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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전해드립니다-102화 (102/182)

102화

Chapter 27. 스토커 (2)

다행히 메리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마인, 양성호가 있는 PC방에서부터 10분 거리에 있는 카페.

그녀는 햇볕이 내리쬐는 창가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다.

‘어, 왔어?’

도착한 민호에게 옅은 미소를 지은 메리.

이윽고 그녀는 커피를 테이블 위로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고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여기 커피는 영 맛이 없네. 원두를 너무 태웠어.’

“커피는 미옥 선배님 카페가 최고지.”

‘맞아. 거긴 진짜 맛있지. 하이드님이 극찬하실만해.’

메리가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시답잖은 대화를 뒤로 하고, 민호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보다 또 다른 스토커가 누군지 알아냈다고?”

‘응, 이걸 봐봐.’

메리가 보여준 건 이안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하지만 민호는 ‘뭘 어쩌라는 거냐?’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영어로 적혀있는데?”

‘아, 미안. 너 영알못이었지?’

“······그런 말은 또 어디서 주워들은 거야?”

민호가 황당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때 메리가 다시 휴대폰을 건넸다.

‘그럼 일단 이 사진부터 봐.’

사진 속 주인공은 머리가 살짝 벗겨진 중년 남성.

처음 보는 얼굴이었기에 민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사람이 누군데?”

‘채상혁.’

그녀의 대답에도 민호의 얼굴이 깃든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이름조차도 생소했으니까.

그러자 메리가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어제 만났던 그 여자의 의붓아버지야.’

“의붓아버지? 아, 폭력을 휘둘렀다던······.”

‘맞아, 그 사람.’

고개를 끄덕거린 메리.

이어 그녀는 이안과 나눈 대화를 해석해줬다.

요약하면 마인으로 추정되는 이를 찾았으니, 협조해달라는 내용의 대화였다.

설명을 듣던 민호는 문득 한 가지 의문에 사로잡혔다.

“근데 이걸 어떻게 알아낸 거야?”

스토커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불과 어제였다.

그것도 어젯밤이었다.

조사에 착수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메리는 또 다른 스토커를 정확히 짚어냈고, 이안과 대화를 하며 그를 토벌할 계획까지 세웠다.

민호가 궁금한 얼굴로 묻자, 메리는 별 것 아니라는 듯이 피식 웃었다.

‘어제 그 여자를 따라가다가 발견했어.’

“뭐?”

이어진 대답에 민호는 깜짝 놀랐다.

어제 산책이 끝난 뒤, 메리는 호텔로 향한다고 말한 뒤 민호의 곁을 떠났다. 그러나 실상은 호텔로 돌아가는 게 아닌, 은희의 뒤를 쫓아가려는 것이 목적이었다.

은희의 뒤를 쫓은 이유는 간단했다.

‘누군가 그 여자를 미행한다는 걸 눈치 챘거든.’

메리가 굳은 얼굴로 설명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은희가 편의점 앞 테이블에서 모습을 감추던 찰나, 수풀 속에 있던 누군가가 은희를 미행했다고 한다.

이를 본 메리는 급한 마음에 민호에게 협력을 구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부랴부랴 그녀의 뒤를 쫓았던 거고.

‘그러다가 알게 된 거야. 미행을 하던 사람이 누군지.’

메리는 민호와 같은 전달자다.

당연히 타인의 상태창을 열람할 수가 있다.

‘그 남자는 악덕이 비정상적으로 높았어.’

메리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악덕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말은 곧, 그 사람이 마인이라는 뜻이었으니까.

그래서 메리는 급하게 이안을 호출했다.

그리고 이안이 올 때까지, 채상혁의 뒤를 쫓았다.

여기까지 들은 민호는 황당하다는 얼굴로 소리쳤다.

“아니, 왜 그런 짓을 했어? 위험하잖아!”

‘괜찮아. 네가 걱정할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꼬리를 밟히지도 않았고. 그러니 안심해.’

차분하게 대답하는 메리의 모습에 민호는 결국 입을 닫았다.

그러나 못마땅한 표정은 지워지지 않았다.

메리는 그런 민호의 모습이 귀엽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알겠어. 다음부턴 꼭 협력을 요청할게.’

“그래. 나중에라도 무조건 불러.”

‘응.’

미소를 띤 메리.

그녀는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머금은 뒤, 말을 이어나갔다.

‘이안이 도착한 건 새벽 1시 정도였어.’

그 무렵, 채상혁은 은희의 집 근처를 배회하다가 다른 곳으로 향하는 중이었다고 했다.

은희가 집에 들어간 이후로도 계속 근처를 배회했다는 점에서 민호는 소름이 돋았다.

한편 이안과 합류한 메리는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서 그를 토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계획을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까지 들은 민호는 설마 하는 얼굴로 물었다.

“혹시 이안 혼자서는 힘든 상대였던 거야?”

최근 이안은 하루라도 빨리 승급을 하기 위해 마인들을 닥치는 대로 토벌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는 조금 높은 등급의 마인의 토벌도 성공했다. 그 정도로 토벌에 열정적인 이안이 채상혁을 토벌하지 않았다는 건, 승산이 낮아서라고 밖에 설명이 안 된다.

민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무렵.

메리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대상이 마인이 아니었거든.’

“뭐?”

‘정확히 말하면 마인에 근접한 악인이었어.’

한숨과 함께 메리는 설명을 이어나갔다.

채상혁은 곧 마인이 될 가능성을 가진 악인이었다.

예전에 MT에서 만났던 ‘신은미’와 비슷한 케이스.

‘마인이 아니라면 이안은 손을 댈 수가 없어.’

토벌자들에게는 이런 조건이 있었다.

마인에 한해서는 어떤 짓을 해도 악덕이 쌓이지 않는다.

설령 목숨을 빼앗는다고 해도.

하지만 그 말은 마인을 제외한 이에게는 위해를 가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물론 위해를 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 다만 만약 그랬을 경우, 거기에 따른 페널티는 오롯이 스스로가 져야만 한다.

‘그래서 일단 대상의 위치만 확보해뒀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인이 될 악인.

가만히 두는 건 위험했다.

그렇기에 메리는 휴대폰에 저장된 지도를 톡톡 두드렸다.

‘지켜보다가 마인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보이면 토벌에 나설 거야.’

현재 채상혁을 감시하고 있는 건 이안이라고 했다.

긴 설명을 마친 메리는 남은 커피를 모조리 입에 털어 넣었다.

한편 민호는 조용히 눈을 감은 채,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한동안 말이 없던 민호가 감았던 눈을 떴다.

“근데 의붓아버지가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지?”

문득 들었던 의문.

은희의 의붓아버지는 그녀가 어릴 때 집을 나갔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왜 다시 그녀를 따라다니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쁜 예감만 들었다.

그리고 메리도 민호와 비슷한 생각인 듯했다.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좋은 이유로 따라다니는 것 같진 않아.’

메리가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그래서 미스터 강에게 채상혁에 대한 조사를 부탁했지.’

“쓸 만한 정보라도 얻었어?”

민호가 묻자 메리는 고개를 저었다.

이에 민호가 실망스런 표정을 짓던 순간, 그녀가 휴대폰을 건넸다.

‘몰라. 답장이 한국어로 왔거든. 자, 해석 좀 해줘.’

메리의 장난스러운 미소와 함께.

휴대폰을 건네받은 민호가 화면을 응시했다.

그곳엔 진하가 보낸 문자들이 있었다.

-다행히 기록이 남아 있어서 빨리 찾았다.

-채상혁. 전과 12범이고 나이는 58세다.

-강도 및 살인미수로 장기 복역하다가 최근에 출소했군.

-상세 범죄 내역은 아래와 같다. 참고해.

“······.”

진하의 문자를 읽던 민호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러자 이를 본 메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뭐라고 적혀있는데?’

그녀의 질문에 민호는 그가 본 내용을 그대로 해석해줬다. 잠시 후, 메리의 얼굴도 민호처럼 딱딱하게 굳어졌다.

‘······마인으로 변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네.’

싸늘하게 식은 목소리.

메리의 눈빛이 차갑게 물들던 그때.

띠링-

그녀의 휴대폰에서 알림음이 들려왔다.

이안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뭐라고 온 거야?”

‘채상혁이 이동하고 있대. 이 근처로 오고 있다는데?’

메리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이안의 메시지를 해석해줬다.

그때 민호의 휴대폰도 가늘게 떨렸다.

혜성이 보낸 톡이었다.

[혜성]: 형! 마인이 이동을 시작했어요.

[혜성]: PC방을 나와서 사거리 쪽으로 이동 중이에요.

[혜성]: 지금 형이 계신 곳 근처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조심하세요!

이안의 문자와 함께 도착한 혜성의 톡.

각자가 있던 곳에서 이동을 시작한 채상혁과 양승호.

이에 민호와 메리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설마······.”

‘둘이 만나려고 하는 거 아냐?’

일리가 있었다.

추가로 혜성이 알려준 정보에 따르면, 둘은 각자 현재 있는 지점에서 딱 중간에 위치하는 곳으로 향하고 있다고 했다.

추측이 거의 확신으로 변하자 민호와 메리도 즉각 자리에서 일어났다.

“따라가 봐야겠어.”

‘그래야지. 근데 나 혼자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응? 왜?”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란 말인가?

민호가 의아한 듯이 물었다. 그러자 메리의 입술이 달싹였다.

‘허름한 도깨비감투만으로는 마인에게 발각될 수도 있어.’

그녀는 걱정과 염려가 담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양성호는 중급 마인이다.

그 말은 곧 귀물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귀물 중에는 하급 은신을 꿰뚫는 능력을 가진 것도 있었다. 민호가 가지고 있는 허름한 도깨비감투 정도는 꿰뚫어보고도 남으리라.

하지만 민호는 상관없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괜찮아. 지금은 해가 쨍쨍하잖아?”

‘그게 무슨 상관······.’

메리가 말을 흐리던 그때.

별안간 율이 민호에게 뭔가를 건넸다.

“주인님! 여기요. 이거 찾으셨죠?”

“맞아. 눈치 하나는 엄청 빠르네.”

“헤헤, 그럼요!”

율이 건넨 것은 황금색으로 빛나는 망토.

천계 행상인에게서 구매한 [햇볕으로 짠 비단 망토]였다.

민호는 율의 도움을 받아 망토를 착용했다.

부드러우면서도 시원한 감촉에 미소가 절로 맺혔다.

“오, 의외로 착용감이 좋네. 가볍고 덥지도 않아.”

‘그야 당연하지!’

그때 메리가 빽 소리를 질렀다.

놀란 기색이 역력한 얼굴. 그녀는 황당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대체 그건 또 어떻게 손에 넣은 거야?!’

“행상인한테서 구했는데?”

‘그게 얼마나 비싼 보물인데······.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행상인이라도 턴 거야?’

메리가 설마 하는 얼굴로 물었다.

그 진지해 보이는 표정에 민호는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사실대로 대답해줬다.

“털긴 털었지. 내 동료가 말 빨로.”

***

자그마한 정원이 딸린 카페.

카페 내부와 정원은 커다란 인형으로 가득했다. 사람만한 인형이 의자를 대신해서 쓰이기도 했다. 최근 입소문이 나서 유명해진 ‘인형 카페’였다.

테마가 갖춰진 카페답게 이곳을 찾는 이는 주로 학생이나 여성 손님들.

커플들도 간간히 보였지만, 이를 제외하면 남자 손님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주변을 비웃기라도 하듯, 카페를 찾은 두 남자가 있었다.

얼굴의 절반을 문신으로 새긴 30대 초반의 남성.

그리고 피곤에 찌들어 보이는 50대 후반의 중년 남성.

언밸런스한 조합에 둘을 맞이한 알바생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어, 어서 오세요. 주문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카페모카에 휘핑 3번 얹어서 하나. 아저씬 뭐 먹을래요?”

“······그냥 커피면 충분해.”

“라떼 한 잔 추가. 시럽은 적당히 넣어서.”

주문을 마친 둘은 뒤뜰로 향했다.

그리고 그런 둘을 은밀하게 쫓는 이들이 있었다.

‘와, 여기 너무 예쁘다.’

바로 민호와 메리였다.

메리는 카페에 전시된 인형들을 보며 눈을 마구 반짝였다.

그 모습에 민호는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일단은 임무에 집중해야지.”

‘응, 그래야지. 그래도 나중에 꼭 한 번 와볼 거야.’

메리가 방긋 웃었다.

이어 둘은 뒤뜰로 향한 양성호와 채상혁을 쫓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민호와 메리는 얼마 가지 못해 자리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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