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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왕 아르투르-71화 (7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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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말 안하겠다.”

아르투르는 빼앗은 각목을, 양손으로 붙잡더니 수수깡처럼 부러뜨려버렸다.

“이 꼴이 되기 싫은 놈은 꺼져.”

아르투르의 행동에 완장을 찬 건달들은 눈에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형씨. 지금 크게 잘못 하는 거야. 우리 몸에 손 하나라도 까딱였다간 살아서 이 도시 못나가. 죽고 싶은 거 아니면 조용히 보고 있어. 우리도 당신은 안 건드릴…”

말이 끝나기 전에, 놈의 얼굴이 둔기에 얻어맞은 듯 뭉개지며 고꾸라졌다. 놈은 컥컥대며 입에서 피와 함께 이빨을 쏟아내며 연신 숨을 몰아쉬었다.

“다음으로 또 까불 놈 있나?”

“씨발, 저 새끼 죽여!”

깡패들은 잇달아 아르투르를 둘러싸고 각목으로 두들겨 팼다. 하지만 아르투르는 버티고 선 채, 그들의 공격을 막지도 피하지도 않았다. 오직 급소로 오는 공격만 대충 쳐냈을 뿐이다. 결국, 제풀에 지쳐 먼저 나가떨어진 건달들은 먼저 물러나 숨을 가다듬었다.

공격자들은 온 몸에서 땀을 흘리며 지쳐있건만, 아르투르는 손바닥에 흐르는 조금의 피를 빼면, 어떤 타격도 입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아르투르는 가만히 그들을 노려봤다.

“다 끝났으면 내가 가지.”

아르투르는 자신의 앞에 있는 건달을 한 손으로 짐짝처럼 들어 올려서, 다른 한 놈에게 내던졌다. 서로 엉켜진 두 사람은 바닥을 나뒹굴었다. 왼손으로 쥔 주먹은 날아드는 각목과 충돌했고, 오히려 각목이 금이 가면서 부러졌다. 넋을 잃고 바라보는 놈의 명치로 주먹이 날아들었다. 놈은 피를 토하며 단숨에 기절해버렸다.

여러 명이 아르투르의 몸에 달라붙어 그를 움직이지 못하게 해보려고 했지만, 팔을 한번 휙 휘두르자 그들은 떨어져나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아르투르는 쓰러진 건달 두 사람을 각각 한손으로 들어올려,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부딪치듯이 서로를 처박았다. 그들은 머리가 깨져서 바닥을 나뒹굴었다.

건달들은 압도된다는 느낌 속에서, 온 몸을 벌벌 떨면서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 그들은 완전히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걸 깨달았다.

애초에 모를 리가 없었다. 그의 눈가에는 살기가 어른거렸고, 수많은 흉터가 새겨진 압도적인 체구는 역전의 용사다웠다. 도시 내에선 무슨 짓이든 할 수 있게 해주는 완장의 힘에 취해, 그것을 무시했을 뿐.

“살, 살려주십시오!”

“꺼져라. 너흰 내 손으로 죽일 가치도 없는 놈들이다.”

아르투르는 번거로운 파리를 쫒듯 휘휘 손을 내저었고, 그들은 몸 한쪽을 절면서 부리나케 도망쳤다.

그런데 건달들의 대장은 모멸감에 가득 차선, 도망치다가 호주머니 속에 숨겨든 단검을 꺼내들었다. 아르투르는 그들을 파리 쫒듯 쫒고는, 에렌을 부축하며 등을 내보이고 있었다.

‘벌레 짓밟듯이 죽일 수 있으니 경계할 가치도 없다는 거냐. 씨발, 죽여 버리겠어.’

건달 대장은 살금살금 다가가, 아르투르의 등 뒤에 정확히 비수를 꽃아 넣었다. 그런데, 단검이 생각보다 잘 들어가질 않았다. 분명히 더 깊게 파고 들어야하건만, 강철 같은 근육에 막혀버린 것이다.

‘어, 이거 왜이래?’

분노한 맹수의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살려줄 때 가면되지, 꼭 튀려는 놈이 있단 말이야.”

아르투르는 한번 으르렁대더니, 손바닥으로 얼굴을 후려쳤다. 건달 대장은 뭘 해보기도 전에 바닥에 엎어졌고, 아르투르는 놈의 얼굴을 짓밟고는 힘을 가득 주었고, 그의 얼굴은 철퇴에 맞은 것처럼 뭉개져버렸다.

아르투르는 깊은 숨을 몰아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깡패들은 더 겁에 질려서 허둥지둥 달아났다.

“참을 만큼 참았고, 볼 만큼 본 것 같군. 이의 있나?”

에렌 역시 단호한 표정을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오.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 참주를 죽이지 않으면, 두라노는 영원히 압제 속에서 살아갈 겁니다. 피가 흐르더라도, 한번은 거쳐야 할 과정이겠군요.”

“좋아. 우선 자네 가족들부터 구하지. 노예 시장으로 가자고.”

에렌은 조금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 둘이, 지금 말입니까? 우선 자유 형제단과 접촉해서, 그들의 지원을 받는 게 우선이 되어야하지 않을까요?”

말과는 달리 에렌의 눈빛은 투지로 가득했고 손은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

“그랬다간 늦어. 도시 안에 이미 대원들을 잠입시켜놨고, 포섭한 이들도 많다고 하니 우리가 움직이면 그쪽도 눈치를 채고, 움직이겠지. 그 뒤부터는 시간 싸움인거고. 망설일 시간이 없네.”

아르투르는 에렌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은 채, 도시의 상업지구를 향해 내달렸다. 에렌은 이를 질끈 깨물고, 호신용 검을 허리에 차고 아르투르를 뒤따랐다.

***

루드비코는 칼로 두라노를 탈취한 이후 노예무역을 장려했고, 자신이 직접 노예 사업의 큰 손으로 뛰어들었다. 그 뒤로, 두라노는 레무리아의 노예 무역 중심지 중 하나가 되었다. 참주는 직접 전쟁 포로, 죄수, 정적들을 노예로 팜으로써 군자금과 정권 안정을 동시에 이뤄냈다.

사람의 목에 걸려있는 가격표, 누더기 옷 하나, 혹은 알몸으로 서 있는 노예들은 각양각색의 용도로 팔려나갔다. 그 중 가장 인기가 좋은 것은 육체노동에 유용한 젊은 남성과 가임기의 여성들이었다. 어린아이는 클 때까지 먹여 살리는 것이 주인의 부담이기에 인기가 좋은 노예에 묶여서 판매되곤 했다.

아르투르가 맨 처음 본 광경은, 참주에게 낼 세금이 밀린 소작농 가정이 통째로 경매에 올라간 상황이었다. 중년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어느 정도 자란 소년과 네 명의 어린이였다.

“이번 상품은 패키지입니다. 금화 스무 닢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서른!”

“사십!”

소리를 지르며 가격을 높여나가는 노예 상인들을 보며, 아르투르는 이를 바득 갈았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지옥 직행인 행위다.’

에렌이 초조한 몰골로 뒤편에 늘어선 노예 무리들 가운데 자신들의 가족을 찾는 사이, 아르투르는 그의 경호원 행세를 하며 광장을 살폈다. 이 싸움터를 어떻게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할지 궁리해야했다.

‘숫자는 서른 명 남짓이지만, 광장 전체에 넓게 퍼져있다. 무장 상태로 보아 근접전으론 내 상대가 아니야. 문제는 지붕 위에 배치된 여섯의 석궁병들이다.’

아르투르는 싸움이 벌어지면 활용할 엄폐물들의 위치와 노예들을 풀어준 뒤 달아날 퇴로를 모두 살폈다. 그는 일찍이 저항군 지도자 레말리트에게 일이 잘못되었을 때 숨겨줄 사람의 주소를 들은 적이 있었다.

머릿속에 작전 지도를 그려 넣고 계획을 끝마친 아르투르는 에렌을 바라봤다. 에렌은 완전히 넋을 놓은 채, 부들부들 손을 떨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경매장 뒤편에 있는 우리에 있었다. 그곳에, 한 중년의 여인과 세 명의 어린 아이들이 쇠사슬에 묶여서 갇혀 있었다. 마치, 짐승처럼.

에렌을 붙잡고 있던 이성의 끈이 놓아지자, 그는 칼날을 빼들며 돌진했다.

“이 쓰레기들아! 동료 시민들을 핍박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노예로 팔아넘겨?! 이 쳐 죽일 것들아!”

돌발 상황이 벌어지자, 경비병 두 명이 창을 앞세워 그를 저지하려 했다. 하지만 격분한 그는, 칼을 힘차게 휘둘러 한 명을 쓰러뜨리고, 다른 한 명을 몰아세웠다.

노예 시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상인들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고, 경비병들은 호루라기를 불며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사슬 갑옷으로 무장한 경비병들이 방패를 앞세우며 일렬로 섰고, 그 뒤로 석궁이 겨눠졌다.

석궁이 빗발쳤지만, 방패를 든 아르투르가 모조리 탄환을 막아냈다. 그는 곧장 방패를 내던지곤, 양손으로 검을 들고 경비병들의 전열을 향해 돌격했다.

‘동요 없이 자리를 지키는 걸 보니, 잘 훈련받았군.’

하지만 그것만으론 모자랐다. 아르투르가 양손으로 황금의 검을 쥐고 내리칠 때, 선봉의 경비병은 용감히 방패를 들어 막으려들었지만, 아르투르의 일격은 방패를 쪼개고 그의 투구에 박혀버렸다. 성검의 힘이 아니더라도, 평범한 병사가 그의 일격을 막는다는 건 불가능했다.

아르투르는 칼날을 한번 휘둘러 피를 털어내면서, 광장 전체가 울리도록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덤-벼-라! 참주의 개들아! 나는 백인을 벤 아르투르이며, 하이에버의 도살자다. 내 앞을 가로 막는 자는 누구도 살아남지 못하리라!”

사자의 포효와 같은 그의 고함에 간이 작은 병사들은 무기를 떨어뜨리고 뒷걸음질을 쳤다. 잘 준비된 병사들이 아랑곳 않고 그의 앞길을 막으려 들었지만, 아르투르가 칼날을 휘두를 때마다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르투르는 무너진 경비병들의 전열 사이로 들어가면서, 원을 그리면서 활짝 베었다. 베는 도중 갑옷과 뼈에 걸릴 뻔한 경우도 있었지만, 힘을 조금만 더 주자 그대로 바스라지며 뼈, 살점, 갑옷과 옷이 모두 얽혀든 붉은 소용돌이가 일었다.

단숨에 눈앞의 적을 쓸어낸 아르투르는, 경비병이 쥐고 있던 창을 쥐고 건물 지붕 위로 던졌고 화살보다 빠르게 날아가 저격수의 창을 꿰뚫었다. 이따금 석궁 탄환이 날아들었지만 그는 간단히 피하거나, 갑옷의 튼튼한 부분으로 쳐내곤 했다.

“저놈, 저놈을 잡아!”

노예 시장의 관리인은 식겁해서 아르투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광장의 병사들이 지시에 따라 몰려들었다. 하지만 아르투르는 잽싸게 그를 가로 막는 병사들을 쓰러뜨리면서, 놈을 향해 다가갔고, 관리인은 등을 돌려 되돌아가다가 아르투르가 던진 창이 가슴을 꿰뚫자 쓰러졌다.

아르투르는 창을 내던진 직후, 사방을 살폈다. 네 방향에서, 모두 적군이 가득 몰려들고 있는 상황. 그 와중에, 성문에서 끝없이 병사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저놈들, 나한테 시선이 쏠렸어. 지금일세. 노예들을 풀어주고 가족들을 데려오게나.”

“네!”

아르투르는 아주 위험한 상황이란 걸 자각했다. 성검의 힘이 잠들어있으니, 믿을 건 몸뚱아리 하나와 쌓아온 전투 경험뿐이었다. 그런데 상대해야 할 적은 최소한 서른이 넘는다. 엘베르에서 100인의 도적을 홀로 무찌른 적이 있지만, 그때는 군마도 있었고, 상대는 도적떼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의 가슴속 어딘가가 희열과 흥분으로 가득 찼다. 홀로 무장한 수십 명의 병사들을 상대한다니, 이 싸움에서 이기면 온 세상이 자신의 용맹을 알게 될 것이다.

‘이런 멋진 싸움을 해볼 기회는 드물지.’

아르투르는 적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을 때, 성문에서 보았던 경비대장을 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했고, 아르투르의 살기 어린 표정을 본 그는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그렇지만, 경비대장은 적어도 겁쟁이는 아니었다. 그는 철퇴를 들고 아르투르를 향해 앞장서서 돌격했다.

“그래. 그래야지. 대장이라면 모름지기 앞에 서야겠지. 적어도 깨끗하게 죽여줄 가치는 있는 놈이었구나.”

많은 병사들은 이미 열댓 명도 넘게 쓰러뜨린, 거구의 기사를 향해 돌격하는 걸 주저했지만 대장의 용맹한 모습을 보면서 어쩔 수 없이 뒤따라갔다.

“기억해라! 우리는 참주의 병사들이다! 버러지 취급이나 받던 우리를 그분이 어떻게 대해 주셨는지, 무엇을 누리고 있는 지 기억해라! 참주님의 보상에 보답할 시간이다. 이놈들아! 놈의 목을 가져오는 자에겐 참주님께서 직접 포상할 것이다!”

아르투르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대장 놈은 충실한 부하인가 보지만, 놈의 목이 떨어져나가면, 나머지 병사들은 참주에 대한 충성과 자신의 목숨 가운데 중요한 것을 다시금 저울질 해볼 것이다.

자리를 박차고 달려나간 아르투르는, 지금껏 참아왔던 분노를 가득 담아, 위협적인 고성을 외쳤다.

“오너라, 참주의 개들이여. 오늘 이후, 너희는 아르투르의 이름만 들어도 오줌을 지리게 될 것이다.”

쩌렁쩌렁 울리는 아르투르의 목소리가, 두라노의 한복판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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