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애하는 수령동지-315화 (315/350)

경애하는 수령동지 315화

조선인민공화국 전국 방방곡곡에, 카메라와 인터넷을 타고 해외로도 퍼지고 있는 정환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걸 듣는 사람들은 잠시나마 심장이 멎는 기분이었다.

승전보라고?

“오늘 낮 11시, 국적 미상의 추격기 1개 대대 12대가 조중변계 지역인 투먼시로 접근, 저희 방공식별구역을 넘어 함경북도 온성군 공화국 영공으로 침범해 왔습니다. 조선인민군 항공군의 거듭된 경고 방송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공화국의 신성한 영공을 침범한 것으로도 모자라 선량한 일반 공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폭격을 자행하려는 참람된 침공행위를 시도하였습니다.”

“……허억……!!!”

“히익……!!!”

“……하지만 삼지연 비행장에서 즉각 출동한 공화국의 자랑스러운 항공군 비행대대의 분전으로 인하여, 이들은 즉각 격퇴당하여 꼬리 만 개처럼 쫓겨갔으며 인민군 항공군 측의 피해는 전무하였음을 이 자리에서 알리는 바입니다. 또한 지상에서 생포된 이 조종사들은 자신들이 중화인민공화국 인민해방군에 소속되어 있다고 자백하였으며, 총참모부에서는 이번 침공의 배후에 혈맹의 의리를 저버리고 자국 내 실정을 타국으로 돌리겠다는 심각한 오판을 저지른 인민해방군 측 일부 강경파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정환이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그걸 듣는 공화국 인민들의 심정은 그야말로 충격, 공포, 기쁨, 감동, 분노로 오르락내리락해서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했다.

처음 인민해방군의 적대 행동을 알리는 부분에서는 공포와 절망감이.

그들이 공화국 민간인 거주구역을 폭격하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분노가.

마지막으로 그 무섭고 강대한 침략자들이 공화국 군대에 격퇴당하여 꽁지를 말고 도망갔다는 부분에서는 놀라움과 감동, 그리고 기쁨이 남녀노소를 막론한 전 인민의 가슴속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이에 호응하듯 처음에는 차분했던 정환의 연설도 조금씩 어딘지 모를 열기를 띄어가고 있었다.

“인민 여러분, 오늘 우리는 분명 자랑스러운 승리를 거두었지만, 앞으로 더욱 크나큰 시련이 눈앞에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지금 자국 인민들을 착취하고 사회주의 이념 전선의 동지를 배반한 일부 극좌주의자들의 연길에서의 준동을 우리 인민군 아들딸들의 피땀으로 사수하고 있으며, 전 세계 여론이 그들을 비난함에도 이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은 9천만 조선 인민 동포들을 모조리 불지옥 구덩이로 집어놓겠노라, 가소로운 수작을 놀아대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자랑스러운 인민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인민 여러분, 이러한 제국주의자들의 준동에 우리 공화국은 어떤 길을 가야만 하겠습니까? 이대로 순순히 힘의 약세를 인정하고 이 자랑스러운 조선의 강토를,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이 누릴 미래영겁의 자유 주권을 저들에게 넘겨주어야만 하겠습니까?”

이 부분에서 정환은 마치 화면 너머 시청자에게 질문하듯 잠시 말을 멈추고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별로 길지 않은 몇 초간의 순간이었지만, 시청자들은 마치 총서기가 자신들 앞에 나타나 눈을 들여다보는 착각에 모두 하나같이 목구멍으로 침을 삼켰다.

그리고 다시 몇 초 정도 흐른 후, 이 역사에 남을 질문에 대한 답이 정환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아니오.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저 먼 동북 항일 투쟁의 시절부터, 이 조선반도의 인민들은 항상 외세의 군홧발과 압제를 이겨내 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이겨낼 것입니다, 오늘 거둔 이 승리는 북남조선 전 인민들, 그리고 저 먼 간도의 동포들에 이르기까지 제국주의자들의 패권주의 행태로부터 전 조선 동포들을 해방시키는 영광스러운 노정의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그 전에 저 김정환은 이 자리에서 인민 동포 여러분께 약속하겠습니다…….”

“……!!!”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오늘의 이 승리는 결코 단발적이고 일시적인 승리가 아님을!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타 민족, 타 국가의 것을 끝없이 빼앗고 유린하려 드는 저 패권주의자들의 헛된 야욕이 한낱 몽상에 지나지 않음을! 저 김정환과 조선로동당 전 당원은 겁 없이 이 땅의 조국 강산에 흙발을 들인 저 중화 제국주의 패당들에게 반드시, 반드시, 반드시 승리하고야 말 것입니다!”

“우와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

“조선로동당 만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만세! 김정환 총서기 동지 만세에!!!!”

라디오와 지상파와 4G 통신망을 타고 각지로 전달된 정환의 선언이 마침표를 찍은 그 순간, 조선인민공화국 전체가, 삼지연에서 개성까지, 남포에서 원산까지 3천6백만 인민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한목소리가 되어 환호성을 질렀다.

이전에도 항일 빨치산 투쟁에서의 전술적 승리를 크게 과장해서 지도자의 치적선전으로 써먹었던 적이야 있었다.

또한 이제는 상당수 공화국 인민들이 드러내놓고 말은 안 해도 그 승리의 8할 정도는 과장 내지 거짓인 프로파간다라는 점을 알음알음 알고 있는 시대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정환의 승전 선언 후 처음 며칠 동안은 (중국의 사주를 받은 것이 심히 의심되는) 일부 반체제 분자들에 의해서 ‘실제로는 중국 공군이 승리했으며 로동당은 인민들의 동요를 방지하기 위해 거짓 선전을 하는 것’이라는 유언비어가 설득력을 얻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환이 선언한 승전이 현장의 추락한 중공군 공군 J 10기 기체 사진과, 유튜브와, 외신들의 보도와 무엇보다 함경북도 현지 주민들의 생생한 증언으로 교차 검증되어 틀림없는 진실이라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이 승전은 사실에 기반한 승리, 김일성 주석의 보천보 전투나 항일 빨치산 투쟁처럼 거짓부렁에 기초한 신격화를 위한 승리가 아닌, 진정한 공화국이 치열한 현대전에서 대국과 당당히 맞서 싸워 거둔 승리였다.

물론 연설만으로 사람 마음이 순식간에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내용의 연설이라도 승전 후의 연설과 패전 후의 연설이 똑같이 들릴 리가 없는 것이다.

아무리 총서기가 전능하다지만 우리 조선이 어떻게 중국 같은 대국과 맞서 싸우느냐고 절망하던 사람도.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혹시 그 아들이 국외의 전쟁터에 보내질까 한숨짓던 어머니도.

심지어 이 공화국이 중국에 병합되면 재산을 다 공산당에 뺏길 테니 그전에 빨리 배를 갈아타야 한다며 국내자산을 처분하고 해외 투자이민을 알아보던 졸부까지도.

국경에서 전해진 승전 선언과 이어진 정환의 연설은 그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희망, 나아가 확신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나가자! 싸우자! 이기자! 전 조선 인민 일치단결하여 연변 동포들을 구하자!”

“공화국의 재산과 외교 주권을 침해하고, 영토에까지 제국주의적 야욕을 뻗치는 뙤놈들에게 준엄한 불벼락을!”

최소한 북조선 내에서 자국이 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거나, 있더라도 대놓고 말을 꺼낼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날부터 평양의 거의 모든 길거리와 관공서는 물론, 대부분의 민가에 승전을 기원하는 인공기가 휘날렸다.

인민군 군사동원부(병무청)에 예비군인 노농적위대는 물론, 이미 만기 전역한 하전사들의 자원입대, 재입대 신청서가 줄을 이을 정도였다.

심지어 연변 내전 발생 이후 쭉 하락세였던 평양 주가지수까지 정환의 발표 이후 회복세로 돌아서기까지 했다.

‘북조선 본토를 직접적으로 건드려 북조선 내 반전 여론과 김정환에 대한 민심 이반을 유도하여 중국군의 손실을 줄이면서 전쟁을 조기 종결시킨다’라는 보시라이의 계획이 완벽하게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전장 상황, 북조선과 국외 여론의 추이 변화를 조용히, 하지만 확실하게 관찰하고 있던 미국 행정부와 콘돌리자 라이스 대통령 역시 이러한 기적적인 반전에는 감탄으로 고개를 젓지 않을 수 없었다.

“김정환이 대단하긴 하군요, 각하. 정말로요.”

“그렇습니다. 물론 우리가 암암리에 지원해 준 E3 조기경보기 덕도 있겠지만…… 그래도 고작 25년 만에 F16 파이팅 팰컨에 맞먹는 전투기를 제로에서 자체 개발 양산해낸 건 정말 모든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 오랜 인내와 투자에 대한 보상을 받았군요.”

“네, 하지만 제가 정말로 김정환 총서기에게 높이 평가하는 점은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북조선 측에서 서방 종군 기자들에게 공개한 교전 기록과 추락한 전투기 동체 사진이 메인으로 걸려있는 ‘노쓰 코리아, 중국에 예상을 뒤집은 반격의 어퍼컷’이라고 쓰인 기사를 받아보던 콘돌리자 라이스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번 사태가 ‘중국의 영향력을 감소시킬 더없는 기회이기는 하지만 역시 직접 참전은 여러모로 부담이 크다’는 참모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북조선 측에 ‘새 둥지’ E3 조기 경보기를 포함한 정찰 자산을 지원해 주기는 했지만, 이건 기대 이상이었다.

사태 초기만 해도 아직 금융위기 여파도 있는데 괜히 북조선이 중국을 자극해 긁어 부스럼 만든 이번 사태에 외교적으로 엄포만 놓고 끼어들지 말자고 아우성치던 참모들과 의회에도 이걸로 할 말이 생긴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오늘 같은 날을 위해 장기적으로 투자해 온 끝에 승리를 거둔 역량도 역량이지만, 그렇게 거둔 1차적 승리를 극대화해서 민심을 반전시키는 데 써먹는 정치적 역량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이죠. 어쩌면 이 다윗과 골리앗의 대리전에서 역사상 찾아보기 힘들었던 반전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는걸요.”

“안 그래도 잠시 후 김정환 총서기에게서 핫라인 통화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럼 이제 군사적인 지원을 더 늘리시기로 결정하신 겁니까?”

“네, 하지만 펜타곤과 CIA의 전세 분석에 따르면 지금 노쓰 코리아와 그 통제를 받는 민병대에게 정말 필요한 건 공군력이나 감시정찰 자산이 아니겠죠. 그런데 문제는 그건 우리 미합중국이 지원해 줄 수 있는 성질의 자산이 아니라는 겁니다.”

“동의합니다. 각하. 우리가 개입했다는 증거가 남으면 지금 우리가 태평양 정보공동체 우방국에 해줄 수 있는 최대의 지원 중 하나인 국제사회의 지지 명분이 훼손되겠죠. 그나마 중러관계를 이용해서 러시아를 중립으로 잡아놓은 것만 해도 힘들었는데 보시라이 주석은 이 내전을 대미(對美) 항쟁으로 호도해서 써먹을 게 뻔하고…… 그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생각이 있어요. 그런데 그건 나 혼자 결단을 내린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 마음에 걸리는데…….”

그때 오벌 오피스 책상에 있던 전화기가 울리며 대륙 반대편의 지도자가 핫라인 건너편에 기다리고 있음을 알렸다.

그리고 콘돌리자 라이스는 주저 없이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 * *

투먼 시 상공에서 조중 간 공중전이 벌어진 지 3주가 지난 후, 연변 조선족 자치주 연길 시에서 사투 중이던 조선인민의용군에게 뜻밖의 원군이 당도했다.

3주 전, 예기치 못한 공습으로 다수의 사상자를 내며 점령지역을 잃고 패퇴를 거듭해 연길역을 포함한 도심지에서 후퇴하여 시 주변부까지 물러나 마지막 최후의 일전을 각오하던 그들에게 중국 공군이 연변 전역의 제공권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처음에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지만, 조중변계지역 영공에서 벌어진 공중전에서 북조선 비행대대가 거둔 기적 같은 승리는 패색이 완연하던 의용군과 민병대 측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고 반격 준비에 착수하게끔 만들었다.

정작 며칠 지나지 않아 그 문제의 반격 대상인 중국군이 승전 소식 후 며칠 만에 연길 시에서 꽁무니를 빼고 물러나는 바람에 좀 허탈하기는 했지만, 전술적으로 보면 다행이었다.

방심하던 중에 공습을 당해 보병 전력 손실이 심각하던 차에, 의용군 측도 부상자 치료와 전열 재정비에 힘을 쏟을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연변의 본국(本國)이라고 할 수 있는 북조선에서 ‘뜻밖의 원군’이 도착한 날도 마침 그때쯤이었다.

“다시 한번 소개해 보시오. 기러니까…… 민간군사기업소 출신들이시라고?”

“기렇소. 아시다시피 지금 이 연변과 의용군 전사들에 온 세계의 눈이 쏠려있지 않갔소. 기래서 본국과 총서기께서 직접 손을 쓰시기는 입장상 뭣하니 이렇게 우리를 고용해서 여기 뙷놈들에게 고생하는 연변 동포들을 도와주라 이르지 않았갔소, 하하하…….”

“……흠, 그쪽 일꾼들 실력을 의심하는 거이는 아니지만 요즘 우리 전사들이랑 손발이 맞을지는 좀 의심스러운데…… 그쪽 일꾼들은 대부분 군제 개혁 때문에 억지로 군복 벗고 먹고 살길 찾으려 나선 구시대 군관들 아니오?”

현 조선인민의용군 분대장, 전(前) 대외정찰총국 특수공작부 성원, 박태룡 상위는 넉살 좋게 웃으며 자기소개를 건네는 ‘원군’들을 보면서도 영 못 미덥다는 얼굴로 한소리 했다.

그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장소는 바로 얼마 전 수복한 연길시의 중심지인 연길 철도 역사(驛舍)였다.

정확히는 구(舊) 역사건물이라는 뜻이고, 실제 그들 주위는 여전히 부상자들을 후송하는 임시 구급차들, 일반 짐차(트럭)에 방탄판과 경기관총을 용접한 테크니컬이 돌아다니며 철조망과 바리케이드를 구축하는 데 여념이 없는 등 화약 냄새가 자욱한 시가전 한 복판이었다.

상대방의 부정적인 반응에도 조선인민군에 고용되어 이곳 연길로 파병된 민간군사기업소 책임일꾼, ‘리 팀장’(조장도, 책임일꾼도 아니고 직책명이 팀장이었다.)이라고 스스로를 밝힌 그는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를 머금으며 박태룡을 다독였다.

“이런, 이런, 이거이 여기 박 군관이 우리 컨설팅의 실적과 위명을 아직 들어보지를 못했나 보구만 기래. 이래 봬도 무려 인민군 서열 1위, 백승철 차수 동지께 직접 의뢰를 받아 저 먼 말라카 해협에서 공화국 상선을 구출한 말라카 등불 작전에 참가한 실적을 가지고 있는, 누가 뭐래도 공화국 1위 업체…….”

“알았소! 알았으니 거기까지만 하시오. 하여간 뭐 지금은 한 사람 손이라도 빌려야 할 처지니. 기런데 거기 옆에 우거지상 쓰고 있는 동무도 그쪽 일꾼이오?”

“응……? 아아……!! 기렇디! 이 동무들?”

유난히 ‘1위 업체’라는 이름에 집착하는 리 팀장의 말을 끊으며 박태룡이 턱짓하자, 리 팀장 뒤에 서 있던 군장 차림의 남성 몇 명이 쭈뼛거리며 걸어 나왔다.

그 광경을 보자마자 리 팀장은 마침 잘되었다는 듯이 눈에서 빛을 내며 그들에게 어깨동무까지 걸더니 이윽고 무엇인가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기렇고 말고! 암, 우리 일꾼이디! 비록 얼마 전에 입사해서 왼쪽 바른쪽도 잘 구별 못 하기는 하디만 실력은 보증하니 걱정은 내려놓으시오. 거기 생둥이(풋내기) 동무들. 뭐하고들 그리 서 있소. 어서 여기 고객님께 우리 기업소 소개 좀 해보시오들.”

“하아…… 저기…… 이거…… 꼭…… 해야 합니까?”

“해야 하고 말고! 군관이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상관 말에는 절대복종 아니간? 아무리 형식상이라도 우리 기업소 일꾼인데 예외 같은 건 없는기요.”

“하…… 대체 아닌 밤중에 이게 뭔…… 군 생활 진짜 더럽게 꼬였네…….”

한숨을 푹푹 내쉬던 그들은 이내 눈을 반짝거리는 리 팀장의 지휘에 맞춰서 반쯤 무너진 연길 역사 한복판에서 뭔가 이상한 포즈를 취하기 시작했다.

여러 번 해본 건지 합이 딱딱 맞는 리 팀장과는 달리 ‘정말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한다’라는 티를 팍팍 내며 흐물흐물 움직이는 그들의 움직임을 박태룡과 대외정찰총국 전사들은 보총을 든 손도 늘어뜨린 채 입을 헤 벌린 채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대체 지금 저게 뭐하는 짓거리란 말인가?

“자! 힘 있게 좀 해보라우! 고객님의 생명과 자산의 안전이 무엇보다 1순위!”

“김정환이…… 아차차!! 경애하는 총서기 동지와 인민군, 공화국 국민…… 아니, 인민의 부름은 그중 0순위이이이이…… 씨바…….”

“신뢰와 안전! 련간 500시간의 훈련과 개업 후 10년간 4,400건에 달하는 안전 호송, 30여 건에 달하는 인민무력부 직계약! 2,000여 명을 상회하는 국내외, 당정민을 막론한 고위 간부 경호의 탄탄한 실적으로 증명되는 저희 엘리트 일꾼들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자타 공인 공화국 1위 업체에에…… 윈터 솔져 컨설티이이잉…… 조선인민의용군 고갱님들께 인사 올리겠습니다……. 에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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