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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전해드립니다-64화 (64/182)

64화

Chapter 17. 새로운 팀 (4)

“반갑다. 강진하라고 해.”

“네, 반갑습니다. 선배님.”

민호와는 살짝 달라진 호칭.

아무래도 연배가 있다 보니 ‘님’자를 붙인 듯했다.

그러자 진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딱딱하게 대하지 않아도 돼. 편하게 불러.”

“저는 이게 편합니다.”

혜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선을 딱 잘라 그었다. 이에 진하가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이던 그때, 민호가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형, 그런데 혼자 오셨어요? 소개시켜 주신다는 관찰자 분은······.”

“어? 아, 맞아. 설명하는 걸 깜박했구나.”

진하는 깜박 잊었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생각지도 못한 대답을 내뱉었다.

“여기 계셔.”

“네?”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민호가 되물었다.

진하는 웃는 얼굴로 주방을 가리켰다.

“이 카페 사장님이야.”

“······!?”

그 말에 민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표정하던 혜진의 얼굴에도 금이 갔다.

그러던 중 주방 쪽에서 누군가가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50대 초반 정도로 추정되는 여성.

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그녀는 진하를 보자마자 반갑다는 듯이 밝게 웃었다.

“오랜만에 보네, 강 형사.”

“안녕하십니까. 누님.”

“호호, 누님은 무슨.”

여성은 입을 가린 채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커피는 예전처럼 블랙으로 할 건가?”

“요즘엔 입맛이 좀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아메리카노로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래,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

그 말을 끝으로 여성은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민호는 아직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혜진을 뒤로 한 채, 여성의 뒷모습을 지그시 응시했다.

그녀의 상태창을 보기 위해서였다.

==

*이름: 이미옥

*나이: 만 67세

*공덕: 19,817

*악덕: 61

*성향: -

==

공덕 수치부터가 범상치 않았다.

하지만 민호가 놀란 부분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예, 예순 일곱이라고?’

바로 미옥의 나이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

이 정도면 아줌마가 아니라 할머니라고 불러야할 판이었다.

“자, 여기 아메리카노.”

“감사합니다.”

그때 미옥이 진하의 맞은편에 앉았다. 커피가 가득 담긴 머그컵을 홀짝이던 그녀는 민호와 혜진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이내 배시시 웃었다.

“이 아이들이 이번 세대의 신의 대리인들이구나.”

“예, 이쪽이 제가 말씀드렸던 전달자, 공민호입니다. 지금 등급이 8급이던가?”

“얼마 전에 7급으로 승급했어요.”

“벌써?”

진하가 놀란 듯 되물었다.

그러자 미옥은 민호에게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청하는 것이었다.

“반가워요. 관찰자 이미옥이라고 해요.”

“안녕하세요. 전달자인 공민호입니다.”

민호는 그녀의 주름진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말씀 편히 하셔도 됩니다.”

“호호, 그래.”

미옥이 부드럽게 웃었다.

민호와의 인사가 끝나자 진하는 혜진을 가리켰다.

“그리고 이쪽은 최근에 토벌자가 된 소혜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대선배님. 9급 토벌자, 소혜진이라고 합니다.”

혜진은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로 스스로를 소개했다.

게다가 호칭까지 극존칭으로 바뀌었다.

마치 장군을 만난 이등병처럼 보이는 모습에 민호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토벌자라면 미래의 제자인 건가?”

“그렇습니다.”

“후후, 그 천둥벌거숭이도 제자를 만들 줄이야. 오래 살고 볼 일이네.”

미옥은 재미있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이내 혜진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방금 소개한 이미옥이에요. 반가워요.”

“예, 반갑습니다. 저, 저도 말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그래. 고마워.”

미옥이 옅게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혜진이 너무 노골적으로 미옥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탓이었다.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니?”

“아, 아니요!”

조금 큰 목소리로 대답한 혜진.

그녀는 머뭇거리다가 이내 이실직고를 했다.

“사부한테 들었던 것보다 훨씬 젊어보이셔서······.”

“호호, 그야 당연하지. 소싯적부터 공덕 상점에서 피부에 좋다고 하는 건 모조리 사서 바르고 다녔거든.”

젊어 보인다는 말이 싫지는 않은지, 미옥이 웃음을 터뜨렸다.

민호와 혜진의 소개가 끝나자 진하가 다시 말을 이었다.

“누님은 전전세대부터 활약해온 3급 관찰자이셔.”

“3급 관찰자······!”

“전전세대부터요?!”

혜진과 민호가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둘이 놀란 부분은 서로 달랐다. 혜진은 순수하게 3급이라는 등급에 놀랐고, 민호는 전전세대라는 말에 놀랐다.

‘전전세대부터 활동했다는 말은······.’

이전 세대의 신의 대리인들을 마인으로 만든 주범.

1급 전달자 ‘류화연’에 대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민호가 눈을 반짝였다.

그때 미옥의 말이 이어졌다.

“그보다 짧은 기간이지만 사이좋게 잘 지냈으면 좋겠네.”

“예,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대선배님.”

민호와 혜진이 사이좋게 대답했다.

전체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무렵.

민호는 문득 제 3자의 시선을 느꼈다.

주방 쪽에 숨은 채, 계속 이쪽을 힐끗거리는 초등학생 남자아이였다.

“형.”

“응?”

“그런데 저기 있는 아이는······?”

그때 민호의 말을 들은 미옥이 대신 대답했다.

“호호, 내 손자야. 혜성아. 형이랑 누나한테 인사해야지.”

미옥이 손짓하자 혜성은 기다렸다는 듯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러고는 허리를 숙여 공손히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이혜성입니다.”

“안녕.”

“반가워.”

간단한 인사를 끝으로.

민호는 곧장 혜성의 상태창을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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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이혜성

*나이: 만 10세

*공덕: 117

*악덕: 0

*성향: -

==

‘수치가 미묘하게 낮네.’

전반적으로 공덕과 악덕 수치가 낮았다.

민호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때, 미옥이 그의 의문을 풀어줬다.

“그리고 이번 세대의 관찰자이기도 하지.”

“그렇군요. ······네?”

민호가 멍한 얼굴로 혜성을 쳐다봤다.

동시에 혜성은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네, 올해 초에 관찰자가 되었어요. 아직 9급 관찰자이지만요.”

그러고 보니 미래가 말했던 적이 있었다.

현재까지 한국에 남아있는 관찰자는 진하와 은퇴 예정인 아줌마, 그리고 이제 막 관찰자가 된 애기가 하나 있다고.

“이렇게 어린 애가요?”

그러나 혜진은 그런 얘기를 듣지 못한 듯,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

“응, 사정이 좀 있단다.”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미옥.

그녀의 말과 함께 혜성이 스스로의 눈을 가리켰다.

“저는 태어날 때부터 눈이 안 좋았대요.”

말을 마친 혜성이 안경을 벗었다.

그의 눈동자는 어딘가 흐릿한 색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이 안경을 벗으면 아무 것도 안 보여요.”

다시 안경을 쓴 혜성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자 이번엔 다시 미옥이 말을 받아 이었다.

“그러던 중 혜성이한테 관찰자로서의 잠재력이 있다는 걸 발견했지.”

관찰자가 되는 법은 토벌자와 사뭇 비슷했다.

5급 이상의 관찰자가 관찰자로서의 잠재력을 가진 후보들을 찾아, 그들을 관찰자로 임명하는 식이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일인전승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점이 달랐다.

“강 형사도 내가 임명한 관찰자란다. 잠재력이 뛰어났거든.”

“정확히 말하면 미래가 추천해서 임명을 당한 거지만 말입니다.”

진하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관찰자로 임명되고 계약까지 완료되면, 천계에서는 관찰자의 잠재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다.

전달자에게 처음 주어지는 ‘고유능력’과 비슷한 개념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직 내 능력에 대해 말해준 적 없지?”

진하의 물음에 민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진하는 곧장 입을 열었다.

“내 능력은 분석안(分析眼)이야. 대상의 얼굴이나 대상이 찍힌 사진을 3초 이상 보면, 대상의 이름, 나이, 성별, 직업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민호는 그제야 진하가 어떻게 그렇게 빨리 정보를 전해줄 수 있는지 깨달았다.

진하의 설명이 끝나자 이번엔 미옥이 입을 열었다.

“나는 추적안(追跡眼)을 가지고 있단다. 한 번 본 사람이면 지금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지. 물론 범위 제한이 있고, 일주일이 지나면 전부 초기화가 되어버리지만 말이야.”

미옥의 능력도 대단했다.

마인을 추적할 때나 선인의 뒤를 쫓을 때 쓸모가 있어보였다.

“그리고 우리 혜성이는······.”

혜상을 쳐다본 미옥이 잠시 말을 흐렸다.

잠시 후, 그녀는 자부심이 넘치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내 손자라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최고의 관찰자가 될 거야. 관찰자로서 최고의 능력을 가졌거든. 지금껏 유래가 없을 정도로.”

“어떤 능력인지 여쭤 봐도 됩니까?”

자신만만한 대답에 혜진이 호기심을 빛냈다.

그러자 혜성에게서 대답이 돌아왔다.

“천리안(千里眼)이에요.”

천리안은 관찰자가 가진 잠재력 중에서 유일하게 갑(甲)등급으로 분류된 능력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관찰자에 한해서는 ‘사기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좋을 능력이었으니까.

“저는 범위 안에 있는 모든 풍경을 보는 게 가능해요.”

혜성이 볼 수 있는 범위는 그야말로 천리(千里).

무려 392km에 달하는 압도적인 범위였다.

지상에서 걸어 다니는 위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게다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천리안에는 ‘탐색(探索)’이라는 특수능력이 있어요.”

탐색이란 범위 안에 있는 이들 중에서 특정한 대상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었다. 단, 대상의 이름이나 얼굴을 알아야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아이러니하죠. 안경이 없으면 당장 코앞도 보기 힘든데, 능력을 사용하면 천리 안에 있는 모든 풍경을 볼 수 있으니까요.”

말을 잇던 혜성이 씁쓸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밝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래도 천리안을 극한까지 올린 덕분에, 전 앞을 볼 수 있게 됐어요. 물론 능력을 오래 사용하면 쉽게 지치기 때문에 힘들지만요.”

결국에는 앞을 보기 위해서 관찰자가 되었다는 소리였다.

민호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그랬구나. 굉장하네.”

“그렇지? 아마 내가 이런 능력을 가졌으면 진즉에 1급 관찰자가 됐을 거야.”

뿌듯한 얼굴로 맞장구를 친 미옥.

이어 그녀는 혜성의 얼굴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그런데 우리 손자, 오늘따라 유독 기분이 좋아 보이네?”

혜성은 평소와는 달리 다소 들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옥은 그 이유에 대해들을 수 있었다.

“헤헤, 네. 이렇게 모여 있으니까 왠지 가족 같아서요.”

혜성이 멋쩍게 웃었다.

그러자 미옥을 그 마음을 잘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 틀린 말은 아니구나. 원래 신의 대리인들은 가족끼리 지냈으니까.”

그 말을 끝으로 미옥의 입가에는 씁쓸한 미소가 맺혔다.

이를 본 민호는 눈을 한 차례 반짝였다.

아마 미옥도 알고 있으리라.

미래가 말했던, 지난 3년간의 기록에 대해서.

그리고 류화연에 대해서도.

‘조만간 여쭤봐야겠어.’

민호는 그렇게 다짐했다.

그러던 중 별안간 진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새로운 가족이 생긴 기념으로 저녁은 제가 사겠습니다.”

진하는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들었다. 파란색으로 반짝이는 예쁜 카드였다.

“미래한테서 카드를 뺏어왔거든요.”

진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미옥과 혜진, 민호의 눈이 매섭게 반짝였다.

흡사 먹잇감을 눈앞에 둔 맹수의 눈빛이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쭈꾸미가 제철인데······.”

“전 장어가 좋습니다.”

“하하, 무조건 비싼 걸로 드시죠. 오늘은 미래가 전부 쏠 테니까요.”

진하가 카드를 흔들며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오늘 본 얼굴 중에서 최고로 기분이 좋아 보이는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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