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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은 옷을 입지 않아-192화 (192/201)

제192화 고인물은결전중이다.

미다스의 왼손과 오른손의 길드건물은 사뭇 달랐다.

왼손 건물에는 많은 인원들이 배치되어서 나를 노려보는 반면에 오른손 건물은 아예 문까지 열어 둔 것이다.

"아예 여긴 열어 뒀네?"

적들의 노림수가 뻔히 보이지만 그걸 마다할 필요는 없다. 아예 보란 듯이 인벤토리에서 각종 버프용 포션들을 들이켰다.

빈틈이 완전히 드러났음에도 적들은 덤비지 않았다.

아까 전에 당한 것이 있으니 그만큼 만반의 준비를 했다는 뜻이리라. 그건 그것대로 깨부수는 맛이 있다.

미다스의 왼손에 들어가는 순간 짧은 로딩과 함께 수많은 공격들이 코앞에 있었다.

백스탭으로 곧바로 계단 쪽으로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잠깐 버벅이더니 제자리에 돌아왔다.

순간 렉이 걸린 것이다.

콰과과과광!

"젠장!"

운도 지지리 없다.

내가 움직인 직후도 아니고 직전에 걸리니 마땅한 대처를 할 수 없었다.

전과 달리 한 번에 죽지 않았어도 혼자서 적을 상대하려면 최소한의 피해와 선공은 필수적이었다.

구석에 처박혀서 일방적으로 린치를 당하는 상황이다.

몇 명인지 한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1층에 가득 찬 인원의 동시공격은 끊이질 않았다. 어쩌다 틈을 찾았어도 온갖 CC기가 걸린 탓에 그마저도 용이치 않았다.

"딜로 찍어 버려!"

"우리끼리 PK하면 따로 청구해!"

"봐봐! 결국 반응 못 하잖아!"

무기력한 나를 보는 적들은 신이 난 상태였다. 전부 확인할 수 없지만 길드마크를 보니 2차 독수리의 요새에서 내게 죽어 나간 길드 소속의 이들임은 확실했다.

쿵! 쿵! 쿵! 쿵!

"저대로 찍어 버리자."

"다들 내려와!"

2층의 이들도 계단을 타고 내려왔다.

좁은 장소에 더 많은 유저가 밀집하자 렉이 더 심해졌다. 오죽하면 공격도 중간중간 비어질 정도였다.

칠죄종의 스킬을 쓸까 했지만 그건 마지막 보류다.

[이면의 그림자를 사용합니다.]

"…좋아."

기어코 이면의 그림자가 발동했다. 놈들은 방패막이 되어 내 앞을 가려줬다.

[결사항전의 영역을 사용합니다.]

한 호흡 뒤에 결사항전의 영역도 써졌다. 렉이 걸린 나와 달리 이면의 그림자들은 앞으로 나아가며 한 명씩 죽여 나갔다.

"그러면 나는."

2층에서 내려오는 적들이 목적이다.

"죽어라. 썩이나감!"

"또 보네."

2층의 선두는 척준경이었다. 놈이 힘껏 내려치는 공격은 피할 공간이 없어 그대로 맞았다. 뒤이어지는 깊은 찌르기도 그대로 허용했다.

그 뒤에 스킬을 이으려고 할 때, 전광석화와 같은 내 찌르기가 두 번이나 발동했다.

렉만 아니었다면 평캔으로 한 호흡에 데미지를 몰아줬을 것이다.

"쉴드가 또……!"

"고맙다. 채워 줘서."

내가 두려운 것은 원거리에서 일방적으로 공격을 맞을 때뿐이다.

지금처럼 공방을 교환한다면 나도 그렇게 아쉽지 않다.

콰앙! 쾅!

물론 그건 척준경과의 대결일 때뿐이다.

근접 직업군이라고 하더라도 원거리 스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척준경을 죽이고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났다.

여러 채널을 돌아다니면서 쌓은 쉴드가 고작 한 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용케 몸을 뺄 수 있던 것도 그 스킬 덕분이기는 했다.

동료가 맞을 수 있음에도 뒤의 이들이 냅다 공격을 한 것이다. 뒤통수에 맞은 공격이 치명타로 들어가니 내가 굳이 상대해줄 필요는 없었다.

서로 같은 길드가 아니기에 일어난 촌극이지만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강행하는 것으로 보아 이 정도는 감수한 것으로 보였다.

황금추적자가 얼마나 악에 바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사이에도 이면의 그림자는 적들을 학살했다.

미니맵을 보면 1층의 적들의 수는 절반은 줄었다. 어쩐지 렉이 덜 걸린다 싶었다.

"이쪽 공격!"

이면의 그림자는 수호자 미크엘의 장검을 착용시켰었기에 쉴드를 충분히 축적했다.

이제는 내가 충전할 차례다.

이면의 그림자들의 무기를 바호크의 손도끼로 교체시키자 놈들은 부지런히 두 팔을 놀렸다.

"썩이나감이 온다!"

"쉴드가 적어. 다시 공격해!"

놈들이 다시 스킬모션을 취했다.

렉은 의도하지 않은 것 같지만 내 발목을 잡기 위해서 작정하고 CC기가 많은 직업군으로 도배를 했다.

다시 스킬이 쏟아지는 순간에 시공간이동자의 블링크를 사용했다.

자기들끼리 공격하느라 신이 났었는지 갑자기 내가 뒤에 나타나자 다들 허겁지겁 공격방향을 틀려고 했다.

"커헉! 무슨 짓이야!"

"으아악! 멍청한 놈들!"

거의 발사하기 직전에 스킬의 방향을 어설프게 돌리니 서로 공격을 주고받는 훈훈한 모습이 나타났다.

길게 검을 긋자 한 번에 셋이 죽으니 추가적인 공격을 받지 않고 쉴드를 채웠다.

2층의 이들도 이면의 그림자들에 의해 더 다가오지도 못했다. 유지시간이 끝나기 전에 이면의 그림자를 전진시켰다.

적들의 공격에 이면의 그림자로 탱킹하고 난 벽타기를 사용해 천장에서 떨어져 내리며 적들을 습격했다.

콰아아앙!

"저 새끼가!"

"큭! 또 이 패턴이냐!"

어쭙잖은 이들은 진즉에 죽었다.

2차 독수리의 요새 때 참전했던 랭커들만이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저 분신들은 언제 사라지는 거야!"

"제기랄. 버텨! 3분이 최대야!"

한 번 죽었던 이들이 다시 건물에 침입했지만 들어오는 족족 이면의 그림자에 죽었다.

"3층은 또 숨어 있나 보네."

"거기까지도 못 간다. 네놈은!"

"여기서 그냥 죽어!"

네 명의 랭커들 중에서 두 명이 달려들었다.

랭킹 101위의 황호, 123위의 백두산. 이 두 사람은 먼저 공격을 하지 않았다. 거리를 좁히며 내 공격을 먼저 유도를 할 뿐이었다.

그 사이에 랭킹 150의 양혼이 두 팔을 들어 올렸다.

챔피언의 스킬 중 하나인 천지투척이다. 사거리는 조금 짧지만 범위도 넓고 저기에 맞으면 순간 기절까지 걸린다.

그걸 봤기에 계단으로 백스탭을 쓰는 순간에 양혼 뒤의 금천검이 사라졌다.

푸우욱!

"걸렸다."

낯선 목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검 한 자루가 등을 뚫고 튀어 나왔다.

무영일검.

암살자를 상대로 보고도 못 막는다는 판정을 가진 스킬이었다.

금천검은 검을 뽑으며 내 등을 걷어차며 물러났고 난 몸이 앞으로 쏠리며 2층 바닥에 무릎을 꿇어 버렸다.

콰아아앙!

뒤이어 양혼이 천지투척을 사용했다. 그의 손을 떠난 도끼와 검이 바닥을 내려찍고 2층 전체가 부서질 정도로 들썩였다.

[플레이어가 상태이상 기절에 걸렸습니다.]

"제기랄."

황호와 백두산은 천지투척에 휘말려 죽었다.

양혼은 스킬 쿨타임이 끝나자 내게 달려왔고 금천검은 마무리를 짓고자 내 목에 검을 들이 밀었다.

이건 죽는다.

[분노의 전투를 사용합니다.]

"네놈들 손에는 못 죽지."

결국 칠죄종의 스킬 중 하나를 꺼냈다.

분노의 전투.

10초 동안 불사의 상태로 만드니 적어도 이곳에 있는 놈들을 모두 죽일 수 있다.

[눈앞의 개새끼들의 멱을 딸 수 있다면 죽어도 좋아. 크하하하하!]

거친 음성과 함께 불사의 상태로 진입했다.

금천검과 양혼의 공격을 맞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놈들의 멱을 따버린 뒤에 곧바로 2층의 시설들을 박살 냈다.

[YOU DIED.]

그 뒤에는 찾아오는 죽음을 맞이했다.

드디어 날 죽였다고 기뻐하는 놈들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저들에게 죽은 것은 아니니 별문제는 없다.

불사자의 영혼함에서 부활할까 싶었지만, 소모한 분노를 채우기 위해 아웃사이더 시티에 부활했다.

"썩이나감이다."

"드디어 죽은 건가?"

"와. 지독하다."

광장에서 부활한 나를 보며 몇몇 유저들이 중얼거렸다.

"PK 상태다. 지금 죽여!"

"여기서 통제에 들어간다!"

물론 모든 이들이 방관하지는 않았다.

각 도시의 광장에서 죽을 치고 있던 이들이 내게 동시에 달려들었다.

미안하게도 그 수준들이 너무 떨어진다.

거대길드 소속이지만 랭커도 아닌 이들인지라 바호코의 손도끼로 다가오는 족족 죽였다.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저놈이다. 체포해라!"

도시 내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경비병들이 곧장 내게 뛰어왔다.

날개를 펴고 하늘로 급히 날아올랐다.

건물에 숨어 있던 적들이 요격을 하려고 했지만, 이건 예상하고 있었기에 어렵지 않게 피했다.

난 저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저기에 있다."

바로 불사자의 눈에 감지가 되는 칠대악룡의 추종자들이다.

다른 도시에는 찾기가 어렵지만 아웃사이더 시티는 조금만 시간을 써도 발견할 수 있었다.

골목을 날아다니며 놈들을 죽이며 분노 스택을 최대로 채웠다.

중간중간에 적이 된 랭커들이 나를 보고 따라왔지만 그때는 공중으로 피신하면 될 뿐이었다.

인적이 드문 사냥터로 가서 잡몹을 잡으며 쉴드를 채운 뒤에 다시 마인시티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입구부터 적들이 대기를 타고 있었는데 전처럼 날 놓치지 않고 바로 견제했다.

"놈이 들어가지 못하게 해라!"

"절대 침입을 하게 두지 마!"

내 한 번의 죽음이 승기를 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그들 중에는 황금추적자를 포함한 골드캐시의 인원들까지 있었다.

주변을 돌며 적들의 공격을 소비하게 했다.

정면으로 뚫기에는 적들의 수가 많다.

서로 죽고 죽이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놈들의 재산을 더 털고 싶었다.

[빨간약파란약 : 마인시티로 가는 샛길이 있습니다. 숙지하시죠.]

내 사정을 알았는지 빨간약파란약이 귀한 정보를 주었다.

[이면의 그림자를 사용합니다.]

공중에서 이면의 그림자를 사용한 뒤에 하나만 동굴 근처를 배회하게 했다.

그사이에 나는 빙 둘러서 마인시티로 가는 샛길을 이용했다.

부서진 절벽의 좁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자 아래로 들어가는 길목이 보였다.

"…언제부터 있던 겁니까."

좁은 공터에는 나를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이 있었다.

엠페러 길드장 독고무적.

흑랑 길드장 흑군.

내 나름대로 괜찮은 비즈니스 관계였지만, 한순간에 틀어진 두 사람이 코앞에 있었다.

"네가 죽었다고 들은 순간부터다."

"왜? 많이 반가웠어?"

다소 무료했는지 벽에 등을 기대로 발을 까닥이던 둘이 자세를 갖췄다.

랭킹 1위와 2위.

몇 십 명의 적보다 눈앞의 둘에게서 더 강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칠왕의 지하신전에서 놀 줄 알았는데."

나 하나를 죽이기 위해 전체가 달려드는 모양새다.

칠왕의 지하신전이 남은 상태에서 두 사람이 굳이 나 하나를 잡기 위해 이곳에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생각자체를 하지 못했다.

"그것보다 네가 더 재밌을 거다."

"칠왕보다 네가 더 세잖아."

아무래도 두 사람은 생각 따위는 없는 것 같다.

"괜찮겠어요? 난 죽어도 손해가 아닌데."

"그건 잘 안다."

"그만 떠들어 대라."

이야기를 길게 가고 싶지 않았는지 독고무적과 흑군이 버프 스킬들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몇 개나 중첩이 되는 꼴을 보니 질릴 정도다.

"비키시죠. 눈 감아 드릴 테니까."

"두렵나?"

"덤비라니까."

대화가 길어지자 둘은 소모품까지 사용해 능력치를 버프시키기 시작했다.

[이면의 그림자를 사용합니다.]

[결사항전의 영역을 사용합니다.]

"네들이 와라."

이면의 그림자의 무기는 바호크의 손도끼로 바꾸어 후방에 배치했다.

반면에 나는 수호자 미크엘의 장검을 든 상태로 전진했다.

콰과과과과!

그보다 먼저 흑군이 발걸음을 떼었다. 바람이 두 발에 감도는 것을 보니 풍사신보라는 스킬이다.

이동속도는 물론 가속도도 1티어인데 다리를 사용해 공격을 하는 모든 공격스킬의 범위와 공격력을 높여주기도 했다.

보스들을 잡아야 나오는 스킬로 저건 경매장에 딱 한 번 올라온 것이었다.

독고무적은 같이 움직이지 않았다. 서로 이야기를 한 것인지 물약을 마시며 부족한 마나를 보충하고 있었다.

"한 눈을 팔아?"

"팔아도 되지."

발끈하는 흑군을 비웃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거리에 오는 순간 이면의 그림자들이 공격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맞기 전에는 모른다고 바호크의 손도끼의 공격속도는 경이롭다.

쿠구구구구!

"개소리!"

다가오던 흑군이 발차기를 하자 발에 머무른 바람이 폭풍이 되어 내게 날아왔다. 수많은 유저들을 학살했던 바호크의 손도끼가 그 폭풍에 휘말려 바닥에 떨어졌다.

"저건 무슨 스킬이야."

투사체를 무시해버리는 공격스킬이 있는 것은 처음 알았다.

"몇 개 좀 섞었다."

흑군은 멈추지 않고 왼발도 휘둘렀다.

두 번째 폭풍이 다시 바호크의 손도끼를 무시하며 공터 전체를 휩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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