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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전해드립니다-139화 (139/182)

139화

Chapter 39. 중요한 정보 (1)

행복 요양병원 화재사건 이후.

날선 목소리로 경찰과 소방관의 무능함을 지적하던 언론의 태도가 변했다. 진전이 없는 경철수사에 대한 성토는 변함이 없었지만 소방관에 대해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건이 세간이 알려지면서부터였다.

-용기 있는 소방관, 두 생명을 구하다.

-자기 몫의 산소 호흡기까지 건넨 희생정신에 감탄.

-유 대통령, 요양병원 소방관에게 특별 표창 수여.

동훈이 홀로 병원에 들어가는 광경.

그리고 노파와 학생을 든 채, 나오는 사진.

모든 신문의 1면에 이 사진이 걸렸다. 또한 당시 현장에 있던 이가 찍은 동영상도 화제가 됐다. 피구조자가 안전하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정신을 놓고 쓰러진 동훈의 모습.

이에 네티즌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소방관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ㅠㅠ 사랑합니다!

-무슨 영화 보는 줄 알았다. 와 미쳤네;;

-늘 파이팅하세요! 감사합니다.

-국개의원 월급 반으로 줄이고 소방관들한테 줘야 됨. 인정?

몇몇 이들은 그를 국민영웅이라 불렀다.

물론 과분한 타이틀은 아니었다. 적어도 민호는 그렇게 생각했다.

단 하나뿐인 염원이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 사용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는 충분히 영웅이라 불릴만했다.

무엇보다 좋은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동훈의 활약을 본 어느 대기업에서 의인(義人)이라는 칭송과 함께 상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 또 그의 형편이 좋지 않다는 기사가 뜨자, 빠르게 모금활동이 시작됐다.

“잘됐다. 정말 잘됐어.”

휴대폰에 떠오른 기사를 보면서.

민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못했다. 그가 해온 선행이 이제야 보답을 받는 듯했기에.

그러던 중 익숙한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

[흡수(吸收) 발동]

-기적: ‘히어로 타임’을 일부 흡수합니다.

-새로운 능력을 획득하였습니다.

==

이제야 천계에서 임무 완료 승인을 한 모양이었다.

흡수 능력이 발동되고, 동훈에게서 피어난 기적의 능력 일부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민호의 표정이 다소 떨떠름했다.

이를 본 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세요? 똥이라도 주워 드신 표정을 지으시고.”

“아니, 내가 이런 걸 받아도 되나 싶어서.”

“그건 또 뭔 소리에요?”

“그러니까 그게······.”

민호는 한숨과 함께 이야기를 시작했다.

엄밀히 말하면 이번 임무에서 민호는 한 일이 별로 없었다. 그저 동훈을 시험하고, 그에게 염원의 씨앗을 준 게 전부다.

반면 동훈은 염원의 씨앗을 이렇게 훌륭한 기적으로 피워냈다.

그가 가진 강하고 숭고한 신념을 양분 삼아서.

그런데 그가 얻은 기적을 흡수하려니, 날로 먹는 기분이 들어서 양심에 찔렸다.

“······그래서 그런 거야.”

민호의 이야기가 끝나기가 무섭게.

율은 앙증맞은 주먹을 말아 쥔 채 소리쳤다.

“괜찮아요! 주인님도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으니까요.”

“응? 어째서?”

“그야 주인님도 노력하셨잖아요. 임무를 성공시키기 위해서요.”

“그건 그렇지만······.”

물론 노력하긴 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어떠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런데 율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주인님의 행동이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고 해서, 주인님이 한 노력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그러니까 주인님도 충분히 자격이 있어요. 적어도 전 그렇게 생각해요!”

율의 말에 민호는 조금 감동한 얼굴이었다.

잠시 후, 민호는 머쓱한 얼굴로 뺨을 긁적였다.

“음, 뭐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헤헤, 전 늘 주인님 편이니까요!”

율이 방긋 웃었다.

그러던 중 기적의 흡수가 완료됐다.

==

[골든타임]

*부상자가 있을 때, 명령어를 외치면 발동한다.

*명령어: ‘반드시 살린다.’

*모든 신체능력이 대폭 상승한다.

*모든 고통에 강한 저항을 가진다.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한 상태로 변한다.

*지속시간: 100초

*쿨타임: 24시간

*소모수명: 100시간

==

“골든타임······.”

주먹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새로 얻은 능력은 히어로 타임과 비슷한 능력이었다.

이를 본 민호는 꼭 써야만 하는 일에만 능력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딸랑-

그 무렵, 민호는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카페 브란델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제일 먼저 미옥이 민호를 반겼다.

“어, 민호 왔구나?”

“안녕하세요. 선배님.”

“그래. 오늘도 아메리카노로 줄까?”

“넵, 감사합니다.”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은 뒤.

늘 앉던 자리로 향했다. 그런데 거기에 의외의 인물이 있었다.

“어라? 누나?”

미래였다.

그녀의 등장에 민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분간 자리 비우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지금으로부터 약 사흘 전.

행복 요양병원에 화재가 일어났던 날.

미래는 연쇄 방화범이자 변절자, 마인 남유석을 생포하는데 성공했다. 이어 그녀는 이 근처에 있는 지하실에 그를 가둔 뒤에 정보를 캐낼 거라고 밝혔다.

한 일주일 정도는 못 볼 거라는 말과 함께.

그런데 사흘 만에 다시 카페에 나타났으니 의아한 기분이 들만도 했다. 한편 민호의 반응에 미래는 섭섭하다는 듯이 눈썹을 찡그렸다.

“우리 민호, 누나 안 보고 싶었나보네?”

“어, 네. 뭐 그다지?”

“······치, 상처받았어.”

미래의 입술이 삐죽 나왔다.

그러자 그녀의 곁에 앉아있던 진하가 딴죽을 걸었다.

“잡담은 그쯤 해두고 이제 슬슬 설명해.”

“맞아요. 궁금해요!”

혜성이 진하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이에 미래는 피식 웃었다.

“알겠어. 민호도 얼른 앉아. 얻은 정보가 몇 개 있거든.”

남유석에게서 얻어낸 정보.

민호는 냉큼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얼음이 듬뿍 담긴 아메리카노가 앞에 놓이자, 미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나도 한 일주일은 걸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술술 불더라? 역시 마인들한텐 이거만한 게 없다니까.”

주먹을 들어보인 미래가 스산하게 웃었다.

그때 잠자코 있던 혜진이 돌연 입을 열었다.

“사부, 근데 그 마인, 괜찮을까요?”

“뭐가?”

“아니, 사람을 그렇게 패면 죽지 않을까 싶어서요.”

핼쑥해진 얼굴로 말하는 혜진.

마치 미래가 유석을 어떻게 다루는지 봤던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녀의 반응에 미래는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괜찮아. 안 죽어.”

그러더니 돌연 낯빛을 차갑게 굳혔다.

“왜냐면 그 역겨운 새끼는 다른 사람은 벌레처럼 죽이는 주제에 지 몸 하나는 각별히 챙기거든. 뜯어보니 별의별 능력이랑 귀물로 무장하고 있더라. 전부 방어관련 능력으로.”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남유석은 머리나 심장이 박살나지 않는 이상에야 어지간해서는 죽지 않는다고 했다.

그간 수많은 선인들을 사냥하고, 또 악덕상점에서 다양한 귀물들을 손에 얻은 결과였다.

역겹다는 표현이 딱 알맞았다.

그러던 중 미래를 지켜보던 진하가 한숨과 함께 말했다.

“그래도 적당히 해라. 경찰에 넘겨야하니까.”

“걱정 마. 나도 알아.”

미래가 싱긋 웃었다.

“아무튼 그 새끼한테는 걱정도 사치야. 그보다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얻을만한 정보는 다 얻었다는 부분까지요.”

“아, 그래.”

이야기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미래는 눈앞에 놓인 주스를 한 모금 마신 뒤, 입을 열었다.

“일단 <백야>의 목적은 악덕을 모으는 게 맞아.”

이 이야기는 예전에도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왜 악덕을 모으는 건지에 대해선 몰랐다. 그런데 오늘, 미래가 거기에 대한 답을 가지고 왔다.

“그래서 왜 모으는 거냐고 물었더니, 대의를 위해서라는 답이 돌아왔어.”

미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황당한 반응이 돌아왔다.

“······네?”

“아니, 마인 주제에 무슨······.”

민호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가 본 마인들은 모두 자기만 생각하는 사이코들이었다.

그 중에 정상인은 단언컨대 아무도 없었다.

“그치? 나도 어이가 없더라고.”

미래 역시, 다른 이들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무엇을 위한 대의냐고 물어봤더니 뭐라고 하는 줄 알아?”

“뭐라고 했는데요?”

혜성이 호기심 넘치는 눈빛으로 대답을 대촉했다.

이에 미래는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웃지 말고 들어. ‘모든 선인을 위해서.’ 라고 하더라.”

“······.”

일순간 정적이 찾아왔다.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던 미옥도 손을 멈췄다. 상식적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은 말이었던 탓이었다.

잠시 후, 민호가 황당하기 짝이 없다는 투로 소리쳤다.

“아니, 자기 욕심 때문에 선인을 골라서 사냥한 놈이 무슨 자격으로······!”

“나도 똑같이 물었더니 ‘더 많은 선인을 위한 희생이었다.’라고 하네? 대를 위한 소의 희생? 뭐 그런 뉘앙스로 말하더라고.”

“······미친놈이군.”

얼굴을 굳힌 진하가 짧게 중얼거렸다.

그 요약에 일행은 모두 동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미래의 말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이에 혜진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래서 다음은요?”

“이게 다야.”

“엥? 다른 건 없어요?”

“응, 거기까진 모른다던데?”

미래의 대답에 일행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볼일을 보고 마무리를 하지 않은 것 같은 찝찝한 느낌에 민호가 재차 물었다.

“악덕을 모으는 일이 왜 모든 선인을 위한 것인지도 모른대요?”

“응. 그래서 발뺌하는 줄 알고 죽기 직전까지 팼는데 진짜 모르는 거 같았어. 그냥 악덕을 많이 쌓는 게 대의의 일부라고만 하더라고.”

미래는 그녀가 가진 고유능력인 [진위를 판별하는 눈]으로도 이미 확인이 끝났다는 말을 덧붙였다.

결국 요약하자면 남유석은 <백야>의 대의라거나 목적에 대해서 어렴풋이 알고만 있을 뿐, 상세한 건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이었다.

민호를 비롯한 일행이 허탈한 얼굴을 하고 있던 그때.

그들의 이목을 다시 집중시킬만한 주제가 튀어나왔다.

“다음으로는 강태진에 대해서야.”

이어진 미래의 말에 민호의 눈빛이 변했다.

민호에게 처음으로 임무 실패를 안겨준 마인. 그에 대한 정보가 흘러나오자 민호는 눈을 빛내며 미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 새끼, 미친놈이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미친놈이더라.”

미래가 질색한 얼굴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일전에 강태진이 ‘수확’이라는 행위를 즐겨 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우선 목표와 친한 사이, 혹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다.

그렇게 목표와 인연의 실이 어느 정도 형성이 되면 목표로 하여금 타인을 상처 입히거나 죽여서 악덕을 쌓게 만든다. 그럼 악덕의 일부분이 강태진에게로 흘러가는데, 그는 이러한 행위를 ‘수확’이라 불렀다.

그리고 강태진은 이러한 수확을 지금까지 백여 번도 넘게 반복해왔다고 했다.

“배, 백번이나요?”

혜성이 입을 멍하니 벌렸다.

한 번의 수확만으로도 여러 사람의 인생이 파괴된다. 그런데 그런 행위를 백여 번이 넘게 했다는 것은 놀람을 넘어서 두려움까지 들게 만들었다.

“응. 그리고 지금까지 강태진에게 ‘직접’ 희생당한사람만 해도 세 자리수라고 해.”

파고 또 파도 끝이 없었다.

상식을 넘어선 악행에 혜진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대체 어떻게 지금까지 멀쩡한 거예요? 그 정도면······.”

“목격자가 없대. 다 죽여 버려서.”

미래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도 강태진이 누군가를 직접적으로 죽이는 걸 본 적은 손에 꼽았다. 그렇기에 세 자리수라는 말이 다소 과장된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미래의 눈은 남유석이 밝힌 정보를 거짓이라 하지 않았다.

“······.”

충격적인 사실에 일행은 모두 입을 닫았다.

그러나 미래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또 강태진은 <백야>의 마인 중에서도 가장 많은 능력과 귀물을 가지고 있다고 해. 또 무력 자체도 엄청 강하지. 2급 토벌자를 병원신세 지게 만들 정도로.”

자조적인 미소와 함께.

미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뭐, 그러니까 당연히 아직까지 무사할 수 있었던 거겠지.”

“······엄청 위험한 사람이네요. 생각보다 훨씬.”

“맞아. 내가 괜히 정색하면서까지 경고하는 게 아니야.”

사상 최악의 마인.

강태진은 그 말에 딱 어울리는 존재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얻은 정보는······.”

잠시 말을 멈춘 미래가 남은 주스를 모두 비웠다.

곧이어 고개를 든 그녀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백야>의 보스에 대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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