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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하는 수령동지-324화 (324/350)

경애하는 수령동지 324화

“……대답해 주세요. 지난 10년간 그 질문에 대한 아버지의 대답을 듣고 싶었어요.”

“……참 많이 컸구나. 분명히 크리스마스에 나 홀로 집에 보고 싶다고 나한테 안기던 때가 어제 같은데…….”

딸, 혜인의 단호한 질문에 정환은 대답은 하지 않고 뜬금없이 딴소리를 꺼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은 딱히 대답을 회피하려 했다기보다는 정환 자신의 정말로 순수한 감상 이외의 무엇도 아니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유혜인을 눈앞에서 직접 본 것은, 무려 10여 년도 더 전이었으니까.

최소한 외모는 자기 어머니를 더 닮아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한 정환은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딸의 이목구비를 새삼 이곳저곳 훑어보았다.

그리고 입으로는 원망을 토하면서도 아버지가 그리웠던 것은 내심 혜인 쪽에서도 마찬가지였는지, 그녀는 잠시 질문 같기도 하고 추궁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원망 같기도 한 눈빛을 잠시 거두었다.

“흥, 언제적 이야기를 하시는 거예요? 그러고 보니 아버지도 나이가 많이 드셨네요. ……아까 엄마……아니, 어머니도 마찬가지셨지만…….”

“네 엄마에 대해서는 내가 미안한 점이 많다. 지난 수십 년간, 항상 너무나 많은 희생을 요구했지. 어디 가서 자기 남편이 누구라고 말하지도 못하고 자기 딸과 항상 떨어져 살아야만 했으니까. 하지만 네 엄마는 언제나 이해해 줬지. 그 고마움은 내가 죽을 때까지 갚지 못할 거야.”

“……그래요. 안 그래도 그 이야기를 드리고 싶었어요. 대체 무엇 때문에요? 네? 엄마는 대체 무엇 때문에 그런 대우를 감수하셨죠? 아버지, 아니, 이건 아버지뿐만 아니라 엄마에게도 항상 물어보고 싶은 거였어요. 대체 뭐가 그렇게 중요해서 아버지는 저와 엄마를 항상 감추신 거예요? 그리고 엄마는 왜 그걸 항상 참고만 있었고요? 대체 뭘 위해서였어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혜인의 날카로운, 추궁 같은 질문에 정환은 잠시 눈을 감았다.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눈꺼풀 뒤로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연변 내전, 장성택, 김영일, 마거릿 대처, 태평양 정보공동체, 학총련, 월드컵, 북남 대타협, 박이삼, 성수대교, 자오쯔양, 천안문 학살, 걸프전, 당 대회, 류경호텔, 일본, 인민대학습당…….

그리고 어느 날 전생의 친구와 함께 식사 자리에서 농담처럼 주고받은 이야기까지.

거기까지 떠올리자 정환은 드디어 모든 것을 털어놓을 마지막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언젠가부터 반드시 직면해야 했지만, 오직 딸이나 아내에게만이 아니면 할 수 없었던 자기 고백을.

“두 가지 이유로 정리할 수 있겠구나. 첫 번째 이유는 내 개인적인 이유란다. 네 아버지, 나는 젊은 시절 이상이 있었지, 그리고 내가 바라던 그 이상적인 지도자상에 능력이 아닌 혈연에 의한 세습은 들어가 있지 않았어. ……정작 그 이상을 이루는 건 실패했다는 게 참 한심하다만은.”

정환의 입에서 나온 ‘실패’라는 단어에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당장 아버지를 거세게 비난할 듯했던 유혜인도 더 뭐라 말을 하려다가 말고 입을 딱 벌렸다.

지금 자신의 아버지가, 공화국 삼천육백만 인민의 추앙을 받으며 조선로동당 전 당원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총서기 김정환이 지금 자기 실패를 인정한 것이란 말인가?

그것도 자기 딸 앞에서?

하지만 이런 고백을 털어놓는 정환의 목소리는 담담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철인정치를 꿈꾸는 애송이였다. 남조선이나 미국의 민주주의보다 한 명의 초인적인 지도자가 권력을 독점해서 다스리는 정치체제가 결과적으로 모든 인민에게 더 나을 수 있다고 믿었지. 민주주의는 최선의 정치체제가 아니라 지금까지 실시된 모든 정치체제의 오류를 거쳐 나타난 차악의 체제일 뿐이라고 말이다.”

“그 말에는 아버지뿐만이 아니라 적지 않은 사람들이 동의할 거예요. 무엇보다 아버지 본인이 행동으로 보여주셨잖아요? 그럼 왜 실패라는 거죠?”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게 아니야. 30년의 시간 동안 내가 그 이상을 구현할 수 없는, 최소한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새 유혜인은 아버지를 원망하던 것도 잊고 정환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얼마 전 북만주 전쟁이 아무도 예상치 못한 북조선의 승전으로 끝난 후, 전 세계의 시선은 한때 폐쇄된 공산 독재 국가에서 단 30년 만에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자신들보다 훨씬 거대한 제국과의 전쟁에서도 승전한 북조선의 지도자에게로 모이는 시대였다.

현시대의 그 어떤 지도자도 동조건에서 김정환 조선로동당 총서기와 같은 성과를 이루어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정치학 서적과 호사가들의 혓바닥에서나 언급되던 이상적인 철인 지도자를 단 한 명만 뽑으라면 고확률로, 최소 세 손가락에는 반드시 후보로 들어갈 김정환이 어째서 자신 스스로 그것을 부정한 것일까?

“나는 공화국의 향방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거대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 전 세계적 경제 위기가 눈앞에 닥칠 것을 알면서도 피해갈 수 없었던 적도 있지. 나를 결코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나를 배신하는 것도…….”

“…….”

“……그리고 얼마 전의 전쟁에서는 결과적으로 이기기는 했지만 단 한 치만 잘못 디뎠어도 그동안 쌓아 올린 모든 것을 잃고 이 공화국을 불구덩이로 끌고 갔을 거야. 국가 지도자는 나라의 존망을 두고 도박을 해서는 안 되는 법인데 말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그때 정환은 시선을 돌려 그녀, 유혜인을 바라보았다.

어리둥절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젊은 시절 그녀의 어머니를 보는 듯했다.

“……혜인이 네가 태어난 후 많이 흔들리는 걸 느꼈다. 나도 유혹에 빠질 뻔했지. 그냥 김일성처럼 너에게 내 자리와 이 공화국을 송두리째 선물로 주고 싶은 유혹. 그리고 네가 한 살 한 살 커갈수록 그 유혹이 커지더군.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유혹이 나한테 알려주었다. 나는 냉철하고 모든 일에 공평무사하며 혈육의 정에 무심할 수 있는 강철의 존재가 아니라고 말이야.”

“……정말이세요?”

“그래, 한마디로 내 이상이란 건, 어찌 보면 지독한 오만의 소산, 또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의 치기 어린 자뻑이었지. 원래 젊을 때는 누구나 흑역사가 하나씩 있으니까. 하하하.”

이제는 뭔가 훌훌 털어버린 듯 시원하게 웃는 정환을 보며, 유혜인은 곤혹스러운 심정 반, 이해할 것도 같은 심정 반을 섞은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정환은 정말로 홀가분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면서, 혜인은 마음속에서 수십 년간 어머니와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어린 딸을 저 멀리 물 설고 말 설은 외지로 보내버린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조금씩이나마 가시는 걸 느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이 공화국을 위해서였다. 난 김일성 주석의 전철을 밟고 싶지 않았거든. 내 딸인 너를 이 공화국 안에 둔다면, 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실질적 세습군주제가 연장될 위험성이 너무 높았으니까.”

“……김일성 주석이라면 제 할아버지가 되는 그분을 말씀하시는 거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버지 입에서 세습 체제를 비판하는 이야기가 나올 줄은 전혀 예상 못 했는데요. 그분이 자기 후계자로 아버지를 고르고 총서기 자리를 세습한 건 김일성 주석이 평생 내린 모든 결정 중 가장 훌륭한 결정이라고 떠받드는 인민들이…….”

“아니, 그가 고른 후계자는 김정일이었다. 내가 아니었어. 그리고 만약 내가 아닌 김정일이 수령 보위에 올랐을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아니?”

“……?”

언제 너털웃음을 터뜨렸냐는 듯 어느새 단호하게 변한 정환의 어조에 혜인은 잠시 얼떨떨해하면서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정환은 이제껏 아무에게도, 그 누구에게조차 하지 않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세계의 다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이야기를.

“그렇게 세습으로 자리를 물려받은 김정일은 이 공화국을 더 망칠 수가 없을 정도로 망쳤을 거다. 개방과 시장경제 도입은커녕 철 지난 사회주의식 배급 경제에 집착하다가 화폐 가치와 국가 생산량은 바닥을 치고 기본적인 식의주도 해결을 못 해 국가 인프라는 파탄이 났겠지. 그러다가 자연재해 한 번이라도 닥치면 대규모 아사와 준 무정부 상태로 직행해서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가 딸을 팔아치우는 지옥도가 구현되었을 거야.”

“…….”

“……그리고 그 모든 참상 와중에도 인민들을 구해야 할 얼마 안 되는 국가의 물적, 사회적, 정치적 자원마저 오로지 자신과 자신에게 충성을 바치는 간신배들의 배때지를 불리기 위해 투입되었겠지. 이 공화국이 보유한 지정학적 이점은 보다 못한 외국 세력들이 최소한의 도움의 손길이나 저항에 대한 선동조차 시도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패로 작용했을 것이고. 내가 과장해서 너를 겁준다고 생각하느냐?”

“……김정일 장군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는 가정교사들에게서 몇 번 듣기는 했지만…….”

다른 사람 같으면 ‘대체 어떻게 그렇게 장담하느냐. 그 암울한 추측은 무슨 근거예서 나온 것이냐’라는 질문이 이어질 법도 했지만, 정작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정환이 왜 그렇게 세습 체제를 경멸하는지 이해 못 했던 유혜인의 입은 좀처럼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 이유는 상대방이 조선로동당의 총서기였기 때문도, 자기 아버지였기 때문도 아니었다.

너무나 담담하고 차분한 표정과 대조적으로,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은 가능성에 대해 예언하는 정환의 목소리에 일고의 의심도 섞이지 않은 확신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그런 가능성이 현실이 된 세상을 자기 눈으로 보고 온 사람처럼.

“자유나 저항은 둘째치고 최소한의 생존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삶의 질이나 사생활의 자유 같은 게 보존될 리가 있겠느냐? 김정일 그 편집증 환자는 인민들 안방 이불 속에도 카메라를 설치했을 거다. 아마 카메라 수천만 대를 살 예산이 없었으니 못 했겠지만…… 누구 말마따나, 노예가 되었기 때문에 굶는 것이 아니라 굶으면 노예가 되는 법이니까. 이제 왜 이 공화국을 위해서 세습 체제가 종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이해하겠니?”

“설마 그런 예측만으로 이 삼천육백만 인민들의 운명을 좌우할 공화국과 조선로동당의 후계를 결정하신 거예요?”

“미래라는 건 우리 인간의 상상력보다 훨씬 자주 끔찍해지거든. 그리고 예측이 아니다. 내가 직접 보고 들은 것이니까. 혜인이 네 아버지는 사실 먼 미래에서 시간을 거슬러 온 사람이거든.”

“……이런 자리에서 농을 하는 유머 감각은 없는 분이시라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항간의 소문이 틀린 모양이네요. 차라리 옛날 솔방울 수류탄이나 축지법 쪽이 좀 더 친근감 있지 않나요?”

정환은 진실을 말했지만, 아버지가 농담으로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한 유혜인은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도 가벼운 농담으로 받아쳤다.

아니, 사실은 그러면서도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아버지가 예언한 저 파멸적인 미래 통찰이 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누구인가.

일부 나이든 인민들 사이에서는 백두산 정기를 받아 신통력을 가지고 조선 민족에게 내려온 백두 절세 위인, 그리고 반년 전 승전 이후로는 그런 노인들을 비웃던 젊은 신세대들 일부에게조차 그런 평가를 받기 시작한 살아 있는 철인, 신화적 최고지도자 아닌가.

질투 반 호기심 반으로 객관적이고 학술적인 검증에 나선 남조선 학자와 언론인들까지도 그 업적이 대부분 진짜임을, 아니, 오히려 실제보다 축소된 감이 있음을 깨닫고 탄복하고야 만다는 사람이 그의 아버지 김정환 총서기였다.

그런 사람이 10여 년 만에 보는 자기 딸 앞에서 다른 문제도 아니고 자신의 후계 문제에 대해 농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혜인이 믿어주건 말건 정환의 표정과 목소리도 여전히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언제고 너를 추대한답시고 내 딸이라는 배경을 이용해 자신들의 정치적 잇속을 도모할 자들이 반드시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나왔지. 만에 하나라도 그런 일은 너와 이 공화국 모두에게 불행한 사태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

“권력에 대해 이런 말이 있다. 권력은 달리는 호랑이 등에 타는 것과 같아서, 그 등에 타는 것은 쉬우나 탄 채로 잡아먹히지 않고 목적지까지 가는 것은 어렵고, 목적지에 도착한 후 안전하게 호랑이 등에서 내리는 것은 가장 어렵다고. 내가 너를 공화국 안에서 키우는 것은…… 언제고 너를 그 호랑이 등에 올려놓는 일이나 다름없었어. 너나 내 의사와는 무관하게 말이야.”

“제 의사요? 대체 언제 그런 것을 물어보셨어요? 제가 아버지 보위를 물려받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 보셨나요? 그럼 아버지도 무사히 은퇴해서 제 자랑스러운 모습을 지켜보실 수 있었잖아요? 제가…… 제가 아버지께 못 미칠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아버지의 업적을 더럽힐 거라고?”

조금씩 정환의 심정과 입장에 감화되고 있던 유혜인의 이런 절박하기까지 한 항변은 반쯤은 투정 혹은 마음 밑바닥에 쌓여 있던 마지막 앙금울 토해낸 것에 가까웠다.

불가피했던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그랬어야만 했느냐고.

한 번만 더,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 보는 것은, 정환 자신의 딸을 믿어볼 수는 없었겠느냐고 말이다.

하지만 정환은 그런 자신의 딸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고개를 저었다.

“……선례가 있었거든. 내가 아는 어떤 선례.”

“선례요?”

“그래, 그걸 떠올리고 나니 도저히 세습 생각을 할 수가 없더구나.”

정환은 자신을 원망과 그리움이 반씩 섞인 눈빛으로 바라보는 눈앞의 딸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눈을 감으며 다시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번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아니라, 전생의 전생처럼만 느껴지는 어느 먼 과거, 지금 이 세계에 존재하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와 이름은 같지만 이제는 너무나 달라진, 다른 세상의 다른 대한민국에 대한 기억을.

“옛날 옛날에 우리 공화국과 아주 비슷한 나라가 있었다. 이전의 우리 공화국과 비슷하게 가난했고,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좌지우지 당했지. 그때 한 독재자가 나타나 그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어주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그 대가로 국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매우 오랜 시간 빼앗아갔지만, 어쨌건 그는 자신의 약속을 상당 부분 지켰다. 술자리에서 자기 부하에게 암살되기 전까지는.”

“…….”

“그 개발 독재자의 사후 그는 자신의 지지자들에 의해서 신격화되었고, 참으로 오랜 시간 동안 그의 그림자는 살아서 참으로 오랜 시간 동안 그 나라를 음양으로 좌지우지했단다. 그의 생물학적인 딸 하나를 그녀 본인의 능력이나 적성과는 무관하게 국가 수반의 자리에 올려줄 정도로 말이야. 무려 국민들 그 자신의 손으로 치른 민주주의적 선거 과정을 거쳐서 말이지. ……그런데 결국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났는지 아니?”

그 대목에서 정환은 감았던 눈을 다시 떴다.

“……어떻게 끝났는데요?”

“그녀 본인과 국가 양쪽 모두에게 대단히 안 좋게 끝났다. 나는 혹시라도 혜인이 네가 그 전철을 밟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았고. ……이게 내 변명이란다. 이제 이 아버지를…… 조금이라도 용서해 줄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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