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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전해드립니다-3화 (3/182)

< Chapter 1. 신의 선택을 받다 (2) >

“무려 신님이 선정하신 보상이에요!”

신이 직접 고른 보물!

그것은 현실에 찌든 민호마저도 가슴을 떨리게 만드는 단어였다.

“······보상?”

“네! 전달자가 되면 두 가지 특별한 보상이 주어져요.”

천율이 두 손가락을 폈다.

“우선 스타터 특전으로 받을 수 있는 특별 보상이 있어요. 그리고 임무를 완료할 때마다 완료 보상이 추가로 지급되죠.”

“구체적으로 어떤 보상인데?”

“특별 보상은 일종의 초능력이에요. 수많은 권능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죠.”

초능력.

순간적으로 호기심이 들긴했지만 민호의 마음에 드는 답은 아니다.

“그럼 임무 완료 보상은 뭐야?”

“임무 완료 보상은 종류가 다양해요. 능력으로 받을 수도 있고, 보물로 받을 수도 있죠.”

“보물?!”

민호의 눈이 놀란 토끼처럼 휘둥그레졌다.

“네, 하지만 주인님이 생각하시는 그런 보물은 아닐 거예요. 대부분 신비한 힘이 깃든 소모품이 대부분이거든요.”

천율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자 민호의 가슴은 다시 싸늘하게 식었다. 그때 천율의 입에서 그의 가슴을 다시 떨리게 만들 한 마디가 튀어나왔다.

“아, 맞아. 돈으로도 교환이 가능해요.”

“······!”

그 말에 민호는 귀가 솔깃해졌다.

솔직히 민호에게 있어 기적이나 신의 선택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런 뜬구름 잡는 소리를 순순히 따를 정도로 민호는 물질적으로 여유롭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돈을 벌 수 있다면 얘기가 다르다.

‘왜냐면 돈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이건 민호가 세상을 살아오면서 깨달은 진리 중에 하나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민호는 지금 돈이 상당히 궁했다.

학기 중에 시간을 쪼개서 서너 개의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 정도로.

“그럼 돈은 얼마나 주는 거야?”

“꽤 많이 준다고 알고 있어요.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요.”

“구체적인 액수는 몰라?”

“네, 거기까지는······.”

천율이 어색한 표정과 함께 말을 흐렸다.

그래도 민호는 실망하지 않았다.

신이 내린 임무를 완수하고 받는 보상이니만큼 분명 적은 액수는 아닐 테니까.

‘꽤 괜찮은데······.’

민호는 사뭇 진지한 얼굴로 고민했다.

천율의 말에 따르면 전달자는 단순히 특정 대상에게 기적을 전달하기만 하면 되는 존재였다.

심부름꾼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리라.

게다가 전달자가 되면 보상으로 초능력과 돈까지 받는단다.

그야말로 이상적인 부업이다.

민호가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하던 그때.

“헤헤, 그럼 이곳에 사인을 부탁드려요.”

천율이 한 장의 서류를 내밀었다.

“이게 뭔데?”

“계약서에요. 기본 1년부터 시작해요.”

“계약서라······.”

계약서.

그 단어에 민호의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가 홀로 사회에 나와 생활하면서 몇 가지 알게 된 게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계약서는 꼼꼼하게, 두 번 세 번 살펴야한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마음에 드는 조건이라고 해도 냉큼 계약을 하면 안 된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이를 떠올린 민호는 이내 굳게 닫혔던 입을 열었다.

“내일 다시 얘기하자.”

“네?”

“오늘은 너무 졸려. 눈도 침침하고.”

실제로 지금 그의 상태는 썩 좋지 않았다.

몸은 피곤에 찌들었고 머리도 잘 안 돌아간다. 이런 상황에서 무턱대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건 썩 내키지 않았다.

민호의 단호한 대답에 천율은 불만족스러운 듯 볼을 크게 부풀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천율도 민호의 상태를 눈치 챈 듯, 한발 뒤로 물러섰다.

“히잉, 어쩔 수 없죠. 알겠어요. 내일은 꼭 해주셔야 해요.”

“그래, 그래.”

“히히.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주인님.”

그녀의 인사와 함께 민호가 이불을 덮었다.

사방이 고요해지자 절로 졸음이 밀려들었다.

***

다음날 새벽 5시 정각.

삐삐삐삐-

스마트폰 알람 어플이 요란스럽게 울려댔다.

그 소리에 커다란 이불이 움찔하고 떨렸다.

잠시 후, 이불 밖으로 튀어나온 손이 알람 어플을 종료했다.

“······으으.”

이어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시간을 확인한 민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다섯 시라니, 말도 안 돼······.”

잠깐 눈을 감았다 뜬 것 같은데 벌써 다섯 시간이 훌쩍 지났다.

전신이 물먹은 스펀지마냥 축 늘어졌다.

“으으, 오늘은 진짜 일 나가기 싫다.”

민호가 이불을 다시 끌어올렸다.

하지만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다. 민호는 얼굴을 와락 구긴 채로 애써 몸을 일으켰다.

그러던 그때였다.

“주인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유독 밝은 목소리와 함께.

테이블 위에 앉아있는 천율이 손을 흔들었다.

“어어, 그래. 안녕.”

대충 대답을 한 민호는 세수를 하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그런데 그 순간!

“그럼 여기에 사인을 부탁드려요.”

천율이 날개를 팔랑이며 소리쳤다.

그러나 민호에게는 계약서를 살펴볼 여유가 없었다.

“지금은 좀 바빠. 일 다녀와서 볼게.”

“네? 하지만······.”

“퇴근 후에 하자. 그럼 다녀올게.”

민호는 천율의 말을 단칼에 잘랐다.

대충 세수를 끝마친 그는 녹색 야상 잠바를 걸치고 곧장 방을 나섰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

쌀쌀한 바람을 느끼며 민호는 발을 옮겼다.

얼마 후, 민호가 도착한 곳은 자취방 근처에 있는 주차장.

주차장에는 낯익은 승합차와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사내가 서있었다. 사내를 발견한 민호는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싹싹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어, 민호구나. 좋은 아침.”

민호를 발견한 사장이 씨익 웃었다.

“아직 다 안 왔다. 커피 한 잔 할래?”

“넵!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그 대답에 사장은 캔 커피 하나를 건넸다.

미적지근한 커피를 마시며 민호는 가볍게 몸을 풀었다.

그러던 그때, 누군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주인님, 여기서 뭘 하시는 거예요?”

“뭐하다니 그야 당연히 몸 풀고······. 으허억!”

목소리가 들린 곳을 본 민호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너, 너 왜 여기에······!?”

민호의 시선이 닿은 곳.

그곳에 있는 건 다름 아닌 천율이었다.

“그야 아까부터 따라왔거든요. 모르셨어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황당하게 소리친 민호.

그때,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사장이었다.

“사, 사장님. 혹시 보셨어요?”

“봤지.”

그 대답에 민호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동시에 사장이 피식 웃었다.

“아침 운동 한 번 요란하게 하는구나. 하긴 딱 힘이 펄펄 넘칠 시기지.”

“예?”

“그래도 벌써부터 힘 빼지 마라. 오늘은 할 일이 많거든.”

“아, 알겠습니다.”

민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 사장이 운전석으로 향했다. 그러자 민호는 어느새 자신의 어깨에 앉아있는 천율을 돌아봤다.

“뭐야? 다른 사람한테는 안 보이는 거야?”

“네! 저는 신님의 선택을 받은 대리인에게만 보여요.”

천율이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민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곧장 미간을 찌푸렸다.

“그보다 왜 따라온 거야? 내가 분명 일 다녀와서 사인한다고······.”

“일을 다녀온다고만 하셨지, 따라오지 말라는 말은 안 하셨잖아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랬다.

“그래도 이제 일해야 되니까 돌아가.”

“그러고 싶어도 길을 모르는 걸요?”

천율은 볼을 부풀린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의 모습은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깜찍했지만 민호에게 있어선 거추장스러운 짐 덩이에 불과했다.

“내가 설명해줄게. 저 골목 보이지? 저기서 우측으로 꺾으면······.”

“민호야. 다 모였다. 출발하자.”

그때 사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천율이 주먹을 앙증맞게 말아 쥐었다.

“뭐하세요? 주인님. 일하러 가셔야죠.”

“······.”

그 모습을 보자 문득 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이 먼저였다.

“하아암! 졸려죽겠다.”

차에 타자마자 보인 것은 하품을 늘어지게 내뱉는 청년.

민호보다 다섯 살 많은 승혁이었다.

“안녕하세요, 형.”

“어, 안녕.”

가볍게 인사를 받은 승혁이 유리창에 머리를 기댔다. 이어 다시 하품을 내뱉은 뒤, 승혁은 두 눈을 감았다.

“미안한데 도착하면 좀 깨워줄래?”

“넵.”

민호가 대답하기가 무섭게 승혁은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그리고 그때, 민호의 뒤편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민호구나. 오랜만이다.”

사십대 후반 정도의 외모를 가진 남자.

그를 돌아본 민호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오랜만이에요, 삼촌.”

“그래. 요즘도 굶고 다니는 거 아니지? 밥은 잘 먹고 다니고?”

“그럼요. 요즘은 삼시세끼 다 챙겨먹습니다.”

남자는 직원들에게 통칭 동석 삼촌이라 불리는 이였다.

사장의 바로 아래에서 직원들을 통솔하는, 소위 말하는 넘버 투라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민호에게 이 알바를 소개시켜준 사람이기도 했다.

동석과 간단한 안부와 근황 등을 주고받던 중 민호는 순간적으로 의아함을 느꼈다.

‘의외로 조용하네?’

천율은 아까부터 민호의 어깨에 앉은 채, 동석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얌전히 있는 건 다행이었지만 너무 얌전히 있으니 오히려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민호는 다시 동석과 대화에 집중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시답잖은 얘기였다.

그로부터 얼마 후.

끼이익-!

차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 Chapter 1. 신의 선택을 받다 (2) > 끝

ⓒ 남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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