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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전해드립니다-98화 (98/182)

98화

Chapter 26. 두 가지 소원 (1)

Chapter. 26

두 가지 소원

하이드가 영국으로 돌아간 이후.

시간은 화살을 쏜 것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새로운 임무를 받아 기적을 전달한 일, 토벌자들과 팀을 꾸려 함께 마인을 토벌한 일, 어느덧 코앞으로 다가온 기말 시험 등등.

한 달 동안 다양한 일들이 일어났다.

그리고 오늘.

지긋지긋하던 시험이 끝을 고했다.

“으으! 끝났다.”

강의실을 나선 민호가 늘어지게 기지개를 폈다.

“수고하셨어요, 주인님!”

허공을 유영하던 율이 방긋 웃었다.

율은 민호의 어깨에 살포시 내려앉은 뒤, 눈을 반짝였다.

“시험은 잘 보셨어요?”

그녀의 질문과 함께.

민호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이번엔 장학금 받을 수 있을 거 같아.”

“우와, 정말요?”

율이 놀란 얼굴로 눈을 크게 떴다.

“응, 역시 공부와 관련된 능력을 구매한 게 정답이었네.”

“왠지 요즘엔 하는 일마다 다 잘 되는 거 같아요!”

“그러게. 어제 임무도 무사히 끝냈고.”

민호가 피식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지난 한 달 동안, 민호는 총 세 번의 임무를 수행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 2건은 메리가 단독으로 진행한 임무였다.

“또 보상도 많이 얻으셨죠. 메리 전달자님이 양보해주신 덕분에요.”

메리는 영국의 전달자다.

타국의 임무를 대신한 것도 모자라 보상까지 받을 순 없다며 모든 보상을 민호에게 양보했다.

덕분에 보상을 독식하게 된 민호는 능력과 보물을 각각 하나씩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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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전안(以眼傳眼)]

*등급: 정(丁)

*눈으로 본 풍경을 타인에게 전할 수 있다.

*또한 타인이 본 풍경을 전달 받을 수도 있다.

*대상과 눈이 마주친 상태에서, 명령어를 외치면 발동한다.

*명령어: ‘내 눈을 바라봐.’

*공유 유지 시간: 10(+5)초

*소모 공덕: 10

*쿨타임: 3시간

*[상급 증폭] 효과가 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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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풍경을 상대와 공유할 수 있는 능력.

이 능력을 뽑은 순간, 민호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건 관찰자한테 어울리는 능력인 것 같은데.”

예를 들면 진하에게 이 능력이 있다면?

추후 임무를 수행할 때, 시각적인 정보를 추가로 얻을 수 있게 되리라.

민호가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자 율이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그래도 있으면 좋은 능력이에요.”

“뭐, 그건 그렇지만.”

언젠가는 쓸모가 있으리라.

민호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다음으로 얻은 건······.”

가방을 앞으로 돌린 민호가 뭔가를 꺼내 들었다.

그의 손에 들린 건 평범해 보이는 안경.

하지만 그 능력까지 평범한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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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안경(三色眼鏡)]

*등급: 병(丙)

*종류: 장신구

*착용 시, 상대방의 머리 위에 깃발이 보인다.

*깃발은 색깔별로 상대가 내게 가진 감정을 의미한다.

-파란색: [호감]

-붉은색: [적대]

-흰색: [중립]

*색깔이 진할수록 감정이 강하다.

*추가능력: 이 안경은 일반인에게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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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단편적으로 알 수 있는 안경.

민호는 안경을 착용한 뒤, 복도로 나섰다.

곧이어 나타난 수많은 학생들. 대부분 민호와 안면도 없는 생판 남이었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학생들의 머리 위에는 하얀색 깃발이 팔랑거리고 있었다.

“대부분 흰 색이네.”

“그야 그렇죠. 주인님이랑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까요.”

율이 당연한 걸 물어본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이에 민호가 안경을 벗으려던 찰나!

펄럭-

그의 시선을 사로잡는 깃발이 있었다.

“오, 파란색······.”

가을 하늘처럼 새파란 깃발.

짙은 파란색 깃발을 가진 이의 등장에 민호의 시선은 아래로 향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깃발의 주인이 말을 걸었다.

“아! 민호 오빠!”

바로 서민지였다.

민호를 발견한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왔다.

“시험 다 보신 거예요?”

마치 주인을 발견한 강아지처럼.

민지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런 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민호는 옅은 미소를 지은 채 대답했다.

“응, 방금 내고 나왔어.”

“우와, 선배들이 그 과목 엄청 어렵다고 그러던데······.”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어. 조금 난해했을 뿐이지.”

“그게 그거죠!”

밝게 소리친 민지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이후 둘은 시답잖은 대화를 나누며 복도를 걸었다.

이윽고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해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던 중, 민지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럼 이제 무슨 과목 남으셨어요?”

“끝났어.”

“네?”

“없다고. 방금 그게 마지막 시험이었어.”

민호가 홀가분한 얼굴로 대답했다.

하지만 이는 민지가 원한 대답이 아닌 듯했다.

순간 멍한 표정을 지은 그녀는 곧 울상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히잉, 진짜요? 벌써 끝나면 안 되는데······.”

“왜?”

시험이 끝나서 좋은데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민호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민지는 화들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

“그, 그야 저 혼자 공부하면 심심하니까 그렇죠.”

말을 더듬거리는 민지.

그런 그녀를 빤히 보고 있던 그때.

별안간 민호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출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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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발동: [간파(看破)]

-상대의 본심을 간파했습니다.

1) ‘아니, 무슨 시험이 벌써 끝나?!’

2) ‘그럼 이번 학기에 오빠를 보는 건 이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거잖아?’

3) ‘힝, 좀 더 같이 있고 싶은데······.’

-능력을 다시 사용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쿨타임: 6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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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메시지를 읽은 민호가 피식 웃음을 터뜨릴 무렵.

“으으, 도서관 동지를 이렇게 잃다니······.”

민지는 울적한 얼굴로 연신 중얼거렸다.

민호와 만나지 못하는 게 어지간히도 충격이었던 모양. 그 귀여운 모습에 민호는 저도 모르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걱정 마. 학교 간간히 나올 거니까.”

“어? 진짜요?”

민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냐고 묻는 듯한 눈빛에 민호는 착실히 대답을 이었다.

“나도 이제 슬슬 취업 준비해야지. 언제까지 알바만 할 순 없잖아?”

“아, 취업······.”

민호는 이제 3학년 1학기가 끝났다.

통상적인 흐름으로 보면 다음 학기부터는 취업 준비를 해야만 했다.

민지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던 그때.

멀리서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야, 서민지! 뭐해? 이제 곧 시험 시작한다!”

시험 시작을 알리는 조교의 외침.

이에 민지는 시계를 보더니 이내 헛숨을 들이켰다.

“헉! 지, 지금 갈게요! 오빠, 그럼 나중에 또 봐요!”

“그래, 시험 잘 보고.”

민호가 손을 흔들며 민지를 배웅했다.

강의실의 문이 닫히자, 민호는 손가락을 놀려 시스템 메시지를 두드렸다.

그러자 그가 최근에 흡수한 능력 하나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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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파(看破)]

*상대의 말 속에 숨겨진 본심을 찾는다.

*상대가 본심을 숨기려고 할 때, 자동으로 발동된다.

*최대 횟수: 2(+1)회

*분석 정확도: 50(+25)%

*쿨타임: 1시간

*[상급 증폭] 효과가 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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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완수한 따끈따끈한 임무.

민호는 어느 젊은 검사에게 ‘냉철한 분석’이라는 기적을 전했다.

그리고 기적을 흡수해서 생긴 게 바로 이 ‘간파(看破)’능력이었다.

“이게 제일 마음에 들어.”

심안과 비슷하지만 따로 쓰임새가 있을 것 같은 능력.

민호가 미소를 짓던 그때.

딩동-

어느새 도착한 엘리베이터.

민호는 승강기에 몸을 맡긴 채,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문이 닫혔다.

***

자취방에 도착한 민호가 가장 먼저 한 일.

바로 시험기간 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빨래와 청소였다.

펄럭, 펄럭-

“으, 먼지 엄청 쌓였네.”

옥상에서 이불을 털던 민호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때 누군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박이였다.

-어? 도령! 웬일로 이렇게 일찍 왔어?

“그야 시험 끝났으니까.”

-시험이 끝나면 일찍 오는 거야?

“뭐, 그렇지. 이제 오늘부터 여름방학이야.”

-진짜?

수박이가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그러고는 곧 두 눈을 마구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그럼 산책가자! 최근에 거의 못 갔잖아.

시험공부에 집중하느라 산책하는 걸 거의 잊고 살긴 했다.

솔직히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었다.

이전에도 수박이는 홀로 산책을 다녀오곤 했으니까.

물론 이런 말을 하면 ‘그거랑 이거는 다른 문제야!’라는 대답이 돌아올 테지만.

“이것만 마저 하고 가자. 날 저물면 하기 힘드니까.”

민호가 산더미처럼 쌓인 빨랫감을 가리켰다.

그러자 수박이는 꼬리를 살랑이며 외쳤다.

-5분이면 되지? 아니, 3분이면 충분하지?!

“그럴 리가 있냐?”

핀잔을 준 민호는 묵묵히 빨래가 담긴 바구니를 들어올렸다.

팽팽하게 펴진 빨랫줄에 빨래를 널던 중.

돌연 율이 질문을 던졌다.

“그럼 산책까지 다 하시면 뭐 하실 거예요?”

“음, 글쎄. 맥주나 한 잔 하면서 좀 쉴까······.”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중얼거리던 그 순간!

생각지도 못한 이가 눈앞에 나타났다.

‘흐응. 우리 민호, 술 마시고 싶구나?’

“······?!”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메리.

민호는 화들짝 놀란 얼굴로 눈을 휘둥그레 떴다.

‘후후, 뭘 그렇게 놀라?’

메리가 옅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티셔츠에는 ‘invisible’이라고 적힌 노란색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이를 확인한 민호는 곧 평정을 되찾았다.

“갑자기 나타나면 누구나 놀라지! 애초에 그건 왜 붙이고 온 거야?!”

‘그야 네 놀란 얼굴을 보고 싶어서.’

뻔뻔한 메리의 모습에 민호는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

그때 메리의 등 뒤로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그녀와 계약된 기록자, 벨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전달자님. 인사드립니다!”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를 한 벨.

잔뜩 굳어있는 목소리에 민호는 어색하게 손을 들었다.

“으응, 안녕. 그보다 그렇게 굳어있지 않아도 되는데······.”

“아닙니다! 저는 이게 편합니다!”

“그, 그래?”

“네!”

벨이 단호하게 외쳤다.

그러면서도 민호 뒤에 있는 율의 눈치를 살폈다. 율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메리의 머리 위에 앉았다.

흡사 병장을 대하는 이등병처럼 보여, 민호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오늘 술 마실 생각이면 잘 됐다.’

“왜?”

‘이따 미래랑 한 잔하기로 해서. 너도 같이 가자.’

갑자기 훅 들어온 한 마디.

그 끔찍한 소리에 민호는 딴청을 피웠다.

“아, 생각해 보니 오늘 할 일이······.”

‘없는 거 다 알아. 사실 10분 전부터 여기 있었거든.’

“······.”

더 무서운 소리가 들려왔다.

할 말을 잃은 민호는 메리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러자 메리는 방긋 웃으며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그럼 그런 걸로 알고 미래한테 말해둘게.’

“자, 잠깐! 스톱!”

황급히 정신을 차린 민호가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 순간!

타이밍 좋게 민호를 찾는 목소리가 들렸다.

[전달자님, 안녕하세요.]

비단의 목소리.

그녀는 공손한 말투였지만 어딘가 미안함이 깃든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어제 막 임무 완료하신 분께 이런 말씀 드리긴 죄송하지만······.]

[새로운 임무 하나가 하달됐어요.]

“임무?”

민호의 눈이 반짝였다.

“아냐! 전혀 죄송해하지 않아도 돼. 임무는 중요하니까.”

빠져나갈 수 있는 기회다.

민호가 살았다는 듯 소리치자, 메리는 혀를 낮게 찼다.

‘쳇. 왜 하필 이 타이밍에······.’

“그야 주인님은 타이밍의 신이니까요.”

율이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이에 메리는 심기가 불편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도 오늘 안에 할 수 있는 거라면 후딱 끝내고 마시러 가자. 내가 도와줄게.’

다시 들려온 끔찍한 한 마디에 민호는 질색했다.

“······비단아, 혹시 임무 난이도가 어떻게 돼?”

곧 이어질 비단의 말을 기다리며.

민호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잠시 후, 다시 비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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