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애하는 수령동지-320화 (320/350)

경애하는 수령동지 320화

110장. 안도 현 전투

지난번 투먼 시 공중전 당시에는 누가 봐도 북조선의 항공전력을 얕보고 J-10 같은 로우급 전투기로 구성된 편대는 보냈다가 참패를 겪었으니,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중국군 지휘관들의 의지를 보여주는 편대 구성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선인민군 총참모부의 작전처 역시도 이미 이런 상황을 어느 정도 예견하고 그에 대응하기 위한 작전 세부사항을 전달해 놓은 뒤였다.

-원산 1호기, 원산-1 나와라, 여기는 새 둥지, 지금은 저쪽에도 전자전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우리보다야 성능이 처지겠지만 먼저 공격하면 바로 종적을 탐지당할 가능성이 있으니 교전에 신중히 응하라.

-여기는 원산 1호다. 알갔다, 새 둥지. 교란용 미끼 미싸일을 먼저 발사하갔다.

피유우우웅……!!

그 말과 함께 북조선 KA-16 몇 기의 날개에서 교란용 ADM-21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사전에 지정한 경로에 따라 전투공역을 헤치고 날아다니며 딱 적외선 탐지기에 걸리기 좋게 여봐란 듯이 꽁무니에서 불꽃을 뿜으며 날아다니는 교란용 미사일은 금세 중국군이 후방에서 운용 중인 조기경보통제기 KJ-2000 (쿵징空警 -2000)의 레이더에 걸렸다.

-북조선놈들 섬격기(殲擊機: 전투기)를 발견했다! 미사일 발사 준비!

-발사하라!

쿠쿠쿠쿵!!!!

‘흐음, 역시 작전처의 예상대로구만 기래.’

곧 요란한 폭음과 함께 조선인민군이 발사한 교란용 미사일은 격추되어 하늘의 잔해로 변해 버렸지만, 편대장 원산 1호의 주의는 이미 미사일이 아니라 다른 곳에 가 있었다.

새 둥지, 지금 후방에서 그들의 관제를 해주고 있는 미제 조기경보통제기의 레이더에 따르면, 방금 전 교란용 미사일의 격추에 중국군 쪽 정체불명의 신형 기체, J-11은 꿈쩍하지 않았다.

이미 그들이 교전해 본 바 있는 로우급 기체인 J-10 편대만이 나서서 교전한 것인데, 이를 통해 유추해볼 수 있는 결론은 한 가지였다.

‘비교적 성능이 떨어지는 데다 아군보다 확실하게 열세인 J-10을 앞에 세우고 성능상 우위인 J-11은 아껴뒀다가 확실할 때만 교전하겠다 이거구만.’

-조선놈들 섬격기가 아니다! 참모본부의 예상이 맞았다! 조선놈들이 교란용 미끼를 가지고 있다!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교전하라! 이번에는 우리 쪽도 조기경보기가 있고 수도 비슷하다! 저쪽은 무장은 한정되어 있는 데다 방금 전 한 발을 소모했을 것이다! 동지들이 여기서 물러나면 지상의 아군은 조선놈들의 항공 폭격에 시달리며 전투를 치러야 한다! 반드시 이겨서 돌아와라!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중국군 통신망에는 허탕을 치고 아까운 미사일만 소모한 J-10 조종사들의 무전이 요란했다.

원산-1의 예측대로, 중국군 참모본부의 공중전 기본 전략은 로우급과 하이급 기체인 J-10, J-11을 섞어 편대를 구성한 후, 북조선 측 KA-16이 J-10과 싸우느라 무장과 연료를 소모하고 중국군 측 전자전기에 역탐지 될 때쯤 J-11이 교전에 나서 교전비를 높이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하이로우 믹스(High - Low Mix) 전략은 웬만한 군사강국의 공군에서는 이미 상식으로 받아들여질 만큼 당연한 구성이고, 또 지난번 투먼 시 공중전에서도 중국군 지휘관이 북조선 항공군 측을 얕보지 않았더라면 취했어야 할 전략이기는 하다.

그리고 아군 항공 전력에 양산이 힘들어 수가 적은 J-11 소수, 수는 많지만 공대공 성능이 떨어지는 J-10이 다수일 때는 현실적이면서도 현명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적군에 비해서 아군 로우급 전술기의 일방적 열세가 거의 확실한 것이 이미 밝혀진 경우에도 이 전략을 들고 나왔다는 것은…….

‘사실상 J-10 조종사 아새끼들을 우리 먹이로 던져준 거이나 다름없는 데 뙤놈들도 어지간히 독하구만 기래.’

-원산 편대, 라선 편대, 신의주 편대를 포함한 각 작전 공역의 편대 나와라, 여기는 새 둥지. 아직 저쪽 하이급 J-11에 비해서 아군 측의 우위가 확실하지 않다. 무장을 소모하는 교전을 피하고 개수가 끝난 ‘KA-16 C형’을 대신 내보내라!

-알갔다!

그 명령과 함께 각 공역에서 안도현의 중국군 화력체계로 날아가는 북조선 항공군 편대들은 주력을 이루고 있는 A형과 B형이 아닌 신형 기체, KA-16 C형을 내보냈다.

그리고 나머지 조종사들은 최대한 고도를 낮추며 레이더를 피하는 동시에, 제공권 장악이라는 작전 목표의 진짜 장애물이라고 할 수 있는 J-11이 교전에 나서기만을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 * *

-조선놈들 섬격기 신호를 다시 발견! 교전에 돌입하라!

‘젠장, 설마 이것도 미끼는 아니겠지?’

통신망에서 들리는 아군 조기경보통제기의 무전을 들으며 J-11 조종사, 광저우-1, 광저우 1호는 그렇게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제를 받아 신호 쪽으로 날아가는 아군 J-10을 제지하지는 않았다.

로우급 기체에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젊은 조종사들이 배치되는 J-10이나, 그와 같은 베테랑들이 모는 J-11이나 같은 조기경보통제기인 KJ-2000의 관제를 받고 있었기에 미끼로 의심되는 신호는 J-11은 물론 J-10에도 똑같이 교전을 피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그렇게 저쪽이 무장만 소모하고 벌거숭이가 되는 것을 기다리고 있던 몇 분 전, 갑자기 경악할 일이 일어났다.

미끼라는 아군의 관제를 믿고 연료를 아끼기 위해 속도를 줄이고 체공 중이던 아군 J-10 한 기에 그 ‘미끼’ 하나가 접근하더니, 갑자기 급격한 공중기동을 보이며 도그파이트를 걸어 무려 기총을 발사해 아군기를 격추시키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아니, 이런 미친……!!!

-본부! 본부 나와라! 이놈은 섬격기다! 미끼 미사일이 아닌…… 으아아아악……!!!!

갑자기 격추당한 기체와 같은 J-10 조종사들은 물론 후방에서 관제 중이던 KJ-2000, 그리고 광저우 1호를 비롯한 J-11 조종사들은 모두 식겁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이미 아까운 조종사와 전술기를 잃은 후였다.

이미 처음 교전에서 조선놈들 미끼 미사일이 내보내는 주파수 분석에 즉시 착수해 어느 정도 미끼와 진짜 적기를 걸러낼 수 있다고 믿은 중국군 조종사들로서는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지난번 투먼시 공중전에서 격추된 아군 J-10의 잔해를 회수해서 주파수 정보를 자세히 분석할 수 있었다면 조금 달랐을지도 모르겠지만 조선놈들은 이럴 줄 알고 약삭빠르게 격추 즉시 잔해를 회수해 블랙박스를 포함한 모든 것을 깨끗하게 쓸어가 버린 후였다.

이렇게 된 이상 중국군 조종사들 입장에서는 자기들 쪽으로 날아온 신호는 뭐가 되었건, 무조건 교전을 회피하고 보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 자기 기체 쪽으로 날아오는 놈이 미끼라면 다행이지만, 다른 무언가일 경우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한 거리까지 날아올 때까지 앉아서 기다린다면 그때는 너무 늦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신호가 탐지될 때마다 급격한 회피기동을 하며 이리저리 뛰는 사이, 중국군 측은 J-10이건 J-11이건 연료와 무장을 조금씩 소모하고 있었다.

-침착해라! 일단 일일이 근접해서 육안을 포함한 모든 수단으로 확인을 하되 1차적으로는 J-10으로만 대응한다! J-11 조종사들은 가급적 대응을 자제하라! 약간의 희생이 있어도 좋다!

‘육안 확인? 말은 쉽지! 거기다 희생이 있어도 좋다는 건…….’

광저우 1호는 애써 당황한 편대 구성원들을 진정시키려는 관제사와 대대장의 말에 침을 탁 뱉고 싶은 심정이었다.

전술기나 미사일이나 음속 이상의 속도로 날아다니는 현대 공중전에서 레이더를 못 믿고 육안으로 확인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 속도를 줄이고 근접해야 한다.

문제는 조선놈들도 그 음속 이상의 속도로 날아다니는 공대공 미사일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판에 함부로 항속 속도를 줄이는 건 딱 죽기 좋은 행위인 것이다.

게다가 미사일은 둘째 치더라도, 저쪽 전술기가 아직 J-11보다 제원상 우위인지 열세인지 모르는 판에…….

방금 전 ‘희생이 있어도 좋다’라는 참모본부의 명령은, 한마디로 ‘하이급 기체는 희생시키기 아까우니 함정일 가능성이 높은 육안 확인 역할은 로우급 기체인 J-10을 보내자’라는 뜻 아닌가.

‘어쩔 수 없다! 군인이 된 이상 군복은 수의 아닌가. 이렇게 된 이상 반드시 조선놈들 섬격기를 하나라도 격추해서 그 희생을 무의미하지 않게 하는 수밖에는……!!’

그렇게 이를 악다물고 각오를 다진 광저우 1호는 미끼로 의심되는 신호로 접근하는 아군 J-10의 후방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체공했다.

저 신호가 미끼, 함정이라면 반드시 J-10을 격추할 북조선 측 전술기가 포착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자신이 모는 J-11이 나서서 그 뒤를 잡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중국군 참모본부의 작전은 일견 맞아떨어진 것처럼 보였다.

-확인 완료, 역시 이번 건 미끼였다. 이 교활한 빵쯔들이 대체 무슨 수를 썼기에…… 응? 이런 빌어먹을……!! 크아아아악!!

‘찾았다!’

미끼 미사일을 쫓던 아군 J-10의 6시 방향에 북조선 측으로 보이는 전술기가 나타나 미사일을 날려 격추시키자 광저우 1호는 젖먹던 힘까지 다해 해당 공역으로 기동했다.

이미 J-11에만 배치된 최신형 HUD의 디스플레이상 저 멀리에 검은색 이등변 삼각형처럼 생긴 적 전술기가 시야로 분명히 들어왔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위상배열 레이더에 잡힌 조선놈들 전술기의 움직임은 일견 둔하고 느린 것이 명백하게 그의 J-11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저게 미끼 따위가 아니라 분명한 전술기라는 것은 레이더는 물론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저게 이제까지 그들을 기만한 미끼용 미사일이나 드론, 그밖에 다른 전투기가 아닌 무언가라는 것은 어두운 밤하늘에서도 전술기 상단에 튀어나온 검은 색 콕피트(Cockpit, 조종석)의 형상이 증명해 주고 있었다.

“하늘에서 죽어간 전우들의 복수다! 뒈져라, 빵쯔 놈들!”

적기가 미사일의 사거리 안에 들어왔다는 표시가 나타나자마자 발사 단추를 누르며 광저우 1호는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소리쳤다.

저공에서 기회를 기다리다가 쏜살같이 비상하여 적기를 격추하고 희희낙락해 있는 듯한 KA-16의 뒤를 잡은 J-11의 기동은 그야말로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이 자랑하는 공중우세기라는 이름에 결코 부끄럽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적기의 후방을 잡은 J-11에서 발사된 러시아제 R-77 공대공 미사일은 빠르게 날아가 적기를 맞춰 틀림없이 하늘의 먼지로 만들어 버렸다.

콰아아아앙!!!!!

‘격추했다!’

폭발과 함께 산산이 분해되어 추락하는 적기, KA-16을 보며 광저우 1호는 그렇게 쾌재를 불렀다.

그런데, 그때 그의 레이더 상에 다른 무언가가 빠르게 그의 후방으로 접근하는 것이 감지되었다.

삐이……! 삐이……!!! 삐이……!!!

-응? 이거 무슨…….

-광저우 1호! 지금 그쪽은 적기 레이더와 전자전기에 노출되었다! 즉시 해당 공역을 이탈하여 플레어를 사출하고 회피기동을 실시하라!

-관제탑, 걱정하지 마라. 방금 전 교전으로 저쪽 적기는 명백하게 우리 J-11보다 성능상 열세라는 것이 드러났다. 조금 전 내가 한 대를 떨어뜨렸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교전해도 빵쯔들은 질 게 뻔할…….

-그게 아니다! 지금 다른 공역에서 교전 중인 타 편대 아군 J-11들도 적기에 밀리고 있다! 지금 적기의 NEZ(No-Escape-Zone : 회피불능구역)에 진입하기 직전이다! 최대한 빨리 이탈하라!

-그게 무슨……!!

콰아아아앙!!!!

다음 순간 무전에 응답하던 광저우 1호의 교신은 그대로 끊어졌다.

별안간 날아온 적군 미사일이 그대로 그의 기체를 분쇄해서 방금 전 그가 떨어뜨렸다고 생각한 북조선 KA-16처럼 격추시켜 버렸기 때문이었다.

* * *

-여기는 원산 편대, J-10 5대와 J-11 두 대 격추! 나머지도 곧 추적하겠음!

-두만강 편대다, J-10 8대와 J-11 4대를 격추했다!

-백두산 편대, J-11 5대 격추! 적 편대가 퇴각하고 있다!

-대대장이다. 현재 각 지역 비행편대들로부터 격추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하늘은 우리가 장악했다. 이제 공중급유기로부터 급유받은 후 안심하고 작전 공역까지 비행하여 본 임무인 폭격 임무에 집중하라우! 필승!

-필승!

‘이걸로 반은 이겼구만 기래. 저 C형이라는 놈들은 좀 아깝지만 전쟁에서 지면 아깝고 뭐고 없으니 원…….’

원산 1호는 자기 편대의 격추보고에 답신하는 대대장의 무전에 답하고 공중급유를 위해 미제 공중급유기에 접근하면서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가 말한 C형이란 중국군의 하이급 전투기 (방금 전 그에게 뒤를 잡혀 암람(AMRAAM) 미사일에 맞고 격추당한 광저우 1호를 포함한) J-11들을 끌어낸 KA-16의 파생형을 말했다.

아니, 정확히는 최초 양산 모델인 A형을 무인(無人) 원격조종이 가능하게 개수한 KA-16의 무인기 버전이라 해야 할 것이다.

비록 무인조종기술에서 현재 세계에서 북조선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다는 미국에서도 전투기 원격조종은, 더군다나 개발 당시에 유인(有人) 사양으로 설계된 놈을 개수해 쓰는 것은 아직 실험적인 기술이었는데 안토노프를 비롯한 김정환 고등항공 연구소 기술진이 처음 성공해서 이번에 실전 투입하기까지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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