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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왕 아르투르-110화 (110/248)

110

아르투르의 명령만 손이 빠져라 기다리던 기사들은 곧바로 허벅지 힘으로 말을 재촉했다. 모든 기사들의 시선이 아르투르에게 집중되었다. 그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넘쳤고, 얼굴은 분노로 끓어오르고 있었다. 눈앞에 놓인 수만의 인파를 보면서 기사들은 승리를 직감했다.

우리의 지도자가 수만 명을 앞에 두고도 눈 깜짝하나 하지 않는 용맹한 자이므로, 우리가 패배할 리가 없다!

“영광스러운 승리를!”

“아르투르! 아르투르! 아르투르!”

질주하는 기사들은 일제히 마상창을 내렸다. 기사들의 돌격을 이끄는 아르투르는 적, 아군 모두에게 눈에 아주 잘 띄었다. 전장 한복판을 앞장서서 내달리는 그의 모습에 적군은 공포를! 아군은 존경심에 힘입은 용기를 얻었다!

“너희들의 최고 사령관이 맨 앞에 서고 있다! 병사들이여, 너희는 뒤에만 있을 셈인가?”

레오폴트의 선언에 모든 군대가 함성을 내지르며 돌격했다. 백인을 벤 기사! 불패의 기사! 기적의 검을 지닌 자! 선택 받은 영웅이 그들을 이끌고 있으니 패배란 있을 수 없었다!

“영광스러운 승리를 주십시오!!”

아르투르 군이 일제히 내뱉는 외침 소리가 전장 전체를 뒤덮으며 하늘과 땅을 요동치게 했다.

“전우들이여, 나의 기사들이여! 명예도, 용기도 모르는 살찐 돼지들이 감히 우리의 가치를 짓밟고 모욕하고 있다! 그들은 황금으로 기사를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가르침을 남겨라! 기사의 분노가 어떤 것인지 똑똑히 보여줘라!”

“우리의 분노를 - !”

아르투르가 이끈 기사들의 전열이 적의 선봉과 부딪쳤다. 기사들은 자신들이 전설을 써내려가고 있다는 흥분과 환희 속에서 창을 내찔렀다. 반면, 그들을 막아야 할 창병들은 몰려드는 죽음을 보며 오금이 저려오는 것을 느꼈다. 아르투르가 창병들의 사이로 뛰어드는 것을 신호로, 수많은 기사들이 뒤를 따랐다.

콰지끈 - !

마상창으로 적들을 꿰뚫어 죽인 기사들은 곧장 검을 뽑아들고 적들을 닥치는 대로 베어버렸다. 눈앞의 적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있었다.

“영광스런 승리를! 승리를! 승리를!”

아르투르는 기사들의 열광 속에서 만나본 적 없는 어머니의 품속과 같은 포근함을 느꼈다. 격렬한 환희가 몸을 뒤덮었다. 전투를 통해 맺어진 자들은 함께 피를 흘리니, 같은 자궁에서 난 형제들과 마찬가지리라! 스스로도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전투의 흥분에 몸을 맡긴 아르투르에게 평범한 보병들을 죽이는 건 너무 쉬운 일이었다. 벌써 스물이 넘는 적이 자신의 검에 목숨을 잃었고, 에쿠잘루스는 바람처럼 내달렸다.

“돌겨어어억 - !”

마름모 꼴의 진열을 취한 기사들은 아르투르를 따라 내달리며 황홀경으로 빠져들었다. 기사들의 전투 함성과 말발굽 소리, 군마들의 흥분한 푸레질 소리가 들린다! 기사들의 함성은 하늘에 맞닿았고, 전투의 흥분이 전장을 지배했다. 군마들은 평원의 풀을 짓밟고 먼지를 휘날리며 땅을 뒤흔들었다.

아르투르를 따르는 기사들은 굶주려 있다가 풀려나온 맹수처럼 날뛰었다. 문명의 재갈을 벗어던진 그들은 호전적인 본성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 이들은 죽음을 부르는 사신이오, 피를 탐하는 맹수들이니 목숨을 아끼는 평범한 인간들이 대적할 상대가 아니었다. 그들을 이끄는 맹수의 우두머리가 바로 아르투르였다.

보병 대열을 짓뭉갤 때마다 그들의 속도가 느려졌고, 하나둘 낙마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이제 겨우 절반 왔을 뿐이었는데, 벌써부터 돌파력이 깎여나가고 있었다.

‘물러나서 재정비를 해야하나?’

하지만 아르투르를 포함한 기사들의 눈에 들어온 건 지휘 막사였다. 그리폰과 백합 깃발이 각각 나란히 휘날리고 있는 지휘 막사. 그곳에 아그나델로 장군과 굴리엘모가 있었다.

“저곳을 잡으면 전쟁이 끝난다!”

조금 숨이 버거워지던 맹수들은 눈앞에 가장 탐스러운 먹잇감이 나타나자 입맛을 다셨다. 그들은 멈추지 않고 군마의 배를 걷어차며 돌격을 재촉했다.

“아그나델로 - ! 네 목을 가지러 왔다! 나와서 싸우자!”

아르투르의 고함이 쩌렁쩌렁 울리는 가운데, 달려오는 적수를 바라보는 노장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여전히 저 애송이가 자신을 만나려면 수 겹의 보병 대열을 돌파하고 나서야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놈은 제 옆에 있는 것 마냥 광분하고 있으니.

“아주 인상적이군. 사생아 왕자. 어쩌면 너는 기사로선 네 아버지보다도 뛰어날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야전 지휘관으론 아주 부족해. 기사라고 해봐야 말에서 끌어내려지면 잘 싸우는 보병일뿐이다! 모든 부대를 내보내고, 말들을 집중 공격해라! 돌파력을 잃으면 아무것도 아닌 놈들이다! 1진, 진격하라!”

응전 나팔이 울리자 첫 번째 보병대가 전진했다. 검은까마귀 용병단은 실전 경험이 풍부한 자들로서 장창과 중석궁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중무장한 기병의 돌격에도 어느 정도는 견딜 수 있을 터이다.

“버텨내기만 하면 인생을 바꿀 보수가 주어진다!”

용병대원들은 적군의 수를 압도하는 아군을 보며 승산이 있는 싸움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정작 기사들의 돌격을 눈앞에서 보게 되자 이야기가 달랐다.

정오의 햇빛에 반사되는 번쩍이는 판금 갑옷을 입고 있으며 평범한 병사들과 달리 투지로 가득 끓어오르고 있는 살기 어린 눈빛을 가진 전사들! 숙련된 용병이 그 의미를 모를 수가 없었다. 그들은 기사가 돌격하는 정면에 배치된 것이다.

“씨발! 이건 아니지! 그냥 뒈지란 거잖아!”

한 고참병은 즉각 창을 내던지고 바깥으로 몸을 내던지려했다. 그 때 연합군 장교가 칼을 뽑아들어 그 고참병을 베어버렸다.

“자리를 지키지 않으면 내 칼에 죽는다! 버텨라!”

하지만 곧장 다른 병사가 내지른 창이 장교의 몸을 꿰뚫었다.

“우리 애를 죽여? 너나 죽어라!”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열에 동요가 가득 일었다. 경험이 많은 자일수록 기사들의 돌격을 정면으로 받아내는 건 자살 행위라는 걸 잘 알았다. 그들은 아군 장교들을 쓰러뜨리며 탈주했다. 고참병들이 이런 마당이니, 신병들은 아예 공황 상태에 빠져 반응 자체를 하질 못했다.

돈으로 산 충성심은 죽음 앞에 눈 녹듯이 사라졌다. 아군을 독려하고 중심을 잡아줘야 할 고참병들이 이탈하자 대열 곳곳에 빈틈이 생겼다. 구멍이 송송 난 창병 대열 사이로 기사들이 흐르는 물처럼 들어가 상처를 헤집기 시작했다.

“자리, 자리를 지켜! 싸우다 죽어라! 컥!”

아르투르는 독려하는 장교들을 찾아다니며 먼저 죽였다. 마상창이 여러 명을 꿰뚫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쓰러진 자들의 비명은 기사들의 우렁찬 함성에 묻혀버렸다.

“영광스런 승리를!!!!!!”

아르투르와 기사들은 도망치는 자들을 내버려두고 오직 앞만을 향해 돌격했다. 쐐기 대형을 취한 그들은 백 명이 모여 하나의 창을 이루었고, 아르투르는 날카로운 창끝으로서 기능했다. 아르투르가 이끄는 기사들의 대열은 너무 빠르고 신속하게 헤집어두었다.

“전우들이여, 나를 따르라! 그 끝에 승리가 있을 지어니!”

마상창을 손에서 놓은 아르투르는 여명을 뽑아 손이 가는대로 적을 베었다. 너무 적이 많아서 누굴 죽일 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아르투르는 그저 분노가 자신의 몸을 지배하게 두었다. 용감하게 자신을 저지해보려던 자들은 모두 허망하게 죽었고, 목숨을 구하려 동료를 버린 비겁자들만이 살아남았다.

“악마, 악마! 두라노의 악마가 왔다!”

누군가의 절규로 인해 첫 번째 대열에선 완전히 전투 의지를 잃었다. 병사들을 독려할 장교들조차 떠나버렸고, 본디 지원이 왔어야 할 두 번째 대열은 두려움에 몸을 떠느라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창 끝이 된 기사들의 일격은 1열의 중앙을 완전히 분쇄했다. 이제 그것은 2열로 향했다. 2열을 지키는 적병들은 도시의 깃발 아래 모여든 시민병이였다. 도시 시민인만큼, 돈으로 산 용병들보단 잘 버틸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의문을 품기 전까지는.

‘전쟁으로 밥 먹고 사는 용병들도 막지 못하던 걸, 우리가 어떻게 막아?’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깊은 공포가 모습들 드러내자 행동이 굼떠진다. 여명을 휘두르는 은색 갑옷의 기사는 이미 너무 유명했다. 공포 심리에 자극 받은 병사들이 갓 도주하려고 할 때, 중년의 시민군들이 차분히 앞으로 나섰다.

“애송이들아! 너희 아버지들이 어떻게 버티는 지 보여주겠다! 도망쳐서 평생을 수치스러워할 테냐? 우리와 함께 승리 할 테냐!”

경험 많은 시민군들도 이 자리가 죽을 자리라는 건 알았다. 하지만 오‘데르만 왕조가 남하했다는 소식은 그들의 공포를 자극했다. 그들은 공화국의 시민들, 왕을 섬기지 않는 자들이었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선 목숨쯤이야!

“애송이들아, 뒤로 썩 꺼져서 어르신네들이 하는 걸 잘 봐라!”

그들은 머릿속에서 집에 두고 온 가족들을 한번 떠올리고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열을 짰다.

“랑트리뷔아체여 - 영원하라!”

“카니아의 자유는 끝이 나지 않으리!”

“동료 시민들이여, 오늘 우리는 여기서 죽는다! 가족과 조국을 위해서!”

시민군들은 개인의 용맹을 믿는 기사들과 달리 서로 어깨를 맞대고 방패로 서로를 보호해줬다. 기사들의 긍지인 마상창과 창병 대열이 재차 부딪쳤다.

콰지끈 - !

곳곳에서 창들이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고, 용감한 숙련병들이 죽어나자빠졌다. 적지 않은 말들이 구슬피 울며 쓰러졌고, 일부 낙마한 기사를 향해 달려들어 끝장을 내려는 용감한 보병들도 보였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아르투르는 조금만 옷이 좋은 적을 만나면 찾아가서 기어이 죽여댔다.

굳어있던 신병들조차 자신의 아버지 뻘 되는 병사들이 죽어나가는 걸 보자, 가슴 속의 열기가 끓어올랐다.

“진격 - !”

“신이시여, 피오렌치아를 보우하소서!”

기사들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닥치는 대로 적들을 죽여없앴지만, 시민병들의 대열은 끝끝내 붕괴하지 않았다. 눈앞에서 고향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그들을 버리고 도망갈 한 정도의 배짱 혹은 파렴치함을 가진 이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민군들은 기사들을 역으로 포위하고 맹공을 가했다.

“이것들이 감히! 진정한 전투를 배우게 해주마! 수강료는 목숨이다!”

하지만 기사들은 전투의 프로였다. 포위당한 상황에서도 그들은 전의를 상실하지 않았다. 살아남기 위해선 오히려 더 과감해져야 한다는 걸 모두가 알았다. 아르투르와 알튼 남작은 선두에 서서 가로 막는 모든 것을 베어 넘겼다. 아르투르가 가는 곳마다 피보라가 몰아쳤고, 시민군들은 더 이상의 저항 능력을 상실해갔다. 기량의 절정에 이른 아르투르는 막을 수 없는 재앙이었다. 혹자는 악마의 힘이 깃들었다고 수근 거릴 정도였다. 그럼에도 랑트리뷔아체의 장교들은 용감히 달려들었다!

“저 자만 죽이면 이 전투는 이긴다!”

“기개 하난 대단하구나.”

그들은 용감하게 도전했고, 단칼에 죽었다. 아르투르가 가는 곳마다 적병의 대열이 무너지고 존재하지 않던 통로가 생겨났다.

“따라오라! 전우들이여! 승리가 눈앞에 있다!”

“오오오오오! 아르투르!”

소모되어가던 기사들은 아르투르의 뒤를 따라 재돌격을 감행했고, 군마들이 또 질주하자 가로 막는 모든 것이 휩쓸려나갔다. 적 부대 가운데 격렬하게 저항하는 이들은 아르투르의 시선을 끌었고, 곧 표적이 되어 박살났다. 쓰러지는 동료들이 발생하자, 기사들은 복수를 외치며 더욱 맹렬히 싸웠다.

그들은 적의 장교들의 목을 가을에 추수하듯 베어오는 아르투르를 보며 전율을 느꼈다. 자신들이라고 그것에 마냥 뒤질 수는 없었고, 그들을 더욱 격렬히 싸우게 했다.

“아르투르! 아르투르! 아르투르!”

기사들은 싸울수록 기세가 올라갔다. 전투 중에 느끼는 황홀경에 빠져든 기사들은 자신들의 목숨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과격한 전술로 적들을 쓰러뜨려갔다. 본능적인 열정이 그들을 인도했으며 아르투르가 그들의 길잡이였다. 생애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는 기사들은 벅찬 감정으로 함성을 내지른다.

“오오오오오오! 영광스런 승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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