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사왕 아르투르-248화 (후기) (248/248)

- 작가 후기

안녕하세요. 방구석용사입니다. 수많은 작품들 가운데 제 작품인 기사왕 아르투르를 감상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랜절> 박겠습니다. 독자님들이 계시기에 글재주 밖에 가진 것 없는 제가 즐거운 일을 하며 생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독자님들께선 제 삶의 빛과 소금이십니다.

독자님들과 어떤 식으로든 소통해보고 싶은데 최초로 유료 연재를 한 플랫폼이 독자 - 작가간 문답을 주고받기에 좋은 형태가 아니라서 아쉽습니다. 작가 후기라는 것이 잘못하면 독자님들의 감상에 해를 방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라, Q&A를 할 수 없다면 답하기가 조심스러워 후기는 여기서 마쳐야겠습니다. 단. 이 점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기사왕 아르투르>는 저한테도 첫 작품이었고 그만큼 아쉬움이 많이 남은 작품입니다. 독자님들께서도 아쉬운 부분도, 그럼에도 재밌게 보신 부분도 있으셨겠지요. 아쉬운 부분은 차기작부터는 보완하겠고 재미있는 부분은 더 극대화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작품의 주인공은 아르투르 같은 신념형 캐릭터보다는 만프레드 같은 실용적인 캐릭터로 내세울까 합니다.

제가 작가로서 설 수 있게 해주신 독자님들께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가 작가로서 가진 재능을 발견하게 해준 소중한 친구 김군에게 감사 대신 치킨을 쏘겠습니다.

제게 여러 좋은 조언을 해주신 금강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기사왕 아르투르>를 발굴하고 신예 작가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도와주신 매드햇 판무팀의 담당 편집자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여러 차례 프로모션을 제공해준 네이버 플랫폼 담당자님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녀의 행방은 당대에도 음유시인들의 관심사였던지라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져온다. 망망대해 너머에 있는 또 다른 거대한 대륙에 도착해 탐험하다 죽었다고도 하고, 힐데군드의 푸른 배가 폭풍우를 만나 바다 속으로 침몰하는 모습을 보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조금 허황된 이야기지만 세상의 끝을 지키는 크라켄과 전쟁을 벌였다고도 한다.

필자도 진실은 모르겠다. 어떤 것도 검증된 바가 없으며 근거도 없다. 힐데군드의 마지막은 순전히 전설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힐데군드는 아버지가 다른 여섯 명의 자녀들이 있었고 이들은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성공해서 일가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독보적인 명성을 얻은 “괴물 살해자” 시구르드는 평생을 어머니가 남긴 대검 한 자루에만 의존한 채 떠도는 삶을 살았다. 그는 오직 강함과 모험만을 쫓는 삶을 살았다. 시구르드는 늘 지역에 도착하면 강자와 겨루고 몬스터를 해치우고 축제를 대접받은 다음 지역으로 옮겨가는 간소한 삶으로 전설적인 명성을 얻었다.

나중에 시구르드의 자식이라고 주장하는 “시구르드의 후예들”은 백 명이 넘었는데, 대부분 기사왕이나 힐데군드를 닮아서 신빙성이 있다고 여겨졌다. 시구르드의 혈통은 굉장히 호전적이며 즉흥적인 삶을 사는 전사와 모험가들을 배출했다.

패왕 레오폴트는 자신의 왕국으로 돌아갔다. 그는 강철과 불로 질서를 바로 세웠으며 젊어서 바라던대로 아버지의 명성을 한창 능가하는 군주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평생 쉼 없이 전장을 나도는 삶을 살아야했다. 레오폴트는 말년까지 자신의 삶을 후회하지 않았으나 아르투르의 방법이 자신의 방법보다 나았다는 걸 인정했다. 단지,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 녀석이 나았던 건 맞아. 하지만 누구나 그런 삶을 살 수 있는 행운과 재능을 타고나는 건 아니라고. 나는 내 입장에서 최선을 다 한거야.’

패왕이 죽자 그에게 강제로 무릎 꿇려져있던 이들이 일제히 반란을 일으켰다. 프란츠 왕이 살해당하는 지경에 이르자 테라일 대제가 대군을 이끌고 원정을 떠나 반란군을 제압하고 자신의 아내인 레오노르 황후를 스티리아의 대왕으로 대관시켰다. 레오노르 황후는 반란군에 대해 관대한(영악한) 처우를 베풀었고 이로서 레오폴트가 다스리던 방식의 통치는 끝이 났다.

훗날 두 사람의 사이에 태어난 황태자가 레무리아와 스티리아의 왕관을 각각 부모에게 물려받으며 두 국가는 완전한 연합을 이루었다. 스티리아의 오’데르만 왕조는 엘라카르시스 왕조의 가장 가까운 친척이자 결혼 상대로서 천년이 넘는 유대 관계를 이어갔다.

장인들의 도시인 두라노는 기사왕이 참주의 통치를 끝장낸 날을 해방의 날이라고 부르며 지금까지도 가장 큰 국경일로 기념하고 있다. 마스터 에렌은 전후에 레무리아 왕국의 농경지 복구와 경제 부흥을 이끌며 많은 업적을 남겼다. 종말의 전투에서도 살아남은 근위대장 조레스는 이후로도 수 대를 엘라카르시스 왕조에 충성하며 공신 세력으로 남아있다.

피오렌치아 인들은 본디 기사왕을 침략자에 가깝게 보며 경원시했었다. 그러나 이제 기사왕은 일개 군주가 아닌 종말의 용을 쓰러뜨린 구세주의 대리자가 되었다. 이제 피오렌치아 인들은 다른 고장보다 자신들의 고장이 위대하다는 근거에 자신들이 엘라카르시스 왕조의 수도라는 중대한 근거를 추가했다. 물론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그들을 더 꼴보기 싫어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백인대장 레니에의 사람들은 신질서에 완전히 흡수되었고 이후에는 왕국의 신민으로서 만족하며 살아갔다. 불멸의 명성을 가진 기사왕의 후예라는 권위는 누구도 엘라카르시스 왕조의 군주들에게 견제가 필요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했다. 귀족들조차 짓눌리는 판국에 평민이 정치에 참여할 공간은 없었다.

그러나 수 세기 뒤, 기사왕의 후예라고 절대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한 폭군이 나타나 제국을 멸망 직전으로 몰고 가는 대사건이 발생했다. 폭군 삼촌의 목을 날리고 새롭게 즉위한 황제는 황권에도 제약이 필요하다고 느껴, 레니에가 제안했던 의회의 개념이 받아들여졌다. 이제 제국 의회는 민의를 대변하는 기구로 기능하며 정치적 안정을 이루고 있다.

한편 명사수 카밀은 사생아조차 남기지 않아 가계가 완전히 단절되었다. 그렇지만 말년에 찾은 그의 누이와 조카들은 넉넉한 연금을 받으며 생활할 수 있도록 배려받았다. 몇 대가 지나자 그들은 명사수 카밀과 혈연이 닿아있는 걸 영광으로 여기고 가문의 이름을 카밀로 고쳤다.

이제 명사수 카밀에 대한 이야기는 민중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되었다. 그는 공명정대한 법관의 표본이자 권력자의 불의에 대한 민중 저항의 상징으로 굉장한 인기를 누리며, 위대한 케이 백작과 함께 전설의 시대에서 가장 명성 높은 영웅이 되었다. 황실을 폐지해야한다는 극단주의자들이 카밀을 상징으로 사용하지만 독자들은 잊지 말라. 그는 엘라카르시스 왕조의 충실한 심복이었다.

이상의 내용은 세퍼드 가문원들에게만 공개되는 “위대한” 케이 대공의 회고록에 근거해 집필되었다. 지성을 갖춘 교양인이라면 당연히 “위대한” 케이 대공이 기사왕과 가장 가까웠던 동료라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판본에는 다른 이들은 알 수 없던, 기사왕의 현실적인 결점이나 한계 역시 담고 있다. 그분은 완벽한 분은 아니었으나 우리가 아는 한 가장 위대한 제왕이시자 불멸의 기사이시라는 점에는 의문을 제기할 자가 없을 것이다.

“기사왕 아르투르” 연대기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다.

- 레무리아 제국의 재상, 엘타르 대공 케이 15세 -

* 집필자와 동일한 이가 내용을 검토하고 공인한 제국의 공식 교과서임. 모든 학문적 논의는 해당 연대기에 근거하여 이뤄질 것이며 다른 학론을 내세울 시 황실 모독 방지법, 가짜소식 유포 방지법, 기사의 명예훼손 금지법, 역사 바로세우기법에 의거하여 처벌될 것임. *

천 년 전에 살던 자신의 선조를 꼭 빼닮은 케이 15세는 기지개를 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중요한 내용을 삽입하는 걸 놓친 것 같았다.

‘흠. 아. 그래. 요주의 인물 하나를 빼 먹었군. 뭐, 그런데 중요한 인물도 아니고 배워봐야 도움도 안되는 인물이니 빼자고. 기사답지도. 영웅답지도 않은 놈을 써서 뭐하냐? 귀찮은데 넘어가자.’

***

전쟁이 끝나고 용병공 만프레드는 심복들과 함께 노왕의 왕국을 찾아갔다.

“와하하하하하! 대박이다아아아아아! 대박!!!!”

“우린 부자야!!!!!!!!!!!!!!!”

“만프레드! 만프레드! 만프레드!”

세마수트라 1세가 넘겨준 지팡이는 고대의 피라미드로 만프레드 일행을 이끌었다. 피라미드의 지하실에는 천 년 동안 파라오들이 모아둔 재화가 있었다. 만프레드 일행이 가져온 자루에 보물을 가득 담고 나서도 여전히 산더미처럼 보화가 쌓여있었다.

“우린 부자야!”

“일단은 이 정도만 가져가자고! 너무 많이 풀면 또 물가가 올라가니까!”

“역시 대장은 똑똑해!”

만프레드는 부와 권력을 한 손에 거머쥐었다. 이곳 백성들은 세마수트라 1세가 점지한 후계자를 기꺼이 받아들였고 파라오의 보물을 팔아서 벌어들인 돈은 황금을 물 쓰듯이 쓸 수 있을 정도로 많았다. 다 떨어져도 피라미드에 가서 새롭게 가져오면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주 가벼웠다. 사람들은 만프레드를 두고 황금의 파라오라고 불렀다.

“이봐. 시종장. 황금의 파라오는 너무 길고 거창해. 좀 바꿔야겠어.”

환관인 시종장은 90도로 머리를 숙여보였다.

“저희가 무엇이라고 주인의 존함을 칭하면 되겠습니까?”

만프레드는 서늘한 언덕의 쇼파에 앉아서 풍요로운 범람원을 내려다보았다. 백성들이 열심히 일하며 자신에게 바칠 세금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칭호만이 문제가 아냐. 만프레드라는 이름도 너희가 들을 때 너무 낯설어. 유수프, 지브릴, 하마드. 이런 현지 이름으로 좀 바꿔야겠다. 난 너희가 정말 좋아서 친해지고 싶거든!”

황금의 파라오는 이곳의 삶이 정말 좋았다. 궁전에 있는 환관들과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아름다운 시녀들은 하루 종일 자신을 따라다니며 관심이라도 받으면 은혜를 입은 것 마냥 고개를 조아렸다. 세상에 이런 곳이 다 있었다니!

“새로운 호칭을 말씀해주시면 저희가 따르겠나이다.”

황금의 파라오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빠졌다. 파라오는 마음에 안 드니 왕으로 하자. 만프레드는 발음은 비슷하면서 현지 느낌이 나는 게 좋겠어.

“나의 새 칭호는 부자왕 만수르다!”

“경배드리나이다. 부자왕 만수르이시여.”

부자왕 만수르는 사십 년을 더 통치했다. 단 한 번도 고민하거나 자제한 적이 없었다. 원하는 건 다 했고 어려운 문제는 신하들이 알아서 했다. 그러면서도 나라는 잘 돌아갔고 백성들은 자길 좋아했다! 이게 가능했던 까닭은 부자왕이 돈을 팍팍 풀어서 모두가 부자가 되었던 덕이다! 지갑이 두둑해진 백성들은 기사왕에게조차 바치지 않던 극한의 존경을 부자왕 만수르에게 보냈다!

세상을 구원해주는 건 십 년이 고맙지만 부자로 만들어주면 평생이 고마운 법!

황금. 황금이 최고다!

그런데 사십 년이 지나고 부자왕 만수르가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하는 나이가 되었을 때. 스물여덟 명의 손자들이 걱정스런 얼굴로 찾아왔다.

“할아버지. 이제 국고에 돈이 없는데요? 이대로면 폭동이 날지도 몰라요. 어떻게 합니까?”

만수르는 깔깔 웃었다.

“껄껄. 걱정할 것 없다. 짐을 따라오거라.”

부자왕은 손자들을 데리고 고대의 피라미드로 향했다. 이번에도 보물 창고에서 부장품을 꺼내면 되겠지!

흥분에 들뜬 만수르가 보물 창고로 급히 들어가다 난간에 발을 헛디뎌서 넘어졌다.

“어이쿠!”

만수르가 무너지며 보물 창고의 한 켠에 쌓여있던 금괴의 산을 건드리고 말았다.

“어?”

땅바닥에 자빠진 부자왕의 눈에는 자신을 향해 떨어지는 수백 개의 금괴가 보였다. 손자들의 피하라는 외침이 들려왔지만 늙은 몸뚱이는 제때 움직여주지 않았다. 아. 이제 살 만큼 살았다. 노인의 얼굴에 행복감이 가득 퍼졌다.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쾌락과 즐거움을 겪어본 뒤에 금괴에 맞아죽는 죽음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결국 부자왕 만수르는 금괴의 파도에 짓눌려 압사 당했다. 후손들은 할아버지의 탐욕 때문에 옛 파라오들의 저주가 임한 게 분명하다며 고대의 피라미드를 다시 비밀에 붙였다. 오늘날 이 세계에서는 탐욕을 경계하라는 격언을 이렇게 전한다.

‘만수르를 기억하라.’

-Fin-

다시 한 번 독자님들께 <그랜절> 박습니다.

어려운 시대입니다. 기사왕 아르투르의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셨다면 제가 커피로 밤을 새가며 글을 썼던 보람이 느껴질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방구석용사의 차기작은 21년 3월 10일 이내로 돌아오니 어느 플랫폼에서 보건 사랑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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