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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전해드립니다-66화 (66/182)

66화

Chapter 18. 조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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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림패왕(綠林霸王)의 두꺼운 적삼]

*등급: 을(乙)

*주변에 나무가 한 그루라도 있다면 능력이 발동한다.

*착용 시, 을(乙)급 이하의 보물 및 기적의 탐지를 무시한다.

*착용 시, 상태창에 보이는 악덕이 대폭 감소한다.

(단, 실제 악덕 수치에 변화는 없다.)

*악덕 감소율: -90%

*류화연이 직접 만든 옷. 타인의 눈에는 후드티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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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물의 능력은 대단했다.

하지만 효진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더워도 너무 더운 탓이었다.

그녀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냥 벗고 다니면 안 되겠지?”

-당연히 안 되지. 보스의 명령을 어길 셈이야?

“그래도 지금은 괜찮지 않을까? 그 왜, 차미래도 중국에 갔잖아. 지금 이 땅에 날 노릴만한 녀석이 또 어디에 있다고······.”

효진은 툴툴거리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때, 수화기 너머에서 싸늘한 음성이 들려왔다.

-군자에 사는 노괴(老怪)를 벌써 잊은 거야?

‘노괴’라는 단어에 효진의 얼굴은 금세 떨떠름하게 변했다.

“어, 그 할망구 아직 은퇴 안 했던가?”

-그렇대. [곰]에게서 얻은 정보야.

오리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효진은 얼굴을 와락 구겼다.

“에이씨, 그럼 별 수 없지.”

애꿎은 돌멩이를 걷어찬 효진.

그녀는 벤치에 등을 기댄 채,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러더니 이내 뭔가를 떠올린 듯 무릎을 가볍게 두드렸다.

“아, 맞다. 근데 어디서부터 찾아봐야 되냐?”

-일단 신은미부터 찾아가.

“신은미? 걔가 누군데?”

-······.

수화기 너머에서 침묵이 이어졌다.

잠시 후, 긴 한숨소리와 함께 오리의 음성이 들려왔다.

-내가 저번에 말해줬잖아. ‘새끼 새’가 공사치던 애라고.

오리의 말이 끝나자 효진은 그제야 신은미가 누군지 깨달은 것처럼 보였다.

“아아, 기억난다. 미래한테 퇴치당한 신참 말하는 거지?”

-그래. 걔.

오리가 수긍하자 효진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효진은 의아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근데 퇴치 당했으면 기억이 싹 날아갔을 텐데 찾아가서 뭐해?”

-기억이 없어도 알아낼 수 있는 건 있어.

“예를 들면?”

-걔 주변을 잘 관찰해봐.

오리가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내가 본 [표적]은 신은미와 서민지를 잘 아는 것처럼 보였거든.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효진은 별안간 벤치에서 벌떡 일어났다.

사자후를 연상케 하는 커다란 외침과 함께였다.

“아, 맞아!”

-꺅! 깜짝이야!

갑작스런 외침에 놀란 탓일까?

비명을 지른 오리는 곧장 빽 소리를 질렀다.

-고막 터지는 줄 알았잖아!

하지만 효진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저 뭔가를 깨달은 듯, 큼지막하게 뜬 눈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뿐이었다.

“걔가 서민지였구나. 이런 젠장, 좀만 빨리 알았으면······.”

-뭐? 서민지를 만났었어?

오리가 놀란 듯 물었다. 효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맛을 다셨다.

“엉. 근데 지금은 놓쳤어.”

-어쩌다가?

“네 전화 받다가.”

-뭐, 그럼 어쩔 수 없지.

오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우선 신은미라도 만나러 가.

“걔가 어디에 있는 줄 알고?”

-방금 위치 전송했어. 문자 확인해봐.

그녀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효진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오리가 보낸 문자에는 신은미가 현재 있는 위치, 게다가 그녀의 사진까지 첨부되어 있었다.

완벽한 정보에 효진은 감탄을 내뱉었다.

“크! 역시 전직 관찰자랑 같이 일하면 이래서 편해.”

-시답잖은 소리 말고. 정보 얻으면 다시 연락해.

뚝!

그녀의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겼다.

이에 효진은 혀를 낮게 찼다.

“쯧! 예전부터 귀여운 맛이 없는 꼬맹이라니까.”

툴툴거리는 말투와 함께 효진은 후드를 뒤집어썼다.

그러고는 휴대폰에 나온 약도를 응시하며 걸음을 옮겼다.

***

예종대학교에는 총 네 곳의 학생식당이 있다.

그 중에 가장 인기가 없는 곳은 단연 곤자관 지하에 있는 학생식당이었다. 맛도 썩 좋지 않을뿐더러 양도 적었다. 게다가 테이블 숫자가 꽤나 부족한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렇기에 수요가 있긴 있었다.

바로 아싸들이었다.

혼자 식사를 하는 그들에게 있어선 최적의 장소였다.

모두들 휴대폰이나 TV를 보며 묵묵히 식사를 이어나가던 그때. 구석에 앉은 한 여학생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커다란 뿔테 안경을 쓴 여학생.

아담한 체구를 가진 그녀는 자세히 보면 꽤 예쁘장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예쁘긴 하지만 딱히 매력이 느껴지진 않다고 해야 할까?

“하아아.”

그때 여학생이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다름 아닌 신은미였다. 은미는 얼굴은 구긴 채, 억눌린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대체 내가 뭘 했다고······.”

최근, 그녀를 둘러싸고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다.

우선 부분적으로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고등학생 이전의 기억은 생생했지만, 그 이후의 기억은 떠오르는 것도 있고, 기억나지 않는 것도 있었다. 억지로 떠올리려고 하면 머리만 지끈거렸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학교에서 징계를 받았다.

따돌림과 폭력 행위를 일삼은 게 이유였다.

“우으, 진짜 내가 그런 게 아니라니까.”

은미가 머리를 감싸 쥐었다.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해도 믿어주는 이 하나 없었다.

게다가 사흘 전에는 채강현에게 이별 통보까지 받았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나랑 대체 언제부터 사귀었다는 거야, 진짜.”

은미가 기억하기로 그녀는 대학에 와서 연인을 만든 적이 없었다. 무엇보다 은미는 강현과 그리 친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강현은 왜 멋대로 그녀에게 와서 이별을 통보한단 말인가?

“······진짜 휴학해야 되나.”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일투성이에 이제는 머리가 이상해질 것만 같았다.

은미가 진지하게 휴학을 고민하고 있던 그때.

별안간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짧은 한 마디.

그러나 은미에게선 반응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를 부르는 게 아니라고 판단한 탓인 듯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방금 전의 목소리는 은미를 찾는 게 맞았다.

“야, 내 말 안 들려?”

이번에는 꽤 가까운 곳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두꺼운 후드티를 입고 있는 여성이 있었다.

아는 얼굴은 아니었다.

은미가 고개를 갸웃거릴 무렵, 효진은 험상궂게 생긴 얼굴로 은미를 노려봤다.

그 시선에 겁을 먹은 걸까?

은미는 조금 떨리는 음성으로 되물었다.

“저, 저요?”

“그래, 너. 신은미 맞지?”

이어진 질문에 은미는 고개를 어색하게 끄덕였다.

그러자 효진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나랑 잠깐 얘기 좀 하자.”

“죄송하지만 제가 수업이 있어서······.”

“에이, 잠깐이면 돼.”

덥석-

그때 효진이 은미의 팔을 잡아끌었다.

은미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 그러나 부질없는 반항이었다.

‘무, 무슨 힘이 이렇게······.’

효진의 손아귀는 마치 강철로 만든 수갑이었다.

벗어날 수 없는 힘에 은미가 놀라던 그때.

“······좋게 말할 때 따라오지? 팔 부러지기 싫으면.”

효진이 작은 목소리로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녀의 위협에 은미는 잔뜩 움츠러든 채 효진의 뒤를 따랐다.

얼마 후, 둘이 도착한 곳은 지하 2층에 있는 건물 창고.

쿵-!

효진은 거칠게 문을 닫은 뒤, 은미를 지그시 응시했다.

그녀의 시선에 묘한 압박감을 느낀 탓일까?

은미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저, 저한테 왜 이러세요?”

“그냥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효진의 입술을 비집고 무미건조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질문 몇 개만 답해주면 바로 돌려보내 줄게. 너, 서민지라고 알지?”

그 질문에 은미는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는 게 더 이상했다. 서민지는 그녀와 동기였으니까.

게다가 MT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날 이후로 서민지의 주가가 폭등했다. 민지를 중심으로 새로운 파벌이 만들어졌다.

거기에 대부분의 남자 선배, 동기들이 노리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즉, 서민지는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애’였다.

이게 은미의 기억 속에 있는 서민지였다.

“너랑 걔 사이에 있는 인간관계, 싹 다 불어봐. 아, 남자애들만.”

효진의 말에 은미는 순간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기가 힘든 탓이었다.

“그건 갑자기 왜······.”

“잔말 말고 묻는 말에나 대답해.”

효진이 위협적으로 으르렁거리자 은미는 황급히 입을 열었다.

그녀의 입을 통해 나온 이들은 약 삼십여 명.

동기와 선배들을 포함한 숫자였다.

“쯧! 생각보다 많네. 기껏해야 서넛 정도만 될 줄 알았더니.”

효진은 귀찮은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러고는 눈살을 찌푸린 채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럼 이 중에서 너랑 가장 친한 애가 누구야?”

남자애들 중에서 가장 친한 사이?

은미는 잠깐 고민했다. 아는 남자애들은 많았지만 친한 사람은 마땅히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차에 은미의 뇌리를 스쳐 지나는 이가 있었다.

“아, 강현 선배요.”

사흘 전에 이별 통보를 해 온 채강현.

물론 그에 대한 기억은 없다.

하지만 만약 정말 연인이었다면 제일 친한 이는 역시 그였으리라.

“채강현? 걔, 서민지랑도 친해?”

“네, 아마도······.”

은미는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일단 이 녀석부터 파봐야겠네.”

효진이 입 꼬리를 올리며 씨익 웃었다.

“아, 수고 많았어. 한숨 푹 자고 나면 다 잊을 거야.”

“네?”

은미가 멍하니 되묻던 그때!

별안간 효진의 주먹이 그녀의 얼굴에 그대로 꽂혔다.

퍽-!

커다란 타격음과 함께 은미는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워낙 찰나의 순간이라 비명도 지르지 못한 것 같았다.

“어, 너무 세게 쳤나?”

은미의 코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뭐 어때? 죽지만 않으면 되지.”

하지만 효진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이어 그녀는 은미의 머리 위에 정체불명의 하얀 가루를 뿌렸다. 가루는 별처럼 반짝이면서 은미의 머릿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잠시 후, 은미를 창고 구석에 갖다놓은 효진은 곧장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그러고는 오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나다.”

-쓸 만한 정보는 좀 모았어?

효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채강현. 이 녀석부터 파줘.”

-걔가 뭐하는 녀석인데?

“신은미와 서민지 사이에 있는 애들 중에서 가장 [표적]다운 녀석.”

-······오케이. 잠깐만 기다려.

오리에게서 대답이 돌아온 건 그로부터 약 십여 분이 지난 후.

그녀는 곤란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어······. 아무래도 다음에 다시 와야겠는데?

“뭐?! 왜?”

-지금 거기에 없어.

그 대답에 효진은 얼굴을 와락 구겼다.

“범위를 더 넓혀봐. 학교 근처에 있을 수도 있잖아!”

-이미 해봤는데 없어. 아마 오늘 학교에 안 왔나봐.

“젠장!”

효진이 분노에 가득 찬 일갈을 내뱉었다.

그러자 그녀를 달래려는 걸까?

오리는 상냥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표적을 특정한 것만 해도 대단한 거야. 일단 오늘은 물러나는 게 좋겠어.

“웃기지 마! 내가 여길 어떻게 왔는······.”

하지만 효진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뚝-!

오리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린 탓이었다.

“이런 니미럴!”

효진은 걸쭉한 욕지거리와 함께 애꿎은 문을 걷어찼다.

***

어두컴컴한 방 안.

오리 캐릭터가 그려진 잠옷을 입은 소녀가 휴대폰을 침대로 던졌다. 전원이 꺼진 휴대폰이었다.

곧이어 소녀는 음침한 웃음소리와 함께 중얼거렸다.

“후후, 네 역할은 여기까지야.”

그녀의 손에 쥔 볼펜이 수첩을 톡톡 두드렸다.

“어디보자, 채강현이라고 했지?”

소녀는 수첩 위에 ‘가장 유력한 표적’이라고 적었다.

그러고는 방긋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갖고 놀아야 잘 갖고 놀았다는 소릴 들을까?”

마치 얼음장처럼 차가운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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