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늙은 기사가 말했다.
‘도련님의 부모님은 위대한 전사입니다. 그러니 도련님도 훌륭한 기사가 될 수 있습니다.’
소년이 대답했다.
‘나는 왕이 되고 싶어요. 아버지의 뒤를 잇고 싶습니다.’
늙은 기사는 고개를 저었다.
‘안됩니다. 도련님은 왕이 될 수 없습니다.’
소년은 갸우뚱하며 되물었다.
‘나 역시 왕의 아들이에요. 형님들은 왕위를 계승받을 거라고 했어요. 저도 그럴 수 있지 않나요?’
‘하지만 도련님은 사생아이고, 그분들은 왕자이시죠. 오직 적법한 결혼에서 태어난 자손만이 왕조를 이을 수 있습니다.’
소년은 토라져서 대답한다.
‘그래도 나는 왕이 되고 싶어요. 나도 내 땅을 다스리고 싶다고요. 아버지가 하시는 것처럼.’
‘주어진 운명에 수긍하는 것도 용기입니다. 도련님의 아버지는 고귀한 왕이지만, 어머니는 비천한 이교도 전사였습니다. 어떤 성직자도 도련님의 대관식을 수행하지 않을 겁니다. 어떤 정교회 신자도 도련님의 통치에 순응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그대는 결코 왕이 될 수 없습니다.’
소년은 고개를 푹 숙이며, 풀 죽은 목소리로 답한다.
‘알겠어요. 마스터. 나는 왕이 될 수 없는 거군요.’
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소년은 스스로 되뇌었다.
‘그렇지만 나도 왕이 될 거에요. 아버지보다 뛰어난 왕이 되고 싶다고요.’
계속
1
- 쾅!
왕궁의 문이 거칠게 열린다. 문 뒤로 나타난 금발 청년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마스터, 왕께서는 무사하십니까?”
문을 지키던 백발의 노기사가 답한다.
“대왕께서는 도련님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서둘러 안으로 드시지요.”
금발의 청년은 도드라지는 체격을 지녀 눈에 쉽게 띄었다. 키는 남들보다 머리 두 개 정도는 컸고 손과 발이 길었다. 그의 옥빛 눈동자는 날카로웠고 용모는 남자답고 호탕했다.
청년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복도에 있던 사람들이 양 옆으로 비켜섰다. 그가 복도의 끝에 있던 방으로 들어서자 수십 명의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의 의복은 색을 입힌 고급 양모와 비단으로 만들어져 부유하고 지체 높은 신분의 이들임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칼이나 휘장, 옷 등에 문양을 새겨놓고 있었다. 사자, 표범, 장미, 성, 그 외의 다양한 문장들.
세상 무서울 것 없는 권세가들이지만, 오늘만큼은 이들의 표정에도 초조함이 가득했다. 귀족들의 불안한 시선은 방 끝에 놓인 커다란 사각 침대로 향했다. 청년이 신하들을 거칠게 밀치며 침실 안쪽으로 나아가자 마침내 침대에 뉘인 환자의 모습이 드러났다.
환자는 백발의 노인으로, 핏기가 가신 창백한 얼굴과 거친 호흡소리는 노인의 생명이 마지막 불꽃을 피어올리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그의 오른 검지에 황금 건틀렛의 문양이 새겨진 인장 반지가 없다면, 그가 서부 대륙의 주인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왕의 주변에는 중년의 왕비와 장성한 세 왕자, 한 명의 공주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병든 왕은 신하들 틈에서 걸어 나오는 금발의 청년을 보며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
“아르투르, 내 자랑스런 아들….”
늙은 왕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목소리는 완전히 쉬었고, 생기가 없었다. 아르투르는 침상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 아버지의 손을 붙잡았다. 약하고 연약한 손이었다.
‘이건 전사의 손이 아니야. 내게 검술을 가르쳐주시던 투박하고 거친 전사의 손이 아니야.’
아르투르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애써 자신을 진정시키며, 아버지의 시선을 마주 봤다. 자신과 같은 녹색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동자의 초점은 흐릿했으나, 그 속에 담긴 따스함과 안타까움을 마주 볼 수 있었다. 아르투르의 눈동자에도 깊은 슬픔이 담겼다.
결코 가깝다고는 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아닌 주군이라 불러야 했고, 만나고 싶다하여, 만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죽어가는 왕은 오른손을 들어 아르투르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왕은, 미소를 지으며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애야, 슬퍼하지 말거라. 일평생 수많은 생명들이 지는 것을 보았다. 그 중 많은 수는 내 손으로 거둔 것들이었지. 이제는 내 차례가 되었을 뿐이란다. 신께서 주신 긴 수명을 누리고 가족들의 품에서 삶을 마치니 내 삶은 실로 축복받은 것이 아니냐. 이승의 마지막 여정을 떠나기 전에 너를 보게 되어 기쁘구나.”
아르투르는 아버지에게 따져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왜 연회가 있을 때마다 궁전을, 자신의 집을 떠나야했는지, 왜 자신은 아버지라 부를 수 없었는지, 나는 당신의 아들이 아닌 것인지.
그러나 입으로 나온 이야기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저 역시 당신을 아버지로 두어 자랑스러웠습니다. 왕이시여.”
“네게 미안한 것이 너무나 많다. 네가 사생아라는 이유로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어머니가 이교도라는 이유로 얼마나 차별을 받았는지, 가족을 가족으로 부를 수 없어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모두 알고 있느니라. 부디 나를 용서하거라. 아들아.”
울컥, 하는 뭔가가 가슴 속에서 올라왔다.
‘그랬다면 제게 더 잘해주셨어야지요!’
하지만 이번에도 대답은 달랐다.
“미안한 것이 어디 있습니까. 저를 내치지 않고 거둬주시고, 궁에서 길러주시고, 아비로써 정을 베풀어주시고, 이 모든 것이 전하의 은혜였습니다. 마음 편히 가지십시오. 왕께선 제게 잘못한 것이 아무것도 없으십니다.”
“안타까운 녀석. 네가 적자였더라면, 네게도 내 유산을 물려줄 수 있다면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으련만….”
“유산 따위 바라지 않습니다. 이제 세속의 일은 그만 잊어버리시고, 편안히 신의 품에 안기십시오.”
아르투르의 말을 들으며 페르넬 왕은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대견하게 자라둔 아들에 대한 고마움이자, 일찍 철이 들 수밖에 없던 아들에 대한 미안함. 마지막이니 차라리 응석을 부려준다면 좋으련만.
“아들아, 무릎을 꿇어라. 내가 가진 가장 귀한 것을 네게 물려주마. 루이스, 날 부축해다오.”
페르넬 왕은 루이스 왕세자의 부축을 받아 병상에서 일어섰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그의 모습은 무척이나 위태로워보였다.
“바야르 경, 내 황금의 보검을 가져오게.”
그러자 문 앞을 지키던 노기사가 한 낡은 보검을 가져왔다. 표면은 황금빛으로 칠해져있었고 폼멜에는 루비가 박혀있었다. 왕이 힘겹게 칼날을 뽑자 그 검신이 드러났는데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한 눈에 보아도 예사롭지 않은 검이었지만 오랫동안 관리를 받지 못한지 녹이 슬어있었다.
페르넬 왕은 칼을 들어 아르투르의 등에 뉘였다.
“용감하게 적들을 마주하라. 신과 정의 앞에 진실하라. 명예를 목숨보다 귀하게 여길지어다. 아르투르, 이상의 내용을 서약하라. 네 안의 겁쟁이는 죽이고, 기사가 되어 일어나라.”
서약의 내용을 외치는 왕은 촛불이 마지막 순간 거세게 불타듯 기백이 넘쳐흘렀다.
“페르넬의 아들, 아르투르는 맹세합니다. 용감하게 적들을 마주하겠습니다. 신과 정의 앞에 항상 진실하겠습니다. 명예를 목숨보다 귀히 여기겠습니다.”
아르투르의 말이 끝나자 페르넬 왕은 그의 양쪽 어깨와 머리를 칼등으로 두들겼다.
“오늘의 맹세를 기억하라. 아르투르 경. 이제부터 그대는 기사가 되었다.”
기사 서임이 끝난 아르투르가 무릎을 피고 일어났을 때 왕은 보검의 손잡이를 그에게 내밀었다.
“이 검이 네 맹세의 이행에 대한 증표가 될 것이다.”
아르투르는 양손으로 공손히 검을 받아들어, 허리춤에 매었다. 좌중에서는 일순간 소란이 일었다.
“아버지, 명예란 무엇입니까?”
“백 명의 사람이 있으면, 백 가지의 명예가 있다. 그러니 너는 너의 명예를 찾거라. 이것은 왕으로써의 명령이자, 아비로써의 당부다.”
혼자서 제 몸을 가누기도 힘든 노인이건만, 지금만큼은 또렷한 눈빛으로 아르투르를 바라봤다.
“콜록, 콜록, 콜록!”
아르투르의 입가에 '예. 아버지'라는 말이 맴돌 무렵, 페르넬 왕은 입에서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아버지!”
“폐하!”
“여보!”
“형님!”
페르넬은 희미해져가는 의식 속에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아르투르를 바라봤다.
‘이것이 녀석을 보는 마지막인가. 부디 녀석이 내 당부를 잊지 말기를. 내가 해내지 못한 일을 그가 해내기를. 천상의 왕이시여, 부디 제 가련한 아들을 보살피소서.’
그것이 페르넬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황급히 달려온 궁중 의사는 의식을 잃은 왕의 몸을 살폈다. 모두가 긴장된 표정으로 이를 지켜봤다. 아르투르를 비롯한 왕의 아들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이를 바라봤고 신하들은 엄숙히 고개를 숙인 채 의사의 말을 기다렸다.
진찰을 마친 궁중 의사는 침상 곁을 지키던 붉은 예복의 성직자를 바라봤다.
“대주교 예하, 폐하를 천상으로 모실 준비를 하셔야겠습니다.”
성직자는 담담하고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 페르넬의 마지막 여정이 시작될 것이오. 가족들만 남고 자리를 비워주시오.”
공주는 실신해버렸고, 왕비는 눈물을 흘리며 침대보에 얼굴을 파묻었다. 왕의 아들들도 숨죽여 울었다.
방 안의 귀족들은 왕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고 위대한 왕을 향해 고개를 숙여 존경의 뜻을 표했다. 이 방의 많은 이들이 페르넬 왕과 생사를 함께 하며 전장을 누비던 사이였고, 그에게 은혜를 입은 이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만인의 친구이자 보호자이던 왕의 죽음은 많은 이들을 비통에 빠뜨리기 충분했다.
왕실기사단이 마지막으로 침실 문을 닫고 나가자, 방 안에는 열 명 남짓의 왕실 가족들과 대주교만 침상을 지켰다. 레무스 정교회의 관습에서 임종을 지키는 것은 가족의 배타적인 권리이자 의무였다. 그들의 주인인 신에게 되돌아가는 길은, 오직 가족과 성직자만이 지킬 수 있으리라.
대주교가 들고 있는 의식용 제기에서 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경건한 기도문이 외워지자 방 안의 사람들은 왕의 서거가 다가온 것을 실감했다. 레무스어로 된 대주교의 기도문은 산 자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고 신에게 죄를 용서해줄 것을 청하는 내용 이었다. 경건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다.
“만물의 조물주이신 천상의 왕이시여, 당신의 아들 페르넬이 당신에게로 되돌아갑니다. 그를 따뜻이 품어주십시오.”
좌중의 모든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왕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그들 가운데는 사이가 좋지 않은 이들이 많았지만, 지금만큼은 한 마음이 되어 기도했다. 하지만 왕비 엘레노어가 아르투르를 바라보자, 이러한 조화는 깨졌다.
“네가 왜 이곳에 있느냐?”
왕비의 적의 어린 시선이 비수처럼 날카롭게 다가왔다. 냉랭하고 표독한 목소리.
‘저 여자는 오늘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군.’
“마담 엘레노어. 저는 왕자는 아니지만 페르넬의 아들입니다. 저 역시 왕의 가족이므로 임종을 지킬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르투르의 말은 오히려 왕비의 화를 돋웠다.
“누구 씨인지도 모르는 사생아가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말거라. 혀를 뽑아버리는 수가 있으니까. 남편은 너를 아들로 거두었다만, 나는 네가 페르넬의 아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썩 꺼지거라.”
왕비의 눈동자는 적개심으로 맹렬히 타오르고 있었고, 아르투르의 속에서도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그 동안 왕비와 그녀의 추종자들에게 받아온 천대의 세월이 얼마나 길었는가. 아르투르가 손을 떨면서 간신히 감정을 추스릴 무렵, 중년의 왕족이 입을 열었다.
“마담. 아르투르는 형님께서 누누이 공언하셨던 형님의 아들이오. 누구에게나 아버지의 임종을 지킬 권리가 있소. 사생아도 아들이오.”
“묜시뇰 페르디난트. 저 사생아가 정말로 오'데르만 왕가의 피를 이었다고 생각하시오? 이곳은 왕가의 일원들만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신성한 자리입니다. 그런데 저를 지지하지는 못할망정 북구인 사생아를 싸고도시다니 어떻게 된 일입니까?”
“나는 왕가의 법도를 말했을 뿐이오. 아르투르가 왕의 아들이라는 것은 이미 형님께서 인정하신 바요. 오늘 손수 기사로 임명해주시면서 재차 확인하신 것이고.”
두 사람의 눈길이 부딪히며 장작이 불길 속에서 타오르듯 서로 간의 적의를 끌어올렸다. 그들이 주고받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날이 가득 서 있었다. 절제된 분노로 서로를 노려보던 중, 먼저 고개를 돌린 것은 왕비였다.
“…뭐, 좋습니다. 그대의 말에도 일리가 있겠지요. 그러니 대주교 예하께 판결을 부탁하지요.”
“이것은 왕가의 일이니 교회가 간섭할 일이 아니….”
페르디난트가 말을 끝내기 전에, 나이가 지긋한 대주교가 끼어들어 선언하듯 말했다.
“아르투르 경은 왕의 아들이 아니오. 따라서 대왕의 임종을 지킬 자격이 없습니다. 왕비의 말씀이 옳소이다.”
페르디난트는 눈살을 찌푸리며 대주교를 바라봤다. 이 노인네가 망령이 든 것이 분명하다. 감히 뉘 안전이라고 그따위 말을? 그의 분노 어린 시선이 주교를 향한다.
“아르투르, 들을 필요 없다. 너는 형님의 아들이다. 자리에 남거라.”
“무슨 말씀이십니까? 묜시뇰? 교회의 권위에 도전하시겠다는 건지요?”
“대주교. 나는 저 아이의 삼촌이오. 내 조카가 아비의 임종을 지키게 하겠다는 것은 누구도 막을 수 없소!”
본디 사이가 좋지 않던 세 사람이었기에 논쟁은 가라앉을 줄 몰랐고, 언성은 높아져만 갔다. 아르투르는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에 쓴 웃음을 지었다. 만약 삼촌인 페르디난트의 개입이 없었더라면 자신은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쫓겨났을 것이다. 자신은 그저 삼촌이 자신의 말을 대변해주길 바라며 잠자코 있었다.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좋겠구나. 아르투르. 아버님께서 아직 의식이 있으실지 모른다. 삼촌과 어머니가 싸우시는 모습을 마지막 가는 길에도 보여드리는 것은 아들의 도리가 아니지 않느냐.”
맏이인 루이스 왕자였다. 정말이지 야속하기 짝이 없다. 아르투르는 자신의 원군을 찾아, 다른 두 형제를 바라봤지만 둘째 왕자와 셋째 왕자도 무언으로 동의하는 눈빛이었다.
“야속하십니다. 형님들. 자라면서는 같은 아버지의 아들들이라고 하시더니, 이제 와서는 임종조차 지킬 수 없게 하시는 겁니까.”
“미안하구나. 하지만 양해해줬으면 한다.”
장남인 루이스 왕자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자신을 바라봤다. 그의 목소리를 들은 아르투르는 깊은 허탈감을 느끼며 헛웃음을 내뱉었다. 자신은 사생아일지언정, 든든한 형제들이 있다고 믿어왔건만, 나만 그렇게 생각해온 것인가.
“그렇게 하겠습니다. 왕세자시여.”
아르투르는 지친 목소리로 답하곤, 아버지를 향해 다가가 그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당신께서 베풀어주신 모든 것에 감사드립니다. 당신은 저의 스승이자, 존경하는 위인이셨습니다. 당신과 있을 때면 실로 행복했습니다. 나의 왕, 나의 아버지시여.”
아버지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긴 아르투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침실을 떠났다. 여전히 왕비와 대공은 서로에게 삿대질을 하며 싸우고 있는지, 고성 높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로부터 얼마나 흘렀을까.
정처 없이 헤매던 아르투르에게 종소리가 들려왔다.
땡 - 땡 - 땡.
공기의 진동소리에, 아르투르는 창문 밖을 내다봤다. 석양이 붉은 빛을 내며 지고 있었고 까마귀들은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갔다.
종소리.
종소리가 의미하는 것은 도시의 포위, 왕족의 탄생, 그리고
왕의 죽음.
아르투르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소리 없이 흐느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