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림하되 지배하지 않는다-2화 (2/155)

02. 15년 뒤의 어린 소년의 만남.

02. 15년 뒤의 어린 소년의 만남.

아직 푸른빛이 하늘에 있는 새벽.

평화로운 산골 마을이었다. 그런 마을에 있는 집을 나오며 잠의 여운을 깨는 소년이 있었다.

“흐아암~ 오늘도 수련을 시작해 볼까!”

그 소년은 선명한 붉은색 머리에 빛나는 황금빛 눈동자를 가진 소년이다.

“아니야, 일단 잠 좀 깨우자.”

전날 밤의 다시 기억 못 하는 찜찜한 꿈의 여운 때문에 소년은 상의를 벗은 채 집 근처에 있는 계곡물을 퍼서 스스로 몸에 물을 뿌린다.

“으으, 차가워. 그래도 잠 깨우는 것은 차가운 물만 한 게 없다니까.”

다 씻고 나서 소년은 만족한 듯 물기를 닦고 목검을 들며 집 공터에 있는 훈련장으로 향하였다.

“종 베기 100회 시작!”

소년은 자신의 목표를 힘차게 말한 뒤, 훈련을 시작했다.

아직 덜 성숙하고 앞으로 성장하는 육체는 그런 규칙적인 훈련으로 더욱 단련된 육체가 될 것이다.

“벌써 일어났느냐, 아크.”

소년의 이름은 아크이다. 그리고 그 이름을 정답게 부르며 누군가가 다가온다.

“아! 렌 사부님! 잘 주무셨어요?”

렌 사부라고 불린 이는 은발에 검은색 사제복을 입고 황금빛 눈이나 오른쪽 눈엔 검은색 안대를 낀 잘생긴 중년인이었다. 몸은 젊은 시절부터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아 날렵하고 탄탄한 느낌이었다.

“그래, 아크. 오늘은 새벽 훈련을 하되, 아침 훈련은 하지 말고 나의 방으로 들어오너라. 해줄 말이 있다.”

아크는 고개를 심하게 끄덕이며 말한다. 새벽 훈련만 해서 기뻐서이다.

“네! 사부님.”

아크는 기쁜 속내를 감추며 목검을 휘둘렀다.

새벽 훈련이 끝나고 아침이 되자 아크는 렌 사부가 말한 것처럼 렌 사부의 방 앞에 갔다.

똑, 똑.

“사부님, 아크입니다.”

아크는 예의 바르게 노크를 하며 렌 사부에게 말했다.

“오! 그래, 어서 들어오너라.”

렌 사부는 반갑게 아크에게 들어오라고 말한다.

“네, 사부님. 들어가겠습니다.”

아크는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곳에는 렌 사부가 의자에 앉아 있었고 반대편에는 연보랏빛 고양이가 있었다.

이에 아크는 궁금함에 여쭤본다.

“?, 사부님. 하나만 여쭙겠습니다. 웬 고양이입니까?”

연보랏빛 고양이는 마치 아크의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아크를 빤히 보았다.

“음?”

아크는 의아해하며 그 고양이를 바라보았다. 고양이의 두 눈은 흑진주처럼 검은빛이 반짝였다.

“고양이 아니야! 난 신수인 아미라고!”

갑자기 고양이가 말했고.

“흐큭!”

아크는 까무러치게 놀라며 문에 붙었다.

“뭐....... 뭐에요? 사부님!”

“흠, 놀라기는.”

아미라고 밝힌 신수는 그런 아크를 비웃는다.

“이익!”

그 모습에 약이 오른 아크는 얼굴이 붉어지고 만다.

그렇게 평생 서로의 반쪽이 될 아크와 아미의 첫 만남이 시작되었다.

그렇지만 현재는 그것을 모르는 아크는 얼굴이 붉어진 채 아미를 노려본다.

아마 예민한 사춘기 소년에겐 아미의 반응이 자존심을 건드렸으리라.

“자, 자. 아크. 어서 앉아라.”

렌 사부는 아크에게 앉으라고 말한다.

“네, 사부님.”

자존심이 상했더라도 아크는 예의 바르게 렌 사부의 말을 들었다.

아크가 앉은 뒤, 렌 사부는 아크에게 아미를 소개해준다.

“여기 신수이신 아미 님은 오늘부터 너에게 기본상식을 가르쳐주실 선생님이시다. 어서 공손히 인사드려라.”

이에 아크는 약간 반발한다.

“네? 저에게 사부님은 오직 렌 사부님. 한 분이십니다. 그런데 선생님이라뇨?”

“검술이나 다른 무술은 내가 가르칠 순 있지만, 학문적인 지식 면에선 아미 님이 월등히 나보다 나으니, 이 사부의 말을 듣고 따르길 바란다. 아크.”

렌 사부는 부드러운 말투로 아크를 다독인다.

“사부님이 그리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사부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래 아크. 고맙구나.”

아크의 말에 렌 사부는 만족한다는 듯이 미소 지었다. 이를 보던 아미는 속으로.

‘으흠~ 사제관계가 제대로 잡혔구나. 사부는 제자를 위하고 제자는 사부님을 존경하며 믿고. 호호, 보기가 좋군.’

아미가 그런 생각을 가질 때. 렌 사부는 아미에게 말을 건다.

“아미 님. 제자 녀석이 놀랐을 테니. 진정되는 말을 해주시죠.”

아미는 렌 사부의 말을 듣고 아크에 말한다.

“아크. 너의 학문적인 지식은 내가 가르쳐 줄 테니 나를 믿고 따라와 주길 바란다.”

아크는 속으로는 못마땅했으나 렌 사부가 앞에 있어 겉으로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아미 선생님.”

‘내가 고양이 따위의 말을 들을 줄 알고. 흥.’

그러나 아미는 아크의 속내 따위는 금세 파악한다.

‘흥! 요놈 말 안 듣게 생겼네.’

그렇게 대화를 하고 아침 식사를 하니 아침이 다 갔다.

※ ※ ※

오늘은 새로운 선생님이 오셔서 아크는 모처럼 훈련은 안 한 채 겨울눈이 쌓인 산길을 아미와 함께 걸으며 이야기하였다.

그러면서 아크의 기본지식이 또래보다 한참이나 뒤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어이구, 진짜. 이 상식 바보야!"

아크는 산골 마을인 이 제레인트 마을에 자라오며 철들 무렵부터 검술만 수련했기에 상식적인 것이 여러모로 부족했다. 특히 마법에 대한 지식과 역사는 무지했다.

“전 어렸을 때부터 검술만 수련했단 말이에요. 그리고 그걸 알려주는 게 선생님의 역할이 아닌가요?”

아크는 아미에게 툴툴거리는 말투로 반항을 하였다.

그렇게 한참 제자와 선생님의 신경전이 있을 때. 산길에 웬 동물의 사체가 있었다. 그리고 그 동물의 고기를 먹는 늑대무리들도 있었다.

“어?!”

“선생님 제 뒤로.”

아미는 잠시 놀랐고 아크는 자연스럽다는 듯이 아미를 보호하려 했다.

‘오호! 요 맹랑한 꼬맹이 보게. 내가 여자라고 지켜주려나 보네.’

그러나 아크의 속내는 약간 달랐다.

‘고양이가 무슨 도움이 되겠어. 여기선 내가 막아야지.’

아미와 아크가 경계태세를 취할 때. 늑대들도 아미와 아크를 바라보았다.

“크르릉.”

방금 먹이를 먹으면서도 새로운 먹잇감에 눈독 들이는 탐욕스러운 늑대들이었다. 간식거리로 고양이도 있으니 오늘은 운이 좋다. 라고 생각했으리라.

늑대들이 슬금슬금 다가오자. 아크는 목검을 꺼내어 방어하고자 했다.

“좋아. 아크. 내가 마법에 대해 보여줄게.”

아미가 아크에게 말했다.

그러나 아크는 아미의 말에 신경 쓰지 않고 늑대들만 신경 썼다.

아크와 늑대가 팽팽한 기 싸움을 하다. 이내 한 늑대가 먼저 달려든다.

“흐읍!”

아크는 목검을 늑대가 뛰어오르는 타이밍에 맞춰 휘둘렀다.

파악!

“깨갱!”

먼저 달려든 늑대는 그대로 두개골이 부서지며 쓰러졌다. 그러자 다른 늑대들도 이 소년이 다른 소년들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고 더욱 경계하였다.

“흠~ 나쁘지 않은데. 이제 마법에 대해 알려주지.”

아미는 아크의 검술에 흡족하고는 앞으로 나선다.

이에 아크는 살짝 짜증을 낸다.

“선생님 아까 전부터 자꾸 뭐라고-”

아크는 말을 다 하지 못하였다. 아미의 주위에 푸른빛의 마나가 맺힌 것을 본 것이다.

“블링크!”

아미는 아크가 처음 듣는 마법 시동어를 말하더니 아미의 몸이 사라지더니 이내 늑대 무리를 벗어난 장소에 다시 나타났다.

“매직 에로우!”

그리고 아미는 다시 그리 마법 시동어를 말하고 아미의 주위에 늑대 수랑 같은 3개의 마나의 화살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푹!

푸슉!

“깨갱!”

“컹!”

그 마나의 화살은 그대로 늑대들을 꿰뚫으며 상황이 종료됐다.

“헉!”

아크는 깜짝 놀라며 아미에게 다가간다.

“선생님 그건 뭐예요?”

아크의 말투가 아까와는 달리 상당히 공손해졌다. 아마 아미의 실력을 보고 다시 봤으리라.

“흠! 흠! 이게 바로 마법이라는 거야. 어때 이제 배울 맘이 들었어?”

아미는 당당히 아크에게 말한다.

“네! 선생님!”

아크의 대답에 아미는 만족하며 아크와 함께 산길을 내려왔다.

이윽고 집에 오자 수군수군하는 소리가 밖에까지 들렸다.

“?!”

아크는 의아해했고.

‘설마!’

아미는 잔뜩 긴장했다. 아크는 그대로 문을 열려고 했고. 아미는 소리를 질렀다.

“안 돼! 아크! 문 열지 마!”

“네?”

그러나 늦었다. 아크는 이미 문을 열었다.

벌컥!

그러자 들려오는 것은.

“생일 축하해! 아크!”

“아크 형! 생일 축하해!”

“오빠!”

“아크야!”

제레인트 마을 사람들이 모여 아크의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잉?!”

아미는 어이가 없었다. 잠시 전만 하더라도 긴장을 한 자신이 우스웠던 거다.

“뭐야? 내 생일이야? 선생님도 알고 깜짝 생일 파티를 준비하신 거예요?”

아니 아미는 몰랐다.

“하, 하, 하.”

아미는 어색하게 웃으며 아크와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렌 사부와 마을 사람들이 합동으로 준비한 깜짝 생일 파티를 열었다.

“어서 오세요. 말하는 신수님. 아크를 잘 부탁드립니다.”

후덕하게 생긴 아주머니가 아미에게 말한다.

“하하, 네.”

아미는 어색하게 웃었다.

“우와! 귀엽다!”

“나도 만져볼래.”

반면 마을 꼬맹이들은 아미에게 초집중하여 달려들었다.

“저리 가! 이 꼬맹이들아!”

처음에는 가만히 있던 아미였지만 이 꼬맹이들은 정도를 너무 몰랐다.

잠시 후 아미는 렌 사부를 조용히 불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왜 그러시죠? 아미 님?”

렌 사부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아미에게 물었다. 아미의 표정이 뭔가 불만스러운 표정이었기에.

“렌님. 아크의 깜짝 생일 파티를 왜 저 몰래 준비했죠?”

이에 렌 사부는 부드럽게 말한다.

“하하, 아미 님이 오신 것까지 같이 겸해서 준비했지요.”

아미는 한숨을 쉬며 말한다.

“지금 여기 밖에는 아크를 찾기 위해 난리를 피우는 세력들이 많아요. 그자들인 줄 알고 놀랐잖아요!”

렌 사부의 눈빛이 진지해지더니 이내 말한다.

“아크가 여길 나가서 진실을 알게 된다면 어찌 될까요?”

아미 또한 진지한 눈빛이 되었다.

“나쁜 길로 가지 않게끔 하는 게 저희의 역할이죠. 사실 몇 년 전 아크의 존재를 알았을 때. 진짜 행복했답니다. 나의 소중한 사람들의 아이니까요.”

렌 사부는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미리 연락 못 드려 죄송합니다. 아미 님.”

“아뇨. 괜찮아요. 잘하셨어요. 저한테까지 숨기셔서 이렇게 철저히 보안이 된 것이잖아요.”

아미는 쓸쓸히 미소 짓는다.

그렇게 아크의 15번째 생일의 밤이 지나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