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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은 옷을 입지 않아-127화 (127/201)

제127화 고인물은B등급용병.

[스킬, 불사자의 경험을 배우셨습니다.]

"아니네. 특별해. 아주."

뒤늦게 뜬 알림에 두 눈이 번뜩 뜨였다.

남들은 2차 전직을 하는데 나한테 아무런 스킬도 주지 않으면 말이 안 되지.

[불사자의 경험.]

-종류 : 직업 전용 스킬.

-효과 : 불사자는 자신이 망각하고 있던 스킬들을 적과 싸우며 아주 낮은 확률로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 확률이 얼마나 되는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점이 꺼림칙하지만, 저렇게 적힐 정도면 과연 5%나 될까 의문이 들었다.

일반공격이 2회 들어가는 건맨의 소울도 10% 대인지라 어쩌나 들어가는 판국이니 마냥 좋아할 수는 없다.

저걸 자의적으로 해석하자면 보다 스킬들을 많이 접할수록 확률이 높지 않을까 싶었다.

"이때 통제를 당했으면 좋았으려나."

내가 유저의 스킬을 가장 많이 접한 경우를 꼽자면 두 가지다.

낙오된 화전민의 마을에서 통제를 당할 때와 일본서버 침략 정도다.

그때 불사자의 경험을 익혔다면 다른 유저의 스킬 하나 정도는 빼 왔을지도 모른다.

"PvP는 좀 뛰어야겠는데."

어차피 용병도 그렇고 투사도 B등급을 찍어야한다.

그전에 먼저 귓속말을 확인했다.

이번에는 열파창의 빡겜 길드에서 모이기로 결론이 나 있었다.

뉴 알론으로 이동하니 확실히 오크펠슨보다 많은 시선이 따랐다. 중간에 잡혀가면 안 되니 록이 준 갈색 연미복을 입고 1구역까지 들어섰다.

빡겜 길드는 그 규모에 비해 아쉽게도 동쪽 구역이었다.

"들어가라. 길드장이 기다린다."

"사고치지 말라고."

앞에서 대기하던 빡겜 길드원들은 비켜나면서도 힐끔 임프를 쳐다봤다.

이들의 태도가 다소 무딘 것은 내 VIP가 자신들의 길드장이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내가 정보를 VIP들에게 전한다면 제일 빨리 전달받을 제3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가지고 있을 터다.

물론 그렇게 둘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내 VIP들이 펫을 얻은 이후에 순차적으로 관련된 정보를 풀 생각이었다.

빡겜 길드의 건물 내부는 그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휑한 편이었다. 최소한의 길드레벨을 맞추기 위해 대충 가구와 장식물을 맞춰 둔 꼴이었다.

"어서 와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말해 줘야지?"

"VIP 대접 좀 받아야겠다."

세 사람은 옹기종기 붙여진 의자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다들 나를 반기면서도 두 눈은 임프에게서 떼지 못하고 있었다.

"제가 획득한 경로를 말씀드리죠. 그리고 여러분들에게 당부 드리는 것은 펫을 확보한 이후에 전 이 정보를 유료로 공개할 거란 겁니다."

"동의한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자랑은 못 하겠네."

셋은 입맛을 다셨지만 굳이 거부하지도 않았다.

다크게이머 중에서도 정보와 공략을 팔고 있는 내가 이들에게 먼저 정보를 흘리는 것은 꽤나 중요한 사항이었다.

히든레코드에 전속을 했다면 감히 꿈도 못 꿀 일이다.

"진짜 이대로라고?"

"혼자서는 시간이 걸리겠는데?"

"같이 밀죠."

모든 설명과 참조할 자료를 받은 뒤에 셋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랭킹 1위부터 3위까지의 하이랭커 파티가 갖추어진 셈이다.

*       *       *

오크펠슨까지는 동행한 뒤에 VIP들과는 헤어졌다. 이제 내 목표는 B등급 용병이 되기 위한 샌드 웜 퇴치였다.

[샌드 웜 퇴치.]

-샌드 웜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퇴치하여 오크펠슨에서 B등급 용병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도록 하자.

-완료 조건 : 샌드 웜 퇴치.

-실패 조건 : 퀘스트 포기.

샌드 웜의 난이도에 대해서는 전작보다는 덜해도 악명이 자자했다.

내가 올린 공략을 기점으로 다른 이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공략본을 올렸다. 그래 봐야 내 것에서 살을 더 붙인 것에 불과했다.

종합해서 결론을 내리자면 60레벨 기준으로 최소 4인 파티가 권장이 된다는 거다. 당시 내 파티가 최정예 3인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저게 맞는 말이다.

결국 단독으로 깰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거기에는 적극 동의하는 편이었었다.

직접 공략을 한 결과 샌드 웜은 어그로를 끌 사람과 함정을 설치하고 딜을 넣을 사람이 필요했다.

장비가 볼품없다면 60레벨 대에서는 단독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검 하나를 든 나도 마찬가지겠지만, 예외는 항상 존재한다.

임프가 함정을 책임진다면 다소 거슬리더라도 내가 어그로와 딜을 책임지면 된다.

샌드 웜을 배부르게 할 폭약류로 인벤토리를 채운 뒤에 사막지대로 향했다.

[샌드 웜의 영역에 입장하시겠습니까? Y/N]

한번 겪었던 곳에 들르는 것이니 별다른 느낌도 없었다.

[던전의 권장조건에 미달됩니다. 그럼에도 입장하시겠습니까? Y/N.]

던전에 입장한 직후, 불사자의 영혼함을 심었다.

두두두두두두.

[뭐냐! 땅이 운다!]

앞으로 나아가자 미약한 지진이 시작되었다.

임프는 그걸 느끼자 자세를 낮추며 엉기적거리며 나를 쫓아왔다.

콰아아아아아!

[키이이이이익!]

대지를 뚫고 샌드 웜이 비명을 질렀다. 놈은 다시 땅에 처박혀서 다가왔다.

"여기에다가 함정 심어."

[알겠다!]

임프에게 함정설치를 명한 다음에 나는 우측으로 달려갔다.

드드드드득!

샌드 웜은 일직선의 경로를 틀어 내게로 왔다. 스태미나를 소모하지 않고 천천히 걸었기에 거리는 금방 좁혀졌고, 내 발밑에 붉은 원이 퍼지기 시작했다.

곧 놈이 나를 집어삼킨다. 그걸 알기에 이때부터는 빠르게 달려 거리를 확보했다.

콰아아아아아!

[키이이이이익!]

대지가 부서지며 샌드 웜이 튀어나왔다.

집어삼키기 공격을 피했어도 2차로 떨어지는 모래와 암석들은 조심해야만 했다.

그사이에 미니맵에서 부랴부랴 함정을 설치하며 움직이는 임프도 확인했다.

잔해물이 바닥에 떨어지고 잠깐의 시간에 전력으로 달리다 시공간이동자의 블링크를 사용해 거리를 좁혔다.

시공간이동자의 블링크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발을 디딜 수 있는 공간으로만 이동한다는 점이다.

제자리를 박차고 2단 점프로 최대한 높이를 유지한 뒤.

콰아아아앙!

지면강타를 사용해 지면에 몸뚱이를 처박았다.

샌드 웜의 체력이 깎였지만 보스라서 넉백이나 기절은 기대도 할 수 없었다.

뒤이어 역섬기검을 쓴 뒤에 본 브레이커까지 스킬을 연달아 사용했다.

과연 평타로는 감히 기대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체력이 듬성듬성 깎여나갔다.

드드드드드!

샌드 웜이 바닥에 다시 모습을 감췄고, 임프가 함정설치를 끝내자 그곳으로 달렸다.

부족한 마력은 마나포션으로 회복해 다음 스킬을 쓸 안배도 마쳤다.

"거기서 비켜!"

[알겠다! 너 혼자 죽어라!]

내 명령에 기다렸다는 듯이 임프는 설치된 함정에서 도망쳤다.

샌드 웜은 속도를 늦추자 함정지대에서 튀어나오려고 했다.

이번에는 헤이스트까지 사용해 전속력으로 도망을 쳤다.

콰과과과광!

[불놀이다아아아!]

폭탄류의 함정들이 입안에서 작동을 했다.

샌드 웜은 처음 슈팅스타를 맛 본 어린아이처럼 몸을 베베 꼬았다.

임프는 그걸 보며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이번에는 달려들지 않고 스태미나를 회복하며 추이를 살폈다.

이 다음 패턴은 샌드 웜이 몸에 있던 흙과 모래를 뱉는 패턴이다.

"화염구랑 교란으로 견제해."

[알겠다! 불놀이다!]

임프가 좌측으로 가고 나는 우측으로 샌드 웜에게 접근했다.

쿠구구구!

샌드 웜이 지면으로 몸을 숨기고 다시 나타난 곳은 내게서 30m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콰과과과과!

샌드 웜은 몸에 가득 찬 토사물을 뱉기 시작했다. 사선으로 이동해 그걸 피하며 거리를 좁혔다.

[쟤 어제 달렸나 봐!]

임프는 질색하며 화염구를 던져댔다.

내가 워낙 많은 데미지를 입혀서 샌드 웜의 토사물은 오로지 내 쪽으로만 향하고 있었다.

놈에게 기껏 지근거리까지 다가갔지만, 샌드 웜은 다시 바닥으로 숨었다. 그리고는 정반대의 위치에서 나타나 토사물을 뱉었다.

스태미나를 회복한 뒤에 다시 사선으로 이동해 놈에게 접근했다.

이번에는 방금 전과 다르게 시공간이동자의 블링크가 있다.

스킬을 사용해 놈에게 가까이 다가갔지만 약 5M의 거리가 있었다.

이때는 역섬기검의 차징게이지를 끝까지 채워 휘둘렀다.

카가가가각!

검기가 샌드 웜의 두터운 몸뚱이에 상처를 남겼다. 그사이에 각도를 내려오는 토사물이 머리에 닿으려하니 앞으로 구르며 다가가 본 브레이커를 사용했다.

그 뒤에 지면으로 숨으려는 놈의 머리 위에 2단 점프까지 쓴 지면강타를 먹였다.

[키히이이이익!]

샌드 웜은 요동을 치며 다시 바닥에 숨었다.

이전보다 더 격한 움직임은 다음 패턴을 의미한다.

바로 지면 바깥으로 튀어나와 뱀처럼 기어 나를 집어삼키는 공격이다.

샌드 웜의 공격 중에서 가장 빠른 공격속도로 인해 앞선 패턴까지 공략한 유저들에게 눈물 젖은 빵을 먹게 만들었다.

"덫을 설치해!"

[알겠다! 알겠어!]

내가 이동할 지점에 핑을 찍자 임프가 부랴부랴 덫들을 설치했다.

쿠구구구구!

샌드 웜은 지면 위로 거구를 빼내더니 뱀처럼 S자로 몸을 움직이며 내게 달려들었다.

등뒤에서 느끼는 압박감은 마치 철도 위에서 기차를 피해 도망치는 느낌이다.

전보다 조금이지만 더 빨라진 내 속도는 샌드 웜에게서 조금씩이지만 더 빨리 벗어날 수 있었다.

콰득! 콰득!

샌드 웜의 거대한 몸뚱이는 덫이 발동할 때마다 느려졌다.

"나머지 함정 설치!"

[알겠다! 돈 주고 부려 먹어!]

임프는 노동의 부당함을 외치며 다시 샌드 웜에게 선물할 함정들을 바닥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내가 도주를 할 곳은 거기다.

콰과과과과!

본래의 속도를 되찾은 샌드 웜은 다시금 나를 집어삼키기 위해 맹렬히 추격해 왔다.

촤아아악!

함정지대를 지나간 나는 그대로 우측으로 슬라이딩을 했다. 스킬로 인해 달리는 속도는 조금도 느려지지 않은 상태로 땅을 박차고 달렸다.

콰과과과과광!

샌드 웜이 지면을 집어삼키며 다가오던 것과는 다르게 북이 터질 것처럼 두들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놈과의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아 그 몸뚱이에 연신 검을 찔러 넣었다.

[키히이이이익!]

샌드 웜은 다시 패턴을 반복하지 않았다. 놈의 피부에서 레벨 62의 샌드 웜 기생충들이 떨어져 나왔다.

[결사항전의 영역을 사용합니다.]

언제 이걸 쓸까 고민을 했을 때, 지금처럼 좋은 순간이 없었다.

샌드 웜 기생충들이 있는 동안에 샌드 웜이 체력을 회복하기에 여기서 더 속도를 내지 못하면 방금 전의 패턴을 반복해야하기 때문이다.

샌드 웜 기생충을 하나하나 베어낸 뒤에 곧바로 샌드 웜을 공격해 갔다.

80%로 떨어진 방어력 무시 효과가 한 번씩 실패를 했지만, 대부분의 공격이 샌드 웜이 고스란히 들어갔다.

쿵! 쿵! 쿵!

[키이이익! 키이이익!]

체력이 고작 20%도 남지 않게 된 샌드 웜이 몸을 일으키더니 여기저기 내려치기 시작했다.

[결사항전의 방패를 사용합니다.]

첫 번째 공격은 피하지 못해 방어스킬을 사용했다.

그 뒤부터는 백스탭과 구르기를 번갈아 쓰며 샌드 웜의 공격을 위태롭게나마 피했다.

[와! 재 춤 잘 춘다!]

그 사이에 공격을 하는 것은 임프 뿐이다. 놈은 여전히 나사가 빠진 대사와 함께 화염구를 사용했다. 중간중간 교란도 사용했지만 보스 몬스터에게는 조금도 쓸모가 없었다.

저번에는 독고무적과 흑군이 있기에 바로 끝냈지만, 나 혼자로는 확실히 마무리가 부족했다.

샌드 웜은 지면에 몸을 숨기며 다시 1페이즈에 보이던 것을 반복했다.

"함정은 얼마나 있지?"

[폭탄 세 개랑 기름통 하나!]

"그거면 충분해."

임프에게 핑을 찍어 다시 함정을 설치했다. 그곳으로 이동해 샌드 웜이 함정을 집어삼키게 하고 물러났다.

그 뒤에는 시공간이동자의 블링크를 사용해 거리를 좁혀 스킬을 연계하는 것으로 퀘스트를 끝맺었다.

"간단하네."

샌드 웜을 뒤져서 뭐가 나올까 기대를 했지만, 놈에게서 나온 것은 마석 하나와 샌드 웜의 가죽 세 개가 전부였다.

명백히 손해를 보는 장사였다.

B등급 용병이 될 자격을 갖춘 것으로 위안 삼았다.

[도전과제, 'B등급 용병'을 달성하였습니다.]

[도전과제, '조별과제는 혼자서도 충분해'를 달성하였습니다.]

용병길드에 보고를 한 뒤에 내가 향한 곳은 투사길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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