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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은 옷을 입지 않아-26화 (26/201)

제026화 고인물은대단하다.

"너부터 끝내자."

다행이라면 포식이 끝나기까지 시간이 남았다는 점이다.

거대수개미에게 집중할 수 있다.

쿠우우웅!

멀지 않은 곳에서 개미집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메탈베어가 또 개미집을 부순 것이다. 아직 이곳에 오려면 시간이 남았다.

타악! 탁!

거대수개미는 위협적으로 나를 씹으려고 했다. 그때마다 피했기에 턱은 허공을 씹었다.

터엉!

세 번째 공격은 기다렸던 것이기에 튕겨냈다. 그 드러난 빈틈에 검을 찔러 넣었다.

푸욱!

[키헤에엑!]

거대수개미가 주춤거렸다.

3페이즈에 돌입한 놈의 껍질전체에 균열이 가며 개미산이 뚝뚝 흐른다.

촤하아악!

거대수개미는 제자리에서 빙글 돌았다. 놈을 중심으로 2M로 개미산이 뿌려진다.

뒷걸음질을 치다가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백스텝으로 물러났다. 조금만 늦었어도 뒤집어쓸 뻔했다. 너무 여유를 부리는 것은 고쳐야 할 버릇이다.

[키하아아악!]

거대공주개미가 포식을 끝내고 2페이즈에 돌입했다. 체력은 다시 차올랐고 날개도 새로 돋았다. 가시넝쿨을 걸친 것처럼 날카로운 뿔들이 자라났다.

쿠웅!

거대공주개미가 다시 천장에 붙는다. 그리고 활짝 펼친 날개를 가늘게 떤다.

콰과과과!

그에 호응하듯이 거대수개미가 나에게 달려온다. 놈의 체력이 떨어지기를 바라며 구르기로 피했다.

쿠웅!

거대공주개미는 그걸 노렸다. 천장을 박차고 날아오는 위압감은 마치 폭탄과 같았다.

이번에는 구르기와 백스텝을 사용해 확실하게 거리를 벌렸다.

쿠우우웅!

거대공주개미의 착지가 미친 여파는 이전보다 컸다.

발아래의 지면이 금이 갈 정도의 임팩트다. 포식 이후에는 확실하게 거리를 벌리라는 공략이 주효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공격을 잇고 싶었다.

두두두두!

문제는 개미산을 쏟아내며 달려드는 거대수개미다.

검을 거두고 슬링을 들었다. 거기에 얹은 것은 빙결의 구슬이었다. 아주 조금이라도 놈의 발이 멈추기를 바랐다.

퍼억!

힘껏 던진 빙결의 구슬은 거대수개미의 머리에 적중했다. 놈의 몸뚱이에 옅은 서리가 끼었다. 달려오는 속도 또한 미약하게나마 느려졌다.

그사이에 거대공주개미가 다시 나에게 달려들었다.

공중에서의 낙하를 피하며 슬링으로 계속 거대수개미를 공격했다.

슬링의 데미지가 약한 것은 문제가 아니다.

3페이즈의 거대수개미가 알아서 자멸을 했기에 속도를 늦추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선택이었다.

쿠우우웅!

[키…히익.]

또 다른 개미집이 무너졌다.

거대수개미도 버티지 못하고 죽었다.

남은 것은 2페이즈의 거대공주개미였다.

[키하아아악!]

짝을 잃은 거대공주개미는 개미집 전체가 떠들썩하게 울부짖었다.

지금부터가 진짜다.

거대공주개미의 공격패턴이 달라졌다. 벽을 물어뜯고는 나에게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내 몸뚱이만 한 크기의 잔해가 날아온다.

쿠웅! 쿵!

이 공격 자체는 어렵지 않다.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거리를 좁혔다.

파르르르!

잔해에 시야가 가려지는 순간에 날개가 떨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떤 것인지 모를 수 없다.

곧바로 우측으로 몸을 굴렀다. 시야에 잡힌 거대공주개미는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드러나는 순간에 달려들었다.

이 엇박자는 분명히 위협적이다.

힘에만 투자를 한 캐릭터들은 여기서 그대로 녹아 버린다고 했다.

모른다면 무조건 죽을 수밖에 없다.

"미안하지만."

이미 공략을 본 나는 제외다.

백스텝을 익혔음이 이렇게 다행일 수 없다.

콰드드득!

거대공주개미가 스쳐 지나간다. 날카로운 뿔에 자칫하면 몸이 뜯겨나갈 뻔했다.

[스피어마스터의 소울을 사용합니다.]

거대공주개미가 벽에 부딪혀서 잠깐 경직이 된 순간을 놓칠 수 없다.

앞으로 달려가 뒤를 연달아 베었다.

[키하아아악!]

거대공주개미의 체력이 듬성듬성 깎인다. 끝을 내려고 했지만 천장으로 날아가 다른 개미로 포식을 하기 시작했다.

그냥 먹게 둘 수 없지.

슬링에 차례대로 화염의 구슬과 전기의 구슬을 얹었다.

피해를 입었음에도 거대공주개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쿠우우우웅!

메탈베어는 또 다른 개미집을 부서트렸다. 문제는 그 소리가 너무 가깝다는 점이다.

쿠웅! 쿠웅!

놈이 다가오는 소리도 선명하게 들린다. 제발 다른 개미집을 노리기를 바랐다.

지금은 거대공주개미로도 벅차니까.

[키하아아악!]

승부를 재촉하듯이 거대공주개미가 3페이즈에 들어섰다.

레벨도 1이나 더 오른 녀석은 입에서 산성독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침을 뱉듯이 개미산을 쏜다.

공략에서라면 턱에서 질질 흐르는 침이 끊긴 뒤에 개미산을 뱉는다고 한다.

[크어어어어어!]

메탈베어의 포효가 이곳에 터졌다.

[플레이어가 상태이상 위압에 걸렸습니다.]

[전체 능력치 10%가 하락합니다.]

"이런."

하필이면 이곳인가. 제발 아니기를 바랐기에 입이 쓸 수밖에 없다.

[키히익!]

천만 다행이라면 거대공주개미의 어그로가 그곳에 쏠린 것이다.

[키하아악!]

잠자코 있던 거대여왕개미의 명을 내린다. 그저 대기만 하고 있던 거대개미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거대일꾼개미들은 거대여왕개미를 옮기고 거대병정개미들은 바깥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메탈베어를 상대하기 위함이다.

투두둥!

거대공주개미가 나를 향해 위협적으로 개미산을 뱉어댔다.

개미산을 피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저격총처럼 단발로 쏘는 것인지라 다음 공격까지 속도가 느렸다.

지그재그로 움직이면 거대수개미가 공중에서 뿌리던 개미산보다 피하기 쉬웠다.

콰드득!

거리를 줄이던 중 메탈베어가 거대병정개미들을 모두 짓밟고 외벽을 부수기 시작한 것이다.

거대공주개미는 나와 메탈베어를 번갈아 본다.

메탈베어의 어그로가 너무 크다.

짧은 순간이지만 저건 놓칠 수 없다.

자리를 박차고 달려간다. 뒤늦게 뱉은 개미산을 피해 굴렀다.

치이익!

개미산이 허무하게 나를 스쳐 지나간다.

거대공주개미의 곁눈이 나를 보며 다시 개미산을 모을 때, 내 검이 먼저 휘둘러졌다.

촤아악!

뱉는 것보다 더 빨리 내 검이 거대공주개미를 공격했다.

산을 뱉을 것을 포기한 거대공주개미가 반격을 위해 거대한 몸뚱이를 들이밀었다. 가시처럼 뾰족하게 난 가시들 때문에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콰득! 콰득!

기세를 탄 거대공주개미는 커다란 턱으로 나를 씹어 먹으려고 했다.

이 패턴은 거대수개미와 다르지 않다.

터엉!

익숙한 자세로 거대공주개미의  턱을 쳐냈다.

[스피어마스터의 소울을 사용합니다.]

매번 느끼지만 이 문구가 뜰 때마다 온몸에 힘이 샘솟는다.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담아 경직이 된 단단한 껍질에 검을 찔러 넣었다.

푸욱!

[키하아악!]

거대공주개미는 비명을 질렀다. 방어력이 높아졌지만 스피어마스터의 소울을 쓴 나한테는 효용이 없다.

촤아악!

검을 뽑은 뒤, 얇은 허리를 베었다. 내심 끊어지기를 바랐지만 거대공주개미는 죽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아직 남은 체력은 30%에 달했다.

치이이익!

"빌어먹을."

문제는 개미산이 검을 타고 내 손등에 닿은 것이다. 시야가 어두워지자 황급히 힐링포션과 해독포션을 섭취했다.

바닥을 향해 떨어지던 체력이 간신히 다시 차올랐다.

시야도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파르르르르!

추격을 하지 못한 사이 거대공주개미가 날갯짓으로 물러났다. 다행인 점은 추가적인 포식이 없다는 점이다.

다시금 거대공주개미는 벽을 물어뜯어 던졌다.

같은 패턴에는 같은 대응이다.

콰드드득!

거리를 좁히는 사이에 옆에서 메탈베어의 발톱이 불쑥 튀어나왔다.

저 단단한 외벽을 종잇장처럼 찢어 버리다니.

몇 개의 개미집을 없애 강화가 된 메탈베어의 몸에서는 붉은 오라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이 개미집을 무너트리는 것도 금방일 것이다.

투두둥!

거대공주개미가 쏘는 개미산이 다시 나를 집중하게 만들었다.

놈이 던진 바위에 숨어 한 차례 피하며 숨을 돌렸다.

거리를 좁히는 것은 그 뒤다.

파르르르!

다시금 날갯짓 소리가 들린다.

역시 모습이 완전히 가려지면 준비하는 것인가.

쿠우웅!

거대공주개미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3페이즈이기에 더 강력해진 공격은 정확하게 피했음에도 간담이 서늘할 정도였다.

콰앙! 쾅!

이윽고 그 거친 턱이 향하는 것은 다리를 노려왔다. 얼른 발을 빼자 강철 같은 턱이 바닥을 으깨 버렸다.

거대공주개미와의 거리가 너무 가깝다. 이 거리에서 저놈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브무기인 모닝스타로 바꿔 쥐어 놈의 다리 하나를 후려쳤다.

콰득!

[키헤익!]

거대공주개미의 다리가 부러지며 몸이 앞쪽으로 쏠린다. 절뚝거리는 놈이 다시 머리를 지켜든다.

이때를 놓칠 수 없다.

쿠우우우웅!

"헉!"

굉음과 함께 개미집이 크게 흔들린다.

메탈베어의 부딪침의 충격이 남다르다. 개미집 전체에 가해진 균열이 심상치가 않다.

다음에 부서진다.

그 전에 끝내야만 한다.

[키하아악!]

다급한 것은 나 혼자만은 아니었다.

터엉!

드디어 틈이 보인 거대공주개미의 머리를 위로 튕겨낸다. 뒤이어 두 손으로 쥔 모닝스타로 힘껏 머리를 찍어 버렸다.

콰드득!

모닝스타가 머리를 완전히 으깨 버렸다.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좋아."

드디어 지긋지긋한 퀘스트를 끝냈다.

거대공주개미의 전리품을 수습하고 거대수개미에게로 달려갔다.

놈의 시체에 손을 뻗는 순간.

쿠우우웅!

다시금 메탈베어가 부딪친다.

쩌저저적!

나무가 분질러지는 소리와 함께 개미집이 뒤로 넘어진다.

"제발. 뭐라도 잡고 죽게 해 주라고!"

손에 닿을 것 같았던 거대수개미의 시체가 먼저 떨어진다. 좇기 위해 땅을 박차고 손을 뻗었다.

콰르르릉!

산산조각이 부서지는 개미집의 잔해가 날 뒤덮는다. 시야가 가려졌기에 제대로 전리품을 획득했는지 알 수 없어 이를 갈 뿐이었다.

[YOU DIED.]

익숙한 화면과 함께 불사자의 영혼함에서 살아났다.

퀘스트가 끝났기에 시야를 가로막았던 모든 것들이 사라져 있었다. 탁 트인 필드에 보이는 것은 거대개미와 뒤에 펼쳐진 녹림이었다.

불안한 마음에 인벤토리를 열었다. 추가가 된 것은 무기 하나와 주황색 스킬북 하나. 그리고 거대개미의 껍질과 같은 소소한 재료들이었다.

"다 회수했구나. 다행이다."

무기는 거대공주개미에게서 얻었다. 주황색 스킬북은 거대수개미의 것이었다.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붉은색 스킬북보다 검이 미확인 아이템이라는 점이 날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 더럽게 어려운 퀘스트를 깼으니 분명히 날 만족시킬 것들이겠지!

뉴 알론으로 돌아가 얼른 두 개의 아이템을 감정을 받았다.

"자네는 정말 대단하구만!"

몬스터 헌터 길드의 감정사는 다른 이들이 쳐다볼 정도로 크게 소리쳤다.

평소와 다른 저 격한 반응에 더 큰 기대가 생겼다.

"왜 그러지?"

"거대공주개미와 거대수개미를모두 잡은 건가? 그렇지 않고서는 나오지 않는 물건이야!"

과연 감정사는 감정사인가. 수많은 유저들의 수근거리는 것이 점점 불편해진다.

빼앗듯이 건네받은 검은 눈을 의심하게 했다.

[거대공주개미의 검]

-등급 : 레어.

-공격력 : 67~83.

-효과 : 공격속도 10% 상승, 데미지 비례 체력회복 5%, 절단LV1, 출혈LV2, 파괴LV2.

-설명 : 거대공주개미의 흉험한 턱으로 만들었다. 거칠고 날카로워 검이지만 양손으로 쓴다면 둔기로서의 활용도도 가지고 있다.

공격력 자체도 기존에 쓰고 있던 예리한 롱소드보다도 높다. 거의 2.5배에 달할 정도다.

뒤에 붙은 효과도 만족스럽다.

공격속도 상승은 나쁜 옵션은 아니다. 체력회복도 마찬가지다.

고정으로 붙은 스킬들은 더 좋았다.

상태이상 확률이 아니라 스킬로 붙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명중만 하면 보다 확실하게 효과가 일어난다는 뜻이다.

둔기로서의 판정도 마음에 들었다.

모닝스타를 쓸 필요도 없었다.

"좀 큰 것이 아쉽지만."

검인데 둔기 판정을 받는다. 그 설명에 어울리게 모양은 흉측하다.

거대공주개미가 3페이즈 때의 턱을 그대로 뽑은 것처럼 손잡이를 제외한 모든 부분에 날카로운 뿔이 솟아있었다. 냉정하게 검이라 불리는 것이 기이할 정도다.

"그리고 내 주황색 스킬."

두 번째 감정품은 얼마나 나를 기쁘게 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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