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림하되 지배하지 않는다-3화 (3/155)

03. 처음으로 겪는 시련.

03. 처음으로 겪는 시련.

며칠 후.

제레인트 마을 근처의 어느 숲속.

인간과 같은 체격 그러나 녹색의 피부를 가진 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원래 인간계에서 갈색 피부와 근육질인 체격의 존재였으나 수라들과 결탁하고 타락하여 일부는 녹색 오크라고 불리며 다른 인간들과 싸움을 벌이고 미궁이나 폐허 속에 쫓겨난 존재들이었다.

그런 존재들이 어째서인지 한곳으로 모이고 있었다. 어두운 밤의 숲속 그곳은 마가 끼어 있는 것처럼 스산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크르르, 바알은 아직 인가?”

아래쪽 어금니가 위로 솟은 것이 특징인 덩치 큰 녹색 오크가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맞은편에 부하로 보이는 덩치가 비교적 작은 오크에게 하문한다.

그러자 두려운 기색이 보이는 덩치가 비교적 작은 오크가 덜덜 떨며 말한다.

“죄....... 죄송합니다. 아직 바알 님은 오지 않았습니다. 막심 대장님”

막심으로 불린 덩치 큰 대장 오크는 짜증을 내며 바알이라는 자를 기다리기로 한다.

“크르르 바알, 제레인트 마을은 이제 코앞인데 빨리 와라. 피와 불꽃이 피는 전쟁을 기다리는 것도 지겨우니까. 네 녀석이 안 온다면 내 부하들과 먼저 쳐서 전리품을 얻겠다. 크하하하!”

바알이라면 5년 전 보브와 니르를 습격했던 그 바알인 것인가?

맞는다면 과연 아크에게 어떠한 사건이 있을 것인가?

그러나 지금은 일단 막심의 말에 다른 오크들은 살육과 전리품을 차지할 생각에 몸을 떨었다.

※ ※ ※

제레인트 마을에 아침이 밝았다. 여느 때처럼 아크는 수련하였으며 아미는 아직 한밤중이고 렌은 잠시 마을 밖에 볼일 있다며 마을을 나섰다.

“상단 베기, 하단 베기 반복 시행!”

아크는 큰 기합 소리를 내며 수련을 하였고 마을 아이들은 그런 아크를 보기 위해 수련장 주변에 모여들기 시작한다.

“아크 형! 자세가 너무 어정쩡하다. 좀 더 자세를 바로 해봐!”

“야! 이 바보야! 아크 형이 너보다 훨씬 강한데. 네가 무슨 자세 지적이야!”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아크의 수련 모습을 지켜본다.

“합! 하압!”

아이들이 떠들든 말든 아크의 기합 소리가 울렸고

“흐아아암~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아미는 아크의 수련과 아이들의 소리에 의아하게 생각하여 잠에서 깬다. 그리고는 아크와 아이들이 있는 수련장으로 향했다.

“우와! 고양이다. 귀여워라. 헤헤.”

여자아이들은 아미의 모습을 보고 저마다 한마디씩 하는데.......

“누가 고양이야 이 어린것들아!”

아크의 생일 때도 봤지만 어린아이들은 아미를 신기해하면서 귀여워하였다.

“역시 말하는 고양이 신기하고 너무 귀여워!”

여자아이들은 아미의 윤기 나는 털을 바라보며 다가오는데.

“만지지 마! 이 어린것들아! 내가 한참 어른이라고! 헤헤헤? 턱은 만지지 마!”

결국 아이들이 아미에게 몰려들어서 아미를 만지는데. 한 아이가 아미의 턱을 긁어줘서 아미가 간지러워한다. 주변이 시끄러워지자 아크는 수련하다가 잠시 땀을 식히기 위해 수련장 밖으로 나온다.

“아미 선생님까지 시끄럽게 구실 겁니까? 이래서 수련은 새벽에 해야 하는데. 그러니까 수업 중 잔소리 좀 줄이시라니까요.”

“뭐? 그건 네가 수업에 집중을 안 해서잖아....... 아팟! 만지지 마!”

아미는 더 말하려다가 다른 아이가 꼬리를 만지자 그만 짜증이 난 아미였다.

‘저렇게 보면 영락없는 귀여운 고양인데 말이야. 히히. 잔소리할 때는 마녀 급이야.’

아크는 아미가 귀엽다고 느끼다가 잔소리할 때의 모습 때문에 마음을 다잡는데.

사춘기라서 어른의 애정을 잔소리로 이해하는 아직은 어린 아크였다.

“아~ 어차피 오늘 아침 수련은 글렀으니, 경비대한테나 가 볼까나?”

“나도 같이 가! 아크!”

아이들 손길에 파묻힌 아미가 절규하듯이 아크에 말한다.

※ ※ ※

제레인트 마을의 자경대 겸 경비대인 이곳은 13년 전 괴물들에 의해 마을 자체가 없어질 뻔하였다.

그것을 구원해준 자가 바로 두 살 난 아기를 데리고 온 렌 사부였다. 렌 사부는 신묘한 검술로 그 끝을 알 수 없는 경지를 보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언변으로 마을 사람들을 다독여 괴물무리를 몰아내고 지금의 마을을 지킬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렌 사부에게 경의와 애정을 담아서 마을 일원으로 받아주었고. 같이 온 아크를 친아들, 친동생처럼 아끼고 귀여워해 주었다. 특히 렌 사부와 같이 싸웠던 경비대 일원들은 이러한 감정들이 더욱더 강했다.

그런 경비대에 오늘은 아크가 아미를 데리고 놀러 왔다.

“어서 오렴, 아크. 검술은 좀 늘었니? 어느 정도의 경지로 좀 올랐어? 저번에 들어보니 이제 오라는 구현할 수 있지? 역시 천재야!”

“어서 와! 아크! 안 그래도 잼 아주머니께서 만들어놓은 빵과 치즈를 주려고 경비대 일이 마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아크를 반기는 경비대원들 그리고 그들을 친형, 친삼촌처럼 따르는 아크를 기쁜 마음으로 마주한다.

“칼, 후치 형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반갑게 인사하는 사람들. 그중에 한 고양이만 볼을 부풀리며 있었다.

“저는 안 보이는가 보죠? 모두? 흥!”

“허허허. 이런, 잊을 리가 있나요. 렌님의 친구 분이자 우리 마을의 아들인 아크의 선생님을요.”

경비대 안쪽에서 허허 웃으며 경비대장 딘이 나오며 말한다.

아크와 경비대의 사이가 좋아진 것은 렌 사부가 제레인트 마을에 공을 세운 것도 있지만 아크 또한 어릴 적부터 붙임성 좋게 경비대의 대원들에게 형, 삼촌이라고 부르며 눈도장을 찍은 것도 있었다.

안 그래도 렌 사부의 영향으로 호감이 있었는데. 경비대를 무서워하는 제레인트 마을의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싹싹하게 인사하고 다가오니 더욱 그러한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렌 사부와 아크의 좋은 영향이 아미에게도 끼쳤다.

“흥! 안 잊어버렸으면 됐네요!”

사실 아미도 좋으면서 장난을 친다. 처음 보는 신수인 자신을 보고도 경계를 하지 않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제레인트 마을의 사람들을 진심으로 좋아하였다.

“하하하!”

그런 아미의 귀여운 모습에 경비대원들의 웃음소리가 커져다.

그때!

마을 변두리에서 쾅! 하고 큰소리가 나더니 이내 사람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났나? 샌슨, 경비대원들하고 소리가 난 진원지로 가 보아라!”

“네! 대장님!”

경비대원들은 갑자기 일어난 사태에 긴박하고 신속하게 움직임을 보였다.

“저도 가보겠습니다. 대장님!”

갑자기 일어난 사태에 당황할 만도 하지만, 아크는 용감하게 같이 가겠다고 경비대 대장인 딘에게 말한다.

“안 된단다! 렌님과 너는 마을의 은인이자 친구다. 아직 어린 너를 혹시 모를 위험에 빠뜨릴 순 없어! 이번 일은 우리에게 맡기고 너는 어서 집으로 들어가 보아라!”

“하지만.......”

아직 어린 마음에 이해가 안가 더 말하려고 하던 아크. 그리고 그런 자신의 발을 잡은 아미를 본다.

“아크, 일단은 경비대장님의 말씀을 듣자. 이 분야에선 우리들보단 경비대원들이 더 전문가들이야.”

잠시 고민하던 아크는 경비대장 딘과 아미의 말을 따르기로 한다.

“알겠습니다. 그럼 집으로 가서 무기를 챙겨 놓을게요. 곧 따라가겠습니다.”

“후유, 아크....... 그래 일단은 그렇게 하자꾸나. 나도 지금 가야 하니 그곳에선 나의 말을 들어야 한다.”

말리려던 경비대장 딘은 아크의 눈빛을 보고 설득하긴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아크의 절충안에 동의한다.

이내 경비대원들은 혹시나 있을 만일의 사태에 대비에 전원 무장하고 굳은 얼굴로 경비대장 딘과 함께 소리의 진원지로 향한다.

집으로 돌아온 아크와 아미. 아크는 집에 벽에 걸려있었던 나중에 아크가 실전에 쓸 십자형 클레이모어를 들고 나갈 준비를 하는데.

“아크, 렌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집에 있자. 아직 무색의 오라 밖에 구현 못 하는 애가 검만 들고 어떻게 하려고 그래?”

아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크를 만류한다. 아크의 나이 대에 비하면 굉장한 경지의 성취이지만 아직은 실전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러나 아크는 굳은 결심이 선 듯 진지한 표정으로 아미에게 말을 하는데.

“이런 일로 숨거나 도망치면 언제 강해져서 사람들을 도와요? 남자는 이런 일로 도망치거나 숨지 않아요!”

아크는 15살에 어울리지 않게 다부진 모습으로 말한다. 아미는 아크가 이미 말을 듣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런 말을 들으니 대견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였다.

‘역시 보브와 니르의 아들이구나. 앞으로 이런 시련을 겪고 이기면 큰 인물이 되겠어.’

아미는 아크를 말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차라리 아크를 도와주고자 한다.

“알겠어, 아크. 나도 힘이 닿는 데까지 도와줄게.”

“고마워요, 선생님. 그럼 가볼까요!”

아크와 아미는 집을 박차고 나와 소리의 진원지로 향했다. 하지만 이미 그 소리는 마을 중심부까지 번져있었다.

“꺅! 살려줘!”

“엄마, 흐아앙! 엄마!”

“아버지! 정신 차리세요! 아버지!”

마을 중심부는 이미 불이 난 상태였고 앞에 보이는 것은 큰 도끼를 든 녹색 피부의 오크들과 그들을 막고 있는 경비대원과 마을 사람들이었다.

캉! 카캉!

촤앙! 파앗!

마을 곳곳에서 오크들을 막는 경비대와 마을 사람들.

그나마 괜찮은 장비를 갖춘 경비대들은 어느 정도 버텼지만, 일반 마을 사람들은 농기구를 들고 항전했다.

그런 난전이 펼쳐지고 난 이후에 남은 경비대원들은 이미 열 몇 명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상처를 입었고 남은 오크들은 서른 마리 정도 되어 보였다.

일반 오크들은 오라 사용자처럼 무색의 오라를 구현할 수 있는 능력과 단단한 피부가 주요 무기였다. 그러한 능력으로 경비대원들을 압박하고 있었다.

이에 남은 경비대원들은 엑스퍼트의 경지인 경비대장 딘을 중심을 십자형 진을 치고 더 이상의 희생자가 없게 분투하며 전투를 벌였다.

불난 마을 그리고 소리 지르는 사람들 때문에 이를 보던 아크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허억....... 헉, 헉.”

그리고 아크에게 약간의 공황이 오는데.

“아크, 괜찮아?”

아미는 아크를 보며 걱정스럽게 이야기했다.

“저....... 저는 괜찮아요, 그보다 마을 사람들을 부탁해요. 아미 선생님은 저번에 보니까 마법을 쓰시던데 회복마법 정도는 하실 수 있으시겠죠?”

“그래, 하지만 지금은 너를 먼저 돌봐야 해.”

“저는 괜찮아요! 그보다 마을 사람들을 부탁해요. 저는 저 빌어먹을 오크 놈들을 베어야겠어요!”

아크는 그 말을 하고 난전이 펼쳐지고 있는 전장을 발을 돌렸다.

“이 빌어먹을 오크 놈들아! 나 아크가 왔다!”

무서운 기세로 달려 나가는 아크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