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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전해드립니다-173화 (173/182)

173화

Chapter 50. 결착 (1)

“······네 목적은 하영이의 몸이잖아.”

“설마. 내가 그런 어린애한테 욕정을 품을 거 같아? 난 그저 오늘 하루만 민하영이 여기에 있어줬으면 하는 것뿐이야.”

강태진은 양팔을 넓게 펼쳤다.

마치 연극배우처럼. 과장된 몸짓과 함께 입을 열었다.

“그래, 딱 오늘 하루만. 그거면 충분해. 내일은 다시 돌려보내 줄 거다. 물론 너도 함께.”

며칠 전, 옥상에서 협박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

그는 달콤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그 전에 네게 조금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8년 전, 수단의 사이비교주 토벌 작전.”

그러던 그 순간, 민호가 강태진의 말을 끊었다.

민호는 강태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때 있었던 일을 들었다. 네 목적은 이미 알고 있어.”

한 마디로 더 이상 개수작부리지 말라는 소리였다.

그리고 강태진은 민호의 말을 찰떡같이 잘 알아들었다.

“후우, 차미래. 진짜 얘는 도움 되는 게 하나도 없다니까.”

어깨를 으쓱거린 강태진.

그는 별안간 민호의 머리채를 꽉 움켜쥐었다.

“크윽······!”

“들켰으니 별 수 없지. 딱 한 번만 말할 테니까 잘 들어.”

신사답게 대해준다는 말을 한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았건만, 강태진은 벌써 태도를 바꿨다. 그는 살기가 잔뜩 깃든 눈을 번들거리며 속삭였다.

“조금 있다가 민하영을 여기로 데려올 거다. 그리고 걔한테 시킬 일이 하나 있어. 거기에 협조해라. 그럼 무사히 돌려보내 줄 테니까.”

웃기지도 않는 개소리였다.

민호는 이를 악 문채 끝까지 발악했다.

“끅! 하, 하영이는, 무사할 수가, 없는 거잖아······!”

“지금 제물의 걱정을 할 때가 아닐 텐데? 여기서 같이 죽고 싶은 거냐?”

강태진의 손이 민호의 목줄을 조여 왔다.

다급한 상황 속에서도 민호는 끝까지 할 말을 내뱉었다.

“······하영이는, 제물이, 아니야.”

“후우,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말귀를 못 알아먹는 새끼야.”

얼굴을 구긴 강태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어 담배에 불을 붙인 그는 매캐한 담배연기를 내뿜은 뒤, 입을 열었다.

“슬슬 단념해라. 어차피 걔는 오래 못 살아.”

“뭐, 뭐?”

“욕심 많고 멍청한 어미를 둬서 업보가 많이 쌓였거든. 악덕도 그렇지만 망자들의 원한이 극에 달했어. 가만히 내버려 둬도 올해가 한계일 거다.”

개소리를 내뱉던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말투에 민호의 눈동자가 가늘게 떨렸다.

“물론 내가 그 몸을 차지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때 강태진이 히죽 웃었다.

그러더니 다시 민호와 시선을 마주했다.

“마지막으로 묻지. 내게 협조할 생각이 있나? 만약 그렇다면 한동안은 너와 어울려주마.”

“뭐? 그건 또 무슨 소리······?”

“네 소꿉장난에 협력하겠다는 소리다. 내가 민하영이 돼서 한동안 함께 다녀주지.”

몸을 갈아탄 다음, 한동안 네 곁에서 민하영 행세를 하겠다.

그 소름끼치는 발상에 민호는 고개를 푹 숙였다. 이에 강태진은 민호가 갈등한다고 생각한 듯, 더욱 은근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걸로 된 거 아니야? 어차피 네 목적도 민하영의 몸뚱어리일 테니까. 협조만 해준다면 널 위해서 며칠정도는 이 몸뚱어리를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툭-

그때 강태진의 얼굴에 누런 가래침이 튀었다.

그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지는 걸 바라보며 민호는 입가를 이죽거렸다.

”닥쳐. 귀가 썩을 거 같으니까.”

“······그거 안 됐군.”

콰드득!

악귀처럼 얼굴을 구긴 강태진이 민호의 머리를 짓밟았다. 목뼈가 으스러질 것만 같은 충격에 민호는 낮은 비명을 내뱉었다.

“끅! 끄흐윽!”

“뭐, 그래도 넌 생각보다 잘 해줬다.”

손수건을 꺼내 가래침을 닦아낸 강태진이 담담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적어도 민하영이 널 굉장히 의지하게 만들었으니까.”

그 중얼거림에 민호는 이를 악 문채 강태진을 노려봤다.

동시에 강태진이 비릿하게 웃었다.

“굳이 네 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소리야.”

꾸드득-

강태진의 발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민호는 이를 악물며 버텨냈다. 능력을 사용해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참고자 결심하며 민호는 고통을 버텨냈다.

그러자 그때, 강태진이 민호의 머리에서 발을 떼어냈다.

“컥! 허억, 허억!”

민호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강태진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차갑게 중얼거렸다.

“방금 내가 했던 제의는 류화연과의 인연을 생각해서 베푼 최후의 자비다. 넌 그걸 무시했고. 이제부터 대가를 치르게 될 거다.”

“끄흐, 아까부터 무슨 소리를······.”

강태진을 노려보며 그렇게 묻던 그때.

멀리서 한 무리의 마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엔 마인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원피스를 예쁘게 차려입은 여성도 함께였다.

이를 본 민호는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하, 하영아······.”

“민호 오빠!”

곧이어 하영도 민호를 발견했는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민호의 등장보다는 만신창이가 된 모습에 더욱 놀란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말이다.

“후후, 감동적인 재회네. 아주 눈물이 날 정도야.”

그때 이를 보던 강태진이 느릿하게 박수를 쳤다.

그러자 강태진의 코앞까지 끌려온 하영이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강 변호사님? 이게 대체 무슨······.”

하지만 강태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대뜸 민호의 얼굴을 걷어찼다.

퍼억!

“크헉!”

“오, 오빠! 강 변호사님! 지금 뭐하는 짓이에요!?”

민호가 바닥에 쓰러지자 하영이 황급히 민호를 부축하고 나섰다. 비명을 지르듯이 따지는 모습에 강태진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아, 신경 쓰지 마. 그보다 아저씨가 부탁하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들어줄 거지?”

“하영아, 듣지 마! 들을 필요도 없는······. 커헉!”

“꺄아악! 오빠!”

민호를 향해 재차 날아드는 발길질에 하영은 비명을 질렀다.

일방적인 폭력에 민호가 끔찍한 고통에 신음하던 그때.

강태진이 하영을 민호에게서 떼어냈다. 그러고는 미리 준비해둔 휴대폰을 하영에게 건넸다.

“내 부탁은 간단해. 거기에 적힌 걸 보고 읽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제, 제가 왜······.”

하영이 소심하게 반항했다.

민호의 말에 따라, 읽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리라. 그런 하영의 태도에 태진은 아무 말 없이 히죽 웃었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그대로 민호의 배를 걷어찼다.

“크헉! 우웨엑!”

“오, 오빠!”

하영이 비명을 질렀지만 강태진은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민호도 보통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 같으면 제발 그만하라고 빌 법도 했지만 그는 이를 악문 채 고통을 견뎠다. 오히려 끝까지 할 말을 내뱉었다.

“끅! 끄흑! 하, 하지 마. 하영아. 절대 말하지 마······.”

“흐으, 하여간 지독한 새끼라니까.”

강태진이 미간을 좁혔다.

그러던 중 그의 안색이 순간 밝아졌다.

“아, 맞아. 그러고 보니 우리 예전에 하려다 못한 게 있었지?”

싱긋 미소를 지은 강태진.

그는 대뜸 민호의 왼팔을 붙잡았다.

“우선 이쪽 팔부터 시작하자.”

곧이어 섬뜩한 소리가 들렸다.

뿌득-

“아아아악!”

장난감 인형의 팔이 꺾이는 것처럼 민호의 팔이 돌아가서는 안 되는 방향으로 뒤틀렸다. 그 고통만큼은 차마 견딜 수 없었는지, 민호가 처절한 비명을 내뱉었다.

이를 본 하영은 결국 그 자리에 무너졌다.

“그만해요! 할게요! 시키는 대로 할 테니까 제발 그만······!”

하영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흐느꼈다.

이에 강태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에게 건넸던 휴대폰을 가리켰다.

“읽어. 처음부터 끝까지.”

하영은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 모습에 민호가 다시 손을 뻗었다.

“하, 하영아. 안 돼······.”

“미안해요, 오빠. 하지만 저, 전 이제 더 이상 못 보겠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하영은 흐느꼈다.

그 광경을 보면서 민호는 이를 악물었다. 저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몸을 옮기는데 필요한 의식 중 하나이리라.

그렇다면 당장 멈춰야만 했다. 민호는 능력을 쓰고자 결심하고는 입술을 달싹였다.

그런데 그때, 다시 비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상에. 저, 전달자님.]

[어떻게 사람이 이런 짓을······.]

[걱정 마세요. 곧 천계의 도움이 도착할 테니까요!]

곧 천계의 도움이 도착한단다.

어떤 형태의 도움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민호는 천계가 준다는 도움이 어떤 것인지 눈치 챌 수 있었다.

쿠릉! 쿠르릉!

별안간 하늘에 먹구름이 꼈다.

이는 결코 자연현상이 아니었다. 아무리 소나기가 온다고 한들, 불과 몇 초 만에 파란 하늘이 검게 물들진 않을 테니까.

거기에 이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먹구름에서 밝은 빛이 번쩍거렸던 탓이었다.

이 갑작스런 변화에 휴대폰의 화면을 읽던 하영이 어깨를 움찔거리며 떨었다. 그러자 강태진의 눈썹이 씰룩였다.

“멈추지 말고 끝까지 읽어. 빨리!”

꽤나 다급해 보이는 목소리.

하영은 화들짝 놀란 채 다시 말을 이어나려고 했다.

그때 다시 비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로부터 나쁜 놈한테는 벼락이 직빵이었죠.]

[충격에 대비하세요!]

번쩍-

그 순간, 창밖이 환하게 물들었다.

곧이어 눈부신 벼락 한 줄기가 폐건물을 강타했다.

콰아아아앙-!

“꺄아아악!”

“젠장! 빌어먹을 천계 놈들, 허튼 짓을······!”

하영의 비명과 함께 강태진이 얼굴을 구겼다.

다시 이어진 벼락은 강태진을 노리고 날아들었으나, 사전에 상황을 파악한 강태진은 순순히 벼락을 맞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벼락 덕분에 시간은 벌 수 있었다.

강태진의 관심을 피할 시간 말이다.

[전달자님, 지금이에요!]

비단의 외침이 끝나자마자.

민호는 그가 무엇을 해야할지 깨달았다.

“······반드시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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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발동: [골든타임]

-수명이 100시간만큼 소멸합니다.

-모든 신체능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모든 고통에 강한 저항을 가집니다.

-머릿속이 차갑게 물듭니다.

-남은시간: 99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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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에서 느껴지던 끔찍한 고통이 일순간 사라졌다. 몸이 가벼워졌고, 전신에 힘이 넘쳤다. 손목을 옭아매던 밧줄을 혼자 힘으로 끊어버릴 정도로.

이어 민호의 발이 지면을 박찼다.

원래는 하영 먼저 구하는 게 맞았지만, 그의 이성은 민호의 발걸음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만들었다.

바로 강태진이 있는 곳이었다.

후웅-

민호가 강태진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지금이라면 그의 얼굴에 한 방 먹일 수 있을 것도 같았다. 그러나 아무리 [골든타임]의 능력으로 육체가 강화됐다고 해도, 맨손으로 벽을 부수고 다니는 자를 상대하긴 역부족이었다.

“흥! 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 놈이.”

꽈드득-!

강태진이 민호의 어깨를 걷어찼다

그러자 섬뜩한 소리와 함께 어깨가 으스러졌다.

불행 중 다행히도 민호는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뒤이어 강태진의 주먹이 민호의 얼굴에 꽂혔고, 민호는 코뼈가 으스러지는 충격을 느꼈지만 걸음을 멈추진 않았다.

“이, 이 같잖은 애송이 새끼가!”

강태진이 당황한 듯 소리쳤다.

어느새 민호의 얼굴은 강태진의 코앞까지 당도했다.

쩌억-

이어 민호가 입을 크게 벌렸다. 강태진은 얼굴 조금이 물어뜯기는 것 정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민호가 노리는 건 강태진의 얼굴이 아니었다.

찌이익-!

강태진이 쥐고 있던 소환비서.

그 일부분이 찢겨나갔다.

이어 공중에 뜬 민호는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그러자 강태진은 뒤늦게 민호가 무슨 짓을 한지 깨달은 듯 얼굴을 와락 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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