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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은 옷을 입지 않아-118화 (118/201)

제118화 고인물은명탐정.

[난…….]

"넌 정체가 뭘까?"

시네마틱 영상에서 보여 준 그 처절한 모습을 생각하면 더더욱 이상할 수밖에 없다.

나도 사람인지라 모든 스킬을 활용하지는 않는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신성부여라는 스킬이다.

화아아아아!

신성부여를 쓰면 3분 동안 무기에 신성력을 부여한다. 효과는 언데드 및 악마족에서 10의 공격력을 추가하는 것으로 초반에 구매를 한 것이니만큼 아주 미약한 효과를 지니고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데이터 표시가 된 위력이 아니다.

그보다는 이 신성력을 언데드와 악마가 극도로 싫어한다는 점이다.

[키아아악! 이 인간 새끼가!]

검을 들이밀자 휴프가의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지며 뒤로 물러났다. 반투명했던 몸뚱이가 붉은색으로 물들며 어린아이처럼 줄어들었다.

길게 자란 양의 뿔을 가지고 짐승의 손톱과 이빨을 가진 소악마인 임프였다.

"넌 뭐냐."

이 퀘스트에서 가장 이질적인 존재를 꼽으라면 이 눈앞의 임프였다.

적대적인 관계가 아닌 NPC인 것 같았다.

[도와줘! 나 여기서 나가고 싶어!]

"무슨 소리야."

[나 당했어! 이거 아니란 말이야!]

악마 주제에 눈물을 글썽이는 놈의 말을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주기로 했다.

임프는 영혼을 가지고 놀라며 초대를 받았다고 한다. 그걸 믿고 왔지만 여기에 갇혀 버렸고 짓궂은 장난을 좋아하는 것에 비해 이곳은 불쾌하고 답답한 일들만 매번 벌어진다고 했다.

[나 갈 거야! 보내 줘!]

"그러면 네가 나를 도와야겠지?"

[오크 영혼을 풀어줘! 리치가 문을 열고 올 거야!]

"그렇게 한다면 된다는 거지?"

[맞아! 맞아!]

임프는 이야기가 잘 통하기 시작하자 목소리가 높아졌다. 뾰족한 가시가 끝에 달린 꼬리도 신이 나서 채찍처럼 바닥을 때리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하면 되지?"

[도와줄게! 내가 할 수 있어!]

임프가 좋아서 제자리에서 팔짝팔짝 뛰기 시작했다.

[임프를 따라가시오.]

이때까지 없었던 목표도 생겼다.

임프는 육망성진을 이루는 꼭지점 중에서 12시 방향으로 안내했다. 그 돌로 쌓은 집의 앞에도 뼈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이거 연다! 가축 나온다!]

"해봐."

내 허락에 임프는 방금 전까지 보였던 경망스러운 모습을 버렸다.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며 두 손을 천천히 흔들었다. 손에는 녹색화염이 피어올랐다. 거기서 떨어지는 녹색의 가루가 뼈에 스며들었다.

[이건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어. 도망쳐야만 해!]

뼈에서 오크의 영혼이 소환되었다. 겁에 질려 석림의 비탈길을 보며 벌벌 떨었다.

[과거의 망령을 해치우십시오.]

목표가 갱신되며 석림에서 어둠이 기어 나왔다.

LV63. 감염된 구울.

맨 처음에 상대를 했던 구울과 사뭇 비슷해 보였지만, 몸에서는 녹색 체액을 끝없이 흘리고 있었다.

[너 재보다 약해! 할 수 있냐!]

임프는 나와 역병의 바위벌레를 번갈아봤다.

다시 검에 신성부여를 하고 역세기검을 사용했다. 차징게이지를 꽉 채워 휘둘렀다.

카가가가각!

감염된 구울은 언데드 특유의 느린 몸짓 때문에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맞았다.

[그워어어어!]

4m는 남은 상황에서 감염된 구울이 입을 쩍 벌리자 녹색의 날벌레들이 내게 날아왔다.

LV60. 역병벌레는 수십마리가 뭉친 군집체였는데 감염된 구울에게서 볼 수 없는 빠른 움직임으로 다가왔다.

내게 달라붙으려는 놈을 향해 힘껏 검을 휘두르자 공중에서 터지며 사라졌다. 체력이 약하고 민첩성이 강한 개채가 나와 5레벨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일격에 죽는 것은 당연하다.

[너 강하다! 뭐야!]

뒤에서 지켜보던 임프는 화들짝 놀랐다.

거기에 눈길도 주지 않고 감염된 구울에게 다가갔다. 아무래도 거리가 있으면 역병벌레를 소환하는 것 같았다.

터엉!

감염된 구울이 손톱으로 그으려고 하자 그걸 튕겨낸 뒤에 새로운 스킬인 본 브레이커를 사용했다.

콰드드득!

그 이름에 맞게 뼈가 산산이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감염된 구울은 두 번째 스킬에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위이이이잉!

그 썩은 시체에서 역병벌레가 두 무리가 나타났다.

먼저 한 무리를 배어내어 없앴다. 다른 역병벌레 무리가 나를 덮쳤지만, 이미 시공간이동자의 블링크를 사용했다.

내 위치는 역병벌레 무리의 바로 뒤였다. 체력의 손실도 전혀 없는 상황에서 공격해 없앴다.

눈물 나게도 이 몬스터들에게서는 아무런 전리품이 없었다.

[이제 불을 태울 거야! 이러면 재들은 날아가는 거야!]

임프는 다시 손에 녹색의 불을 소환해 그 영혼을 불태웠다.

[아아아. 드디어 해방되는 구나.]

오크의 영혼은 새하얀 수증기가 되어서 하늘로 승천을 했다.

[다음이다. 너 강하다. 뒤는 더 세다!]

임프는 시계방향으로 이동하며 다음 꼭지점에 향했다.

[으아아아아! 그만해! 그만하라고!]

[그냥 죽어! 제발!]

이번에는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두 오크의 영혼이 서로 뒤엉켜 있었다. 감염이 되어 검은 그림자가 몸을 덮었는데 하나는 목을 졸랐고 다른 하나는 검으로 겨드랑이를 찌르고 있었다.

내가 사전에 입수했던 대로 동족살해의 현장이다.

드드드득!

또다시 감염된 구울이 석림에서 나타날까 싶었지만, 이번에는 지면에서 몬스터가 나타났다.

LV63. 저주받은 스켈레톤.

머리 두 개에 네 개의 팔과 다리. 특히 위의 두 개의 팔은 각기 검과 채찍처럼 긴 척추뼈를 들고 있었다.

누가 봐도 전생에 뒤엉켜 죽은 오크임이 분명했다.

달그락. 달그락.

저주받은 스켈레톤은 나를 적으로 인식하고 네 개의 다리를 움직여 방향을 틀었다.

촤르르르륵!

그러자마자 뼈 채찍을 나에게 휘둘렀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채찍은 어설프게 반응해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시공간이동자의 블링크를 써서 품에 파고들었다.

콰드드드득!

그 뒤에는 곧바로 본 브레이커를 사용했다.

깊게 찌른 검에 저주받은 스켈레톤의 몸이 크게 들썩였다. 그 뒤에는 두 갈래로 나눠진 목뼈를 향해 역세기검을 사용했다.

[뭐야! 빨라! 나 너무 좋아!]

"나도 좋아. 이러니까 다들 스킬 쓰지."

나조차도 이렇게 빠른 전개속도는 예상하지 못했다. 63레벨의 몬스터라면 스킬 두 번에 무조건 죽는다. 이번처럼 내 전투가 쉽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이전이라면 튕겨내기를 쓰거나 공격 후의 짧은 찰나에 파고들어서 공격을 하는 수밖에 없었으니까.

지금의 내가 이런데 흑군이 보였던 그 엄청난 일격은 어느 정도일지 가늠이 안 되었다.

[고맙소. 보내 주어서.]

[이제 편안해질 수 있겠어.]

임프는 다음 영혼들을 승천시켰다.

[여기 나갈 수 있겠다! 너무 좋아! 리치 나빴어!]

놈은 세 번째 지점으로 외출을 나온 강아지처럼 신나게 뛰어갔다.

이번에는 첫 번째와 같이 겁에 질려죽는 영혼들이 나왔는데

감염된 구울들이 등장했는데 무려 다섯 머리가 동시에 나왔다.

신성부여를 사용하고 똑같이 역세기검을 사용해 선공을 가했다. 거기에 맞은 것은 감염된 구울 1과 2였다.

[그워어어어.]

나머지 감염된 구울들이 세 무리의 역병벌레들을 토해냈다. 놈들은 전면과 좌측, 우측으로 내게 다가왔다.

나라고 해서 동시에 받아낼 수는 없으니 먼저 비교적 제일 늦은 좌측으로 달려갔다.

촤하아악!

호쾌한 일검으로 역병벌레 2를 제거하며 이동하자 역병벌레 1과 3이 뒤를 다급하게 노려왔다.

난 그대로 감염된 구울들에게 달려갔다.

[결사항전의 영역을 사용합니다.]

"한 번 쉬면 되니까."

감염된 구울들은 죽어서도 역병벌레를 토한다. 그러니 이 숙주들을 먼저 없애야 진행이 빨라졌다.

촤악! 촥!

한껏 버프를 받은 검이 휘둘러져 감염된 구울 1과 3을 제거했다.

등을 나머지 셋이 활키고 깨물었지만 내려가던 체력은 금방 차올랐다.

[플레이어가 상태이상 중독에 걸렸습니다.]

중독도 걸렸지만 이게 결사항전의 영역에서 내 죽음을 부르지는 않았다.

30초의 시간은 놈들의 시체에서 나오는 역병벌레를 죽이기도 충분했다.

그 뒤에 해독제를 마셔 중독을 치료했다.

마나포션을 흡수한 뒤에 임프를 따라갔고 첫 번째와 두 번째에서 몬스터의 수가 늘어나는 식의 반복이었다.

육망성의 거점을 하나씩 지울 때마다 환경은 조금씩 변했다. 핏빛 하늘은 점점 주홍색이 되었고 검기만 했던 땅도 점점 회색이 되었다.

[레벨이 1 상승합니다.]

[전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육망성의 마지막 꼭지점이 되는 거점도 해결하자 드디어 레벨이 올라 58이 되었다.

딱 2레벨만 올리면 나도 드디어 60레벨이다. 순례자처럼 전직을 할 수는 없지만, 불사자 전용 스킬을 요한에게서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바였다.

[이제 그놈 올 거야! 싸워! 이겨야 해!]

임프는 육망성의 가운데로 날 안내했다.

방금 전과 태도가 달라졌다. 목소리는 기어들어가고 꼬리는 바짝 세워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누가 내 양식장을 망가트리는 것이냐.]

스산한 목소리와 함께 광채를 잃은 태양이 검게 물들었다.

검은 태양에서 계단이 만들어졌다.

리치는 그걸 하나하나 밟으며 내려왔는데 거리가 가까워지자 그 계단이 더 뚜렷하게 보였다.

리치가 밟을 때마다 절규하는 오크들의 얼굴이 드러났다. 이곳에서 거둔 영혼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오크인 줄 알았더니 인간이구나. 오냐. 너로 즐겨 주마.]

리치가 허공에 손을 그었다.

드드드드드!

지면이 떨리기 시작하며 아까 전에 상대했던 감염된 구울들이 사방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창공의 독수리를 사용합니다.]

주변을 모두 둘러볼 수 없으니 스킬로 써서 개체수를 확인했다.

미니맵에 찍힌 적의 수는 열세 개였다. 그중에서 리치를 빼면 총 열 마리의 감염된 구울이 나타난 것이다.

검에 신성부여를 한 뒤에 사정거리에 들어온 구울에게 역세기검을 사용한 뒤에 거리를 좁혀 본 브레이커로 숫자를 줄였다.

남은 것은 아홉 마리의 구울이지만, 놈들은 일제히 역병벌레들을 소환했다.

어그로를 빼기 위해 도발적인 허수아비를 네 개 설치했다.

역병벌레들인 그곳으로 향했고 막 입을 다문 감염된 구울을 하나 더 죽였다.

남은 구울은 열하나.

역병벌레가 아직 살아 있어 추가소환을 하지 않은 놈들이 내게 달려와 손톱들을 휘두르며 다가왔다.

측면으로 돌아 놈들의 대열을 비스듬한 S자로 만들었다.

역병벌레가 아직 하나 남은 도발적인 허수아비를 씹어먹고 있는 동안에 감염된 구울을 하나라도 줄이는 것이 좋다.

터엉!

[스피어마스터의 소울을 사용합니다.]

손톱을 튕겨낸 후에 활짝 열린 가슴팍을 찌르고 베었다.

일반공격이면 두 번을 해도 실피가 남았겠지만, 방어력 무시가 지속되었기에 한 번으로 끝이 났다.

일렬로 오는 적을 쓰러트리는 것은 너무나 쉬웠다.

문제는 그 뒤에 시치에서 기어 올라오는 역병벌레들이었다.

[등가교환의 방패를 사용합니다.]

공격력을 포기하고 방어력을 택한 뒤에 인벤토리에 손을 뻗었다. 바닥에 뿌리는 것은 기름통과 화약통들이었다.

역병벌레들에게 부서지기 전에 횃불을 꺼내 던져 버렸다.

콰아아아앙!

폭발이 일어나며 주변을 휩쓸었다.

등가교환의 방패의 유지시간이 아슬아슬하게 적용되어서 자칫하면 죽을 뻔했다.

상태이상 화상 때문에 화상약을 바른 후, 남은 놈들을 처리했다.

[보통 놈이 아니겠구나. 결국 나의 유흥거리가 될 것을.]

그 사이에 리치는 지면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다시 놈이 손을 젓자 저주받은 스켈레톤이 몸을 일으켰다. 그래도 이번에 나타난 숫자는 다섯 마리에 불과했다.

그때까지 나는 빠르게 개인정비를 마쳤다. 그간 잘 쓰지 않던 포션들을 사용해 마나와 스태미나를 채웠다.

액티브 스킬들이 늘어난 덕분에 악성재고들이 처리되고 있었다.

[1인 도발을 사용합니다.]

달그락 거리며 다가오는 저주받은 스켈레톤의 대열을 맨 뒤에 있는 놈에게 도발을 사용해 무너트렸다.

서로 뒤엉킨 놈들을 향해 다시금 신성부여를 한 검으로 역세기검을 사용했다.

리치가 내려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몬스터들을 소환할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패턴대로라면 죽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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