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애하는 수령동지-290화 (290/350)

경애하는 수령동지 290화

101장. 돈 앞에 장사 없다

“‘레드 스타 마이닝(Red Star Mining)’이라……. 카나다(캐나다, Canada)에 소재한 자원 개발 회사라고?”

“네. 그렇습네다, 사장님.”

피오니 홀딩스 사장, 최승일은 자신이 사장으로 있는 피오니 홀딩스의 해외투자 부문의 파트장, 렴정훈의 들뜬 목소리에도 그는 냉정을 지키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지금 그의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은 방금 렴정훈이 올린 캐나다 온타리오에 소재한 한 자원 개발 회사의 사업 제안서와 투자 설명서, 신뢰성이 보증된 공화국 내 회계법인의 재무구조에 대한 외부 감사 보고서 등등이었다.

렴정훈과 자신 밑에 있는 까다로운 심사부를 통과해서 지금 자신의 책상 위에 올라온 것을 보면, 이 레드 스타 마이닝이라는 곳이 최소한 어처구니없는 투자처는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최승일은 산전수전 다 겪어온 사람답게 그렇게 빨리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국제 자원개발이란 보통 사람은 상상도 하지 못하는 기상천외한 투자 사기와 그에 따른 미친 듯한 국부 유출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복마전 중 복마전인지라, 검증에 검증을 거쳐도 부족하지 않으니까.

“회사 연혁과 대표에 대해서 자네 입으로 자세하게 한 번 설명해 보도록. 원래 이 바닥에는 종이 위 숫자로는 보이디 않는 거이 분명히 있으니까.”

“네, 레드 스타 마이닝의 대표이자 설립자는 방일우, 영어로는 마틴 방이라고 불리는 모양입네다. 평양과기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해서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로 유학 후 공화국으로 귀국하여 라선에 본사를 둔 고려 케미컬에서 채굴 플랜트 그루빠에 몸을 담았습네다.”

“흐음, 계속하게.”

“거기서 10년 정도 경력을 쌓은 후 독립하여 카나다 온타리오로 이주, 자기 기업소를 차렸는데 그거이 지금 보고 계신 레드 스타 마이닝입네다. 처음에는 고려 케미컬 시절 인맥을 이용하여 고려 케미컬, 쌍우 중공업이나 북명 화학 같은 공화국 내 기업소들과 미주 자원 개발 기업소들 사이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한 모양인데, 이제는 제법 그 동네 물에 익고 조금씩 건설개발 분야에도 발을 들이다가 이제는 직접 큰 건을 하나 하기 위해 투자자를 모집하는 거이지요.”

“……그리고 그 투자금을 우리에게 모집하기로 했다라 이건가? 코발트 광산이라……. 사업성은 확실한 거갔지?”

최승일이 서류에 첨부되어 있던 캐나다의 드넓은 평야 위에 세워진 거대한 정제탑과 파이프의 형상이 찍힌 사진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그러자 렴정훈은 그가 관심을 보인다고 생각했는지 더욱 목소리를 높여 설명했다.

“그렇습네다. 동봉된 사전 지질 검사에 따르면 시험 채취한 코발트 순도가 무려 99.8%에 달하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금맥이라 잠재적으로 약 2조 달러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는 거이 방일우, 마틴 방의 설명입네다.”

“2조 달러라? 믿기 힘들 만큼 과장스러운 평가로군. 원래 투자를 받아내려고 몸이 단 놈들은 다들 자기들 사업의 가치를 최대한 부풀려 말하고는 하지. 그런 평가의 근거가 대체 뭔가?”

“넵! 심사부에서 올린 보고서 12쪽을 보시면, 몇 년 전부터 본격화된 다국적 기업 간 지능형 손전화 개발 경쟁과 길어도 5년 이내 선진국 거주 인구의 8할은 생활 전반을 지능형 손전화에 의지할 것이라는 전망에 기반을 둔다면 손전화의 중요 원료인 코발트의 가치는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올라가면 올라가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 심사부의 보고서 요점입네다.”

“흐음…….”

“게다가 나아가 이미 각국에서 실험단계에 접어든 전기 자동차에 사용될 축전지의 원료 역시 코발트, 니켈 등 광물자원이 필수적이라는 점. 게다가 이미 세계 각국, 특히 중국이 동아프리카를 포함하여 이러한 광물자원이 풍부한 국가들에 진출하여 자국 IT 산업이 외국으로부터 비싼 자원을 사오는 일이 없도록 이러한 희귀 광물 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한다면…….”

“……한다면?”

최승일이 눈썹을 올리며 계속하라는 듯 재촉하자 렴정훈은 침을 꿀꺽 삼키며 뒷말을 살짝 덧붙였다.

“지금이라도 빨리 우리 공화국이 이러한 자원 채굴권 선점에 미리 뛰어드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네다. 우리 공화국의 주요 산업이 금융업, 광물업, 정보통신 산업인데 이러한 분야와 시너지 효과를 고려해서라도 조기에 이런 고급 정보를 입수한 거이 다행 아니갔습네까?”

“…….”

고심해서 나온 듯한 렴정훈의 조언에 최승일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웬만해서는 냉정하고 또 냉정해야 할 투자 결정에 아랫사람의 개인적인 의견 같은 건 잘 안 듣는 최승일이었지만, 눈앞의 렴정훈은 그가 옆에서 오랫동안 지켜봐 오며 능력과 성실성, 충성심이 검증된 공화국의 인재였다.

그렇기에 최승일 같은 사람이 지금까지 자신의 옆에 두어왔던 것이다.

물론 그의 개인적인 의견 하나만 듣고 공화국 인민의 혈세로 이루어진 국부펀드의 투자를 결정할 수는 없었지만, 최소한 고려해 볼 가치는 있었다.

“전용기를 활주로에 대기시키게.”

“최 사장님. 그 말씀은…….”

“직접 보는 거이 가장 확실하갔지. 마틴 방이라는 동무와 약속 잡고 투자 설명회 한번 들어보고 싶다고 하게. 간 김에 온타리오에서 몇 가지 확인해 보고 싶은 거이도 있고.”

* * *

“이거이 이 타국에서 공화국 인민을, 그것도 이런 핵심 간부를 뵙게 되니 참으로 기껍기 그지 없습네다. 그나저나 온타리오 본사로 오셨으면 저희가 융숭하게 대접해 드렸을 텐데 굳이 여기 현장으로 오신 이유는…….”

“회사 본사라는 거이 사실 따지고 보면 사무실 임대하고, 간판 달고 집기 몇 개 갖다두면 언제든 만들 수 있는 거이 아닙니까. 그럴 바에야 직접 자산 실물을 보는 거이 낫다고 생각했지요. 아, 물론 귀사(貴社)를 의심하는 거는 아닙네다만…….”

‘의심하는 거 맞음’이라는 속내를 별로 숨길 생각도 없는지 최승일은 레드 스타 마이닝 대표, 마틴 방을 눈앞에 놔두고도 정작 시선은 수백 미터 밖 채굴 현장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트럭과 인부들에 집중되어 있었다.

일단 정제탑이나 굴착 장비가 멀쩡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을 본다면, 그리고 저 장비들의 시가도 고려해 본다면.

최소한 이 레드 스타 마이닝이라는 곳이 온타리오에 사무실만 그럴듯하게 차려두고 글로벌 호구들의 투자금을 노리는 업체일 가능성은 점점 더 낮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이 마틴 방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인간이 못 미더운 최승일은 슬쩍 미끼를 던져보았다.

“듣자 하니 이곳 카나다 원자재 펀드나 다른 외국계 투자은행에도 제안서를 보냈는데 한 핏줄 동포인 우리 공화국의 국익에 이 광산이 이로울 거라 생각되어 우리 피오니 홀딩스와 가장 먼저 약속을 잡으셨다지요? 비록 몸은 타국에서 살지언정 고국산천을 잊지 않은 동무의 애국심에 탄복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하하, 눙토히 말씀드리면 애국심 운운은 그냥 해본 말이고, 석유 채굴 경험이 있는 북조선……. 노쓰코리아 국적 펀드라면 이 광산의 가치를 가장 먼저 알아보고 투자를 빠르게 결정해 줄 거라 생각해서 였습네다. 기분이 나쁘실지는 모르갔지만 해외 나와서 살다 보니 동포 운운하는 인간들 치고 믿을 만한 파트너들이 없어서 말입네다.”

‘흐음, 1차 시험은 통과했군.’

마틴 방의 솔직한 토로에 이제까지 담담하던 최승일은 내심 잠시 침음했다.

비즈니스를 놓고 애국심이니 핏줄이니 하는 말을 주워섬기는 인간 중에 사기꾼 아닌 놈이 없다 - 라는 것이 최승일의 오랜 지론이었으니까.

이러한 자신의 성향과 철학을 미리 알아내고 한 말일지도 몰랐지만, 최승일의 마음속에서 이 마틴 방이라는 사업가에 대한 평가가 10점 정도 올라간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걸 눈치채기라도 했는지 마틴 방은 그래도 회의감을 완전히 거두지 못하는 최승일의 기분을 살피며 설득에 박차를 가했다.

“……아시갔지만 이 카나다, 캐나다라는 동네가, 자원으로 먹고살지만 동시에 걸핏하면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느니 하면서 개발이 금지된 국립공원 면적이 우리 공화국 전체 면적보다 몇 배는 넓은 나라입네다. 이런 대규모 코발트 광산의 개발 허가가 캐나다 관청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흔한 거이 절대로 아니지요. 배곯아 본 적이 없는 부르주아 나라라 그렇게 마음 씀씀이가 넉넉한지 몰라도…….”

“코발트 같은 금속을 정제할 때 나오는 화공약품이 자연에 끼치는 영향이 보통이 아니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그런 카나다 당국의 정책 기조에 변동이 생겼는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군요.”

“하하하……. 뭐 별 거이 있갔습네까? 지능형 손전화, 스마트폰 나오고서 국제적으로 코발트 가격이 크게 오르니까지 아니갔습네까. 제 놈들이 환경보호니 뭐니 잘난 척하며 꺼드럭대도 결국은 돈 앞에 장사 없는 거이지요. 기건 공화국이나 여기 카나다나 다를 바 없습네다.”

분명히 틀린 말은 아니었고 심사부의 평가와도 일치했다.

하지만 그래도 마틴 방이 요구한 투자액수에 비해서 너무 빨리 결정을 내리는 건 아닌가 최승일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히 제안서상으로는 7억 달러에 이 코발트 광산의 지분 75%를 우리 홀딩스가 보유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렇습네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채광이 시작되고 정제 시설도 확장하려면 추가 투자가 필요하겠지만, 지표면에서 코발트 원석의 품위만 봐도 사업 초기에 투자 원금을 회수하시고 장기적으로 꾸준한 배당수익이 담보된다는 것을 확신하실 수 있습네다.”

“죄송합네다만 저희 공화국 내 광물자원 전문가들에게 지질 조사 결과를 의뢰한 결과, 현재 관측 기술 한계상 원석 품위나 초음파 탐지만으로는 경제성을 완전히 장담하기 힘들다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투자 결정을 확실히 내리려면 좀 더 채광이 진행되고 나서야 가능할 것 같은데…….”

“……흐음……. 기렇단 말이지요…….”

여기까지 설득을 했는데도 최승일이 좀체 원하는 반응을 보여주지 않자, 마틴 방은 조금 전법을 바꿔보기로 했는지 헛기침을 하며 슬슬 바람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사실은, 최 사장님 쪽 말고도 이미 투자에 관심을 보여온 쪽이 있습네다. 그쪽은 아예 광산 지분 90%를 10억 달러에, 그것도 10% 프리미엄까지 주면서 인수하겠다고 나서더군요.”

“……!! 그건 몰랐군요. 혹시 그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겠습네까?”

“중국투자공사(CIC)입네다. 사실은 이 미팅 직전에도 그쪽 대리인을 만나보고 오는 길입네다만, 눙토히 저희 입장에서는 지분을 좀 더 넘겨주더라도 당장 인부들 노임과 시설 유지관리비 때문에라도 추가 자금수혈이 다급한 시점이라 피오니에서 투자가 오래 걸린다면 아무래도 생각을 다시 해보는 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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