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림하되 지배하지 않는다-4화 (4/155)

04. 시련을 마주하는 자세.

04. 시련을 마주하는 자세.

“크르르. 아크? 아크라고!”

대장 오크인 막심은 바알이라는 자에게 들은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아크? 아크! 여긴 위험해 어서 도망가!”

아크의 목소리를 들은 경비대장 딘과 대원들은 달려오는 붉은 머리 소년을 보고 도망가라고 소리를 지른다.

“안 도망가요! 여기가 내 마을, 내가 있을 곳이에요”

그리 말하고 아크는 렌 사부님에게 배운 대로 보법에 맞춰가며 무리에서 떨어진 한 오크의 심장에 칼을 넣는다. 아직 오라 사용자의 경지가 서툴러서 무색의 오라를 유지하는데 시간이 비교적 짧은 아크는 렌 사부에게 배운 대로 검을 오크의 사각지대로 돌아서서 찌른다.

푸욱!

아크의 오라가 강한 걸까? 아니면 찔린 오크가 지쳐서일까? 아크의 검은 한 점 흐트러짐이 없이 오크의 심장에 꽂힌다.

“크아악”

운이 없는 지친 오크는 자지러지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헉....... 헉!”

처음으로 사람 같은 존재를 살생한 아크. 머리에서 현기증이 났으나 이내 정신을 차린다.

‘그래 지금은 오크 따위를 동정할 때가 아니야!’

그때 오크들의 대장 막심이 사악한 미소를 내며 경비대장 딘에게 말을 한다.

“크르르, 이봐 인간 대장. 아직 살아있나? 크르르.”

경비대장인 딘은 막심의 미소를 보고 움찔하지만, 겉으로는 당당하게 말한다.

“여기 경비대장인 나는 겨우 오크들의 도끼 따위에 죽지 않는다! 왜 나를 불렀는가!”

경비대장 딘은 흉흉한 살기가 띤 눈으로 대장 오크를 노려보았다.

눈빛으로도 죽일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여기 있는 오크들을 죽이고 자신도 죽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며 노려보았다.

그만큼 제레인트 마을 경비대장 딘의 독기는 가득했다.

“큭! 하하하! 인간대장의 배짱은 마음에 드는구나. 내가 너희들의 마을을 공격한 이유가 궁금하지 않은가?”

막심은 경비대장 딘의 살기어린 눈빛에 아무렇지 않다는 듯 비웃으며 말한다.

그리고 경비대원들과 마을 사람들은 막심이 말한 그 이유가 궁금했다. 추수철도 아닌 겨울인데 식량문제로 오지는 않았을 것이 아닌가?

그러한 생각이 경비에 허점이 생기고 오늘과 같은 참사가 이루어진 것이다. 막심은 그러한 생각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막심은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면서 말한다.

“내가 여기까지 온 이유는 저기 붉은 머리 꼬마. 아크 때문이다!”

쿵!

그 말을 들은 마을 사람들과 경비대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순간 자신의 귀가 잘못된 줄 알았다.

그러나 시선은 막심의 손가락을 보고 막심의 손가락은 정확히 아크를 가리켰다.

조금 전만 하더라도 마을의 경의와 애정을 받던 아이가 한순간에 마을의 참사를 일으킨 원인 되다니 아크도 잠시 멍해지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무....... 무슨 말이냐! 핑계도 별 핑계가 있구나!”

딘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막심에 욕지거리를 냈다. 막심은 어이가 없다는 투로 말을 이어나가는데

“그럼 이 보잘것없는 마을을 공격한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나? 크르르.”

막심은 자신의 말을 믿지 않자 화가 났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과 경비대원들은 어쩔 줄 모르고 아크도 정신이 없었다.

‘나 때문에? 왜? 하필 왜!’

“크르르, 그래서 너희에게 제안한다. 나 막심과 저 꼬맹이를 대결만 시켜준다면, 이 마을을 조용히 떠나겠다. 어떤가?”

마을 사람들과 경비대원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하고 경비대장인 딘은 어찌할 바를 모른다.

아크를 선택하자니 마을의 큰 피해이고 이 상태로 간다면 최악의 경우엔 모두 몰살될 수도 있었다. 마을을 선택하면 마을의 은인인 렌을 배신하고 마을의 자식이나 마찬가지인 아크가 죽는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에서 헤어 나올 수 있는 말이 들리는데

“저는 싸우겠습니다.”

아크의 말이었다. 순간 모두 벙해져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데. 그 고요를 깬 목소리가 들린 것이다.

“아크! 무슨 소리야! 너 그러면 진짜 죽어! 이 바보야!”

아크의 선생님이자 친구인 아미가 절규하듯 소리 지른다. 그러나 아크는 다른 사람들과 아미에게 싱긋 미소지어주며 말한다.

“나 하나 목숨으로 다른 사람들을 살릴 수 있잖아요! 그럼 내 값어치는 하는 건 아닌가요?”

아미는 어이가 없어서 벙해진다.

“너 강해져서 나중에 예쁜 마누라도 얻는다며, 지금 죽으면 그게 아깝지도 않니?”

아크가 수업 중에 앞으로의 포부로 말한 소리이다.

“여기서 도망쳐서 살아남는다면, 나중에 나의 아내와 아이들에게 얼굴 볼 면목도 없어요!”

경비대장인 딘은 그제야 상념에서 나와 정신을 차려 만류하려 한다.

“아크, 안 된다. 여기서는 그냥 우리가 목숨을 바쳐 싸우겠다. 네가 만약 잘못되면 앞으로 렌 님을 뵐 면목이 없어.”

“괜찮아요. 딘 대장님, 이게 시련이라면 내가 이기나 시련이 이기나 해보죠. 뭐.”

아크는 담담하게 말했으나 사실은 두려움이 온몸을 지배해갔다. 그러나 아크는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으나 손과 발이 미세한 떨림은 어쩔 수 없었다.

“어이! 거기 특별히 못생긴 오크! 그렇게 원한다면 내가 상대해주지.”

아크는 그러한 것을 이기고자 일부러 상대를 도발하였다.

“큭! 크하하!”

이에 막심은 어이가 없어서 크게 웃은 다음 부하 오크들에게 명령한다.

“내 부하들아. 내가 싸울 때 아무것도 건드리지 마라!”

한 번쯤은 다른 오크들이 걱정해줄 만도 한데, 오크들은 앞으로 나온 어린 붉은 머리 소년 아크를 보며 그런 말은 못 하였다. 어린 인간 소년에게 자신들의 대장 오크가 나서는데 괜히 그러한 소리를 했다간 무서운 막심이 소리를 지를 것 같기에.

막심과 아크는 앞으로 나와 둘이 마주 보며 결투를 준비하였다.

오크는 오크 전사 정도 되면 일반 엑스퍼트의 경지처럼 푸른빛의 오라를 사용하지만, 일반 오크와 마찬가지로 질긴 가죽이 주요 무기이자 방어 도구였다.

아크는 선제공격만이 답이라고 생각해서 먼저 공격을 한다. 이에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찌르기로 막심의 심장을 향해 공격한다.

“흥!”

막심은 코웃음 치며 그 검을 받아내려고 했지만, 검 속력의 예측실패로 가슴 부분에 칼을 맞았다. 아차. 싶은 막심은 뒤로 물러나며 피하였다. 질긴 가죽이 아니라면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공격이었다.

아크에 초심자의 행운이 먹히지 않은 불행한 순간이었다.

다음으로는 막심이 도끼를 휘두르며 돌진하였다.

카 앙!

아크는 상단으로 오는 검을 막고 반격으로 하단을 베려고 하였으나, 막심의 무지막지한 괴력에 실패하였다.

그다음부터는 막심의 무대였다. 무지막지한 괴력으로 휘두르는 도끼는 아크의 목숨을 몇 번이나 빼앗아가려고 덤볐다.

팟! 파팟!

그러나 아크는 평소에 수련하던 대로 그리고 렌에게 배운 대로 보법을 맞춰가며 피하고 반격하려고 했다.

콰드득! 카카캉!

이에 몇 분 이 흐르고 아크와 막심이 열 합이 넘게 부딪히는 것을 보는 오크와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15살 난 아이가 오크 전사의 도끼를 받아낼 수 있는가.

이는 상식적으론 불가능하였다.

이에 가슴이 타들어 가던 막심은 속으로 열이 받아 오라를 짜내었다. 이미 자존심이 상했으나 더는 자존심이 안 상하게 끝을 보려는 것이었다.

후 우우!

츠츠츠!

푸른빛의 오라가 막심의 도끼에 맺힌다.

아크도 이에 질세라 무색의 오라를 끄집어낸다.

후 아아!

그리고 막심의 푸른 오라와 아크의 무색 오라가 격돌한다.

깡! 까강!

오라와 불꽃이 튀는 대결에 구경하던 이들 모두 침묵을 지킨다. 오직 아미만이 흥분과 절망을 오가며 대결을 자세히 보았다.

‘아크가 지금은 좀 밀리고 있지만 잘해주고 있어. 이대로 페이스 유지하며 기회를 본다면 이길 수 있어.’

파앗!

그때 막심의 도끼가 아크의 정수리로 향한다. 아크는 이대로 죽을 수 없어서 있는 힘껏 힘을 끌어모으는데.

“하아압!”

그때 아크와 사람들의 간절함이 기적을 만들었을까? 아크의 내부에서 마나가 들끓더니 갑자기 마나가 폭발하듯이 올라왔다. 이윽고 기적처럼 아크의 검에 선명한 푸른빛 오라가 맺힌 것이다.

콰카쾅!

정수리에 공격당하려는 찰나, 도끼는 아크의 푸른빛의 오라가 맺힌 클레이모어에 저지당하며 큰 폭음을 냈고 아크와 막심을 두 걸음씩 뒤로 물러나게 했다. 그리고 아크는 푸른빛의 오라를 머금은 클레이모어를 막심에 휘둘렀다 중단 베기에 이어서 찌르기!

그다음은 막심의 복부에 어퍼컷!

아크는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을 겪으면서 무아지경에 빠지고 말았다.

지금 아크가 겪는 현상은 일시 각성의 기적이었다.

‘일시 각성’ 그것은 마나를 사용하는 증상으로 일시적으로 다음 경지의 힘을 끌어올 수 있다.

그래서 아크는 지금과 같이 엑스퍼트의 상징인 푸른빛의 오라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결코 마냥 좋은 것은 아니었다. 일시 각성을 잘못하면 마나 로드가 불에 탄 듯이 타기 때문에 잘못하면 폐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일시 각성을 해도 그다음으로 조절하는 방법이 있었으나 한계까지 억지로 오라를 짜내다가 우연으로 일시 각성에 빠진 지금의 아크의 경우에는 마냥 좋지는 않을 것이 분명했다.

이에 수세에 몰린 막심은 마지막 발악으로 아크의 다리를 베려고 했다. 그러자 아크는 방어를 무시하고 막심의 왼쪽 어깨를 노려 머리를 통째로 도려내고자 하였다.

일촉즉발의 상황! 사람들은 눈을 감았다.

푸 훅!

피가 튀는 소리 사람들은 눈을 떠보았다. 거기에는 막심이 왼쪽 어깨 부분에 큰 상처가 나 있었고. 좀 더 더 들어갔으면 목이 잘렸을 것이다. 그리고 아크는 왼쪽 다리에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둘 다 지금 치료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인 것이다. 일시 각성의 후유증으로 아크는 두 눈이 풀렸고 막심의 공격으로 다리를 못 써 주저앉았다. 그러자 막심은 이때가 기회라고 아크에게 도끼를 빠르게 휘두르려고 했다.

모두 끝이라고 생각한 순간 아미는 앞으로 달려나갔다.

후 앙!

그와 동시에 멀리서 황금빛으로 불타는 검이 날려 와서 막심의 머리를 날려버린다.

푸슉!

쿵!

쿠쿵!

막심의 머리가 가볍게 날아 요란스럽게 떨어진다. 오크들과 마을 사람들은 황금빛의 검이 날려 온 방향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사람들이 보는 쪽에는 은발에 오른쪽 눈에 안대를 낀 잘생긴 중년인이 있었다.

“헉, 헉. 다행히 늦진 않았나 보군.”

렌 사부가 마침내 등장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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