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인물은 옷을 입지 않아-116화 (116/201)

제116화 고인물은달릴뿐이다.

"오히려 내가 감사할 뿐이다. 뉴 알론에 지대한 공을 세운 이들에게는 항상 이런 선물을 주니까."

"…항상?"

록의 그 말이 뭔가를 건드렸다.

얼마 전에 유니크 스킬을 받았다던 독고무적과 흑군의 모습도 눈에 아른거렸다.

"아니겠지."

엘리멘탈 소울2는 아직 숨겨진 요소가 많았다. 하루 이틀 지났다가 히든레코드나 게임 커뮤니티를 보면 나도 모르던 정보들이 올라오고는 했다.

두 사람은 최고레벨을 찍으면서 독점하는 정보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추가적인 행보는 그들의 길드원을 보면 알 것이다.

모두가 유니크 스킬을 얻을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특별한 누군가만 얻을 수 있는지 말이다.

"고대오크전사로서 그 기상과 용기를 이곳에서 계속 세우도록 하지. 고마웠다. 친구여."

"나도 선물 고마워. 잘 지내차고."

예전과 달리 편하게 록과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꽤나 괜찮은 일이다.

기간한정인 시장직이니 한 달을 채우면 다시 록 VS 자닐의 시가전 이벤트로 다시 재선출이 될 것이다.

그때는 다시 뉴 알론에 와서 복귀할 스톤크 시장에게서 퀘스트가 있는 지를 확인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아니면 저번에는 골드캐시에 의해 제대로 참여하지 못한 시가전에서 포인트 1등을 찍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물론 레벨업이 급선무지만."

그 두 사람이 귀띔을 준 것을 기억하자.

레벨60까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니 이대로 더 박차를 가하면 된다.

"난 이곳을 제패할 것이니 먼저 돌아가라."

록에 이어 잭칼도 이탈을 해 뉴 알론에 남기로 했다. 그를 데리고 올 때 한 말이 있으니 자연스러운 수순이기도 했다.

"투기장 최고가 되라고."

"당연하지. 내가 고대오크전사다. 절망을 막아낸 진정한 사내대장부다."

팔짱을 끼며 거만한 모습을 보이는 잭칼은 내 옆에서 쏠쏠한 활약을 했다. 그의 탱킹력이 아니었다면 중간에 몇 번은 죽었을 것이다.

"너는 농장에 돌아갈 거냐?"

"아니. 이곳에서 절망에 맞서 싸울 것이다. 고대오크전사라면 절망의 산맥까지 가야 하니까."

그레골라도 마찬가지로 뉴 알론에 남았다. 아예 록에게 추천장을 받아서 뉴 알론의 병사가 되어버렸다.

절망하는 산맥의 고대정령까지 토벌도 끝났고 고대오크전사로서 남겠다니 할 말은 없다.

내가 저들을 부추겼으니 후속 퀘스트가 없나 보구나 하고 돌아갈 뿐이다.

오크펠슨으로 복귀하고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내가 2채널에 있다는 점이다. 그간 오크펠슨에 처박혀 있는 동안에 유저의 수가 더 늘어난 모양이었다.

용병길드에서 새로운 퀘스트를 받으러 가는 길에  주술사 NPC가 골목으로 나를 잡아끌었다.

"수고 많으셨소."

"그 친구들은 뉴 알론에 남겠다고 했는데 그러면 되는 거죠?"

혹시나 연계가 되는 퀘스트가 있다면 환영이다.

레벨업이 조금은 늦어졌지만 결국 시공간이동자의 블링크라는 엄청난 스킬을 얻게 된 것은 이득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이오. 거기서 그들은 고대오크전사로서의 모습을 보이겠지. 전설이 되어 이곳으로 돌아올 것이오."

주술사 NPC는 내게 손을 뻗었다. 주름이 진 텅 빈 손바닥이 봄의 꽃처럼 만개했다.

우우우웅!

인벤토리에 있는 완성된 고대오크전사의 증표가 다시 진동과 함께 빛을 발했다. 그건 주술사 NPC를 향해서였다.

[파악을 사용합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스킬을 쓰니 주술사의 몸에서는 카쿤보다도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러면 굳이 날 보낼 이유가 없었다.

"본래의 자리에 가져다 둘 것이오."

"죽음의 수련관을 지키는 분입니까?"

"물론이오."

"당연히 드려야죠."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니 아쉬울 것도 없었다.

고대오크전사의 증표는 주술사의 손에 닿는 순간에 세 조각으로 나눠졌다.

"지금보다 더 강해지면 오크펠슨에서 귀한 인연을 만나겠어."

그 말에 내 낮은 레벨로 인해 스토리 진행이 막혔음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머릿속에도 레벨을 올리라던 흑군의 말이 되새겨졌다.

난 곧바로 용별길드에 갔다.

현재 레벨은 57이고 무려 3레벨이 남았지만, 경험치는 85%였다. 사실상 2레벨만 남은 셈이니 저번 석림 때처럼 필드사냥을 하면 된다.

"아니면 석림으로 가거나."

용병길드에 빼곡하게 채워진 퀘스트들을 살폈다. 거기는 상당수가 전장에 파견이 되는 것이었다. 거기에 흥미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전장은 눈 먼 화살이나 창칼이 너무 많이 날아온다.

"여기에 있다."

세 번째 페이지부터 석림에 관련된 임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는 죽음의 수련소를 거치며 만난 몬스터들 퇴치는 일단 승낙은 했다.

내 동선에 끼어 있으면 금방 해결하면 된다.

진짜 목표는 석림중앙에 있던 공터 쪽의 퀘스트다.

[석림의 수상한 소리.]

-석림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오크펠슨의 사람들이 출입을 하지 않는 위험한 지역이다. 그곳의 질 좋은 야생식물을 채취하는 이들의 말에 따르면 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고 한다.

-완료 조건 : 석림 중앙 탐색.

-실패 조건 : 퀘스트 실패.

수십 개의 퀘스트 중에서 단 하나라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그거 할 거냐?"

"무슨 문제가 있나요?"

"안 해도 된다. 폐기하지."

용병길드장인 프록슬터가 내가 쥔 의뢰를 뺏으려고 손을 뻗었다.

갑작스런 행동에 확신했다.

이 퀘스트 뒤에 무언가가 있다.

그에게 의뢰를 뺏기기 전에 시공간이동자의 블링크로 사라졌다.

"어디로 사라진 거냐!"

프록슬터는 놀라 좌우를 살폈다. 자신의 거대한 덩치에 가려진 내 모습을 미처 보지 못하고 있었다.

"제 의뢰니까 할게요. 문제가 있습니까?"

"그건 너 같은 B등급이 열람할 것이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열람이 되었잖아요."

뉴 알슨이나 오크펠슨이나 등급이 있고 그에 따라 의뢰를 선택을 하는 시스템이다. 제일 큰 조건은 자격이 있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가지고 있는 명성이나 진행해 온 퀘스트 및 다양한 것에 따라 공개가 되는 것들이 있다.

"그야 네가……."

프록슬터는 호쾌해 보이던 것과 달리 쉽게 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거렸다.

"예상되는 것은 고대오크전사와 관련되어서가 맞죠?"

"그렇기는 한데 주술사가 넌 좀 지켜보라고 했단 말이다."

"이 퀘스트 잘 끝내나 지켜보면 되겠죠. 어차피 내 목숨인데."

"정보길드에 꼭 들러라."

프록슬터는 어쩔 수 없다며 내게서 퀘스트를 뺏을 생각을 버렸다.

내 목적이 단순히 퀘스트만은 아니었다.

프록슬터에게서 용병길드의 스킬 목록들을 확인했다. 이번에는 구매할 가치가 있는 스킬들이 대거 올라와 있었다.

[슬라이딩LV1.]

-종류 : 액티브 스킬.

-효과 : 달려가던 그대로 미끄러지듯이 낮은 자세로 이동을 합니다. 가속도에 따라 이동거리가 늘어납니다.

-쿨타임 : 10초.

-스태미나 소모량 : 100.

기본적인 스킬이지만 이게 있고 없고의 차이는 컸다.

[밀쳐내기LV1.]

-종류 : 액티브 스킬.

-효과 : 마주한 적을 밀쳐서 넉백을 시킵니다.

-쿨타임 : 30초.

-스태미나 소모량 : 50.

두 번째 선택은 밀쳐내기다.

예전에 오니기리에게 발등을 밟힐 때 필요성을 느낀 스킬이다. 초근접전에서 상대의 공격 타이밍을 망가트리기에 적합했다.

[볼텍스 스탭LV1.]

-종류 : 액티브 스킬.

-효과 : 단일대상에게 물리공격력 130%의 피해를 줍니다. 상대의 이동속도를 10% 감소시킵니다.

-쿨타임 : 2분.

-마나 소모량 : 150.

내가 진짜 만족을 한 것은 볼텍스 스탭이었다.

팔을 비틀며 검을 찌르는 스킬은 역세기검보다 월등히 데미지가 높을뿐더러 방어력 감소효과까지 있었다. 특히 내가 기대를 한 것인 이 스킬이 찌르기 모션이라는 거다.

난 곧바로 스킬합성을 켰다.

왼쪽에는 볼텍스 스탭을 넣었고 가운데에는 마석, 오른쪽에는 이때까지 나를 지탱해준 회심의 찌르기를 넣었다. 경직이 된 상대에게 추가데미지를 주는 회심의 찌르기 덕분에 몬스터는 물론 유저의 공격도 악착같이 튕겨내기를 쓰는 버릇이 생길 정도였다.

[볼텍스 스탭과 회심의 찌르기의 스킬합성을 진행하시겠습니까? Y/N.]

마석은 넉넉하니 이 시도에 망설임은 없었다.

[스킬합성이 실패하였습니다.]

모든 시도가 성공할 수 없으니 다시 한 번 마석을 넣고 합성을 시도했다.

[스킬합성이 실패하였습니다.]

스킬합성의 성공률이 무조건 높을 수는 없다.

한 번에 성공했던 적이 있다면 두 번 연달아 실패할 수도 있다.

마석만 사라지는 것이니 부담은 느껴지지도 않았다.

[본 브레이커를 생성하였습니다.]

스킬은 다행히 합성이 되었고 알림에 명시된 이름은 꽤나 그럴 듯했다.

[본 브레이커LV1.]

-종류 : 액티브 스킬.

-효과 : 단일대상에게 물리공격력 150%의 피해를 줍니다. 상대의 넉백시키며 이동속도를 20% 감소시킵니다. 경직된 상대의 경우 기절시킵니다.

-쿨타임 : 2분.

-마나 소모량 : 300.

본 브레이커의 성능은 무척이나 훌륭했다.

역세기검이 사정거리가 긴 스킬이라고 하더라도 차징을 하지 않으면 물리공격력 110%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데미지를 보장해준다.

내 구미를 당기는 것은 넉백 효과와 이동속도를 늦추는 거다. 심지어 추가 기절도 들어가니 본 브레이커 후의 추가타로 어지간한 유저들의 숨통을 모두 끊을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나 정말 강해지고 있구나."

재료가 되는 볼텍스 스탭을 금화를 무더기로 썼지만, 본 브레이커가 되었으니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두 번째 들린 정보길드에서는 해당 퀘스트를 진행할 장소에 대한 정보를 구매했다. 무려 30금화나 했는데 그 이야기는 꽤나 흥미로웠다.

[오크펠슨의 설립 이전의 역사.]

……오크펠슨에 터를 잡기 이전에 오크들은 몬스터들의 습격에서 보다 안전할 석림의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에서 임시로 터를 잡았으나 그 잠깐의 안락함은 거짓된 것이었다.

역병이 돌기 시작했으며 수많은 오크들이 서로를 죽였다.

동족살해에 지친 오크들은 석림에 마련한 터를 불태우고 지금의 오크펠슨으로 이동을 했다.

그때의 일은…….

얇은 양피지에는 석림에서의 일화를 소개해 주고 있었다.

역병. 동족살해. 그 어디를 봐도 굵직한 퀘스트가 있을 것처럼 보였다.

이곳을 택한 것은 옳은 선택이다.

퇴마에 관련되었으니 특히 성수를 대거 챙기며 석림으로 이동을 했다.

서브용으로 챙긴 퀘스트 중에 하나인 바위투구독벌 퇴치는 예전에 설치해 둔 거대 쥐덫이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벽타기를 사용해 날카로운 바위 위에 올라갔다.

전처럼 다섯 개의 바위에 발판을 설치할 생각이 없었다.

지금 내가 있는 곳과 우측에 있는 바위 딱 두 개만 할 생각이었다.

거대 쥐덫으로 발판을 만든 뒤.

바위투구독벌은 겨우 20 마리와 여왕벌만 없애면 된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 숙련된 조교로서 업무를 시작했다.

*       *       *

[망겜무새 : 썩이나감 이제 끝난 것 아니냐? 이번 레이드 찌발렸다면서.]

[아수라 : 걍 미친놈임. 다들 레이드 뛸 때 일본애들 잡으면서 컨셉샷만 찍음.]

절망하는 산맥의 고대정령 제2회차 레이드의 결과가 나온 이후에 유저들은 심도 있는 토론을 나눴다.

1회차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인 것은 썩이나감이었다.

이번 2회차에는 모든 판도가 뒤집어졌다. 썩이나감은 랭킹 1위부터 3위까지를 자신의 파티로 집어넣는 만행을 저질렀으면서도 저번보다 대폭 레이드 랭킹이 떨어졌다.

반면에 순위권 밖이었던 흑군과 독고무적은 나란히 최정상을 차지했다.

특히 화제가 되는 것은 두 사람이 펼친 그 스킬들이었다.

필드에서 본 모든 사람들이 저건 유니크 스킬이라고 밖에 외칠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썩이나감이 일본서버의 침략에 거둔 활약이 고스란히 묻혀 버릴 정도였다.

"그런데 왜 나락가는 놈을 지켜보라는 거야."

궁신은 투덜거리면서도 오크펠슨으로 돌아온 썩이나감을 쫓았다.

홀로 쇼핑을 즐기던 그는 석림으로 들어갔다.

오크펠슨의 인근에 석림이라는 지역이 있는 줄도 몰랐던 궁신은 주변을 유심히 살폈다.

썩이나감이 왔다면 엄청난 비밀이 숨겨졌을 거다.

"저게 맞는 거야?"

곧이어 높게 솟은 바위위에서 춤을 추듯이 몬스터를 사냥하는 그를 보며 궁신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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