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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은 옷을 입지 않아-137화 (137/201)

제137화 고인물은기대한다.

요한은 부리나케 달려왔지만, 이전의 습격자의 경우처럼 뭔가 손을 쓰기도 전에 죽었다.

"맙소사. 이들이 죽다니.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보다시피 암살이다."

"누구의 짓이었습니까?"

"못 봤어."

등 뒤에서 날아온 공격을 볼 정도로 만능인 캐릭터가 아니다.

"살인멸구군요. 제게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구했을 겁니다."

"그러게."

요한이 표하는 안타까움에는 동감하는 바다.

인벤토리에서 체력포션 하나라도 꺼내서 먹일 것을 그랬다. 그랬다면 그가 치료를 할 시간을 벌 수 있었을 테니까.

군중들을 뒤로하고 나선 8번째 빈민구제는 똑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이번에도 같은 식으로 기사들을 처리하며 상황정리에 나섰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경계를 철저히 했지만, 가짜들은 확정적으로 단검을 맞았다.

창공의 독수리를 써도 맵에 찍히는 것이 없었다.

가짜들에게 체력포션을 꺼내 먹였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독은 치명적이었고 포션 따위로 극복이 될 수준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해독약이라도 지참했어야만 했다.

"…참담합니다. 저를 외치는 이들이 많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군요."

다른 방향이지만 요한의 저 불편한 마음에는 동의하는 바다.

"곤란하기는 하네."

가짜들이 죽은 독이면 나는 1초 만에 죽을 것이다. 저걸 쓰는 놈이 당장에 적으로 나타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어쨌든 2번 밖에 남지 않은 빈민구제이니 뭘 다 찾기 전에 밀어버리는 것이 옳다.

"저거 뭐냐고."

9번째 빈민구제는 스케일이 좀 많이 커졌다.

이번에는 사제들이 없었지만, 경비의 숫자가 대폭 늘어갔다.

"백 명은 되는 것 같습니다."

"저건 힘든데."

경비들이 장악한 거리는 아예 좁은 뒷골목도 아니었다. 그래도 마차 하나는 지날 수 있는 정도라서 저기서 싸우기는 버거울 뿐이다.

[운영자 : 안녕하십니까. 위대한 영혼들이여. 1시간 후부터 엘리멘탈 소울2의 점검에 들어가겠습니다. 다음 플레이를 위해  안전한 장소에서 로그아웃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시기적절하게 뜬 전체채팅에 스토리를 더 진행하는 것을 멈췄다.

오랜만에 푹 잠을 날 수 있는 날이다.

*       *       *

점검 동안에 푹 잠을 청하려고 했지만, 옆 건물의 리모델링으로 인한 공사소음에 잠을 깨고야 말았다. 억지로 잠을 청할수록 피곤만 해져서 근처 편의점에 들러 1+1으로 파는 캔커피를 무더기로 짊어졌다.

"후욱. 후욱."

가방에 캔커피를 넣고 계단을 밟아 가는데 숨이 가파졌다. 한창 벽돌과 시멘트를 날랐던 작년의 공사판이 자꾸 생각만 났다.

그때보다 편하게 일을 하고 돈도 많이 벌고는 있지만 건강은 더 나빠진 것만 같다.

"이 경치는 나쁘지 않단 말이지."

옥탑방을 빙 둘러보면 어디를 봐도 사각형의 건물뿐이다. 그와중에 비교적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부지런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마치 일개미처럼 보였다.

저들에게 나는 어떻게 보일까.

일개미를 보며 연주를 하는 베짱이로 보이기라도 할까.

아니면 그냥 방구석에 처박힌 백수로만 보일까.

"…돈이나 벌자."

이런 생각을 할 정도면 내가 많이 편해지기는 했나 보다.

기름진 머리를 벅벅 긁으며 다시 데스크탑에 앉았다.

뉴스나 대충 보다가 커뮤니티를 보니 내 공략이 슬슬 풀리기 시작했다.

오크펠슨의 석림에 유저들이 몰렸다더니 공략영상은 물론 펫인 임프를 얻은 인증샷도 적잖게 올라왔다.

"원작자에게는 고맙다는 말 하나도 없네."

임프를 얻고 좋아하는 것은 좋지만, 그 원본을 푼 나에게는 정보를 독점했다는 불만만 있었다.

히든레코드에서 정보를 구매하는 고객도 아니기에 귓등으로 넘겼다.

그보다는 이번 점검에 대한 사전 정보가 필요하다.

히든레코드에 들리니 이번 점검 이후에 새로운 던전과 추가 스토리가 풀린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미리 클라이언트를 분석한 이들의 정보니 틀리지는 않을 거다.

"마인시티도 펫 얻는 루트가 있네."

역시 오크펠슨에만 펫이 있을 리가 없다.

해외쪽 공략으로 마인시티도 펫이 얻는 것이 확인되었다. 임프인 나와 달리 그쪽은 벌레형 몬스터였다.

샌드 웜의 미니 버전이라고 할까. 그 벌레는 적이나 채집물을 탐색하는 것에 특화가 되었다고 한다.

벌레보다는 확실히 임프가 내 쪽이랑 궁합이 맞는 것 같다.

"이건 반응이 없네."

개인적으로 날란 것은 스킬합성 시스템에 대한 미지근한 관심이었다.

다들 직업스킬이 괜찮은지 굳이 나처럼 추가적으로 획득한 스킬을 합성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반응이었다.

"부럽네. 부러워."

난 스킬합성 기능으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불사자의 직업스킬은 칠죄종 스킬인데 그걸 하나만 써도 능력치 버프가 줄어들어서 보스전이 아니고서는 쓰기가 아까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 브레이커나 역섬기검 등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를 모른다.

"조합식 좀 나올 줄 알았는데."

스킬합성에 대한 정보를 푼 것은 금전적이 이득이 첫 번째고 두 번째는 나처럼 여러 가지를 시도한 이들이 풀 정보를 기대해서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정보가 풀리겠지만, 당분간 이쪽은 아쉬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

편의점에서 사온 캔커피와 햄버거로 허기를 때운 뒤에 다시 게임에 접속했다.

[5.31패치노트.]

안녕하십니까. 위대하신 영혼들이여.

금일 진행된 패치로 인게임 내 상점에서 펫 페이지 및 신규던전이 활성화 되었습니다.

그 이외에 세부적인 패치 내용은 아래를 눌러 확인해주십시오.

게임에 접속한 뒤에 뜬 공지를 천천히 읽어봤다.

펫 페이지가 드디어 나는데 거길 확인하니 펫 전용 아바타와 스킬이 있었다.

임프의 아바타는 거적때기부터 시작해서 연미복 등 제법 다양한 것들이 있었다.

난 임프의 아바타에 관심이 없으니 스킬 부분을 살폈다.

튜토리얼에서 예상했던 것처럼 생산스킬 관련이었다. 이 또한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없기에 고민하지 않고 넘겼다.

그보다는 신규던전을 확인했다.

[신규던전 공개.]

칠대악룡이 품고 있던 원죄가 머문 일곱 개의 영역을 지키는 그들의 추종자들을 찾아 섬멸하십시오.

해당 정보는 이것밖에 없었다. 이걸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저 신규던전이 칠대악룡의 추종자임이 분명하다. 그 던전에 가장 가까운 유저를 찾으라면 분명히 나일 것이다.

역시 이 게임을 이끌어가는 것은 나다.

엘리멘탈 소울2에서 유일한 불사자인 내가 저 추종자들까지 먼저 잡는 것은 당연하다.

"먼저 처리해 주지."

지금 생각하면 샌드 웜의 최초토벌을 독고무적, 흑군과 함께한 것이 아쉽기는 했다.

이번에는 온전히 내 것이다.

저 보스들을 잡으면 떨어질 아이템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배가 고파진다.

그걸 위해서는 지금 퀘스트를 빨리 끝내야만 한다.

나 이외에 제3의 도시에 진출한 유저는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칠대악룡의 추종자 관련된 퀘스트도 나 혼자 뿐일 테니까.

"수가 너무 많습니다."

다시 9번째 빈민구제 목표를 진행하려고 가니 길을 막은 경비들의 수는 여전히 똑같았다.

게임시간으로 이른 새벽인지라 더 막막하기만 하다.

[창공의 독수리를 사용합니다.]

지금 시야로 얼마나 많은 적이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스킬을 통해 대력적인 수를 파악했다. 미니맵에 찍혀지는 수많은 붉은 점에 혀를 절로 찼다.

"죽고 또 죽어야지."

불사자의 영혼함을 심고 내가 나서서 수를 줄이면 된다.

요한도 마침 움직이지 않으니 차라리 잘 된 것 같았다.

"적이 나타났다!"

"놈이다!"

내가 달려오자 경비들도 반응을 했다.

맨 앞에 선 이들이 방패와 창을 들고 자세를 낮추자 뒤의 이들이 활을 들었다.

투두두두둥!

"쳇."

쏘아진 화살이 어지럽게 나를 노렸다. 어차피 죽으면서 깰 생각이었으니 그대로 앞으로 내달렸다.

퍼버버벅!

[YOU DIED.]

수십 개의 화살이 몸에 박혔다.

고슴도치가 되어 죽었지만, 곧바로 부활하지 않고 경비들을 살폈다.

교통체증처럼 꽉 막힌 길목은 어설프게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았다.

저걸 깨부수려면 고생 좀 해야 할 것 같다.

[독고무적 : 요즘에 오크펠슨에서 보이지 않더군. 신규던전에 대한 정보라도 있나?]

막 부활을 하려는 찰나, 독고무적의 귓말이 왔다.

[썩이나감 : 신규던전 정보는 저도 찾고 있습니다.]

[독고무적 : 그렇군. 기대하겠다.]

독고무적은 귀찮게 더 캐묻지는 않았다.

"눈치 빠른 아저씨라니까."

다른 것보다 오크펠슨에서 보이지 않았다는 부분은 뜨끔했다. 아무런 근거 없이 넌지시 찔러보는 사람도 아니다.

내가 석림 때처럼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예상하고 있을 거다.

"고막이 간질간질 거리겠지."

누군가에게는 고작 펫 하나겠지만, 적어도 독고무적에게는 임프에 관련된 정보를 먼저 흘려준 것이 만족스러웠다고 볼 수 있으리라.

뒤에 비슷한 귓말이 열파창에게 온 것으로 봐서 아직 그는 독고무적이나 흑군과 그렇게 친분을 쌓지는 않은 것 같다.

"죽으니까 이제 내 게임 같네."

불사자의 영혼함에서 부활해 다시 경비들에게 달려갔다.

투두두둥!

화살이 쏘아지자 이번에는 벽타기를 사용해 성벽을 올라탔다.

"놈이 온다!"

"떨어트려!"

"…씨발?"

문제는 성벽 위에서 감시를 서던 병사들이다. 그들이 나를 발견하고 곧바로 창을 찔렀다.

푸욱!

[YOU DIED.]

창은 정확하게 이마를 찔렀다.

정면에서 무식하게 돌격도 안 되고 성벽으로 올라타는 것도 안 된다.

이번에는 앞으로 달려가다 화살이 쏟아지는 순간에 시공간이동자의 블링크를 썼다.

투두두두둑!

화살이 등 뒤로 스쳐 바닥을 두들겼다.

"1열! 진격하라!"

"와아아아아!"

경비조장의 명이 내려지자 선두에 있던 경비병들이 공격을 개시했다.

경비병 5명이 어깨를 나란히 해서 오고 뒤에는 경비조장 1명에 따라 붙는 구성이다.

머리위에서 쏟아지는 화살보다는 훨씬 낫다.

"이러면 나야 좋지."

1열의 경비들을 상대로 거리를 유지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경비병 전체와 동시에 싸우는 것이 아니라면 나야 편할 뿐이다.

"놈이 뒤로 물러났다! 쏴라!"

문제는 일정거리를 벗어나자 생긴 일이다.

투두두두둥!

아직 대열을 지키고 있던 경비들이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나는 뒤로 물러나지 못한 상태로 싸울 수밖에 없었다.

카가가각!

"크흑!"

"컥!"

1열의 경비들이 창을 찌르기 전에 먼저 역섬기검을 사용했다. 길게 그어진 검기는 5명의 경비들의 방패에 맞았다.

경비들은 고통을 표하며 휘청거렸고 벽타기로 성벽을 반쯤 오르다가 뛰어내렸다.

콰아아아앙!

"커허억!"

"으아악!"

성벽위의 병사들에게 공격을 받지 않는 거리까지 올라간 뒤에 뛰어내리며 사용하는 지면강타!

추가 데미지가 붙어 경비병들은 모두 뒤로 나자빠졌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 단번에 쓰러진 경비병 둘의 숨통을 끊었다.

"정신 차려라! 무너지지 마!"

경비조장이 그 빈 공간을 채웠다. 나머지 경비병 셋도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공격을 해왔다.

경비조장의 장비는 익숙하기에 피하거나 튕겨내는 것은 문제가 없다.

문제는 경비병이다. 지금 그들이 쓰는 창은 장창까지는 아니지만 일단 검보다 압도적으로 사거리가 길었다. 그나마 공간이 좁아 찌르기 위주라서 다행일 뿐이다.

터엉!

먼저 경비조장의 검을 튕겨낸 후, 찔러오는 창을 피해 뒤로 물러났다. 이러면 경비들이 창을 거두는 지금은 날 공격할 이가 아무도 없다.

콰드드득!

"커허억!"

경직이 끝나기 직전에 경비조장에 본 브레이커를 썼다. 체력이 대폭 깎여 피를 토하는 그의 뒷목을 쳤다.

후우웅!

"떨어져라. 이 괴물놈!"

"그만 포기해!"

"얌전히 잡혀라!"

경비병들은 거리가 가까워지자 창을 크게 휘둘렀다. 허리를 낮추어 창을 피하자마자 경비조장을 노리려고 했지만 방패를 휘두르자 다른 선택을 했다.

후우웅!

"놈이 사라졌다!"

시공간이동자의 블링크. 그 스킬로 뒤를 점해 경비조장의 등판에 길게 검을 휘둘렀다.

후면을 잡힌 그와 경비병들을 쓰러트리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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