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9화 고인물은자신있다.
무적.
이 단어가 마냥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단일 아이템으로 피해량 대비 쉴드 20%의 쉴드 생성은 그야말로 듣도 보도 못 한 옵션이었으니까.
나도 이 검이 생기면서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았는지 모른다.
"무적요? 정말로요?"
나 또한 그런 생각은 들었다. 그게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인지는 얼마되지 않아 뼈저리게 느끼기도 했다.
제3자라고 냉정하게 보는 건 아닌 것 같다.
내가 겪은 함정을 그대로 밟고 있으니까.
"쉴드의 특징은 뭐죠?"
"그야……아."
"너 아이템이……."
둘은 그제야 아차 싶었나보다.
쉴드량이 아무리 많아도 결국 방어력이 없으면 체력이 몇 줄 늘어난 것과 다름이 없었다.
수호자의 날개가 주는 방어력이 없었다면 진즉에 포기했을 것이다.
"뭐. 모르실 수 있죠."
자신의 일이 아니면 누구나 그렇다.
상대의 강함에 시선이 멀어서 약점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누구라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인 경험을 보자면 아직 이들은 날 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잠깐만요. 연락이 와서."
불현듯이 든 생각에 잠깐 대화를 멈췄다.
[썩이나감 : 수호자 공략과 신규던전 공략 1편 판매하고 있습니까?]
[빨간약파란약 : 최종검토 중입니다. 워낙 중요한 자료라 판매금액을 상향조절에 대해 토론 중이었습니다.]
[썩이나감 : 잠깐 보류해보세요.]
[빨간약파란약 : 새로운 정보가 있습니까?]
[썩이나감 : 교차검증할 겁니다.]
불현듯이 좋은 생각이 들었다.
수호자 미크엘의 패턴의 공략에 대해 스스로 불만이 든 것은 하나.
불사자라는 직업을 떠나 다른 종교를 진행 중인 유저가 겪을 때의 일이다.
모든 수호자가 비슷한 스팩을 지닐 지는 몰라도 같은 스킬과 패턴을 보일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각자 어느 종교였죠?"
"정의의 신인 저스티아다."
"난 전쟁의 신 워파이트."
둘의 종교는 각기 달랐다.
내 쪽인 데스티아와 비슷한 것은 그나마 저스티아일 것이다.
"플레이 영상 좀 보여주시겠어요? VIP니까 피드백 해드리겠습니다."
"……."
두 사람은 순간 말이 없어졌다.
거대길드를 이끄는 랭킹 1,2위의 유저. 두 사람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 있다.
지금의 침묵이 그 증거다.
"각 종교의 수호자마다 공략패턴이 다를 수 있어서입니다. 데스티아 여신교의 수호자는 이미 정리가 끝났다고요."
망설이는 그들에게 건네는 말은 마지막 제의였다. 이걸 거부한다면 더 이상의 이야기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좋다. 어차피 너의 능력은 인정하니까."
"우리가 끝내야 길드원들도 치고 올라가지."
두 사람은 한숨을 쉬며 영상 몇 개의 링크를 보내줬다.
저스티아와 워파이트도 미크엘처럼 수호자의 날개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걸 보는 것만으로도 입술이 씰룩거렸다.
수호자의 날개를 가짐으로서 공중에서 가해지는 공격은 놀랄 정도로 빠르다.
과연 랭커의 정점 두 명도 거기까지 갔을까.
내가 비웃었다고 느껴져서인지 둘의 얼굴이 조금 굳어졌다.
"저도 이렇게 많이 죽어서요. 감당하기 힘들죠. 이 공격은."
그걸 빠르게 캐치한 나는 첫 부분의 가리켰다.
미크엘과 다른 동작이지만 두 수호자들에게 시작을 하자마자 무너지는 독고무적과 흑군의 모습이 보였다.
"맞아. 저게 문제다."
"도대체 무슨 속도냐고."
둘은 푸념을 늘어놓을 뿐이다. 미안하지만 처음에 가해지는 그 신속한 공격보다 더 심각한 패턴이 있다는 것을 이들은 알기나 할까.
회차를 거듭할수록 둘은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독고무적은 어떻게 해서라도 방어를 하려고 했고 흑군은 필사적으로 피하려고 했다.
그건 서로 다른 직업에서 나오는 반응이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정석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수호자의 경우에는 아니다.
"백스탭 쓰세요."
"겨우 그거?"
"쪼렙도 아니고 누가써."
둘은 곧바로 의문을 드러냈다.
백스탭은 기초적인 스킬이지만 뒤로 갈수록 기피를 받았다.
하지만 백스탭만큼 수호자의 공격을 딱 알맞게 피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무적판정이 짧아도 즉시시전에 쿨타임이 짧아요."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가장 많이 쓴 스킬을 꼽으라면 단언컨데 백스탭이다.
상체를 조금만 트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방향전환이 가능한 것은 축복이라고 할 법 했다.
"우린 더 좋은 스킬이 있다."
"맞아. 옵션에 달린 스킬만 써도 그것보다 낫다고."
정점의 둘의 반응만 보더라도 백스탭과 같은 초기스킬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온몸을 명품으로 도배해도 가끔은 평범한 흰 티셔츠가 눈에 띌 때가 있다.
지금이 그런 경우다.
"그래서 얼마나 버티셨죠? 이건 뒤의 패턴들에 비하면 그냥 안부인사에 불과한데."
"……."
"……."
어설프게 고집을 부리던 둘은 또 입을 다물었다.
평소에 그렇게 자신감을 풍기던 양반들이 잠잠해진 광경도 보기 드문 일이다.
실제로 영상들을 빠르게 넘겨보면 대부분 검을 휘둘러 생기는 열개의 검기 패턴까지 제대로 가지 못했다.
"백스탭이 문제시면 튕겨내기 쓰세요."
"뭐라고?"
"그게 가능해?"
둘은 믿을 수 없어 되물었다. 저런 반응이 이상하지는 않다.
수호자의 공격은 그만큼 빠르다. 어지간히 미친놈이 아니고서는 그럴 엄두를 못내는 거다.
"그거 밖에 답이 없었으니까요."
이 말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다.
다른 유저들이야 다양한 이동기 및 회피기는 물론이고 방어력을 높여주거나 부족한 능력치를 보완해주는 장비를 착용할 수 있다.
반면에 나는 어떤가.
백스텝. 그리고 시공간이동자의 블링크 뿐이었다.
전자는 보스들의 공격범위가 길어서 쓰기가 힘들고 후자는 쿨타임이 너무 길다.
5분 동안 수호자에게 버텨내야하는데 백스탭을 못 쓰겠다면 튕겨내기 뿐이다.
물론 처음의 그 신속한 기습베기에는 튕겨내기를 쓸 자신이 없었다.
자해패턴에야 겨우 성공했을 뿐이다.
"전 자신 없었어요. 두 분은요?"
"……."
"……."
되물음에 둘아 입을 다물었다.
저 공격에 튕겨내기를 성공한다? 그게 되려면 반응속도가 흔히 국가대표급은 되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그들조차도 불사자와 반대로 움직임에는 제약이 있으니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리라.
"이거 일반공격입니다. 이런 공격 많아요. 저도 이런 기습패턴은 튕겨내기를 못했어요."
답을 다 말해줘도 받아들이지 않으니 조금은 답답해질 수밖에 없었다.
"공략 올라가면 그거 한 번 보세요."
정말 그것밖에는 답이 없다.
둘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그보다 공략에 성공했나?"
"거기는 더 어려운 거야?"
역시나 둘은 거기에 확답을 받고 싶은 것 같다.
"아까 말씀드렸지만 공략했습니다. 수호자를 깨야 겨우 상대할 수 있을테니까 각오 단단히 하세요."
큰 코를 다쳐봐야 정신을 좀 차리겠지.
그 말을 하고 데스티아 여신교의 신전으로 갔다. 칠왕도 죽였으니 추가적인 퀘스트를 받기 위해서였다.
데스티아 여신교는 다시 활기를 찾았다. 그간 보이지 않았던 NPC들이 신전 곳곳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과 이야기를 하니 다양한 퀘스트를 얻을 수 있었다.
모두 노가다에 불과한 것일 뿐더러 특별하게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내 관심은 그간 조용했던 요한에게 였다.
"어서오십시오. 불사자님."
"특별한 퀘스트라도 있나?"
"아웃사이더 시티 주변에 마물들이 창궐했다고 합니다."
요한의 말과 함께 퀘스트가 하나 등록 되었다.
[아웃사이더 시티의 위험.]
-아웃사이더 시티의 기근이 끝났다. 부족한 식량을 위협하는 몬스터들을 처치하자.
-완료 조건 : 무법지대의 식탐가 처치(0/30).
-실패 조건 : 퀘스트 포기.
무법지대의 식탐가가 어떤 몬스터인지 모르겠다. 일단 요한의 것이니 이건 허락하기로 했다.
새로운 몬스터는 새로운 지역에 간다는 것이니까.
그 이후에는 미크엘을 찾아갔다. 그래도 같이 싸웠으니까 뭐라도 주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미크엘은 어디에도 없었다. 오히려 산책 중이던 알퐁스 교주와 마주쳤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수호자 미크엘은 어디에 있지?"
"그는 이곳을 떠났습니다."
"…죽은 건가?"
칠왕과의 대결.
그 마지막을 생각하면 죽었다고 처리해도 그럭저럭 납득이 갈 것 같았다.
"더 안전한 곳에서 치유를 받고 있습니다."
"그렇군."
살아있다면 다행이지만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그걸 생각하니 입안이 썼다.
그에게서 얻은 수호자의 날개와 수호자 미크엘의 장검이 가져다주는 메리트가 엄청났기 때문입니다.
"본교를 위험에서 구해주신 것을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선물을 드릴까 합니다만."
"줘. 많이."
알퐁스의 조심스러운 말에 아쉬운 기분이 싹 사라졌다. 체면이고 뭐가 다 필요없다.
칠왕의 지하신전에서 수를 셀 수 없이 죽은 만큼, 모든 수고비를 다 뜯어낼 생각이었다.
"먼저 성자의 은총입니다."
알퐁스는 직접 차고 있던 목걸이를 건넸다.
[성자의 십자가.]
-등급 : 유니크.
-방어력 : 1322.
-효과 : 최대 체력 및 마나 200 상승, 최대 스태미나 300 상승, 초당 체력 및 마나회복 50, 스킬데미지 10% 감소, 스킬쿨타임10% 감소, 모든 회복스킬 3LV 상승, 모든 신성스킬 3LV 상승, 이동속도 10% 상승, 암흑면역, 공포면역, 신성LV10, 회복LV6, 기도LV8, 기적LV1, 부활LV1.
-설명 : 데스티아 여신교의 한 성자의 은총이 깃든 성물이다.
성자의 목걸이를 확인하자마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목걸이가 어지간한 방어구보다 방어력이 높다는 것만으로도 경악스러운데 거기에 딸린 옵션은 경이로울 정도다.
다른 것보다 회복과 신성스킬들을 3레벨 상승시키는 것은 놀라울 정도였다.
힐러라면 이건 구하지 못해 난리가 난다.
"와. 이걸 어떻게 한다."
내가 착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 컨셉에 맞지는 않았다. 이걸 매장에 올리면 얼마나 높은 가격이 될까 감히 생각도 되지 않았다.
저주받은 사령의 망토보다 더 많이 받을 것은 확실하다.
"이 기세면 좁은 옥탑방을 벗어나서 투룸으로 이사도 가능하겠는데?"
얼마나 많은 소득이 내게 주어질 것인지 감히 가늠이 되지 않았다. 표정관리가 되지 않아 자꾸 웃음이 실실 나왔는데 내 앞에 NPC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게 끝인가?"
"하나 더 있습니다. 당신에게 가장 필요하겠지요."
성자의 십자가를 넘어 내게 큰 이득을 줄 아이템은 과연 무엇일까.
[퀘스트가 등록되었습니다.]
"칠대악룡의 추종자들이 가진 신물이 있습니다. 그걸 쫓아가면 당신의 온전한 힘을 찾을 겁니다."
알퐁스는 선물로 퀘스트를 줬다.
"설마……."
내가 처음에 받은 퀘스트 중 하나가 칠죄종의 주인이다.
전작에서 유명세를 떨치게 해준 칠대악룡 세트를 찾으라는 것이었다. 그걸 어디서 어떻게 찾을 것인지 알 수 없었기에 대충 잊고 살았었다.
[칠대악룡의 무구의 행방.]
-칠왕을 무찌르고 지하신전을 확보했다. 그 안에 있어야할 칠대악룡의 무구는 보이지 않았다. 도망가는 칠대악룡의 추적자를 쫓자.
-완료조건 : 칠왕의 패잔병 추적.
-실패조건 : 퀘스트 포기.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칠대악룡의 세트가 목전에 들어온 셈이다.
예전 생각이 나서 감흥이 묘했지만, 이것보다 날 자극시키는 것은 없었다.
"최고의 선물이다. 알퐁스."
이번작에도 칠대악룡의 세트를 손에 넣는다.
버서커의 소울 탓에 장비를 착용하면 손해가 따를 수밖에 없지만, 다른 누군가가 손에 넣기 전에 먼저 한 세트를 만들 것이다.
"먼 미래지만 좋은 썰도 있고."
제작사인 소울리스에서 마스터 소울에 대한 불만이 많아지자 그것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를 하고 있다는 QnA가 있었다.
소울리스가 돈에 멀었다면 과금을 통해 버서커 소울을 다른 것으로 교체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퀘스트 반드시 하지."
물론 이상에 눈이 멀어 현실을 방치할 생각은 없다.
칠대악룡 세트를 두고 다투기는 커녕 칠왕의 지하신전에서 경쟁할 이가 없는 상황이다.
날개를 높이 피며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모든 이의 시선에서 벗어나 다시 한 번 칠왕의 지하신전을 공략할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