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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은 옷을 입지 않아-171화 (171/201)

제171화 고인물은노력한다.

"든든하네."

다시 칠왕의 신전의 입구에 부활해서 공략을 시작했다.

일반 몬스터는 죽이고 그냥 지나갔다. 경험치만 챙기면 끝일뿐더러 쓸데없는 물건들로 인벤토리를 채우기 싫었다.

물론 중간보스들의 경우는 아니었다.

영안의 지휘자에게서는 시체부활이라는 스킬을 획득했다. 사망한 몬스터를 일시적으로 부활시키는 스킬인데 마나 소모량이 클뿐더러 캐스팅 시간이 길어서 애매했다. 부활한 몬스터가 소환수로 취급받아도 추가적인 버프를 걸어줄 수 있다면 조금 더 고려를 했겠지만, 이건 수요가 있으니 판매하는 것이 맞다.

나머지 이단의 사이클롭스나 연금술사는 꽝이었다.

그런데도 웃을 수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것에는 굵직한 수확이 있기 때문이다.

[광전사의 집중력 스킬북.]

-종류 : 레어.

-효과 : 스킬 습득.

-설명 : 광전사의 집중력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바호크에게서 나온 이 스킬북이 나왔다.

광전사의 집중력은 3차 직업 중 하나인 버서커의 직업스킬이었다.

[스킬, 광전사의 집중력을 배웠습니다.]

이건 판매할 이유가 없다. 곧바로 배워도 모자람이 없다.

[광전사의 집중력LV1.]

-종류 : 패시브 스킬.

-효과 : 가격시마다 1%씩 공격속도 및 공격력, 치명타 확률이 상승합니다. (최대10%)

바호크의 도끼와 같은 투척무기는 물론 모든 무기에 어울리는 스킬이다. 여기에 결사항전의 영역이 겹쳐지면 데미지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레벨 90의 칠왕에게 줄 데미지가 조금씩 더해지고 있다.

칠왕의 알현실에 다다라 파엘과의 일전.

전과 다르게 보다 적극적으로 놈에게 나섰다.

바호크의 도끼로 데미지를 주는 것은 좋지만, 결국 놈은 최종보스 전의 조무래기에 불과했다.

파엘의 패턴도 충분히 봐왔으니 본격적으로 일선에서 데미지를 줄 생각이었다.

[결사항전의 영역을 사용합니다.]

[스피어마스터의 소울을 사용합니다.]

그래도 첫 어그로는 미크엘에게 기꺼이 양보를 하고 뒤에 바짝 붙어서 영역을 전개했다.

숙련도 상승으로 레벨5가 된 결사항전의 영역으로 23%나 상승한 공격속도는 의식하지 않으면 나조차도 목표점을 놓칠 정도지만 집중하고 있다면 잠깐 사이에 등판을 헤집기에 부족함이 없다.

한 번. 두 번. 세 번.

광전사의 집중력에 의해 1%씩 올라가는 공격속도가 무려 30%를 넘는 순간에는 스태미나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쭉쭉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만큼 파엘의 체력이 사라지니 나쁜 일만은 아니다.

"이 버러지가!"

파엘은 나에게만 30% 가량의 체력을 손실했다. 어그로가 온전히 쏠렸다.

터엉!

파엘의 공격패턴은 이미 진즉 파악했다. 바호크보다 단단하지만 더 느린 내려치는 검을 튕겨내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경직이 되어 훤히 드러난 가슴팍에 본 브레이커를 먹인 뒤에 연달아 공격을 했다.

미크엘 또한 결사항전의 영역에 발을 걸쳤기에 앞뒤로 가해지는 공격에 파엘은 눈 녹듯이 무너졌다.

"너는 뭘 줄려나."

파엘에게서는 강자의 오오라를 제외하면 쓸 만한 것이 나오지 않았다. 그건 보스 몬스터들을 상대로는 썩 효율이 좋지 않기에 괜찮은 물건이 나오기를 바랐다.

[파엘의 투구.]

-등급 : 세트.

-방어력 : 1213.

-효과 : 근력 3상승, 체력 5 상승, 최대체력 200상승, 최대 스태미나 200상승, 치명타 확률 감소 3%, 집중LV5, 지휘LV3, 파악LV3.

-설명 : 칠왕의 가장 강력한 기사인 파엘의 장비 중 하나이다.

-파엘의 무구 세트 효과 : ???.

-현재 적용 세트 효과 1/6

"세트 아이템이구나."

파엘에게서 얻은 것을 보며 눈이 빛날 수밖에 없었다. 투구 자체의 옵션이 엄청나다고는 할 수 없다. 보스의 수준에 비하면 조금 아쉽다지만, 비활성화가 된 세트 효과가 모두 발휘가 된다면 어지간한 유니크 장비를 도배하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

파엘의 투구는 당장에 팔기보다는 다른 세트 아이템까지 확보한 다음에 판매하기로 했다. 조금 더 견적을 봐야 값어치를 더 받을 수 있으리라.

이 다음 기도가 끝난 칠왕에 의해 그의 기사들이 망령기사로 되살아났다.

망령기사들은 바호크의 도끼로 데미지를 충분히 줬다.

한 번씩 발현되는 강자의 오오라와 공격할수록 더 빨라지는 광전사의 집중력 때문에 속도는 비교할 수 없이 빨라졌다.

도시로 돌아가 어설프게 스킬을 구매하는 것보다 던전을 돌면서 한 번씩 얻게 되는 스킬이 더 효과적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망령기사들이 모두 죽고 칠왕이 다시 움직였다.

이때도 당연히 미크엘에게 찰싹 달라붙어 어둠속으로 끌려갔다.

다시 나타난 미크엘과 내 그림자.

내 그림자의 행동에 대해서는 이미 파악했기에 이전보다 더 빨리 놈을 죽였다. 그 과정에서 공격을 허용해서 쉴드가 대폭 깎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실수이기도 했다.

그 뒤에 미크엘을 도와 그의 그림자를 없앴다.

다시 칠왕의 앞에서 내 포지션은 똑같이 놈의 뒤였다.

[결사항전의 영역을 사용합니다.]

[스피어마스터의 소울을 사용합니다.]

스킬을 전개해 망설임 없이 칠왕의 등판에 도끼를 던져 댔다. 공격속도는 엄청나게 상승했지만 어그로를 고려해야만 했다. 공격빈도를 조절하니 기껏 전개한 결사항전의 영역이 빛이 바라는 느낌이 들었다.

"피해라!"

결사항전의 영역이 끝나기 전에 미크엘이 신호를 줬다.

칠왕의 창이 원을 그리고 그 궤적을 따라 충격파가 퍼졌다. 이때는 공격을 할 엄두를 내지 않고 피했다.

처음 겪는 것은 아니니 확실히 전보다는 여유가 생기기는 했다.

다만, 반격을 가할 정도는 아니라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칠왕은 그 패턴 뒤에 나를 쫓아왔다. 놈의 키가 작은 편이 아니라 보폭이 넓어 금방 거리가 좁혀지고 있었다.

쉐에에엑!

공격범위에 들자마자 칠왕이 곧바로 창을 뻗었다.

사선으로 이동하는 내게 뻗어지는 창날과 칠왕의 시선을 유심히 보았다.

창이 찔러오는 것은 중단. 여기서 그의 시선을 따라 경로가 바뀐다.

내가 수호자 미크엘의 장검을 들어 올리자 시선이 위로 향한다. 그걸 따라 창날이 위로 비틀어졌다.

목표는 내 머리다. 그걸 파악한 뒤에 끝에 끝까지 참다가 검을 휘둘렀다.

터어엉!

"성공했다!"

튕겨내기가 드디어 성공했다.

손에 느껴지는 묵직한 진동은 흔히 말하는 대어를 낚았다는 느낌에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출렁이는 바다 위의 쪽배에 올라탄 것처럼 두 다리가 휘청거렸지만, 곧바로 시공간이동자의 블링크를 전개했다.

목표는 칠왕의 코앞.

콰드드득!

드러난 가슴팍에 본 브레이커 먹였다.

본 브레이커는 경직이 된 상대에게 기절까지 입히지만, 보스인 칠왕에게는 그게 통하지는 않았다.

데미지와 함께 이동속도에 제약이 걸리는 것이 끝이었다.

그마저도 감지덕지라 생각하고 놈의 몸통에 검을 찌르는 즉시 베어냈다.

뒤이어 공격을 하고 싶지만 미련을 갖지 않고 뒤로 구르기를 사용했다.

후우웅!

칠왕이 곧바로 창을 길게 휘둘렀다. 공격에 욕심을 가져 물러나지 않았다면 시원하게 한 대 맞았을 것이다.

내가 물러난 틈을 메운 것은 미크엘이었다.

수호자의 날개를 활짝 펴서 위에서 아래로 베어내는 공격이 치명타가 터졌는지 칠왕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단 하나의 변수가 전과 다른 전개상황을 만들어 냈다.

지금 상태로 이어지면 칠왕의 공략에 한 걸음 더 내딛게 된다.

칠왕의 창을 매번 튕겨낼 수는 없으니 스태미나와 스킬 쿨타임을 고려해 바호크의 도끼로 무기를 교체했다.

먼거리에서 도끼로 딜을 넣으며 칠왕의 체력을 꾸준히 깎았다.

그때 미크엘이 십자검기 패턴을 사용했다.

거리가 벌어진 것도 아니고 코앞에서 하는 것이니 칠왕의 공격에 크게 당할 것이라 예상이 되었다.

"신의 하수인이여. 불허한다."

칠왕은 그 빈틈을 노르지 않고 망토로 몸을 가렸다.

지금 상황은 무조건적으로 반복이 되는 패턴으로 봐야만 한다.

[끄아아아아!]

[으아아아악!]

망토에 새겨진 사람의 얼굴이 비명을 지르고 사라진다. 그리고 배출되는 검은 기운을 미크엘은 고스란히 맞고 말았다.

스킬을 전개한 미크엘만이 체력이 닳는 상황이 마냥 기분 좋지는 않았다.

나도 관망하지 않고 칠왕에게 계속 바호크의 도끼를 던졌다.

망토에 데미지를 줘서 깨끗하게 만들지 않으면 칠왕의 사령으로 바뀐다.

첫 번째 스킬에는 반사되는 검은 기운이 많지 않아서 이때를 노려야만 한다.

콰아앙! 콰아앙!

뒤이어 미크엘이 검을 들어올리자 천장에서 번개가 떨어졌다.

내가 조심해야만 하는 것은 이때부터다.

지속데미지가 있는 스킬이라 사방에 뻗어지는 검은 기운이 전보다 더 많았다.

이때는 내 공격횟수를 급격히 줄였다.

칠왕의 사령은 자폭공격을 해서 까다롭지만, 어떤 패턴의 공략이라도 내가 생존하는 것이 전제조건이었다.

"적을 쫓아라."

두 번의 스킬을 맞은 다음에 칠왕이 망토를 걷었다. 거기에서 세 개밖에 되지 않는 칠왕의 사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전에는 무려 스무 마리였기에 칠왕의 사령에 곧바로 도끼를 던져 댔다.

콰아앙!

그때마다 광전사의 집중력에 의해 공격속도가 높아져 내게 다가오기 전에 처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오히려 연쇄폭발이 일어나 칠왕이 피해를 입을 정도였다.

그 뒤에 칠왕이 창으로 바닥을 찍었다.

천장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갈라진 바닥의 틈 사이에서 검은 기운이 원형을 형성하고 폭발했다.

위와 아래에서 난 취객이 춤을 추는 것처럼 볼썽사납게 움직였다.

"순조롭다."

여기까지는 더 없이 매끄럽게 진행이 되었다.

이 다음은 칠왕이 손을 뻗는 패턴이다. 그걸 알기에 측면으로 피하며 헛손질을 이끌어 냈다.

"흥. 고맙군."

잠깐의 시간에 내가 한 것은 바로 미크엘에게 힐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시험삼아 한 것이지만 낮은 스킬효과와 부족한 지혜에도 불구하고 체력이 조금이나마 차는 극적인 효과를 보였다.

"효율 똥망이네."

물론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다. 애꿎은 마나만 버렸으니 포션을 마시며 다음에는 하지 않기로 결정지었다.

칠왕은 다시 나와 미크엘에게 창을 휘둘렀다.

미크엘이야 알아서 할 것이니 신경을 끄고 난 최대한 집중력을 유지하며 수호자 미크엘의 장검을 움켜쥐었다.

터어엉!

"좋아."

이번에도 튕겨내기가 성공했다.

미크엘이 신속의 공격을 가하며 거리를 좁혔고 나 또한 거리를 좁히며 결사항전의 영역을 사용했다.

결사항전의 영역이 미크엘에게도 쓸모가 있다는 점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미크엘의 엄청난 공격속도는 지금의 나로서는 절대 반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휘둘러졌으니까.

칠왕은 손수무책으로 데미지를 입었다. 그의 체력이 닳자 나는 기꺼이 물러났다.

언제 새로운 패턴이 나타날 것인지 알 수 없어서였다.

"혼자로는 안 되는군."

칠왕이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발밑에서 솟아난 검은 기운이 그 자신을 삼켰다.

어떤 패턴인지 여기저기를 훑는 와중에 칠왕은 어느새 자신의 옥좌에 앉았다.

그 뒤에서 검은 기운이 피어올라 형체를 갖췄다.

LV90. 칠왕의 그림자.

미크엘과 나와 숫자를 맞춘 것인지 딱 두 마리였다.

만약 레이드를 뛰는 파티였으면 그 숫자만큼이나 그림자가 불어나는 것일까.

거기에 생각이 닿자 헛웃음이 나왔다.

이건 지금 레벨 대에서는 깨라고 만든 던전이 아니다.

"집중해라. 불사자."

"…그래."

처음에 보인 패턴 때문에 혹시나 했지만, 설마 자신의 그림자를 나타낼 줄은 몰랐다.

미크엘과 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림자는 기본적으로 스팩이 같았다.

개발진이 양심이 있다면 칠왕보다는 제발 상대하기 쉽게 설계했기를 바랄 뿐이다.

칠왕의 그림자1은 미크엘에게 갔고 칠왕의 그림자2가 내게 왔다.

먼저 칠왕의 그림자2는 내게 손을 뻗었다. 그걸로 알 수 있게 된 것은 칠왕이 보였던 패턴을 처음부터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구르기를 써서 그 범위에 피한 다음에 바호크의 도끼를 써서 칠왕을 공격했다.

어쨌든 이 무기가 있는 이상에야 선공권은 나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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