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5화 고인물은60렙이다.
트롤이라는 개채는 방어력도 높지만 동급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엄청난 최대체력이 강점이다. 준보스 몬스터에 달하는 체력을 극도로 살리는 것은 눈앞에 보이는 것처럼 위험한 순간에 체력을 빠르게 회복하는 것이었다.
외눈박이 트롤은 바닥을 박차고 떠올랐다.
나에게 그대로 떨어지니 아까 전의 주먹으로 내리치는 것보다도 공격범위가 더 컸다.
헤이스트를 걸고 뛰다가 구르고 또 굴렀다.
콰아아아앙!
유석이 떨어진 것처럼 거대한 진동과 함께 부서져간 바닥에서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그조차 가리지 못하는 거대한 몸뚱이에서 휘두르는 손바닥이 나를 움켜쥐려고 했다. 이걸 튕겨내려면 더 깊숙이 들어가 손목 부분을 쳐내야만 하지만, 그보다는 먼저 잡혀서 소화가 되어버렸다.
시공간이동자의 블링크로 뒤로 이동했다.
발목을 베고 오금을 찌르며 허벅지를 그으며 옆으로 물러났다.
쿠웅!
외눈박이 트롤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잠깐 숨을 몰아쉬는 와중에도 놈의 체력은 꾸준히 차올랐다.
이번에는 임프가 화염구를 써서 체력회복을 끊었다.
저때를 놓칠 수 없으니 기꺼이 다가가 무릎에 본 브레이커를 사용했다.
우드드득!
[크허어어!]
뒤이은 데미지에 외눈박이 트롤이 울부짖었다. 괴물 같던 체력회복이 뚝 끊기며 체력이 다시 줄어들었다.
터엉!
위에서 내려찍는 주먹을 튕겨낸 후에 잠깐의 경직을 놓치지 않고 연달아 공격을 했다.
"이쪽은 괜찮으니까 다른 놈의 신경을 끌어."
[알겠다! 나 간다!]
난 칠부능선을 넘었지만 반대쪽은 아니다.
용병들은 시간을 끌고는 있지만, 상대하는 외눈박이 트롤은 선혈날개 하피를 포식해서 버프까지 획득하고 있었다. 최소 네 마리 이상을 먹었다는 뜻이다.
저러면 체감상 보스와 스팩이 엇비슷해지는 경우가 있어서 용병들을 죽여 그것까지 먹지 못하게 임프가 도와야만 했다.
임프가 지능이 높으니 필요에 따라 함정도 설치하면서 시간을 끌 것이다.
그 사이에 내가 상대하고 있는 외눈박이 트롤을 끝내야만 했다.
[1인 도발을 사용합니다.]
다시금 도발을 시도했지만, 이번에도 외눈박이 트롤에게 통하지 않았다.
외눈박이 트롤이 상태이상 저항력이 높은 것도 아니다.
나와 놈의 레벨차 혹은 이제는 낮은 등급의 스킬로는 재미를 볼 수 없다는 뜻일 수 있다.
쾅! 쾅! 쾅!
외눈박이 트롤은 두 주먹으로 연신 바닥을 두들겼다. 그때마다 전속력으로 피하며 거리를 벌렸다.
세 번의 공격 후에 지쳐서 헐떡이는 놈에게 연거푸 공격을 하며 숨통을 끊었다.
"끄아아아아악!"
그 사이에 남은 외눈박이 트롤의 2차 포식은 시작되었다.
버프도 최대체력증가와 공격력 증가가 붙어 버렸다.
이 던전에서 붙을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진 셈이다.
[쟤 강하다! 나 싸우기 싫어!]
임프도 아예 장난을 칠 전의를 상실했다.
이 던전에서 계속 레벨업을 하면서 느낀 건데 이 정도면 최악의 상황이 맞다.
"물러나지마라! 놈의 발목을 잡아!"
"의뢰를 실패해서는 안 된다!"
동료들이 먹혀 가는 와중에도 용병들은 물러나지 않고 맞섰다.
계속 발등을 찌르고 손에 붙잡힌 동료들을 하나라도 더 지키기 위해 한 번이라도 더 공격을 했다.
[구워어어어어!]
외눈박이 트롤은 포효를 터트렸다. 연신 식사를 방해하는 용병들에게 팔을 내젖고는 코를 벌렁거리더니 발걸음을 틀었다.
방향은 검은두건과 바위피부 오크의 대결 장소였다.
그마저도 용병들이 최대한 시간을 벌어준 덕분에 내가 그 앞을 가로 막을 수 있었다.
외눈박이 트롤은 나를 보자마자 두 주먹을 내리 꽂았다. 공격속도도 빨라졌지만 모션도 굉장히 간결해졌다.
지금 상태의 외눈박이 트롤을 상대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쾅! 쾅! 쾅!
벽에 붙은 파리를 잡으려는 듯이 손바닥으로 연신 바닥을 두들겼다.
결사항전의 영역은 썼고 그 다음에 의지할 수 있는 수단은 바로 쿨타임이 돈 시공간이동자의 블링크다.
한 번 쓸 정도의 마나는 있지만, 접근 후에 본 브레이커를 쓸 것을 생각한다면 마나포션이 필요했다.
[등가교환의 방패를 사용합니다.]
"…그냥 마시기는 부담스러우니까."
이왕 포션을 마시려면 최대한 마나를 다 활용한 뒤가 좋다. 보험을 들었으니 만에 하나 맞더라도 죽지도 않으니 나쁘지 않다.
콰앙! 콰앙!
외눈박이 트롤은 연신 주먹질을 해댔다. 저 속도가 너무 빨라서 감히 튕겨내기를 할 엄두가 안 났다.
어그로가 끊이지 않게끔 슬링으로 바꾸어 견제를 하면서 피했다.
목적지는 아직 멀쩡한 좌측의 목책이었다.
지금처럼 대치를 한다면 불리한 것은 무조건 나다.
저 압도적인 사거리를 극복할 수단이 시공간이동자의 블링크와 역섬기검 뿐이기 때문이다.
내가 더 편하게 싸우려면 더 장애물이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
벽타기와 2단 점프가 있으니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피하면서 싸울 필요는 없었다.
[그워어어어!]
이번에는 외눈박이 트롤이 나를 붙잡으려고 팔을 뻗었다.
2단 점프로 그걸 피한 다음에 벽타기로 절벽을 밟아나가며 외눈박이 트롤의 어깨를 베었다.
그 뒤에 아킬레스건을 벤 뒤에 몸을 돌리는 놈의 다리사이로 슬라이딩으로 빠져나갔다.
다시 잡은 뒤에서 역섬기검을 썼다.
검기가 놈의 등을 파고들고 본 브레이커로 허리를 굽힌 놈의 오금을 찔렀다.
쿠우우웅!
연계는 매끄럽게 이어졌지만 큰 재미를 봤냐면 그건 아니다.
이중버프가 걸린 외눈박이 트롤은 내가 준 데미지에 준할 정도로 빠르게 체력을 회복하고 있었으니까.
공격턴은 다시 외눈박이 트롤로 넘어갔다.
또다시 주먹으로 땅을 두들기는 패턴이 시작되자 거리를 벌리며 스킬 쿨타임을 살폈다.
역섬기검과 본 브레이커의 쿨타임은 30초도 남지 않았다.
결사항전의 영역은 이미 쿨타임이 끝났다.
딜계산을 눈대중으로 하는 사이에 외눈박이 트롤이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콰아아아앙!
놈의 엄청난 무게로 인해 주변이 폭삭 가라앉았다. 넉넉하게 거리를 유지하고 있던 나도 자세가 무너질 정도였다.
박살난 대지의 파편에 맞아 체력이 급감했지만, 패시브 스킬은 강철뼈 덕분에 죽지는 않았다.
후우우웅!
체력포션을 마시기도 전에 외눈박이 트롤이 팔을 휘둘렀다. 놈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시공간이동자의 블링크를 썼다.
놈의 바로 뒤에서 나타난 나는 곧바로 시공간이동자의 블링크와 스피어마스터의 소울을 사용했다.
촤하악! 촤하악!
오랜만에 터진 건맨의 소울로 한 번의 휘두름이 두 번 공격한 것으로 판정되었다. 거기에 아쉬움을 표하지 않고 외눈박이 트롤이 몸을 틀기 전까지 계속 공격을 쏟아 부었다.
[크허어엉!]
그 뒤의 주먹질을 다시 뒤로 물러나 피하고 벽타기를 써 절벽을 밟아나갔다.
결사항전의 영역을 고작 몇 초밖에 이용하지 못한 점이 너무나 아쉽지만, 저 주먹으로 내려치기를 당하면 기절까지 당할 염려가 있으니 이게 합리적인 판단이다.
차징게이지를 최대로 채운 역섬기검으로 어깨를 공격한 뒤에, 절벽에서 내려와 본 브레이커를 썼다.
쿠웅!
외눈박이 트롤이 드디어 두 무릎을 꿇었다.
퍼엉!
[나! 이러면 공격해!]
이때까지 잠자코 있던 임프도 기회가 보이자 화염구를 날렸다.
외눈박이 트롤의 체력회복이 끊겼고 난 검에 독약을 발라 놈을 공격했다.
2중 버프를 받은 외눈박이 트롤의 체력회복이 강해지기에 편리한 공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절차였다.
푸욱! 촤악!
외눈박이 트롤이 일어나기 전에 찌르고 베며 물러났다. 중독이 된 외눈박이 트롤의 체력게이지가 녹물이 출렁이는 것 같았다.
중독이 걸렸음에도 체력회복을 완전히 억누를 수 없었던 거다.
2중 버프가 아니었다면 이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태의 구덩이를 사용합니다.]
결국 마무리를 짓기 위해 꺼낸 것은 칠죄종의 스킬이었다.
[귀찮지 않아? 숨 쉬는 거.]
그 나른한 음성과 함께 외눈박이 트롤의 발아래를 사용범위로 지정했다.
외눈박이 트롤은 나태의 구덩이를 밟자마자 움직임을 멈추었다.
탈진상태에 빠진 놈을 보면서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진즉 이걸 쓴 후에 결사항전의 영역을 사용했다면 결과는 더 쉬웠을 것이다.
칠죄종 스택을 쌓는 것에 시간이 걸려서 자꾸 숨겨 둔 것이 실수였다. 그래도 이걸 끝낸다면 실패까지는 이어지지 않는다.
외눈박이 트롤이 버프가 걸린 것은 최대체력과 공격속도뿐이다. 스태미나가 다시 차오르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저 무기력해진 거구의 몬스터를 끝없이 베기 시작했다.
놈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이번에는 약점파악이 하나밖에 남지 않은 눈에 드러났다.
두터운 눈꺼풀에 깊게 검을 찌르자 치명타가 터지며 외눈박이 트롤은 몸을 비틀며 비명을 질렀다.
몸부림을 치면서 놈은 막무가내로 공격을 했다. 주변을 모조리 부술 것처럼 난동을 부리니 오히려 공격을 하기가 더 까다로웠다.
이때는 임프의 화염구가 한 번씩 어그로를 끌어서 효과를 톡톡히 봤다.
외눈박이 트롤이 몸을 틀어 뒷면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2단 점프를 한 다음에 놈의 등판을 찍으면서 밑으로 주욱 내려왔다.
검상이 등판 한가운데에서 오른쪽 골반까지 길게 났고 쏟아지는 피와 함께 외눈박이 트롤은 죽음을 맞이했다.
[레벨이 1 상승합니다.]
[전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레벨도 드디어 60을 달성했다. 여기에서 시간을 죽이며 사냥만 한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도전과제, 2차 전직 가능을 달성하였습니다.]
도전과제의 보상은 마석 5개와 무기와 방어구 강화석 5개씩이었다.
개인적으로 스킬북이라도 주기를 바랐지만, 그걸 대신할 방도는 많다.
B등급을 찍으면 용병길드나 투사길드는 물론 요한에게서도 구매할 스킬의 폭이 더 늘어날 테니까.
[애도 뭐 줬다! 나 책 안 읽는다!]
임프는 알아서 아이템을 수집하다가 책 하나를 줬다. 그건 파랑색의 스킬북이었다.
무지개색의 등급 중에서 파랑색이면 최소 레어라는 소리였다.
"득템했다!"
몬스터를 통해서 스킬북을 얻을 수 있지만, 그 확률은 지극이 낮았다.
어떤 스킬일지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를 수 없었다.
[지면강타의 스킬북.]
-종류 : 레어.
-효과 : 스킬 습득.
-설명 : 지면강타를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스킬북의 짧은 설명만 봐도 어떤 것인지 짐작이 갔다.
외눈박이 트롤이 주먹으로 지면을 후려치던 그 스킬임이 분명했다.
데미지도 데미지지만 상대에게 기절까지 줄 수 있는 스킬이라서 크게 쓸모가 있을 터였다.
[스킬, 지면강타를 배우셨습니다.]
알림과 함께 추가된 스킬을 곧바로 확인했다.
[지면강타LV1.]
-종류 : 패시브 스킬.
-효과 : 공중에서 낙하해 범위 5M의 적에게 물리공격력 130%의 데미지와 넉백효과를 줍니다. 10% 확률로 기절시킵니다. 1M당 5% 피해량 증가합니다.
-쿨타임 : 2분30초.
-마나 소모량 : 300.
지면강타는 내가 예상했던 주먹으로 지면을 두들기던 것이 아니었다.
외눈박이 트롤이 공중에서 떠올라 떨어지던 것과 같았다.
"한번 써 볼까."
먼저 제자리에서 뛴 이후에 지면강타를 썼다.
갑자기 몸이 아래로 잡아당겨지는 것처럼 처박혔다.
콰아아아앙!
그래도 착지는 제대로 했기에 스킬은 제대로 작동을 했다. 내가 밟은 곳 반경 5M의 대지가 박살나며 충격파가 퍼지는 것을 육안으로도 확인했다.
2단 점프와 연계로 쓸 수 있는 훌륭한 스킬이 나온 셈이다.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두 부족의 드잡이질도 끝난 뒤에는 곧바로 오크펠슨으로 귀환했다.
오크펠슨은 아직도 고렙존이기에 나에 대한 시선이 비교적 좋은 편이었지만, 어째서인지 다들 예전처럼 경계하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진짜 그런 거야?"
"사람 너무하네."
"완전 박쥐새끼 아니야."
만약 뉴 알론에서였다면 대부분 저렙에 영양가가 없는 이들이라 무시를 했을 것이다.
오크펠슨에서라면 이건 확인할 필요는 있다.
먼저 용병길드에 들러 샌드 웜을 퇴치하는 B등급 진급 시험을 받은 뒤에 커뮤니티를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