크가 5년 동안 보여 온 진실한 모습에 다시 아크를 가족처럼 생각하게 되었다.
“네! 잘 다녀올게요. 여러분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웃으며 마을 사람들과 인사하는 아크와 아미. 그들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마을을 나선다.
※ ※ ※
며칠 후.
아크와 아미는 산중에서 길을 잃었다. 그곳에는 갖가지 괴물들과 대자연의 함정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크를 괴롭히는 아사 직전의 배고픔! 아크는 배가 고파서 괴물들이고 뭐고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아....... 아미 나 배고파!”
“나도 배고파! 아크!”
아크와 아미는 서로 굶주린 배를 부여잡으며 산속을 뒤졌다. 사실 무리도 아니었다. 이틀 동안 제대로 된 식사는 없이 괴물들의 습격을 막아내야만 했으니. 겨울 산중이라서 더욱더 그러했으리라. 아크는 이미 이성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어느 산속의 오두막을 발견하는데
“아크! 저기 오두막이 있어 어서 가보자!”
“밥! 밥이다!”
아크와 아미는 남은 체력을 모두 써서 오두막을 향해 달려간다.
쿵!
콰당!
문이 열리고 아크와 아미가 차례대로 들어온다.
“실례하겠습니다. 밥 좀 주세요!”
“저부터 주세요. 밥 좀!”
그곳의 문을 부술 듯이 들어간 아크와 아미. 하지만 그곳에는 동물 가죽이랑 사냥꾼들의 물품만 있고 사람은 없었다.
“젠장, 사람이 없어....... 가죽이랑 물품들의 상태를 보니 최근까지 있었던 것 같은데 말이지.”
아미는 상황을 분석했다.
“아미! 일단 먹을 것을 찾자!”
그러나 아크는 먹을 것이 있나 없나가 더 중요했다.
“그래! 일단 먹고 보자!”
아크와 아미는 빈 오두막을 이 잡듯이 뒤졌다. 그곳에는 말린 야생동물 고기와 함께 술들이 있었고 아크와 아미는 그것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한다.
“우와! 맛있다. 아미, 그것 좀 줘봐.”
“이건 내 것이야! 넌 그거나 다 먹어!”
한참을 티격태격하며 먹고 있던 아크와 아미는 점점 오두막에 가까이 오는 인기척을 놓치고 먹기만 한다.
저벅저벅.
인기척은 곧 오두막에 도착하여 잔뜩 경계하듯이 말을 한다.
“거기 누구시오!”
아크와 아미는 깜짝 놀라 바짝 일어선다.
그리고 문으로 들어오는 그림자를 보는데.
그곳에는 은발에 비취색 눈동자에 귀가 뾰족한 잘생긴 미소년 같은 청년이 들어왔다. 아크는 먹다 말고 90도로 숙여 인사한다.
“안녕하십니까! 산중을 헤매 이던 나그네들인데 잠시 먹을 것을 얻고자 들어왔습니다!”
귀가 뾰족한 청년은 잠시 오두막을 살펴보더니 웃으면서 말을 한다.
“허허, 이미 먹고 있는 것 같소만.”
아미는 얼굴이 빨개져서 사과한다.
“죄....... 죄송합니다. 너무 배고파서 그만......”
청년은 괜찮다는 듯이 더 먹으라고 손짓을 하고는 자리에 앉는다.
“보아하니. 그쪽 분의 기운이 신수인 듯하오, 그래서 나쁜 자들은 아닐 것 같소. 신수들은 악한 자를 싫어하지. 그러니 내가 경계하지 않아도 될 것 같소이다. 어서 드시오.”
둘은 이 청년이 경험이 많은 자라고 생각했다. 기운만으로 상대를 파악하다니. 그러나 지금 아크와 아미의 상태는 먹는 것에 홀렸다.
“감사합니다. 그럼.”
아크와 아미는 그리 말하고는 음식에 집중했다.
잠시 후.
배를 채운 뒤 아크와 아미는 배부르다는 듯이 만족한 표정으로 청년에게 말을 한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아사 직전에서 살아남았습니다. 무엇으로 보답해야 할지......”
“3 실버 50 코퍼이오.”
“네?”
“네?”
아크와 아미는 동시에 놀라 청년에게 반문한다.
“3 실버 50 코퍼. 식삿값이오.”
“아 네....... 그런데 지금은 돈이 없고 어떻게 다르게 보상해드릴까요?”
아미는 여행경비에 돈이 아깝다고 하여 거짓말을 한다.
“뭐해 아미 돈 있잖아-, 아악!”
아미는 사실을 말하려던 아크의 손을 깨문다.
“허허 돈을 주기 싫음이라........ 그럼 몸으로 때우시오.”
그렇게 아크는 아닌 밤중에 장작 패기를 한다.
“헉헉, 아미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아크는 아미를 원망한다.
“뭐 어때. 돈은 굳고 너는 수련한다 치면 되지.”
아미는 뻔뻔하게 굴었다.
그러고 나서 잠시 아크가 장작을 패고 있을 때 청년이 오두막에서 나온다.
“힘들 테니 따끈한 차 한 모금 마시고 다시 하시오.”
“네, 감사합니다. 근데 이름도 모른 채로 계속 말을 나누었네요.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아크는 넉살 좋게 말을 건다.
“하하, 성격이 좋소이다. 내 이름은 란데르그요. 그대들의 이름은?”
란데르그는 어른다운 말투로 대답하고 다시 물었다.
“아! 저는 아크, 저쪽에 놀고 있는 애는 아미이에요. 근데 말투를 보아하니 나이가 많으신 모양입니다만......”
“야! 아크!”
초면에 나이를 묻는 것은 실례이기에 아미는 만류하지만 이미 호기심이 발동한 아크를 말릴 수는 없었다.
“허허, 괜찮소이다. 신수여. 나는 하프 엘프로 올해 500살을 넘기었소.”
“헉! 대단히 많으시네요.”
아크는 생각보다 나이가 많아 놀란다.
“그러게요. 역시 엘프의 피가 있어서 그런지 굉장히 젊어 보여요.”
아미 또한 굉장히 놀라고 말한다.
“그럼 반쪽은 휴먼이세요?”
아크가 또다시 질문한다.
“아....... 으휴~”
계속해서 실례되는 질문을 하는 아크. 그런 아크를 아미는 반포기한 채로 놔둔다.
“아니오. 반은 어머니 쪽인 야수 족이오.”
또다시 놀라는 아크와 아미였다.
“야수 족이요?”
“그렇소이다. 뭘 그리 놀라시오?”
야수 족.
그 이름은 그리 흔한 것이 아니다. 수인 족 중에서도 특별한 위치에 있는 것이 야수 족이다. 그들은 강하며 외골수에 가깝기 때문에 다른 종족과도 그다지 접촉을 안 하기로는 엘프에 버금간다는 종족이다. 마계의 침공 때처럼 대륙의 사활이 걸린 문제에만 나타나기로 유명한 종족이기도 했다.
지금은 수인 족 들의 왕국. 에밀 왕국의 실질적인 지배자 계층으로 현재는 은거했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하, 나를 그렇게 보는 이도 정말 오랜만이오.”
란데르그는 멋쩍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호호, 죄송합니다. 아직 이놈이 예의범절이 좀 모자라서요.”
아미는 아크의 무례에 사과하고 란데르그에게 미안함의 표정을 짓는다.
“괜찮소이다. 이런 산중에 살다 보니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이 그리웠는데, 이렇게 반응이 좋으니. 오래간만에 사람과 섞여 있는 것이 기분이 좋소이다.”
아크는 란데르그의 말을 듣고 어쩐지 측은한 기분이 들었다.
“란데르그 님. 근데 어째서 이렇게 깊은 산중에 홀로 계십니까? 외모도 훌륭하신데.”
란데르그는 아크의 말에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그것이 말이오. 내가 하운드이기 때문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