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하는 수령동지 339화
외전, 그가 돌아왔다
-金山 : www미개한 열등 민족 조센징들 ww 민조쿠의 염원인 통일 이뤘으니 행복하냐? 아니, 지나(支那 : 중국의 멸칭)랑 연결된 키타조센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자랑의 파쿠리 신칸센 타고 미나미조센까지 내려오게 생겼으니 지금쯤 후회하고 있을까?
-드라켄 : 엉, 행복해! 거기에 요즘은 섬 쪽바리 니네들도 매일 매일 코로나 폭발이라 행복감이 두 배다ㅋ
-마가린대처 : 인정. 근데 니네 혹시 후쿠시마 방사능이랑 코로나랑 퓨전 같은 거 해서 슈퍼 코로나 같은 거 나오는 거 아님ㅋ?
-金山 : 은혜도 모르는 인간 미만의 카스(カス: 쓰레기, 찌꺼기) 도모들. 지금 너희 반도계가 그만큼 발전한 건 일본이 합법적인 한일 합방을 통해 통치해준 덕분인 걸 알기는 할까? 이제 너희 조선이 어떤 위기에 처해도 일본은 두 번 다시 돕지 않는다!
-리키니스 : 응 니네가 중국 침공하려고 만들어놓은 산업자원 한국전쟁 때 다 날아감. 그리고 북한 쪽도 이번에 경제사 공동 조사단이 북쪽 가서 같이 연구해보니까 미군 애들이 싹 날려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서 기여도 0이었다고 그러더라.
-궁서체 : 도와? 네, 영토에서 석유도 안 나는 찐따라 안 들리네요. 그리고 우리보다 니네 열도 코로나 확진자들부터 도와주는 게 먼저 아니냐? 팩스기로 진단서 뽑느라 힘들면 우리 쪽에서 몇백 장 정도 도와줄 의향은 있음. 한국에 팩스기가 아직 남아 있으면, 말이지.
-ghkd0306 : 몇백? 며칠 전부터는 매일 천 수백 명 아님? 아, 그건 좀 힘들 듯.
-페퍼맙 : 그만 때리라우, 울갔어. 아, 그나저나 동무, 혹시 눈물 나면 그 무슨 니혼노(日本の) 마스크인가 그걸로 닦지 기래. 필터 한 장 없는 100% 순면 천 마스크라 손수건 대용으로는 맞춤할 거이야!
“이 건방진 쿠소 춍(チョン: 한국인, 조선인에 대한 멸칭)들이!”
가네야마(金山)가 그렇게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지르며 책상을 탕 치자 책상에 놓인 고가의 애니메이션 피규어들이 살짝 떨렸다.
하마터면 그가 애지중지하는 아이들(?)이 손상될 뻔했다는 생각에 식겁한 가네야마는 황급히 피규어들의 받침대를 다시 고정시키는 데 잠시 시간을 썼지만, 그 후에도 여전히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만큼 방금 전 컴퓨터 모니터 속 바다 건너의 반도 놈들에 대해 그가 느낀 분노는 강렬했다.
서투른 번역기로 돌린 결과물이기는 하지만 이 일본의 지금 꼬라지에 얼마나 속 시원함을 느끼고 있는지 충분히 전해지고도 남았으니까.
그리고 가네야마가 분노를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조선인들의 이러한 조롱이 근거 없는 질투심과 열등감에 가득 찬 허위비방이 아니라, 사실에 근거한 내용이라는 점이었다.
“젠장……!! 하기야 지금 니폰이 꼴이 엉망인 건 사실이기는 하니…….”
실제로 방금 인터넷 게시판에서의 한국/조선인들의 조롱은 어린 시절부터 오랫동안 키보드 배틀로 (쓸데없이) 단련되어 웬만한 사이버 공간에서의 조롱은 바로 받아칠 수 있는 가네야마로서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지금 그가 체류 중인 일본은 코로나 때문에 개판이었다.
아니, 전 세계의 나머지 지역도 이 신종 폐렴 때문에 개판인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중에서도 일본은 아시아 최초의 열강, 자타 공인 수위권 선진국이라는 종래의 이미지가 무색할 정도로 더더욱 개판이었다.
초동 대처 시기가 늦은 건 둘째치고 마스크와 검사용 의료기기 수급도 못 해서 코로나 검사 한 번 받으려면 잠재적 감염자일지도 모르는 환자가 온 도시를 쏘다녀야 하지를 않나,
국가 비상사태랍시고 발령은 잠깐 내렸는데 방역을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그 와중에도 유흥업소와 빠칭코는 성업 중이다.
매일 확진자가 천 명이 넘게 나오고 감소는커녕 날마다 그 수가 증가하는데 정부에서 내놓은 대책이라는 건 뜨뜻미지근하다 못해 정부가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시원치 않았다.
도지사 시절부터 수완 있는 행정가로 이름났던 현 대통령을 필두로 초동대처에 성공한 한국,
(민주화 초기라고는 해도 여전히 반쯤은 독재 국가라는 장점 아닌 장점을 발휘해) 국경 봉쇄, 확진자 추적과 동선 공개, 비협조적 인민에게는 관영 신문을 통한 신상 전면 공개라는 초강수까지 둬가며 발원지인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음에도 역시 초기 진압에 성공한 북조선과는 여러모로 비교가 되지 않을 수 없는 꼴이라 일본으로서는 굴욕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안 그래도 김정환 전 총서기가 주도한 충격적인 통일 선언 이후로 황색 잡지고 메이저 언론이고 할 것 없이 ‘통일 조선반도! 괴물의 탄생인가?’, ‘향후 아시아에서 일본의 입지는?’ 같은 선정적인 제목을 실어가며 옆 동네 상황에 관심을 놓지 않던 일본이었는데…….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현시대는 저물어가는 일본의 국운과 점점 상승해가는 (통일)조선의 국운의 교차점이 아닐까’라는 논지로 경계심과 질투가 반반씩 섞인 칼럼과 기사들이 날마다 좌우 성향 가리지 않고 신문에 실리기까지 하는 와중이었다.
“그래, 어차피 이제 거리낄 것도 없고…… 이 일본도 요즘은 조금 위험해지고 있는 듯하니 잠시 도피해 있을까. 큭, 이 정결한 일본을 떠나 조선반도, 그것도 키타 조센 같은 후진 독재 국가에 발을 디디려니 벌써부터 구역질이 올라오지만…….”
가네야마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허리를 젖혀 의자에 등을 기댔다.
100㎏이 가볍게 넘어가는 그의 체중에 짓눌린 의자가 비명을 질렀지만, 그의 눈에 들어오는 건 방안을 가득 채운 애니메이션 피규어와 걸이식 농구 골대, 깁슨 기타, 고급 오디오 등등 그의 취향을 알려주는 물품들로 가득 찬 어두운 방 안의 정경이었다.
이곳, 도쿄 세타가야에 위치한 3층 저택은 어린 시절부터 그의 천국이었다.
갖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지 가질 수 있었고 (돈으로) 하고 싶은 것은 대부분 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가네야마는 어린 시절부터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 스스로가 이곳에 진정으로 소속되어 있다 느끼냐는 질문을 받으면, 대번에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정확히는, 이 일본이라는 나라의 일원이라는 느낌을 말이다.
가네야마의 그의 가족은 항상 이곳에서 외지인, 자이니치(재일:在日)였으니까 말이다.
다시 한번 그 불유쾌한 사실에 생각이 닿은 순간, 그의 방문이 열리면서 작고 가냘픈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은아, 아직 안 자네? 몸 상하는데 일찍 자야지……. 기러고 이번에 피양으로 돌아갈 때 따라갈지 어쩔지 답은 언제쯤 해줄 거이니? 이 오마니가 가는데 기래도 고향에 면 한 번 비쳐야 하디 않갔…….”
“갈 거니까 귀찮게 좀 하지 마! 그리고 내가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해야 알겠어!!”
조심스럽게 방문을 연 사람, 그의 늙은 어머니에게 가네야마는 뒤를 돌아보며 사납게 고함을 질렀다.
고생을 별로 안 했는지 곱게 늙은 그 여성은 질겁한 듯 입을 다물며 한 발짝 물러섰지만, 아들의 이런 태도에 놀라는 표정은 아니었다.
사실 그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이런 식으로 대하는 게 처음도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아, 알갔다. 알았어. 기, 기럼 하여간 가는 거로 알고 있을 테니 채비하거라. ……기러고 이제 너도 슬슬 직장을 알아봐야 하디 않갔니? 언제까지 피양에서 대주는 혁명 유자녀 연금에만 기대 사는 거이도 눈치 보이고…… 무엇보다 돈을 떠나 너도 밖에 나와서 일을 해야 어디서 참한 처자라도 낚아올 수 있…….”
“닥쳐! 그 얘기 언제까지 할 거야! 내가 지금 이렇게 된 거 다 오마니 탓인데 왜 자꾸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다 오마니랑 정철이, 정남이 형…… 그리고 삼촌 탓이라고! 알아?!!”
휘익.
쿠웅!
“에, 에그머니나……!!! 아, 알갔다. 다시는 기런 소리 안 할 테니 얼른 자려무나.”
이번에는 정말로 화가 끝까지 치솟았는지 가네야마는 책상 위에 있던 피규어 하나를 집어 문간의 어머니에게로 집어 던졌다.
그나마 마지막 인내심은 남아 있었는지 피규어는 그의 어머니에게서 한참 떨어진 벽에 부딪혀 떨어졌지만 늙은 그의 어머니는 그것만으로도 깜짝 놀랐는지 한 줄기 신음을 흘리며 급히 방문을 닫고 나가 버렸다.
그리고 다시 혼자 남겨진 가네야마는 잠시 혼자 씩씩거리다가 어머니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이내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조심스럽게 땅에 떨어진 피규어를 주웠다.
“……그래도 부서진 데는 없군. 역시 일제 초합금이라서 그런가? 2만 7천엔 주고 산 값 하네.”
홧김에 집어 던지기는 했어도 혹시나 부서지기라도 했을까 가슴이 덜컹했는데 다행이었다.
사실, 바닥에 떨어진 피규어를 만지작거리며 이렇게 중얼거리면서도 가네야마의 마음이 아픈 진짜 이유는 피규어 때문이 아니라(물론 그 이유도 있기는 했다) 방금 전 자신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빛 때문이었다.
단 둘뿐인 아들 중 하나가 언제까지나 저렇게 방안에만 틀어박혀 무기력하게 인생을 내다 버리는 것을 지켜 보고만 있으려니 너무나 가슴이 아플 것이다.
35살, 무직에 인터넷 우익.
심지어 진짜 일본인도 아니고 자이니치 주제에 인터넷 게시판에 우익 성향 게시물이나 싸지르는 자가당착적 존재.
그래도 한때는 저 키타조센, 아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왕족인 백두혈통의 일원이자 어쩌면 최고 존엄이 될 수도 있었던 인간 중 하나의 모습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초라한 모습 아닌가.
그렇다.
가네야마, 아니, 김정일과 그 정부 고용희(高容姬) 사이에서 태어난 김정은(金正恩)은 이러한 자신의 현 상황에, 그리고 다시 평양으로 돌아가야 할 두려움과 부담감에 다시 한번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 * *
그는 어렸을 때부터 혼자였다.
88년 김정환의 거사가 실행되고 북조선의 하늘이 바뀌었을 때 김정은은 4살, 그의 형인 김정철도 고작해야 7살이었다.
김정일의 아들 중 제일 고령이라 할 수 있었던 이복형 김정남도 17살에 불과했고 거사 당시에는 외국에 체류 중이었으니 그들이 아버지 김정일의 급사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는 이미 모든 게 끝나 있었다.
-천하의 역적패당 김영룡 보위부장의 역모로 돌아가신 김정일 장군님의 핏줄은 공화국의 1등 혁명 유자녀요. 또한 내 사랑하는 조카들이기도 하니 앞으로의 인생에 일체의 불편 부당함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 써주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 자리에 집권한 것은 이제까지 그 존재조차 몰랐던 그들의 삼촌, 김정환이라는 인간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삼촌이라는 사람을 왜 저렇게 두려워하나 그 이유를 몰랐지만) 혹시라도 같이 숙청당할까 두려움에 부들부들 떨던 그들 형제의 어머니 고용희에게는 다행이게도, 정환은 단지 그들을 거액의 돈과 함께 공화국 밖 일본으로 떠나보내고 신경을 끊어버렸다.
형 김정남은 원래 체류하던 유럽에 계속 머무르기로 했고 김정철, 정은 두 형제는 어머니의 출생지이기도 한 일본 오사카에서 조총련, 후일 주일 북조선 대사관의 보살핌(감시)을 받으며 앞으로도 이 선진국 일본에서 부족함 없이 살아가게 되었으니,
어찌 보면 저 리조 시대 단종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었던 그들 개인에게는 최선의 방향으로 일이 풀린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기억도 희미한 북조선을 어린 나이에 떠나 일본에서 살아가야 했던 김정은에게는 아니었다.
-오까상(어머니), 저는 일본인인가요, 조선인 인가요? 학교에서 애들이 저를 보고 수군거려요. 키타조센 독재자의 혈족이라고…… 왜 저는 공화국에 못 돌아가나요?
-……정은아, 기건…… 다 사정이 있으니 네가 좀 더 크면 이야기해 주마.
처음 오사카의 공립 초등학교에 재학할 때만 해도 어린 정은은 일본 어린아이들 사이에 잘 섞여 들어갔다.
애초에 4살 때 공화국을 떠났으니 기억도 안 나는 조선말보다는 일본어가 더욱 익숙했고, 어머니 고용희도 일본에서 태어난지라 겉보기에는 그저 부유하고 학부모 모임에 잘 얼굴을 안 비치는 또 다른 일본인 가정이었으니까.
그런데 초등학교에 올라갈 때쯤 해서 사정이 달라졌다.
그들 모자가 사는 곳을 어떻게 알아냈는지 냄새를 맡은 기자들이 찾아온 것이다.
-고용희 씨! 인터뷰 좀 해주시죠! 김정일 전 비서의 사망이 사고가 아니라 김정환 총서기의 암살, 살인이라는 소문이 있는데 혹시 아시는 게 있습니까?
-저희는 아무것도 모릅네다. 차에 타게 비켜주시라요!
-고용희 상, 이번 키타조센의 유전 발견에 전 동북아가 들썩이고 있는데요, 혹시 키타조센 수뇌부 측에서는 자국의 석유 보유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까?
-김정환 총서기장이 니폰에서 잠행한 적이 있다던데 혹시 차후 니폰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할 여지가 있을까요?
-이번 남북 대타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정일 전 비서가 살아서 보위에 올랐다면 어땠을까요? 혹시 생전에 남한과의 관계에 대해서 언질한 적이 있습니까?
-거기 옆에 데리고 있는 아이들이 김정일 전 비서의 유복자들인가요? 이 아이들이 크면 삼촌, 김정환 총서기의 정권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알고 있나요?
-이 간나 새끼들아, 귀먹었어? 아는 거이 없다지 않아! 손모가지를 채썰어 버리기 전에 당장 안 비켜!
남북한에서 무슨 일이 생기는 날만 되면, 김정환 총서기가 언론에 대고 무슨 말만 하면 한국, 일본 가리지 않고 끝도 없이 찾아오는 기자들 때문에 그들 가족은 도무지 조용하게 살 날이 없었다.
한번은 초등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하교하는 김정은을 붙잡고 사진을 찍고 인터뷰하려던 주간지 기자들을 경호원들이 때려눕히는 일까지 벌어졌지만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고, 그들이 사는 오사카 동네에는 순식간에 소문이 쫙 퍼져 나갔다.
-우리 동네에 키타조센 쇼군의 권력다툼에서 밀려난 사생아, 왕자가 숨어 산단다!
결국 그들의 어머니 고용희는 아들들을 공립학교에 보내려는 계획을 포기하고 도쿄로 도망치듯 이주한 후 그때쯤 중학교에 진학할 나이가 되었던 김정은을 사립중학교에 보냈지만, 이런 사건들의 연속은 어린 시절 김정은의 세계를 크게 뒤흔들어 놨다.
자신이 학교 친구들과는 달리 일본이라는 국가에 소속된 일본인이 아니며, 그렇다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소속될 수도, 돌아갈 날을 기약할 수도 없는 경계인 신세라는 것을 생전 처음으로 인지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