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인물은 옷을 입지 않아-122화 (122/201)

제122화 고인물은비밀로함.

판매할 정보에서 큰 틀은 정했으니 나머지는 순식간에 끝낼 수 있었다.

석림에 관련된 공략은 진행할 필요가 없었고 펫에 대한 튜토리얼 글만 캡쳐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합성이라고 주장할 이들을 고려해 영상도 첨부했다,

이때는 임프가 보이지 않게 첨부할 동영상의 사이즈도 위에만 잡히게 했다.

해외에 혹시 관련된 정보가 미리 풀렸을까봐 살폈다. 아직까지는 다른 국가와의 PvP에 관한 이야기가 제일 많았다.

내 눈길을 끄는 것은 보상 부분이었다.

서버 PvP는 이세계 약탈이라고 명칭이 되어 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침공 혹은 침략이라 부른다.

이세계로 가는 유저들 대부분이 차원침략자라는 공식명칙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차원약탈자라는 명칭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한다. 문제는 그들이 이동석에만 있다는 거다.

즉, 한국서버로 치면 이세계 이동석을 조종하던 독고무적만 차원약탈자이며 약탈이라는 행위를 할 수 있던 것은 그뿐이라는 뜻이다.

약탈자가 약탈이 가능한 것에는 금화와 일부 아이템류인데 대부분 자원이라는 개념에 들어가는 것들만이라고 한다.

스킬북이나 무기나 방어구 같은 흔히 생각하는 가치가 나가는 쪽은 포함이 안 된다고 하니 독고무적이 굳이 말을 하지 않은 것도 알 것 같았다.

그때 보상도 적은 것을 보니 일본서버 점령하느라 약탈도 제대로 못한 수준이라 볼 수 있었다.

참고한 글의 끝은 결국 이세계 약탈이든지 침공, 침략이든지 뭘 쓰더라도 결국 같은 맥락이니 이런 병신 같은 떡밥으로 불타지 말라는 것 정도였다.

내가 보기에는 이런 정보를 다  긁어모아서 논쟁을 끝내려고 한 글쓴이도 보통은 아니다.

"그 스킬들은 어디서 얻은 거지?"

뇌리를 스치는 것은 독고무적과 흑군이 보인 그 엄청난 유니크 스킬들이었다.

히든레코드에 이 정보가 없다는 것은 이세계 이동석을 조종하는 유저들과 거래 관계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불사자 특전이나 게임 이벤트 말고 유니크 스킬을 얻을 수 있는 방도가 있다니."

뇌리에는 자꾸 독고무적과 흑군이 보여준 스킬들이 아른거렸다.

저걸 어떻게 얻었는지 궁금해 미칠 것만 같았다.

나처럼 록이 지하창고를 열어서 준 것이 아닐까 추측했다.

아니면 획득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라고 했으니 뉴 알론에서 최초로 2차 전직을 해서 준 것일 수 있다.

몬스터 헌터 최초 2차전직 유저 독고무적, 죄수병 최초 2차전직 유저 흑군.

딱 하나씩 가져가면 짝이 맞다.

"펫에 대한 것은 엘리멘탈 소울1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 될 거라고 예상만 하고 있네."

나보다 게임을 더 전문적으로 파는 유저들은 많다.

게임 인터베이스를 통해 엘리멘탈 소울1처럼 펫이 추가될 공간이 있어 보인다는 분석글도 있었다.

작성시기가 이주일 전이라는 점에서는 소름이 돋는다.

물론 내가 진짜 펫을 얻어서 그럴 듯하게 보이는 거지 그냥 똥글이다 펫을 돈 주고 팔려면 오픈 초기부터 했을 것이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팔면 돈이 되겠네."

펫에 관련된 정보가 공개가 되면 어떤 반응들을 보일까.

히든 레코드에 괜찮은 정보가 올라왔나 살폈다. 오크펠슨에 진출한 유저들이 많아지면서 꽤나 당도가 높은 퀘스트 소개도 많아졌다.

해당 정보들을 추슬려 동선을 짠 후에 내가 판매한 펫에 관련된 정보글이 올라온 것을 확인했다.

10분 남짓한 시간에 문의 댓글은 벌써 30개가 넘었다. 이쯤이면 화제몰이는 성공한 것 같다.

*       *       *

하루에 수면시간은 짧으면 두 시간에서 길면 세 시간이다. 전자의 경우라면 한 시간이라도 낮잠을 자는 것으로 최소한의 삶의 질을 챙기자는 쪽이었다.

예외적으로 일곱 시간은 넉넉히 잘 수 있는 날도 있다.

바로 정기점검 날이다.

[정기점검 안내.]

엘리멘탈의 숭고하신 영혼들이여 안녕하십니까.

금일 정기점검은 1시간 더 추가되어 진행될 예정입니다.

점검예정시간 05:00~13:00.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점검 시간이 평소보다 더 연장되어 있었다. 이러고 뜬금없이 연장점검만 하지 않으면 좋겠다.

대량으로 산 냉동볶음밥을 대충 볶은 뒤에 유통기한이 아슬아슬한 케찹을 쥐어짜며 끼니를 채웠다.

배달앱을 키면 온갖 산해진미가 다 나오지만, 배보다 배꼽이 커지고 있는 배달비를 보니 그럴 마음이 사라졌다.

국밥 한 그릇을 시키기 위해서는 먹지도 않을 음료수와 만두를 시키고도 배달료는 삼천 원은 내야할 엄두를 낼 수 없었다. 그럴 바에는 레트로 국밥이나 시켜서 햇반이나 말아먹는 것이 속도 편하고 지갑도 편하다.

점심을 먹고 나른한 상태로 커뮤니티를 보니 늘어난 시간에 불안해하는 글들이 슬슬 보였다.

[점검 왜 늘어난 거임?]

저 새끼들 또 서버 터트리는 거야?

[소울리스 점검 특.]

밸런스는 빼고 점검함.

다들 적당한 떡밥이 없는지 과거 소울리스의 화려한 전적들에 대해 논하기 시작했다.

[게임 점검 끝났다.]

네. 그건 우리 M이고요.

중간중간마다 낚시성 글도 올라왔다.

맨 처음에 사전발표를 할 때의 온갖 비난과 욕설에도 불구하고 엘리멘탈 소울M은 엄청난 매출을 올렸다.

과거 추억에 잊지 못하는 게이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은 물론 그때처럼 시간을 갈아넣을 수 없는 사회인들에게 아주 합리적인 Pay to win이라는 공식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중국의 결제 VIP등급을 포함해 한국게임 특유의 아바타 변신이나 탈것 등등에 모두 과금이라는 두 글자를 심어뒀는데, 흔히 말하는 도감을 채워야 더 강해져서 벌써 벌써 10억은 넘게 태우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엘리멘탈 소울M을 하지 않더라도 희귀 닉네임을 선점할 것을 그랬다.

누가 내 ZI존짱짱맨 닉네임을 팔아서 백만 원을 벌었다는 인증도 있을 때는 배가 아파서 죽을 것 같았었다.

어쨌든 시간은 남았고 내 시급보다 더 많이 나가는 모바일 게임을 건드릴 것도 아니니 그간 밀린 집안일이나 했다.

청소, 빨래, 설거지.

누구나 해야 하고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언제라도 외면하고 싶은 그 일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점검이 끝나기 직전에 VR기기를 켜서 패치파일을 받았다.

한 시간이나 연장을 한 것 치고는 패치파일을 받는 것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6.01.]

안녕하십니까. 위대하신 영혼들이여.

금일 진행된 정기점검은 게임내부의 밸런스 패치와 서버안정화 작업 및 시즌패스에 대한 것을 진행하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를 눌러 주십시오.

먼저 눈에 띈 것은 시즌패스였다.

엘리멘탈 소울2 자체를 즐기는 것에는 특별히 돈이 들지 않았다. 유저들에게는 좋지만 회사로서는 마냥 달가운 상황은 아닐 거다. 또한 모든 유저들이 무작정 시간만을 투자해서 강해지는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시즌패스는 그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를 해 줄 것이다.

"시즌패스 VIP가 9,900원이면 부담되는 가격은 아니네."

시즌패스는 플레이 업적에 따라 레벨이 올라가며 게임내의 재화나 아이템을 얻는 것이 기본이다.

시즌패스 VIP는 유료고객으로 일반 시즌패스가 3레벨마다 보상을 주는 것과 달리 매 레벨마다 준다.

게임을 조금만 열심히 하는 유저라면 시즌패스 VIP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는 랜덤 스킬북과 랜덤 장비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마지막에는 직업전용장비를 확정적으로 주기에 마음에 들었다.

불사자란 직업전용장비가 영혼함 말고 더 있는지 그렇지 않아도 궁금하던 차였다.

"일단 여기에도 펫은 없네."

사실 시즌패스 패치로 인해서 펫이 대한 것도 나올 줄 알았다.

인게임 상점을 열어서 보니 아직도 펫에 대한 것은 오픈이 안 되어 있었다.

튜토리얼의 링크도 여전한 상태였다.

유저의 편의성을 위해 생활스킬은 구매할 수 있다는데 언제 서비스가 제대로 될 것인지 모르겠다.

그 이외에의 자잘한 패치는 마법사들에 대한 것이었는데 나와는 상관이 없는 것이라 무시했다.

먼저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주술사 NPC를 찾았다. 애석하게도 그는 찾을 수 없었고 카쿤도 모른다고 말할 뿐이었다.

"저거 악마아니야?"

"썩이나감의 펫이라 되어 있는데?"

"오늘 펫 패치된 거임?"

히든레코드에 올라온 정보를 토대로 퀘스트를 받으며 도시를 돌아다니는 와중에 유저들은 나를 보며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썩이나감의 펫, 임프.

날 따라다니는 이 소악마의 머리 위에 적혀진 이름이었다.

전 세계의 누구도 펫을 대동하지 않았으니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했다.

"너 눈에 띄는데 좀 숨어 볼래?"

[안 가! 지옥 싫어. 여기 재밌네! 너랑 다르게 다 잘해 준다!]

오크펠슨의 NPC들도 소악마보다는 내 펫으로 인식을 하는지 귀엽다며 먹을 것을 하나씩 쥐어줬다.

임프는 양손에 소화가 잘 되는 고기와 목구멍부터 시원하게 해줄 벌꿀주를 들고 있었다.

소악마를 데리고 다닌다고 도시에서 평판이 깎일 줄 알았는데 그런 것은 건 없는 모양이다.

용병길드에서 경험치가 쏠쏠하다는 오크부족 전쟁지원 퀘스트를 받았다.

브라이크 지역의 오크부족들은 거친 환경에 비해 부족한 식량으로 인해 종종 분쟁이 일어났다.

오크펠슨에서 플레이어들은 용병이 되어 거기를 지원하면 되는 거다.

[무너지지 않는 방어선 구축.]

-검은두건 오크부족과 바위피부 오크부족의 분쟁이 잦아지고 있다. 두 오크부족은 자신들의 결투를 방해하지 않도록 중간구역에서 쏟아지는 몬스터를 막아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완료 조건 : 몬스터 방어 성공.

-실패 조건 : 몬스터 방어 실패.

그중에서 경험치 획득량이 제일 많은 것이 이 무너지지 않는 방어선 구축이다.

나 혼자서만 방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수십 명의 용병NPC들과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막타만 쳐도 퀘스트 수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형님! 출근하셨습니까!"

퀘스트를 받고 용병길드를 나오자 꼴 보기 싫은 궁신 놈이 허리를 구십 도로 숙이며 인사를 해왔다.

펫에 정보를 올린 후에 받게 된 정보인데 궁신이 나와 함께 일하고 싶다고 강하게 어필을 해왔다고 한다.

"꺼져라."

"벌써 펫도 발견하시고 역시 형님다우십니다. 형님."

"나 아냐? 왜 형님이래."

"이 바닥에서 게임 잘하면 형님 아닙니까."

협곡이라는 게임에서는 초등학생이 노데스로 캐리하면 형님이라 부르는 것도 당연한데, 혼자서 업계 최고의 오른 나에게 형님이라 부르는 것은 전혀 아깝지 않다며 쓰잘데기 없는 말을 하고 있었다.

저 나불거리는 입에 지퍼를 달아버리고 싶다.

"무슨 속셈이냐. 귀찮게."

"저 거두어 주십시요. 이래 보여도 일 잘합니다."

"거절한다. 넌 짐이야."

플레이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엮이면 내 평판까지도 떨어질 수 있는 놈이다.

황금추적자가 버린 놈을 주워갈 생각은 없다.

"저도 오늘부로 히든레코드와 계약했습니다. 그래도 같은 식구 아니겠습니까."

"아니. 난 히든레코드랑 전속계약한 적 없어. 네가 귀찮게 하면 거기랑도 끝이야."

히든레코드를 나가면 내가 어디를 갈까. 두 말할 것도 없이 다크로얄이다.

"죄송합니다. 심기를 거스르지 않게 잘 하겠습니다. 형님."

궁신은 연달아 고개를 숙이고는 물러났다.

뭔가 저놈을 보니 불편한 감정이 배속에서부터 꿀렁거렸다.

[야! 너 부하도 있었냐!]

"부하 아니다. 재랑 같이 일 안할 거야."

[재 내 부하인 거다!]

임프는 아까보다도 말이 통하지 않는 상태였다. 저놈의 상태를 보니 술잔 모양의 작은 아이콘이 있었다.

[만취.]

방금 전에 꿀꺽꿀꺽 마시던 벌꿀주에 취한 모양이다.

"저번에 주술사 퀘스트 다 밀었냐?"

"저 펫 얼마냐? 좀 팔아 봐."

입소문이 났는지 방금 전까지 없던 유저들이 2채널에 나타나 말을 걸었다.

전작에서 넘어온 유저들로 게임은 더럽게 못하는데 돈으로 스팩만 올리는 훌륭한 고객의 표본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다.

실제로 오크펠슨에 오기까지 게임 잘하는 동생들에게 게임비를 쥐어주면서 여기까지 온 경우였다.

전작의 나라면 적당하게 비위를 맞추어 주면서 돈을 받아가겠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VIP가 아닌지라 불가능합니다."

상대가 무례하더라도 처음에는 정중하게 선을 그었다.

내 VIP인 세 사람에 비하면 저들은 너무나 부족하다. 저런 것들과 거래해 봐야 썩이나감이라는 다크게이머의 이름값만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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