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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전해드립니다-107화 (107/182)

107화

Chapter 29. 끝이 아닌 이별 (1)

Chapter. 29

끝이 아닌 이별

마인 채상혁의 토벌을 끝으로.

소망이의 첫 번째 소원이 무사히 끝났다.

“어, 그래. 알았어.”

뚝-

전화를 끊은 진하가 휴대폰을 품속에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일행들을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미래도 방금 확보했다고 한다.”

마인 양성호의 신병을 확보했다.

그 말에 일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거의 끝난 거나 다름없네요.”

“그런데 왜 확보인가요? 바로 토벌하신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이때 이안이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진하는 곧장 입을 열어 대답했다.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서 정보를 좀 캐낼 생각이라고 하네. 뭐, 알아서 잘 하겠지.”

캐낼 정보가 있다면 캐내는 게 옳았다.

지금 한국은 백야라는 거대한 마인 집단과 대치하는 중이니까.

이안이 납득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던 그때.

“선배님. 질문이 있습니다.”

잠자코 있던 혜진이 입을 열었다.

“응? 뭔데?”

“이 마인은 왜 바로 토벌하지 않는 건가요? 도주의 우려도 있는데······.”

혜진이 가리킨 것은 기절한 상혁.

상혁은 그야말로 숨만 붙어있는 상태였다. 원래대로라면 완벽히 토벌당한 뒤, 잿더미가 되어야만 정상이었지만 진하의 만류로 목숨은 부지한 상황이었다.

이에 혜진이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자, 진하가 피식 웃었다.

“마인 토벌도 중요하지만 노숙자 살인 사건의 범인을 체포하는 것도 중요하니까.”

“아······.”

눈을 동그랗게 뜬 혜진.

잠시 후, 그녀는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진하가 혜진의 등을 토닥였다.

“그리고 안심해라. 어차피 이 녀석은 내일을 넘기지 못할 테니까. 그렇지?”

“맞습니다. 부적을 붙여두었으니까요.”

이안이 씨익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상혁의 등에는 저승사자를 부르는 부적이 붙어있었다. 늦어도 동이 트기 전에는 저승사자에 의해 연옥으로 끌려가리라.

이안의 확답을 듣자 혜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던 중 그녀는 문득 뭔가를 떠올린 듯 물었다.

“아, 그런데 그 분은 괜찮을까요?”

혜진이 언급한 ‘그 분’이란 바로 채은희.

현재 은희는 진하가 부른 동료 경찰관의 경호를 받아 집으로 무사 귀가했다. 하지만 헤어지기 직전, 상당히 놀란 표정을 하고 있었기에 혜진은 못내 마음이 쓰이는 듯했다.

“내가 한 번 살펴볼게. 어차피 두 번째 임무를 수행하러 가야되니까.”

혜진의 질문에 대답한 것은 민호였다.

그러자 이번엔 진하가 질문을 던졌다.

“그럼 이제 마인과 관련된 임무는 다 끝난 건가?”

“네, 남은 건 몽중간섭(夢中干涉)뿐이에요.”

소망이의 두 번째 소원.

민호가 품속의 향초를 만지작거렸다. 그때 진하가 다시 질문했다.

“도와줄 건 없고?”

“네. 이건 저랑 수박이만 있으면 된다고 했으니까요.”

‘아니지. 나도 필요하잖아. 잠을 깨워줄 사람이 한 명쯤은 필요하니까.’

메리가 볼을 크게 부풀린 채 대답했다.

그녀의 대답을 끝으로 각자 가야할 길이 정해졌다.

“그럼 수고해라. 내일 카페에서 보자.”

철컥-

상혁의 손목에 수갑을 채운 진하가 경찰서로 향했다.

이안과 혜진은 상혁이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진하의 곁을 지켰다. 공원에 남은 이는 민호와 메리, 그리고 수박이 뿐이었다.

-도령. 우리도 슬슬 가자.

“응, 그래.”

민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은희의 꿈속에 들어갈 차례다.

***

은희의 집은 공원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좁은 골목들로 가득한 주택가.

구불구불한 골목을 지나 구석진 곳으로 들어가자 비로소 그녀의 집이 나왔다.

거실에 작은 방 하나가 달린 자그마한 집.

서울에 있는 집이라고는 믿기 힘든 허름한 주택이었다.

민호와 메리는 골목 어귀에서 은희의 집을 바라봤다.

‘어때? 자고 있어?’

“아니, 아직 깨어있는 거 같아.”

민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대답에 메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대체 언제 자는 거야? 벌써 12시가 넘었다구.’

“어쩔 수 없지. 그만한 일을 겪었으니.”

민호가 쓰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연신 은희의 집을 기웃거렸다.

“그래도 슬슬 잠들지 않으면 곤란한데······.”

꿈속에 들어가기 위해선 일단 은희가 잠에 들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녀의 근처에서 향초를 피워야 비로소 꿈속에 들어갈 수 있었다.

민호와 메리는 뜬눈으로 은희가 얼른 잠들기를 바랐다.

그런 둘의 소망이 하늘에 닿은 걸까?

뚝-

새벽 1시가 되자 방 안에 불이 꺼졌다.

그로부터 얼마 후.

끼이익-

현관문을 열고 누군가 밖으로 나왔다. 소망이였다.

-이제 막 잠들었습니다.

민호가 있는 곳으로 다가온 소망이.

이어 그는 수박이와 민호, 메리를 돌아보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늦은 시간까지 함께 있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괜찮아. 임무니까.”

민호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그때 수박이가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네 딸은 좀 어때? 많이 놀라진 않았어?

-많이 놀랐지요. 그래도 이제는 꽤 괜찮아졌습니다.

소망이가 곁에 있어준 덕분이리라.

둘의 대화가 마무리되자 민호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안에 들어가도 될까?”

민호는 소망이에게 허락을 구하듯이 물었다.

그러자 소망이가 어색하게 웃었다.

-죄송하지만 그건 힘들 것 같습니다. 제 딸이 귀가 밝아서요.

“뭐? 하지만 그러면 꿈속에 들어갈 수가······.”

-아냐. 다른 방법이 있어.

그때 수박이가 민호의 말을 잘랐다.

그 말에 민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어떤 방법?”

-그 향초의 능력을 잘 읽어봐.

수박이의 말에 민호는 다시 향초를 꺼냈다.

능력에 대해선 이미 알고 있었지만 행여나 놓친 부분이 있나 싶어서였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다른 방법은 없어보였다.

민호가 미간을 좁힌 채 고개를 갸웃거리던 무렵.

수박이가 다시 말을 이었다.

-거기 유효범위에 뭐라고 적혀 있어?

“사용자를 중심으로 반경 10미터 내외라고······.”

-그래, 바로 그거야.

수박이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요는 반경 10미터 안에만 있으면 되는 거야. 벽이나 장애물에 상관없이.

수박이의 말에 민호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러고 보니 장애물과 관련된 제한은 없었던 탓이었다.

잠시 후, 민호가 도착한 곳은 은희의 집과 어느 폐건물의 좁은 틈 사이.

이곳이 그나마 은희의 침실과 가까운 곳이었다.

“으으, 축축해.”

몇 시간 전, 비가 왔던 터라 바닥에는 물기가 가득했다.

민호는 찝찝한 얼굴로 엉거주춤하게 누웠다. 이를 재미있다는 얼굴로 보던 메리는 아이를 달래듯 민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조금만 참아. 어차피 잠에 들면 잊을 테니까.’

“에휴, 그랬으면 좋겠다.”

등에서 느껴지는 축축한 느낌에 민호가 몸서리를 쳤다. 자리에 완전히 누운 민호는 오른손으로는 수박이의 앞발을, 왼손으로는 소망이의 앞발을 잡았다.

그러자 수박이가 고개를 홱 돌렸다.

-준비는 끝났어?

“······얼른 잠들고 싶은 마음뿐이야.”

-소망이는?

-저도 끝났습니다.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모두의 준비가 끝났다.

민호는 메리를 향해 말을 걸었다.

“메리야, 향초 좀 피워줘.”

‘오케이.’

라이터를 꺼낸 메리가 향초에 불을 붙였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보라색 연기. 연기는 곧장 민호와 수박이, 소망이의 콧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서서히 눈을 감는 셋을 보며 메리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잘 다녀와. 좋은 꿈꾸고.’

메리의 배웅과 함께.

민호는 그대로 잠에 들었다.

***

마치 구름이 몸을 감싸 안는 것 같았다.

포근한 느낌에 민호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더욱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이를 방해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령! 민호 도령!

익숙한 목소리.

그렇지만 듣고 싶지 않았다. 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이 포근하고도 달콤한 꿈에서 깨어날 것만 같았으니까.

이에 민호가 눈을 더 세게 감으려던 그때!

-일어나!

쿠르릉!

목소리는 벼락이 되어 민호의 귓가를 강타했다.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헉! 뭐, 뭐야.”

두 눈을 번쩍 뜬 민호.

잠이 덜 깬 얼굴로 멍하니 있던 그때.

-이제 정신이 좀 들어?

다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 바로 수박이의 음성이었다.

민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엥?”

고개를 갸웃거리는 민호.

그도 그럴 것이, 그의 눈에 비친 건 수박이가 아니었다.

5톤 트럭만한 크기의 야수.

은색으로 빛나는 털과 나무기둥처럼 탄탄한 네 발을 가진 늑대였다.

-왜 그래?

그때 늑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동시에 그의 입에선 수박이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호는 설마 하는 얼굴로 물었다.

“······너 설마 수박이야?”

-뭘 그런 당연한 걸 물어? 그럼 누구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네 모습이······.”

평소와 다른 모습 때문일까?

민호가 어색한 말투로 말을 흐렸다. 그러자 수박이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이게 내 원래 모습이야. 음, 쉽게 말하면 영혼의 형태라고 해야 할까?

이어진 수박이의 부연설명에 따르면, 원래 모습으로 변할 수 있었던 건 꿈속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물론 내 꿈이었다면 훨씬 더 멋진 모습을 보여줬겠지만. 아쉽네.

혀를 낮게 찬 수박이.

민호는 납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소망이는······.”

소형견인 수박이가 이렇게까지 커졌다.

그럼 대형견인 소망이는 얼마나 크게 변했을까?

민호는 호기심이 깃든 얼굴로 왼쪽을 바라봤다. 그러자 그곳엔 경차 정도의 크기를 가진 소망이가 있었다.

-후후, 저는 이게 한계입니다. 영물님만큼의 영력을 쌓지 못했거든요.

-그럼 당연하지. 내가 얼마나 오래 살았는데.

수박이가 어깨를 으쓱였다.

외형이 변해도 속 알맹이는 그대로인 것 같아, 민호는 풋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보다 빨리 움직이자. 3시간 내에 할 일을 끝내야 하잖아?

“아, 맞아. 그랬지.”

민호는 뒤늦게 깨달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우리가 할 일이 뭐야?”

-아, 그건······.

소망이가 대답을 하려던 찰나!

“쯔쯧! 신의 대리인이라는 작자가 이렇게 어수룩해서야.”

별안간 머리 위에서 들려온 목소리.

민호는 고개를 들어 허공을 올려다봤다.

“······!?”

이어 민호의 눈은 놀란 토끼처럼 변했다.

그의 눈동자에 비친 것은 하늘에 둥실둥실 떠있는 노인.

검은색 두루마기를 걸친 노인은 붉은 나무로 만들어진 곰방대를 뻐끔거리며 피고 있었다.

난데없는 이의 등장에 민호는 놀란 얼굴로 말을 더듬거렸다.

“뭐, 뭐야? 저 사람은······.”

“예의가 없는 아이로고. 모름지기 웃어른을 보면 인사부터 하는 게 맞지 않느냐?”

민호의 반응이 영 마음에 안 들었던 걸까?

노인은 인상을 찡그린 채 민호를 나무랐다. 이에 민호가 어떻게 반응해야하는지 망설이던 그때, 수박이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무시해도 돼. 그냥 평범한 저승사자니까.

“저, 저승사자?!”

민호가 화들짝 놀랐다.

다시 보니 저승사자처럼 생기긴 했다. 옷차림도 그랬고.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아니, 왜 저승사자가 여기에······.”

민호에게 있어 저승사자는 토벌된 마인을 데려가는 존재 정도의 인식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곳에 마인은 없었다. 저승사자가 이곳에 올 이유가 없었다.

그때 소망이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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