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6화 고인물은견제받다.
[썩이나감 임프 본 사람 있음?]
[펫 언제 패치된 거냐.]
[펫 도대체 얼마냐고.]
엘리멘탈 소울2 관련 커뮤니티를 들어가자마자 보인 것은 내 펫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거기까지는 상관이 없었다. 오히려 이런 궁금증은 예상하던 바였다.
유저들이 궁금해 할수록 내 정보는 가치가 있어진다.
[썩이나감과 같은 다크게이머가 유해한 이유.]
썩이나감은 알다시피 다크게이머야.
누가 ZI존짱짱맨이랑 비교를 하는데, 그 사람이랑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판에 지대한 악영향을 주는 유저이기도 해.
ZI존짱짱맨이 다른 길드와 협력을 했어도 좃목질은 안했다면, 썩이나감은 태생부터 관종에 어그로꾼이라서 좃목질부터 시작했다.
같은 쓰레기인 헬조선순례자가 두드러져서 가려진 것을 뿐이야.
지금 봐봐. VIP라면서 관리하는 사람이 딱 세 명이라는데 그게 다 독고무적, 흑군, 열파창임.
이거 보면 딱 답이 나오지?
썩이나감은 진짜 강한 사람들이랑만 어울려서 좃목질 해대고 그들끼리만 정보를 공유하면서 과시를 함.
별 내용도 없는 글이지만 시간대를 잘 탔는지 추천과 동의한다는 댓글들이 많았다. 그런 놈들의 게시글 이력을 확인해 보면 인증이 된 캐릭터들은 준랭커도 아닌 이들이 태반이었다.
해외커뮤를 번역기로 돌려봐도 내가 올린 정보 및 국내 커뮤에 찍힌 임프 사진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노이즈 마케팅 괜찮네."
내 이름값이 높아지면서 히든레코드를 통해 같이 레이드를 뛰어달라는 의뢰도 들어왔었다고 한다.
빨간약파란약도 내가 거절할 것은 아니 전속이 아니라 힘들다고 둘러댔다고 하는데 그 말을 전해 줄 정도면 꽤나 금액이 컸던 것 같다.
지금은 자금이 급하니 빨간약파란약에게는 필요에 따라서 좋은 거래라면 해 줄 의향은 있다고 넌지시 말은 던져 놨었다.
[빨간약파란약 : 펫에 대한 정보는 더 공개하시지 않을 예정이십니까?]
[썩이나감 : 다 알려지면 저에게 이득일까요? 조금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빨간약파란약 : 지당한 말입니다만, 다른 이들이 풀기 전에 판매를 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썩이나감 : 고려해 보죠.]
히든레코드에 올린 몇 장의 사진과 영상의 구매수는 오크펠슨 최초공개 때만큼이나 폭발적이었다.
전세계에서 나 이외에 펫을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이걸 공개할 마음이 없었다.
[독고무적 : 펫에 대해 물어볼 것이 있다.]
[흑군 : VIP한테는 알려 줄 거지?]
[열파창 : 보면 답장해라.]
내 고객들에게도 귓속말이 와있을 정도다.
이들은 자신들이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음을 알 것이니 은근히 기대를 할 수밖에 없을 거다.
그들이 내 VIP라는 것은 알 사람은 다 알기에 은근히 눈치를 주며 콩고물이 떨어지기를 바라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
[썩이나감 : 세 분들 중에서 길드건물이 있으신 분이 있습니까? 거기서 모이겠습니다.]
내가 60레벨을 찍으려고 안달이 났던 것을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이걸 달성한 이상 더 기다릴 이유도 없든 것이다.
내 고객들을 더 이상 안달 나게 할 수 없다.
"이봐, 썩. 펫에 대한 정보 진자 안 팔 거야?"
"우리한테도 팔지?"
"엠페러나 흑랑이 평생 너의 뒷배를 볼 것 같아?"
"다크게이머답게 굴어."
용병길드에 나오자 안면을 튼 길드장들이 말을 걸어왔다.
다들 엘리멘탈 소울2에서 이름을 알린 길드들이었다. 또한 모두 랭커들이기도 했다. 그 외의 공통점이라면 일본침략 때 같이 행동했던 이들이라는 점이다.
"정보는 판매할 겁니다."
"역시 그렇지? 믿고 있었다고."
"우리도 나름 전우잖아?"
"거래는 많은 사람이랑 하는 것이 좋다고."
"값도 섭섭하지 않게 쳐주지."
내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그들의 안색이 밝아졌다.
"물론 VIP가 된다면요."
"……."
검지를 피며 덧붙인 조건에 부드러워진 분위기는 다시 차가워졌다.
그들의 눈빛은 칼날과 같아 무시할 수 없는 압박감이 들었다.
"여기 오크펠슨이다."
"그 셋이 우리 전부를 적으로 둘 것 같아?"
"주제를 알아라. 템팔이."
"우리가 웃어 주니까 너랑 같은 광대 같아?"
뒤이어 화를 내기 시작하는 그들에게서는 압박감이 퇴색되었다. 그보다는 탐욕과 집착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언젠가 내가 보였던 모습이었을 것이기에 참 추하게만 보였다.
"내 VIP가 되는 조건은 셋. 첫 번째는 30위 이내 규모의 길드를 운영하는 자본력."
다시 시작된 내 말을 다들 언짢은 기색으로 듣고 있었다. 지금 내건 조건에서 어긋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두 번째. 최소 랭킹 100위 이내의 열정을 보일 것."
말이 좋아 열정이지 돈이 많은 사람이 게임에 인생을 녹였냐 그렇지 않냐의 차이다.
시간과 돈.
둘 중의 하나만으로는 거대길드를 이끌 수 없고 개인의 랭킹도 유지할 수 없었으니까.
그래서 눈앞의 길드장들은 의혹에 잠긴 시선을 보냈다.
두 가지의 조건에 결함이 있는 자들은 없었다.
"세 번째. 거래에 대한 신뢰도입니다. 전 제가 인정할 수 있는 분들과만 거래를 하죠,"
"……."
세 번째 조건까지 말하자 다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짜증이나 화를 내는 것을 벗어나 아예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우리가 신뢰도가 없다는 건가?"
"전작부터 이어진 명문길드를 무시하는 거냐?"
"뉴비 티 좀 내지 말지?"
"미치겠군. 이딴 취급이라니."
히든레코드에서 평가하는 고객등급에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길드장은 기본신용이 B등급 이상이다. 거래가 단순한 변심에 틀어지지도 않고 그를 통해 꾸준한 거래가 보장된다는 뜻이다. 그중에서도 거대길드라 불리는 이들은 A등급부터 시작했다.
저들은 모두 업계신용 A등급의 길드장이었다.
내 말에 짜증을 내는 것에도 이유가 있다.
"VIP들에게 추천을 받거나. 제가 신용할 수 있거나입니다. 여러분들을 왜 신용하지 못하냐고 물으신다면 역으로 묻겠습니다. 저를 신용할 수 있어서 지금 이렇게 시비를 거는 겁니까? 신용한다면 그 이유를 말할 수 있나요?"
"……."
다들 입 꾹 다물었다.
과연 저들이 나를 신뢰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절대 아니다.
이건 그냥 행패일 뿐이다.
특출한 하나에 대한 무능한 집단의 불만과 불평의 표현을 나에게 행동으로 한 것이다.
과연 저들이 이렇게 나올 정도로 내가 약할까?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나 정도면 오히려 어딜 가든 우대를 받는다. 영입하기 위해서 좋은 말고 달래도 모자랄 판이다.
커뮤니티에서 나를 까대니 그걸 보고 은연중에 낮게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 나에게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부아가 치민 것이기도 하다.
[궁신 : 형님, 이 동생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습니다. 만약에 험담하는 놈들이 있으면 제가 처리할 것이니 귓말만 주십시오.]
오크펠슨에서 제일 귀찮은 놈이 귓말을 보내왔다. 지금 심정 같아서는 알아서 꺼지라고 하고 싶지만, 눈앞에 둔 이들을 무시하고 답장을 줄 정도로 나도 무례한 인간은 아니다.
"실례했습니다. VIP가 되는 것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많아서."
물론 상대가 안심할 수 있는 정보를 흘릴 생각은 없다.
내가 귓말창을 열었다는 것 정도는 확인할 수 있겠지만, 시스템상 타인이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읽을 수 없게 모자이크가 되니까.
"행패는 거기까지 하세요. 불만이시면 저에게 직접 증명하면 되고요."
내가 어떤 존재로 비추어질 것인지는 정확하게 모른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게임에서는 강한 놈이 법이다.
나라는 법을 넘고 싶다면 이기면 될 뿐이다.
"그때 일본서버에 갔던 분들이니 최소한 오니기리 정도 수준은 되시리라 믿어도 되겠죠?"
"……."
그 이름을 꺼내는 순간에 다들 입을 다물었다.
한일서버만이 아니라 각국의 서버침략이 심해지자 소울리스에서는 하나의 패치를 했다.
타국서버의 유저를 PvP에서 이기면 무조건 주던 이세계의 파편석을 랜덤확률로 획득하게 한 것이다. 그 확률은 유저들의 체감상 절반이하로 대략 20%에서 30% 사이라는 유저들의 추측을 하고 있었다.
서로 복수 혹은 두 번의 승리를 위해 한일서버의 랭커들은 하루에 한 번씩은 실력을 겨루는 것이 국룰처럼 돼 버렸다. 그리고 오니기리에 대한 악명은 한국서버에서 높아졌다.
오니기리와 겨루어서 이긴 랭커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소수인 것은 물론 비등한 결과도 내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반면에 나는 어떤가.
오니기리를 무려 두 번이나 이겼다. 특히 일본서버에서 그 면모가 잘 드러나 있었다.
그래서 길드장들 누구도 내게 전의를 드러내지 못했다.
PvP를 나와 겨루면 진다. 그 희생양이 될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서로 눈치를 보고 내게 반 걸음조차 내딛지 못하고 있었다.
"가겠습니다. 이번 행동이 예비 VIP 명단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겁니다."
나약한 그들에게 있지도 않는 말을 남기며 오크펠슨에서 머무르고 있는 요한을 찾으러 갔다.
[카하! 아까 놈들 바지에 지리나 확인했다! 아깝게 안 했다!]
"용케 조용히 해 줬네."
[아쉽다! 싸움구경 좋은데!]
이때까지 잠자코 있던 임프가 입맛을 다셨다. 그러다가도 술에 취해 주먹질을 하는 오크 NPC들을 보면 입이 찢어질듯이 웃어재꼈다.
"와. 대박. 저렇게까지 웃네."
"펫도 펫인데 악마가 벌써 나오는 거야?"
"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
주변의 유저들은 그런 임피를 볼 때마다 신기한지 손가락을 까딱이며 스크린샷을 찍어 댔다. 확실히 임프는 단순한 펫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감정이 풍부한 편이었다.
전서버에서 나만 들고 있으니 탐이 나는 것도 당연하다.
"아이고, 형님! 오크펠슨에 오셨으면 이 아우를 부르셨어야죠!"
요한에게 들르는 와중에 이 귀찮은 궁신도 달라붙었다.
"거기까지 해. 귀찮은 일은 피하고 싶으니까."
"헤헤헤. 제가 형님 가실 비단길 깔아두고 왔습죠."
"무슨 짓을 한 거지?"
"별것 없습니다. 형님 욕하는 애들 제가 정리했습죠."
궁신이 키보드를 치듯이 허공에 두드렸다. 아무래도 날 억지로 칭찬하면서 물타기를 하던 놈 중의 하나가 놈인 것 같다.
"그딴 짓 하지 마."
"예?"
"네 레벨이나 올려."
"역시 형님이십니다. 충성, 충성."
궁신은 능글맞은 말과 함께 물러났다.
[썩이나감 : 궁신이 자꾸 붙습니다.]
[빨간약파란약 : 본사 차원에서 확인했습니다. 그는 다크로얄과의 계약이 정식으로 해제되었고, 썩이나감 님에게 해를 가하지 않을 겁니다.]
[썩이나감 : 난 그와 팀이 아닙니다.]
[빨간약파란약 : 알고 있습니다. 선을 넘는 행위는 하지 않도록 계약도 했습니다.]
무슨 계약인지 궁금했지만, 그것까지는 묻지 않았다.
난 하나만 확실히 하면 된다.
[썩이나감 : 그가 방해가 되면 제거할 겁니다.]
[빨간약파란약 : 그 제재는 기꺼이 받아들일 겁니다. 의외로 고객님에 대한 신뢰를 강하게 보이니까요.]
[썩이나감 : 믿어도 됩니까?]
[빨간약파란약 : 기대하시죠.]
과연 빨간약파란약과 히든레코드가 어떤 준비를 한 것인지 기대가 된다.
그러나 일일이 캐묻고 싶은 마음 따위는 없었다.
나에게 해가 없으면 될 뿐이다.
"요한. 들어간다."
요한은 오크펠슨에서 버려진 폐가를 청소하고 거기에 데스티아 여신의 석상 작은 것을 들여놓은 상태였다.
"맙소사. 저런 악마와 함께 다니다니!"
[캬아아악! 산성비 같은 놈!]
"신과 마가 함께하는 것이 당신의 운명이었습니까."
[야! 쟤 치워! 악마한테도 운명 따지는 저 미친 놈 치워!]
신관인 요한과 소악마인 임프는 서로 마주하는 순간 다른 반응을 보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게 운명론자인 데스티아 여신교와 인간을 농락하고 장난을 치는 임프에게 맞는 반응 같았다.
임프는 아예 방구석에 처박혀서 나올 생각을 안 했다.
"그보다 무척이나 강해지셨군요."
[불사자로서 더 얻을 수 있는 능력은 있나?]
"있습니다. 그에 대한 준비를 하죠."
요한은 오크펠슨에서처럼 나를 중앙에 두고 의식을 치렀다. 전과 다른 점을 특별하게 느낄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