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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왕 아르투르-52화 (5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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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투르가 경기장 안에 나타나자 기다리던 검은 달 극단의 직원들이 일제히 기립했다.

“어서 오십시오. 아르투르 경.”

난쟁이를 비롯한 극단 배우들이 정중히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나으리께선 저희의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경께서 제때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목숨을 잃었을 것입니다. 그에 대한 답례로, 약소하지만 나으리의 갑옷 수리비를 저희가 지급하고 갑옷에 저희의 문양을 새겨 감사를 표했습니다. 그 외에도 원하시는 게 있으면 얼마든지 불러주십시오.”

극단 원들은 한 부분씩 아르투르의 수선된 갑옷을 가지고 왔다. 은빛 흉갑의 표면에는 검은 달의 표식이 새겨져 있었다. 절로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아주 마음에 드네.”

“괜찮으시다면 저희가 갑옷을 입혀드리고 싶습니다.”

아르투르가 고개를 끄덕이자 배우들이 들고 있던 각 부위를 가져와 착용하는 것을 정성스럽게 도와주었다. 판금 갑옷의 착용이 끝나자, 마지막으로 투구를 쓰고 케이가 내미는 할버드를 받아든다.

아르투르는 돌아보지 않은 채, 시합장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어여.”

낯익은 젊은 남자의 목소리.

“진짜 혼자 싸우러 갈 생각은 아니겠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완전 무장을 마친 레오폴트와, 그의 곁에 있는 노기사였다. 아르투르는 호쾌하게 웃으며 그와 포옹했다.

포옹을 마친 레오폴트는 자신이 데려온 노기사를 소개했다.

“아버지의 눈을 피해, 같이 싸워줄 동료를 구하느라 늦었다. 인사해. 내 술친구, 알론소 영감이야.”

아르투르는 호쾌하게 웃으며 레오폴트와 포옹했고, 알론소 경은 풍성한 흰색 수염을 쓰다듬으며, 아르투르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명예를 아는 아르투르 경, 뵙게 되어 영광이오. 귀 공의 명예로운 행동이 내게 큰 감동을 주었소. 그대와 함께 명예를 위해 싸울 것이오.”

“나를 돕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는가?”

“잘 알고 있소. 왕국에서 단 한명의 친구도 구하지 못할 거란 뜻이지. 걱정 마시오. 내 가문은 대가 끊겼고, 유산을 이을 자도 없소. 그저 기사답게 죽을 장소를 찾아다니던 늙은이라오.”

아르투르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결투에서 그가 살아남을 공산은 거의 없었다. 그에겐 자신 같은 압도적인 무력도, 레오폴트를 보호해줄 고귀한 혈통과 강력한 아버지도 없었다. 미친 늑대는 결코 그를 살려두지 않으리라.

그러나 알론소는 그들의 표정을 보고 누구보다 평온한 표정으로 차분히 답했다.

“젊은이들이여. 그대들은 나를 동정하는 게 아니라, 부러워해야 마땅하오. 진정한 기사와 함께 싸우다 죽는 것은 남자로서 최고의 영광이오. 결투장에서 검을 쥔 채, 목숨을 걸만한 싸움에서 죽는 영광을 누릴 수 있는 노인은 많지 않소. 나는 침대에서 죽지 않는 것에 감사하고 있소.”

알론소의 결의가 확고함을 확인한 아르투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노익장과 함께 되어 영광이오.”

두 사람의 말이 끝날 쯤, 포고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입장해주십시오! 결투가 곧 시작됩니다!”

호쾌한 미소를 짓는 아르투르.

“선봉은 양보하겠소. 노익장.”

뿌듯한 표정을 짓는 알론소.

“예의를 아는 젊은이군. 고맙네.”

늙은 기사는, 검과 방패를 앞세우고 걸어 나갔다. 아르투르는 허리를 꼿꼿이 피고 당당하게 나서는 노인의 모습이 무척 크다고 느꼈다. 자진해서 가치 있게 죽을 자리를 택하는 자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자신 역시 죽음 앞에서 그렇게 단호할 수 있기를 바랐다.

두 젊은 기사가 알론소의 뒤를 따라 나가자, 원형 경기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상 시합에 참석하러 온 수많은 귀족 가문들. 수십 가지의 깃발이 휘날리는 가운데, 아르길락 가문의 경비병들은 삼엄한 경계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아르길락 영주는 테라스 형태의 관중석에 앉아,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표정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 그는 아르투르를 보며 냉소를 내보였다.

“그래도 꽤 모았군. 세 명이라.”

다른 대 귀족들도 그들을 비웃거나, 그들의 어리석음을 한탄했다.

“수염도 나지 않은 도련님 둘과, 다리가 후들거리는 늙은이 하나. 꼴이 좋군. 오늘의 너희의 장례식 날이 되리라.”

아르투르 일행은 그들의 시선에 아랑곳 않고, 정면을 응시했다. 경기장의 반대편 문이 열리며 큰 체격을 가진 세 명의 사내가 어깨동무를 하며 입장했다. 란트레서 가문의 세 형제였다.

세 형제 중, 미친 늑대는 단연코 압도적인 존재감을 풍겼다. 푸른빛 룬문자가 새겨진 전투 도끼를 어깨에 멘 채, 살기가 느껴지는 흉흉한 눈으로 적들을 노려봤다. 그의 동생인 장은 그보다는 훨씬 차분했지만, 얼음장 같은 사내로 보였다. 눈빛에는 여러 번 아수라장을 견뎌본 숙련된 전사의 모습이 느껴졌고, 빈틈없는 발걸음에선 수준급의 전사라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아르투르가 주시한 것은, 셋째인 위고였다. 세 형제 가운데 체격도 제일 작았을 뿐더러, 눈빛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검을 쥐는 손도 엉성했고, 발걸음에도 주저함이 묻어난다.

놈이 세 형제의 약점이 될 것이다.

그 사이, 북부 출신의 귀족들은 그들의 영웅을 환호로 맞이했다.

“미친 늑대께서 오셨다!”

데네토르 왕국 내에서 손꼽히는 권세가 중 하나인 란트레서 가문은 북부 귀족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었다. 그들은 수 세대에 걸쳐 북방 이교도들의 침공을 받았고, 란트레서 가문은 그때마다 특유의 호전성으로 침략자들에게 죽음을 선사해왔다. 거친 성정의 북구 사내들은, 자신들의 지도자에게 맞서는 아르투르에게 야유를 보냈다.

다음으로 들어온 자는 가벼운 무장을 하고 있는, 중간 체구의 기사였다. 그는 경기장에 입장하며, 높이 뛰어 공중에서 창을 세 바퀴 돌리고 깔끔하게 착지하며, 아르투르에게 창을 겨누는 곡예를 선보였다. 관중들은 그가 보낸 기예에 환호를 보냈다.

“나는 서부 제일의 기사, 로드리고요. 당신의 목숨을 앗아갈 사내지.”

“이건 결투지, 전장이 아니오. 상대를 꼭 죽여야만 할 이유는 없을텐데?”

로드리고는 한 눈을 찡긋하며 웃어보였다.

“개인적인 유감은 없소만, 명령이오. 나의 주군이신 펠릭스 왕께서 그대를 제거하면 백작위를 주겠노라고 하셨지.”

아르투르는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게 된 것이군. 하지만 돌아가면 형님께 섭섭하다고 전해주시오. 내 목이 고작 백작 작위라니, 그보단 많은 것을 약속하셔야지. 하지만, 로드리고 경, 당신은 기사로서 그런 소인배의 밑에서 일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소?”

씨익 웃어보이는 로드리고.

“내 주군이 도량이 작다는 건 부정할 수 없지. 하지만 그분은 모든 일에 상벌이 확실하시오. 충성하면 그만한 대가를 주시지. 당신 같은 몽상가는 이해할 수 없겠지. 친구들을 데려온 모양인데, 당신은 그들을 같이 사지로 데려 온 거요.”

로드리고가 말을 마칠 무렵, 사람들의 시선을 한 눈에 끄는 기사가 걸어 나왔다. 그는 굉장한 키의 거한이었다. 기사들 중에서도 키가 가장 큰 아르투르와 미친 늑대였지만, 그들보다 머리가 두 배는 컸다. 두터운 판금 갑옷과 육중한 전투 망치로 무장한 그는, 존재만으로도 주변을 압도하고 있었다.

그가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땅이 울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아르투르는 그를 마주 보며 흥미로운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동부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기사군. 그렇지 않아도 당신과 한번 겨뤄보고 싶었소. 반갑소. 하인리히 백작.”

두터운 철판 투구 사이로, 하인리히의 음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애송아, 내 별명이 무엇인지 아느냐? 공포공 하인리히. 잔인한 하인리히다. 내게 맞선 버릇없는 놈들은 모두 처참하고, 고통스럽게 박살이 났지. 너도 곧 나를 보며 공포에 질릴 것이다.”

하인리히의 대답에, 아르투르는 미소를 싹 거두었다.

“당신이 그런 별명이 붙은 건, 전장에서의 용맹이 아니라, 잔인한 통치 때문이 아니오? 아랫사람들을 학대하기로 유명하던데. 당신보다 약한 자들을 괴롭혀서 얻어낸 명성으로 날 압도할 생각은 마시오. 한심해보이니까.”

하인리히는 얼굴이 붉어져서는 허공에 주먹질을 하면서, 아르투르를 노려봤다.

“웃기는 애송이놈! 편히 죽을 생각은 버려라! 너희 같은 놈들의 머리통을 터뜨려서, 세상 물정을 알려주는 게 내 삶의 낙이지. 농노를 위해 싸우는 기사라, 네놈이 무슨 서사시의 주인공이라도 된 줄 아나 보지? 놈들은 우리 가축이다.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가축!”

“당신의 말은 틀렸소. 우린 그들을 보호해주기 때문에 통치할 자격이 있는 것이오. 당신 같은 자들은 영지를 다스릴 자격이 없소.”

“천만에. 강자가 모든 것을 가진다! 내가 놈들보다 강하니까, 놈들을 다스리는 거야.”

아르투르는 소리내어 웃었다.

“뭐가 그리 웃기느냐?”

“이 상황이 마음에 들어졌거든.”

아르투르는 도전적인 눈빛으로 하인리히를 올려다봤다.

“당신을 죽이면, 당신의 백성들은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군. 자격 없는 폭군을 내 손으로 처단할 기회를 얻었는데, 어찌 기쁘지 않겠소?”

“뭐 - ?! 이 애송이 자식이!”

흥분한 하인리히가 전투 망치를 들어 올리려는 순간, 웅장한 뿔 나팔이 울리며 번쩍이는 판금 갑옷을 입은 기사가 경기장으로 입장해 두 사람의 사이를 가로 막았다. 그는 아르길락 가문의 후계자이자, 챔피언인 요제프였다. 하인리히는 별 수 없이 망치를 거두었다.

하인리히를 한번 노려보아 경고를 준 그는, 아르투르에게 시선을 돌리며 면갑을 들어올려 눈을 마주 보았다.

“아르투르 공. 경의 부하를 구하고 싶었다면 나와 조용히 상의하셨어야했소. 공개적으로 우리 가문의 권위를 침해한 이상, 우리로선 도발로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단 말이오. 나도 이젠 물러날 수가 없게 된 거요.”

아르투르는 흔들림 없이 요제프를 바라봤다.

“카밀 한 사람을 구하고자 벌인 일이 아니오.”

“그렇다면?”

“법이 누구에게나 공정할 수 있다는 것을, 기사의 명예는 신분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싸움이오.”

아르투르의 말을 들은 요제프는 혀를 찼다.

“유감이군. 당신과, 당신의 부하가 했던 일은 우리 푸른 피들에 대한 도전 그 자체요. 궁정에서 자란 그대도 모르지 않을텐데.”

“보호해주기로 맹세한 자들을 약탈하는 자가, 어찌 영주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단 말이오?”

요제프는 표정을 굳혔다.

“당신 말이 맞을지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명예와 이치가 아니라 자기 이득을 따르지.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 역시 그렇소. 질서에 도전한 본보기로서, 당신의 부하는 처형될 것이오. 그리고 그를 구하려 한 당신도 이곳에서 죽을 것이고, 당신에 대한 기억도 깨끗이 씻겨 사라질 것이오. 앞으로는 어떤 농민도 우리에게 반항할 수 없게끔 말이오.”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당신들 중에, 몇 명이나 살아 돌아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군.”

아르투르는 웃음을 지으며 가볍게 받아쳤다. 그러나 다음 순간 시합장에 들어온 기사를 보면서는 표정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왕실 기사단의 상징인 금색 망토와 얼음장보다 차가운 표정.

웃지 않는 아그라베인 경, 아버지의 친위 기사 중 한 사람이자, 지금은 큰형님 루이스를 모시는 자였다. 평생을 왕가를 위해 싸우고, 죽고, 봉사하겠노라 맹세한 대륙 최강의 기사들 가운데 한 명.

차가운 시선으로 자신의 동료들을 살핀 그는, 일곱의 사이로 묵묵히 걸어들어갔다. 레오폴트는 짜증나는 표정을 보이며, 그를 향해 빈정거렸다.

“아그라베인 경, 기사들의 모범을 모여야 할 왕실 기사가, 숫자도 맞지 않는 불공정한 싸움을 할 생각입니까?”

중년의 노련한 기사는, 기계적으로 대답할 뿐이었다.

“레오폴트 백작, 저는 오늘 대왕의 대리인으로서, 정의를 집행하러 왔습니다. 개인의 사사로운 명예를 위해 온 것이 아닙니다.”

레오폴트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도대체 여태 뭘 쳐 들으신 거요? 란트레서 가문의 망나니가 쓰레기라니까. 눈이 멀었거나, 귀가 먹은거요? 둘 다 인가?”

레오폴트의 도발에도, 아그라베인은 줄곧 같은 태도를 유지한다.

“무엇이 옳은 지, 무엇이 정의냐를 판단하는 것은 온전한 대왕의 판단입니다. 그리고 루이스 대왕께서는 현상범 카리오스가 처형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분의 뜻을 따를 것입니다.”

레오폴트의 빈정거림이 계속되었지만 아그라베인은 전혀 대꾸하지 않았다. 아르투르는 침착히 적의 구성을 살폈다.

란트레서 삼형제, 괴력을 지닌 하인리히 백작, 창술의 대가인 로드리고, 아르길락 가문의 챔피언인 요제프, 왕실 기사인 아그라베인.

란트레서 가문의 막내를 제외하면, 한 명 한 명이 모두 일당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역전의 기사들이었다. 일 대 일 결투를 펼친다고 해도,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자들. 그 중에서도 아그라베인 경은 특별히 위험했다.

‘기사 서임을 받을 쯤에, 이미 궁정 내에서는 내 적수가 없었지.’

아르투르는 마스터, 바야르 경과 함께 하던 과거를 떠올렸다.

‘하지만 아버지의 왕실 기사들만큼은 넘지 못했었어.’

그런 자를, 3 대 7 의 상황에서 상대해야했다. 식은땀이 흘렀다. 단 한 번의 실수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리라. 그가 싸워온 어느 때보다, 오늘이 위험한 날이 될 터였다.

참가한 기사들이 모두 제 자리를 찾자, 아르길락 영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부 국경의 수호자이자, 하이에버의 대영주로써 카리오스의 재판을 시작하겠다. 위고 경과 아르투르 경은 피고의 결백에 대해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 지 가려내야만 한다.”

아르투르를 바라보는 란트레서 영주의 표정에는 비웃음이 묻어나왔다.

너의 최후가 다가왔다. 애송아. 꼼짝 없이 너는 이곳에서 죽게 될 것이다.

“- 결투를 시작하라. 신께서 옳은 자를 가리실 것이다!”

부우우우우우우우웅 - !

결투의 시작을 알리는 뿔나팔이 울렸지만, 양 측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은 싸움에 이골이 난 기사들 가운데서도, 가장 뛰어난 자들이었다. 적들은 아르투르의 기량을 과소평가하지 않았으며, 아르투르 일행도 수적 열세를 잊지 않았다. 두 진영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되었다. 경기장의 열기가 끓어오르며 분위기가 고조되어갔다.

위고 진영은 서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서서히 산개해서, 아르투르 진영을 둥글게 감쌌고, 아르투르 진영은 중앙에 뭉쳐 서로 등을 맞댄 채 버티고 섰다. 위고 진영이 한 걸음씩 내디딜 때 마다 포위망이 좁혀져왔다.

가만히 있으면 죽는다.

“노익장, 로드리고를 맡아주시오.”

“시간을 끄는 것이 고작이겠지만, 최선을 다하겠네.”

“레오폴트, 너는 아그라베인을 막아,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하겠다.”

“미친놈아. 너 혼자 다섯을 상대하겠다고? 뒤를 잡히는 순간 끝이 날거다.”

아르투르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은 채, 정면에 선 하인리히를 향해 돌격했다. 레오폴트가 그 뒤를 따랐고, 알론소도 고함을 지르며 돌격했다. 위고 진영의 기사들도 재빨리 그들을 따라잡았다.

하인리히는 달려오는 아르투르를 비웃으며, 거대한 전투 망치를 내리쳤다. 이것이 놈의 죽음이 되리라. 다른 기사들도 각각 자신의 무기를 내질렀다.

치명적인 급소를 향해 날아오는 무기들을 보며, 아르투르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꼈다. 무수한 훈련, 전투를 통해 몸에 체화된 전투 감각은 예민하게 정보를 종합했다.

머리 위로는 전투 망치가, 오른편에선 미친 늑대가 휘두른 전투 도끼가, 왼편에선 로드리고의 창이 목덜미를 노리고 있었다. 아그라베인은 자신의 등을 잡기 직전이었다.

네 기사는, 언제 호흡을 맞춰본 것 마냥 한 몸이 되어, 자신의 사각을 파고들었다.

죽음이 눈앞에 있었다.

아르투르는, 자신의 동료들과 행운을 믿기로 하며,

담대하게 앞으로 전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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